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창업 성공하려면…나의 고통과 고객의 불편을 매칭하라

# 미국의 성공한 스타트업인 달러셰이브클럽(DollarShaveClub)은 면도기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다. 소비자는 마치 잡지를 구독하듯, 매달 같은 시점에 면도기를 배송받는다. 창업자인 마이클 더빈은 기존 면도기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데 `분노`해 회사를 창업했다. 만족할 만한 가격의 면도기가 `결핍`돼 있는 데 따른 `창업자 본인의 고통`이 창업의 계기였던 셈이다. 창업 후 더빈은 브랜드 파워는 조금 떨어지지만 품질 좋은 면도기 업체와 손을 잡았고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의 집으로 면도기를 배달했다. 덕분에 다수의 소비자가 면도날이 떨어질 때마다 나가 허겁지겁 제품을 사야 한다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더빈의 개인적 `결핍`에서 시작한 창업이 다수 소비자의 `고통`을 해결한 셈이었다.

# 1998년 미국에서 등장한 부닷컴은 e-커머스 업계의 혜성과도 같았다. 다양한 패션 브랜드를 하나의 플랫폼에 모아 판매해 편의성을 높이면서 3D기술까지 도입해 실제 사용자들의 정확한 쇼핑까지 돕는다는 명확한 목표도 있었다.

하지만 부닷컴은 상상초월의 적자를 내며 몰락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3D기술은 에러 투성이였다. 진짜 소비자들이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모델 출신 창업자 스스로 원하고 추구하는 화려함에 초점을 맞춘 게 문제였다. 소비자는 자신들의 결핍을 충족시켜 줄 것이라는 기대를 부닷컴에 걸었으나, 부닷컴은 고객이 아닌 창업자 자신의 욕구에만 집착하다 몰락하고 말았다.

달러셰이브클럽과 부닷컴 창업자는 모두 본인이 느끼는 불편, 혹은 본인의 결핍에서 창업 아이템을 찾았다. 기존 면도기 가격이 너무 비싼 것, 온라인 쇼핑 때 일일이 브랜드를 찾아 돌아다녀야 하고 실제 피팅룸에서 입어볼 수 없다는 불편이 창업의 단초가 됐다.

하지만 달러셰이브클럽은 치열하게 시장과 고객을 분석했다. 스타트업이 거대 회사들과 싸워 이기려면 입소문이 필수라는 점도 일찌감치 간파해 유튜브로 직접 `화끈한` 영상을 만들었다. 창업자 본인이 직접 모델로 나서 `저렴한 가격`과 `배송`이라는 핵심 가치를 강조했다.

하지만 부닷컴은 슈퍼모델 출신인 창업자 개인 취향을 대중적인 소비자 취향보다 우선시했다. LVMH와 같은 명품 업체와의 제휴, 투자 유치 등 미디어에서 화제가 될 만한 이슈에 현혹됐다. 그래서 3D기술이나 플랫폼 안정성 측면을 무시했다.

빌 올렛(Bill Aulet)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MIT 마틴트러스트 기업가정신센터 소장은 매일경제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창업자 스스로가 느끼는 불편이나 결핍에서 창업의 시작점을 찾는 것은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창업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것은 고객과 시장의 고통을 얼마나 잘 해결해주는지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그는 “창업을 하는 스타트업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갖고 시작해 초반에 잘나가다가 무너지는 것도 결국 자신이 곧 고객이고 시장이라는 자만에 빠져 매몰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창업에서 아이디어에 대한 부분이 지나치게 과대평가돼 있지만, 실제로 중요한 것은 아주 정교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상업화(Commercialization)`에 성공하는 것”이라면서 “핵심 고객이 누구인지를 딱 한 명으로 자세하게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히 파악하고, 우리 회사가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이들이 우리 제품을 어떻게 획득하게 할 것인지, 이를 통해 어떻게 수익을 확보할 것이고, 이후 비즈니스 확장은 어떻게 할 것인지를 하나하나 다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스타트업들이 반짝이는 아이디어에만 몰두하다가 실제 비즈니스에 들어가면 실패하는 이유가 이런 `스텝 바이 스텝` 식의 어렵고 지난한 단계를 무시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최근 펴낸 `MIT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창업의 24단계를 제안하며 상업화와 비즈니스 모델 만들기를 강조했다. 다음은 올렛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창업의 핵심인 혁신은 결국 발명과 상업화의 곱이라고 정의하면서, 상업화 부분을 강조했다.

