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호감가는 바보`가 `유능한 또라이`보다 낫다

[매경 MBA] `호감가는 바보`가 `유능한 또라이`보다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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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서 마케팅팀을 이끌고 있는 김 팀장은 최근 인사를 앞두고 인사팀으로 호출을 받았다. 두 명의 직원 중 한 명을 받으라는 얘기였다. 후보자 중 한 명은 업무능력은 뛰어나지만, 이기적인 또라이로 정평이 난 이 대리였다. 다른 한 명은 업무능력은 떨어지지만 호감형인 박 대리였다. 박 대리는 동료의 얘기를 들어주고 공감을 잘한다. 남을 도우려고 한다. `당장 업무에 써 먹기에는 이 대리가 좋은데, 동료들과 갈등이 있을까 걱정이네. 박 대리는 사람은 좋은데, 업무능력이 좀 떨어져서 마음에 걸리고….`

김 팀장은 퇴근 직전에 조 과장을 불러 살짝 의견을 떠보았다. 조 과장 의견은 박 대리였다. “이미 소문이 났어요. 이 대리와 박 대리 중 한 명이 저희 팀에 온다고요. 팀원들은 모두 박 대리를 원합니다.” 이튿날 김 팀장은 인사팀으로 갔다. 팀원들 입장을 감안해 박 대리를 찜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김 팀장은 “조직은 성과가 가장 중요하고 능력이 1순위”라며 “능력이 떨어지는 호감형을 택한 우리 팀원들이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김 팀장의 팀원들이 유별난 게 아니다. 대다수가 동료를 고를 때 같은 선택을 한다. 티치아나 카시아로 캐나다 토론토 대학교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사람들은 `유능한 또라이`보다는 `호감 가는 바보`을 업무 파트너로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카시아로 교수팀이 글로벌 IT기업과 글로벌 럭셔리 기업, 실리콘밸리 기업, 대학원생 등을 서베이해 1만개 이상의 업무 관계를 조사한 결과다.

서베이에서 카시아로 교수팀은 사람들에게 어떤 타입의 동료와 함께 일하고 싶은지, 누구에게 도움과 조언을 구하는지를 물어보았다. 당연히 1순위는 호감 가는 스타 직원이었다. 능력도 뛰어나며 인간성도 좋은 동료였다. 반면 무능한 또라이는 모두가 기피했다. 능력도 없는 데다 불쾌감을 주는 동료이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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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이한 점은 호감 가는 바보가 유능한 또라이를 앞섰다는 것. 사람들은 능력은 부족해도 호감 가는 동료에게 도움과 조언을 요청하고, 함께 일하기를 부탁했다. 반면 능력은 있어도 옆에 있으면 불쾌한 `유능한 또라이`는 배척했다.

이에 대해 카시아로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업무 파트너 선택에 관한 한 `호감이 능력을 이긴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카시아로 교수는 “호감 가는 바보를 파트너로 선택한다고 해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한 게 아니다”며 “호감 가는 바보는 조직 내 `정서적 허브` 구실을 하면서 부서 간 장벽을 낮추고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호감 가는 바보는 부서 간에 담을 쌓는 `사일로 현상` 해결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음은 카시아로 교수와 일문일답한 내용이다.

-왜 사람들은 업무 파트너로 유능한 또라이보다 호감 가는 바보를 선택하는가.

▶두 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유능한 또라이는 동료들을 돕는 데 시간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동료들이 도움을 요청해도 도와줄 생각을 별로 않는 것이다. 둘째, 유능한 또라이는 설사 도움을 준다고 해도 거만한 태도를 보인다. 동료들을 불쾌하게 만든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유능한 또라이보다는 호감 가는 바보를 좋아한다.

-그렇다면 파트너 선택에 관한 한 호감이 능력보다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있나.

▶서베이 결과는 능력과 호감 모두가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호감 가는 스타 직원이 1순위이며, 무능한 또라이는 절대 기피 대상이다). 그러나 최소한의 기본적인 업무능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어느 정도 더 호감을 주는 사람이라면, 업무능력이 어느 정도 더 뛰어난 사람보다 업무 파트너로 선택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의미에서 호감이 능력을 이긴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사람들은 업무 파트너를 선택할 때 `호감`보다는 `능력`을 더 중요시한다고 말한다. 실제 행동과 말이 다르다.

▶유능한 또라이보다 호감 가는 바보를 선택한다고 솔직하게 인정하는 사람은 소수다. 다수는 이를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파트너 선택과 같은) 업무상 결정에 (호감과 같은) 개인적 감정이 영향을 미치는 것을 부적절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감정이 아닌 이성에 기반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능력을 기준으로 의사결정을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받고 싶어 하지 않는다.

