[장세진 교수의 ‘전략&인사이트’] 한국 기업에 가장 부족한 것, 인센티브

– 경영 성적표 뽑아보니
톱5 선진국과 견주면
목표 부과·독려는 A, 내부통제·개선은 C
인재 발굴해 키우는 인센티브 제도는 D


	장세진 KAIST 경영대 교수

장세진 KAIST 경영대 교수

최근 세월호 사건을 겪으면서 우리나라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모든 국민이 엄청난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를 넘는 나라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드러난 무책임하고 무능한 선장, 해운 회사, 정부 관료들 행태를 보면, 혹시 한국 기업도 별반 다를 게 없지 않은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과연 한국 기업의 경영은 어느 정도 수준에 와 있을까? 경영 방식에서 개선해야 할 점은 뭘까?

스탠퍼드대 블룸 교수와 런던정경대 반리넨 교수는 2010년 논문에서 세계 주요 17개국 6000여 기업 중간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인터뷰 설문조사를 토대로 각국 기업의 경영 수준을 평가했다. 두 교수는 경영 컨설팅 회사 자문을 토대로 기업 경영의 주요 요소 18개를 선정하여, 기업들 수준을 1(최악)에서 5(최고)까지 평가했다.

이 18개 항목은 크게 세 범주로 묶을 수 있다. 첫째, 내부 통제와 개선에 대한 항목이다. 기업이 내부의 생산과 영업 활동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가를 평가한다. 둘째는 목표 달성에 대한 항목으로, 적절한 목표를 제시하고 달성하는가를 점검한다. 셋째는 인센티브에 대한 항목인데 유능한 인재를 영입하고 유지하며, 성과에 따라 승진시키고 보상하는가를 평가한다.


	세계 주요 17개국과 비교한 한국 기업들의 경영 수준

아쉽게도 두 교수 연구는 한국 기업을 포함하지 않았다. 그래서 필자는 이번 학기에 KAIST 경영대에서 임원급 대상 MBA(Executive MBA) 학생들을 대상으로 같은 방법론으로 한국 기업들 경영 방식을 평가해 봤다. 이 학생들은 15년 이상 직장 경력을 가진, 대표적 한국 기업들의 중간 관리자이다.

분석 결과, 한국 기업들의 경영 수준은 개발도상국보다는 높지만, 선진국보다 낮은 수준으로 나타났다.<그림1> 이는 예상했던 바이며, 놀랄 만한 일도 아니다.

중요한 건 한국 기업이 어떤 측면에서 경영 수준이 낮은가와 왜 그런가를 이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상위 5개 국가 기업과 세부 항목을 비교해 봤다.

그 결과, 적절한 목표를 부과하고 달성하도록 독려하는 목표 관리 분야에서는 크게 차이 나지 않고, 오히려 캐나다보다 높게 나타났다.<그림2> 하지만 내부 통제와 개선 그리고 인센티브 부문은 수준이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됐다. 내부 통제와 개선 측면에서는 스웨덴 기업들이 세계 최고였고, 미국, 독일, 캐나다도 비슷하게 높으며, 일본도 한국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번 세월호 사건에서 나타나듯 매뉴얼과 규정이 있어도 지키지 않는 관행이 그 주요 원인이다. 이는 앞으로 한국 기업들이 철저한 내부 관리를 통해 지속적으로 업무 프로세스 개선 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위 5개국과의 세부 항목 비교

또 인센티브 측면에서는 미국 기업들이 현저하게 높게 나타나며, 한국 기업들은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미국 기업이 가진 경쟁력의 근원이 유능한 인재를 발굴하고, 육성하며, 공정한 승진과 적절한 보상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데 있음을 보여준다. 독일과 스웨덴 기업들도 미국 기업들에 비하면 인센티브 제도에서는 아직 세계 최고 수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 교수와 반리넨 교수는 인센티브 측면에서 이처럼 국가 간 차이가 큰 요인을 노동시장의 경직성에서 찾고 있다. 한국처럼 직원들을 고용하거나 해고하는 데 제도적 제한이 많거나, 능력보다는 연공서열이나 연줄이 중요하다면 경영 수준이 높아질 수 없다.

또, 경쟁 강도와 기업 지배 구조도 경영의 질에 차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쟁이 심한 환경에서는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은 자연히 도태되게 마련이다. 그러나 한국에서와 같이 담합과 정경 유착으로 경쟁 압력을 피할 수 있다면 그런 기업들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두 교수 연구에 따르면 창업자나 2세가 경영하는 기업 경영 수준은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같은 규모의 기업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는 창업자나 2세 경영자들이 자기 입맛대로 기업을 경영하기 때문이다.

이번 세월호 사태는 한국 기업 경영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무엇보다도 정경 유착의 고리를 끊고, 기업 간 경쟁을 촉진함으로써 후진적 경영을 하는 기업이 자연 도태되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 가족 경영자가 아닌 전문 경영인이 책임 경영을 해야 전반적 경영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해소되어야만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사태가 한국 기업 경영 수준을 한 단계 높이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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