▶우리가 보통 스타트업 하면 떠올리는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나 기술, 지적재산권은 발명의 범주에 들어간다. 하지만 이것이 상업화로 이어지지 않으면 결국 혁신은 제로(0)가 된다. 인터넷에서 사용자가 키워드를 검색해 이를 클릭하면 광고비가 나가게 되는 `키워드 검색기술`은 오버추어가 개발했지만, 결국 시장의 승자는 상업화에 성공한 구글이지 않았나.

하지만 상업화 과정은 길고 지루하며, 복잡하고, 어렵다. 내가 아닌 남(고객)을 이해하고, 이들이 자기 스스로도 잘 파악하지 못한 욕구를 꺼내게 해야 하며, 이들의 불편과 결핍을 해결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고객 불편`은 비즈니스의 성립 요건이며, 사실상 비즈니스의 시작이고, 과정이며 끝이다. 하지만 아이디어가 주목받고, 성공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이런 불편한 과정들을 건너뛰고 싶은 욕구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창업의 `성공`에는 지름길이 없다. 고객과 시장, 두 가지 부문 중 하나도 적당히 처리하거나, 운 좋게 뛰어넘어 성공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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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근차근 과정을 따라가보자. 창업 전 사람들이 갖는 오해를 불식시키고 싶다는 말을 많이 한 것으로 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을 최근에 와서 많이 쓰는데, 스타트업은 언제나 존재했다. 문제는 이 단어가 자주 쓰이면서, 여러 오해와 장막이 덧씌워졌다는 거다. 오해는 세 가지다. 창업은 용감하게 혼자 해야 한다는 것, 카리스마 있는 대담한 사람이 창업에 성공한다는 것, 그리고 일정 부분 타고난 유전자가 있다는 것 등이다. 이는 철저히 오해며, 이를 뒷받침할 충분한 데이터나 근거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진실처럼 받아들여지면서 사람들은 창업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창업은 이제 더 이상 한 명의 천재나 괴짜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 조금 과장하면 `무조건` 팀스포츠로 가야 한다. 카리스마가 있으면 유리할 순 있지만, 소심하고 조용한 성격의 사람도 창업에 성공한다. 기업가 정신이나 창업 DNA는 배워서 쌓아가는 것이다. 천재처럼 우러러보는 많은 성공한 사람들도 사실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철저하게 고객과 시장을 분석하고, 무엇 하나 놓치지 않고 아이디어를 비즈니스화하는 과정을 따라갔을 뿐이다.

-이런 오해를 걷어내고 나면, 사람들은 일단 아이디어 찾기에 몰두한다.

▶아이디어나 아이템을 찾는 것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아이디어를 찾는 것이 결코 쉽진 않다. 하지만 우리 모두 그 능력을 갖고 있다. `아이디에이션(Ideation)` 수업에 들어가면 `마땅한 아이디어가 없어요`라고 말하는 학생이 4분의 3쯤 된다. 그러면 교수진은 `요즘 너를 짜증나게 하는 요인이 뭔지를 말해보라`는 발표를 시킨다. 어떤 학생은 `주차 문제가 너무 심각하다`고 하고 `통행요금 낼 때 너무 불편하다`고도 한다. 이게 시작이다. 본인의 불편, 결핍. 이런 문제들에 공감하는 학생들끼리 그룹을 지어 솔루션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이 솔루션이 바로 창업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지점이다. 엉뚱하고, 미쳤다고 생각할 만큼 기이한 것도 있지만,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다면 그것은 훌륭한 창업 아이템이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창업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후에 나타난다.