■ “또라이는 조직문화에 毒…유능해도 해고해야”
또라이가 변하도록 돕고 그래도 안변하면 내보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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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 A사 직원들은 전산 문제가 생기면 전산팀의 송 대리에게 연락하곤 했다. 송 대리가 컴퓨터를 잘 알아서가 아니었다. 그저 전산팀에서 유일하게 호감 가는 직원이기 때문이었다. 그는 일반 부서 직원들의 불만 사항에 귀를 기울이고 해결하려고 애를 썼다. 함께 대화를 나누면 기분이 좋아졌다. 티치아나 카시아로 로트먼 경영대학원 교수의 기준에 따르면 송 대리는 업무 능력은 부족하지만 함께 있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호감 가는 바보(lovable fool)` 유형이었다. 그러나 최근 송 대리가 한 임원 눈 밖에 나서 회사를 떠나고 말았다. 임원 눈에는 송 대리의 전산 능력이 부족해 보였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송 대리가 떠난 뒤부터 전산팀과 다른 부서 간 불화가 커진 것이다. 일반 직원들은 전산팀 직원들이 불친절한 데다 고압적이라고 불만을 제기했다. 전산팀 직원들은 일반 직원들이 얼토당토않은 요구를 한다고 화를 냈다. 시간이 흐르면서 전산팀과 일반 직원 모두 양측 간 소통의 다리 역할을 하던 송 대리를 그리워하게 됐다.

카시아로 교수는 송 대리처럼 `호감 가는 바보` 타입의 직원들은 조직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호감형 직원들은 자기 주변으로 사람을 모으는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송 대리는 업무 능력이 평균에 못 미쳤지만 전산팀 안팎과 소통하는 허브 역할을 했다. 덕분에 부서 간에 담을 쌓는`사일로(silo)` 문제가 드러나지 않았다.

-사일로는 조직에서 혁신을 죽이는 제1의 살인자로 일컬어진다. 호감(likability)을 지렛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사일로는 부서원이 자신이 속한 사회적 그룹에 강한 소속감을 느낄 때 나타난다. 마케팅팀과 재무팀을 예로 들어보자. 마케팅 팀원은 내부적으로 서로 비슷하다고 느낀다. 반면 재무팀원들과는 이질감을 느낀다. 사람들은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로 구성된 그룹 안에 머물고 싶어한다. 이 때문에 다른 그룹과는 연결되지 않으려는 성향이 있다.

사일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뿐이다. 직원들이 다른 그룹 사람들을 좋아할 이유를 찾으면 된다. (예를 들어 마케팅팀원들이 재무팀원들에게 호감을 갖고 좋아한다면 사일로는 해결될 것이다.) 회사는 직원들이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호감을 `제조(manufacturing)`해야 한다.

-조직 내에 남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많으면 사일로 현상은 완화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렇다. 그들은 조직 내에서 정서적 허브(affective hub) 구실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그룹을 잇는 가교 노릇을 한다. 이는 여러 그룹에 속한 많은 사람으로부터 호감을 얻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 비결은 개인적인 매력일 수도 있고, 뛰어난 사교 기술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남들과 교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다는 점이 진짜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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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 가는 바보도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나.

▶호감 가는 스타 직원뿐만 아니라 호감 가는 바보도 정서적 허브가 될 수 있다. 조직 안에서 다양한 그룹의 많은 사람이 좋아한다는 게 중요하다.

-호감 가는 바보가 유능한 또라이보다 승진 확률이 더 높을 것 같다. 업무 파트너로 낙점될 확률도 높고 정서적 허브 역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또라이보다는 호감 가는 바보를 업무 파트너로 선택한다는 게 내 서베이 결과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의 승진 확률이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승진하려면 관리자나 보스 마음에 들어야 한다. 승진은 보스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함께 일하고 싶어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둘째, 호감 가는 바보들은 자신보다 남을 돌보느라 승진 기회를 잃곤 한다. 동료들의 얘기를 듣고, 그들의 문제에 관심을 표명하며 해결책을 찾기 위해 시간을 들인다. 그러다 보니 정작 자신의 이익을 덜 돌보게 된다. 따라서 정서적 허브 직원들의 업무 성과를 판매 실적 등 숫자로 평가할 경우 동료보다 뒤처질 수 있다. 그 결과, 또라이보다 승진에서 밀릴 수 있다.

이들이 바보 소리를 듣는 이유다. (애덤 그랜트 와튼스쿨 교수에 따르면 타인을 돕는 데 시간을 쓰는 `기버(giver)`는 성공의 사다리에서 종종 양극단을 차지한다. 크게 성공해 사다리의 맨 위에 있거나, 아니면 아예 맨 아래로 처진다는 뜻이다. 남을 돕느라 자칫 이용만 당하는 사람은 사다리 아래로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호감 가는 바보 유형은 크게 승진할 수도 있지만, 때로는 아예 해고당할 수도 있다. 송 대리는 후자다.)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하는 `호감 가는 바보`들이 승진에서 밀릴 수 있다고 했다. 리더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리더는 주의 깊게 그들을 보호해야 한다. 회사 상황이 어려울 때 호감 가는 바보들은 해고될 위험이 더 커진다. 정서적 허브 역할로 회사에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관리자들이 모를 수 있기 때문이다. 해고 결정은 측정 가능한 업무 성과를 기준으로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기업 가치와 협업에 대한 호감 가는 바보의 공헌은 간과되곤 한다.

