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송경모의 ‘드러커式 세상읽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두 가지 습관

혁신을 일상화하라
시장의 변화를 놓치면 결과는 일자리 소멸… 도식적 일처리 바꿔야
현재 이익만 보지말라
일상적인 운용예산과 미래예산을 철저 구분… 불황기에도 유지해야

경쟁자는 종종 생각지도 않던 곳에서 출현한다. 그들은 결코 산업 내부에서 나오지 않는다.

과거 인터넷 음악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음반 사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그 결과 지금은 음원 매출이라는 전혀 새로운 방식의 사업이 자리를 잡았다. 한때 청소년들이 실내 게임에 몰두하면서 아웃도어 용품 기업은 게임기 기업을 경쟁자로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SNS가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들이 SNS 기업들을 경쟁자로 생각해야 할 처지가 되었다.

이런 혼란이 단지 기업의 과제로만 남는다면 그나마 낫다. 문제는 그 변화를 사회가 수용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데 있다. 갑작스러운 실업은 소득 상실과 삶의 피폐를 낳고, 궁극적으로 정치 사회 문제로 비화한다. 예를 들어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E2E(End to End) 서비스 우버(UBER)는 기존 콜택시 사업 경영자들은 물론이고 현장의 택시 기사들에게 당장 생존을 위협하는 중대한 존재로 여겨지고 있다.

이런 일은 항상 있어 왔다. 1950년대에 뮤추얼펀드가 급성장하면서 생명보험 고객이 대거 이탈할 때 네덜란드의 한 보험사는 이를 위기로 간주하지 않았다. 오히려 시장 변화에 따른 뮤추얼펀드의 ‘수익’ 요소와 보험의 ‘보장’ 요소를 결합한 변액 보험이라는 변종 상품을 개발해서 변화에 대응했고 그 상품은 이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다.

하지만 기업 대부분은 다가오는 변화 앞에서 일단 거부하고 저항하는 데에 익숙하다. 또는 규제와 단속 강화에 호소하기도 한다. 드러커는 모든 위기를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치 죽지 않을 정도의 질병이나 고통이 생활 습관을 바꾸라는 신호인 것과 같다. 하지만 ‘위기를 기회로 바꾸라’는 말이 상투어로 끝나지 않으려면 좀 더 체계적인 지침이 필요하다. 드러커가 제시한 다양한 지침 중에서 우선 두 가지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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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혁신을 일상화(日常化)하라. 외부의 변화가 일상이라면 혁신도 일상이 되어야 마땅하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혁신이 특별한 때에 특별한 사람들만 하는 행동으로 간주된다. 먼저 천편일률의 보고와 회의 방식부터 바꿔야 한다. 매출과 이익 실적 차트를 도식적으로 보고하는 것으로는 곤란하다. 외부 고객의 예상치 않은 반응이 있는 사항, 자칫 NIH(Not Invented Here)로 흐를지도 모를 외부의 새로운 시도나 발견, 예상외로 큰 성과를 내는 사업 등에서 혁신의 씨앗을 늘 모색해야 한다.

막상 위기에 닥쳐 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내라고 호통을 치는 것만으로는 결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외부의 중요한 변화를 포착하고 그것을 조직의 성과로 연결하도록 구상하는 일은 조직 내 모든 지식 노동자(knowledge worker)의 일상 업무가 되어야 한다.

이는 지식 노동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결코 사라지지 않도록 하는, 아니 더 나아가서 자신의 일자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원동력이 된다. 그래서 드러커는 기업을 경영하는 일 외에 관리자들(managers), 즉 조직 내 지식 노동자들을 경영하는 것 역시 경영자의 중요한 일로 꼽았던 것이다.

둘째, 이익의 미래(未來) 기능을 이해하라. 기업의 목적을 고객 창출이 아니라 이익 극대화라는 허구의 신화에 두는 순간 이익의 본질은 왜곡된다. 이익은 당연히 추구해야 할 대상이지만 기업의 지속을 위해 최소한의 필요조건으로 추구해야만 한다. 드러커는 이를 위해서 운영 예산(operating budget)과 미래 예산(future budget)을 구분하라고 했다. 운영 예산은 기존 사업 유지에 소요되는 예산이다. 호황기에는 늘어나고 불황기에는 줄어드는 것이 보통이다. 미래 예산은 경기에 관계없이 전체 예산의 약 10% 내외에서 미래의 신상품, 신서비스, 신운영 방식의 탐색에 지출하는 예산이다. 미래 예산은 운영 예산과 달리 불황기에도 감축하지 말고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불황기를 타개하는 방법은 결코 인원 감축이 아니라 평소에 탐색해 두었던 미래의 기회를 상품으로 실현하는 데에서 찾아야 한다.

미래 예산은 결코 현재의 이익을 창출하지 않기 때문에, 이익의 현재성만을 추구하다 보면 불황기에 미래 예산은 삭감 1순위가 되기 쉽다. 하지만 이야말로 경영자로서 책임을 방기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변화 경영은 자신에 대한 책임인 동시에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대한 책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고용의 유지와 성장이야말로 공동체의 안정과 지속을 위해 필수적이지만, 이는 결코 정치가들의 구호나 약속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경영자가 이 문제를 미리 대비하지 않고 현재의 사업 방식에만 안주하게 되면 어느 날 변화는 냉혹하게 다가와 일자리를 앗아간다. 그때가 되어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정치가와 관료에게 호소해도 소용없는 일이다. 경영자가 안주하는 동안 고객들은 조금씩 바뀌고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하게 된다. 고객은 항상 이탈할 준비가 되어 있는데 기업이 제자리에 머물러 있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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