▶여기에서 1차 좌절을 겪는다. 본인의 결핍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건 좋았는데 이를 확장하지 못한다. `어떻게` 확장해야 할지도 모른다. 고객이나 시장을 조사하는 방법이나 툴이 부족한 탓이다. 창업의 24단계 모델을 제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준다면.

▶일단 6가지 테마로 나뉜다. 우리의 고객은 누구인지, 우리는 그 고객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그 고객이 우리 제품과 서비스를 획득하는 과정을 어떻게 만들어 줄 것인지, 수익은 어떻게 낼 것인지, 제품기획과 설계는 어떻게 할 것인지, 그리고 이후 비즈니스를 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지를 알아야 한다. 고객, 그리고 시장에 모든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고객이 누구인지를 파악하는 것은 모든 비즈니스의 시작이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창업자들이 저지르는 가장 큰 오류는 모든 사람이 내 고객이라는 원대한 포부를 갖는 것이다. 창업을 시작할 때는 수익을 실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가장 작은 고객군을 설정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이를 최대한 구체화해야 한다. 성별, 나이, 수입, 거주지, 욕구와 동기, 이들이 갖는 걱정, 롤모델, 여가나 외식 스타일, 선호하는 매체와 TV프로그램, 이들이 제품을 구매할 때 갖는 기준(비용, 체면, 모방 등), 개성,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까지 모두 포함시켜 꼼꼼하게 프로필을 작성해야 한다. 베이스볼뷔페라는 스포츠포털 사이트는 처음엔 18세에서 34세 사이의 남성으로 타깃 고객을 정했다. 이후 `사회 초년병으로 막 안정된 수입원을 확보한 사람`으로 좁혔다. 자연스럽게 25세에서 34세로 연령대가 좁혀졌다. 여기에 최소 연봉 7만5000달러의 인물들로 더 범위를 좁혔다. 이렇게 고객군을 세밀하게 설정해야 제품 판매 및 마케팅, 유통 전략을 짤 수 있다. 최종적으론 딱 한 명의 `고객 페르소나`를 만들어야 한다. 이 한 명만 봐도 우리 고객의 성향이 모두 반영돼 한눈에 들어올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힘들여 짠 페르소나도 언제든지 바뀔 수 있고 수정해야 한다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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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분석은 어떻게 시작하나.

▶총유효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데서 시작해라. 총유효시장 규모란 시장점유율 100%에 도달할 때 달성할 수 있는 연매출을 의미한다. 미국에선 2000만~1억달러 미만의 시장이 스타트업이 나설 수 있는 적정 규모지만, 500만달러만 넘어도 괜찮다. 온디맨드코리아라는 업체의 총유효시장 규모 산출 방식은 벤치마킹할 만하다. 이들은 한국 드라마 서비스를 VOD로 제공하는 업체다. 전체 재미 한국인 숫자를 조사했더니 공식 자료상으로 170만명이 있다는 결과를 얻었지만, 누락된 숫자까지 일일이 찾아내 최종적으로는 250만명 정도가 전체 시장 규모라고 생각했다. 이들 중 웹사이트 방문이 가능한 사람은 120만명이었으며 목표고객으로 잡은 25~30세 여성은 40만명 정도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는 고객 세분화 작업을 통해 얻은 숫자였다. 목표 고객 1인당 예상 연매출은 15달러로 계산했다. 방문자당 광고수익을 월 1.25달러로 추산한 결과였다. 최종적으로 전체 유효시장 규모는 600만달러(40만명에 15달러를 곱한 값)가 됐다. 시작하기엔 충분했다. 총유효시장 규모를 알고 나서는 딱 하나의 거점시장(Beachhead Market)을 정해야 한다. 나머진 다 버려라. 그리고 그 시장 내에서 끊임없는 인터뷰와 조사, 연구가 있어야 한다.

-고객과 시장을 분석하는 궁극적 이유는 이들로부터 수익을 내기 위해서다.