-리더는 누가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하는지를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방법이 있나.

▶정서적 허브 역할을 평가할 수 있는 도구를 개발하는 게 중요하다. 관련 질문을 360도 다면평가에 넣는 것도 방법이다. 예를 들어 `박 대리는 함께 일하기에 얼마나 유쾌한가`와 같은 질문을 포함시키는 것이다. 누가 멘토 역할을 하는지, 누가 도덕적으로 올바른 행동을 하는지도 평가하는 게 좋다. 기업이 어떤 행동에 대해 보상하거나, 격려하고 싶다면 반드시 그 행동을 측정할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 측정하지 못하면 보상이 불가능하다.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하는 직원에게는 어떤 직무를 맡기는 게 좋은가.

▶다양한 그룹의 사람들과 자주 상호작용할 수 있는 직무면 된다. 조직 내 다른 직무들과 상호의존도가 높은 직무가 좋겠다. 예를 들어 고급 포도주 판매 회사가 포도주 연구자를 채용했을 때였다. 이 연구자의 역할은 마케팅과 세일즈 지원이었다. 그런데 마케팅 직원들은 창조적이고 예술적인 성향인 반면, 세일즈 직원들은 거칠고 실용적이었다. 회사는 정서적 허브 역할을 하며 두 부서 직원들과 모두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사람을 포도주 연구자로 채용했다.

-호감 가는 바보는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능한 또라이는 어떤가.

▶그들이 계속해서 또라이 짓을 한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 잭 웰치 전 GE CEO 등 많은 유명한 리더들은 “그들을 해고해야 한다”고 밝혔다. 나도 전적으로 같은 의견이다. 또라이는 조직 문화와 기업 가치에 독이 된다.

■ 조직원간에 호감을 창조하는 방법
남탓만 하는 직원들 모아 공동의 목표 부여하라

자동차회사 닛산은 1990년대 말 심각한 경영난에 빠진다. 여기에는 조직 내 사일로 현상이 한몫했다. 각 부서는 서로를 비난하기에 바빴다. 판매는 제품기획을, 제품기획은 엔지니어링을, 엔지니어링은 재무를 탓했다. 각 부서는 서로에게 `호감`은커녕 `미움`을 쌓았다.

그러나 2001년 6월 카를로스 곤 CEO가 취임하고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상황이 변했다. 곤 CEO는 서로를 비난하던 여러 부서 사람들로 팀을 꾸리고는 공통의 목표를 부여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함께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에서 미움은 줄고 호감은 늘어났다.

이처럼 서로 싫어하던 그룹조차 가치 있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면 서로를 좋아하게 된다는 것은 여러 심리 실험에서 입증됐다. 티치아나 카시아로 교수는 “심리학자인 무자퍼 셰리프 박사의 1961년 실험이 대표적”이라고 말했다.

셰리프 박사팀은 11~12세 소년 40명을 두 그룹으로 나누어 캠프에 참여시켰다. 그러고는 두 그룹을 경쟁시켜 서로에 대한 적의를 갖도록 유도했다.

이어 셰리프 박사팀은 두 그룹의 적의를 낮추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했다. 그중 하나는 소년들을 태운 트럭을 일부러 고장낸 것이었다. 두 그룹은 어쩔 수 없이 힘을 합쳐 트럭을 언덕 위로 밀어올려야 했다. 두 그룹이 힘을 합쳐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게 되자 두 그룹 간 적의는 매우 낮아졌다. 대신 서로에 대한 호감이 크게 높아졌다.

예를 들어 가장 친한 친구가 상대 그룹에 속해 있다고 대답하는 소년의 숫자가 4배로 늘어났다.

반면 셰리프 박사팀이 두 그룹 소년들을 영화 관람 등에 참여시켰을 때에는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소년들은 계속 싸움을 벌였다.

이 같은 셰리프 박사팀 실험은 기업에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야유회 등 이벤트성 단합대회로는 직원들 사이에 호감을 창조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반면 가치 있는 목표를 제시하고 함께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환경을 만든다면 직원들 사이 호감은 급속도로 높아진다. 카시아로 교수는 “시몬스침대 등 기업들은 직원들 사이 호감과 협력 소통을 창조하기 위해 셰리프 박사팀과 비슷한 사회적 실험을 실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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