▶고객과 시장 분석은 기본 중 기본이면서, 비즈니스 모델 설계를 위한 가장 중요한 바탕이다. 가장 많이 하는 오해 중 하나가 비즈니스 모델을 가격체계로 오해한다는 것이다. 저가, 고가, 중저가, 공짜…. 이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구글의 사례로 설명해보자. 구글이 등장하기 전 검색엔진들은 최대한 많은 배너광고를 한 페이지에 넣는 데 몰두했다. 그러나 구글은 이런 비즈니스 모델을 전복시켰다. 고객이 검색하는 키워드에 따라 배너광고가 나올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도 기존보다 오히려 더 정확하게 고객이 꽂히게 해 고객사의 이익도 늘려줬다. 가치를 수익으로 전환시키는 것이 비즈니스 모델의 핵심이다.

-비즈니스 모델이 잘 수립돼 어느 정도 단계에 오른 스타트업들의 다음 고민은 확장이다.

▶스타트업들이 맞는 두 번째 위기다. 단기적으로는 이런 고민을 할 여유조차 없는 경우가 많지만, 미래를 위해 창업 시작 단계부터 미리 생각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 위치한 거점시장을 정복한 후 어느 시장으로 나아갈지를 생각해야 한다. 기존 고객에게 더 고급스러운 제품을 판매하는 업셀링 전략을 쓸지, 동일 제품으로 인접시장에 진출하는 방식을 쓸지 미리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타트업이 장수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선 자신의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알고, 이를 지켜내야 한다는 주장도 했다. 창업 준비 단계부터 이를 명확하게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핵심역량(Core)이란 말을 자신들이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자체로 잘못 이해하는 경우가 있다. 핵심역량은 그런 것이 아니다. 예로 설명하면 페이스북이나 구글, 링크트인의 핵심역량은 `네트워크`이고, 노드스트롬이나 자포스의 핵심역량은 `고객 서비스`, 월마트의 핵심역량은 `최저가`다. 이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못하면 영속 가능한 기업이 될 수 없다. 고객은 바뀔 수 있고, 시장도 변화할 수 있지만, 핵심역량은 손에 단단히 쥐고 있어야 한다. IBM은 원래 컴퓨터 회사였지만, 지금은 IBM이 컴퓨터 회사였던 걸 기억도 못하는 사람도 많다. IBM의 핵심제품군은 컴퓨터에서 다른 쪽으로 이동했지만, 핵심역량인 `기술서비스`는 버리지 않은 것이다.

스타트업에 꼭 필요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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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올렛 MIT 슬로언 경영대학원 교수는 창업자들에게 부족한 건 아이디어가 아니라, 창업을 완성하는 그 과정 자체라고 말했다. 발명(Invention)은 있지만, 상업화(Commercialization)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올렛 교수는 발명을 상업화로 단단하게 이어주는 것은 의외로 `디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엔 3명의 핵심 인물이 필요하다.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허슬러(Hustlerㆍ바쁘게 움직이는, 머리를 굴리는 사람이라는 뜻. 업무 추진자를 의미)`, 기술을 담당하는 `해커(Hacker)`, 그리고 디자인을 담당하는 `힙스터(Hipster)`가 그들”이라고 말했다. 이 세 사람 중 한 사람이라도 창업에 누락되면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 올렛 교수가 “창업은 팀 스포츠이며, 최소 3~4명이 함께 창업해야 성공할 가능성이 어느 정도 수준에 올라간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는 “특히 MIT와 같은 곳에서는 `융합`을 강조하면서 이 세 가지 특징을 가진 인물들을 고루 배양하고, 이들이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고 설명했다.

올렛 교수는 “특히 스타트업이 어느 정도 경지에 올라가 확장을 하려고 하면 이 세가지 스타일의 인물들을 모두, 최대한 많이 둬야 한다”면서 “MIT에서 `공동창업자 찾기`를 아예 커리큘럼으로 만들면서까지 팀 구성을 하도록 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팀을 구성하면 없던 아이디어도 나와 창업이 훨씬 쉬워진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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