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성장? 현장의 아이디어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

[매경 MBA] 성장? 현장의 아이디어가 강물처럼 흐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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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패스트패션 브랜드 ‘자라(Zara)’의 경쟁력은 최신 트렌드 상품을 합리적 가격에 제공하는 것이다. 신제품을 기획하고 생산해 유통시키는 ‘리드타임(Lead Time)’이 15일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패션 기업들의 리드타임은 1년 안팎. 이 같은 경쟁력의 비결이 ‘현장 직원 아이디어’에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자라는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이를 반영해 발 빠르게 시행하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제품 개발은 디자이너, 커머셜, 컨트리 매니저 3명으로 구성된 소규모 팀이 거의 전권을 가지고 진행한다. 각각 디자인, 원자재·생산, 유통을 맡는 이들은 대부분 20·30대 젊은 직원들이다. 컨트리 매니저는 매주 최소 두 번 이상 역시 최일선에서 일하는 매장 매니저들과 아이디어를 나눈다. 현장에서 보고 듣는 최신 트렌드, 패션리더들이 즐겨 입는 아이템, 수요가 늘 것 같은 제품 등 생생한 아이디어와 정보가 거의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단순 제안에만 그치는 게 아니라 곧바로 상품 기획과 제작에 반영된다. 제품화 여부는 역시 현장 직원인 이들 팀이 결정한다. 단 몇 시간 만에 의사결정을 내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비행기 격납고 같은 칸막이도 없는 거대한 사무실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고 즉석에서 시제품까지 만들어본다.

번거로운 보고 절차 따위는 없다. 젊은이들 취향을 잘 모르는 임원이 이래라저래라 간섭하거나 최고경영자(CEO)가 단번에 결정을 뒤집어버리는 일도 없다. 어떤 제품이 잘 팔릴지, 어떤 상품이 뜰지, 어떤 제품은 생산량을 늘리고 어떤 것은 줄여야 할지 가장 잘 아는 것은 현장 직원들. 그들의 아이디어가 수평으로, 수직으로 자유롭게 흘러다니고 즉각즉각 실행된다.

덕분에 자라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패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는 2013년 2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 브라질의 캔 제조업체 브라질라타(Brasilata). 강철용기 제조업은 일찌감치 사양길에 들어섰지만 이 회사는 브라질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자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으로 언제나 첫손에 꼽힌다. 제품의 75%가 특허로 보호받거나 최근 몇 년 새 개발된 신제품들이다. 매출액도 170억달러에 달한다. 비결은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 도요타의 개선제안 시스템에 영감을 받은 브라질라타는 직원들에게 생산 공정을 개선하거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제안케 하고 이를 실행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직원 한 명이 매년 제안하는 아이디어는 평균 150개, 회사 전체로는 15만개에 달한다. 실행률은 더 놀라워 90%에 달한다. 일선 직원들에겐 ‘발명가(Inventor)’라는 직함을 부여하며 자긍심을 고취한다. 자동차 범퍼에서 영감을 받아 충격을 받아도 깨지지 않고 모양이 변형돼 충격을 흡수하는 위험물질 용기를 개발해 재료비도 줄이고 안전성도 높인 사례라든지 에너지 소비량을 35% 줄이고 남는 에너지는 재판매해 수익을 올린 사례 등은 모두 현장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기업과 조직 생산성 향상 잠재력의 80%는 현장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현장 직원이 아이디어를 주도하는 조직(Idea―driven Organization)’을 만들라.” 현장 아이디어 중심 조직 경영의 대가인 앨런 로빈슨 미국 매사추세츠대 아이젠버그 경영대학 교수는 매일경제신문 MBA팀과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로빈슨 교수는“결국은 현장에 답이 있다”며 “앞으로는 현장·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자유롭게 유통되고 존중받으며 실행에 옮겨지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단언한다. 그는 “회사의 문제가 무엇이고, 해결책이 무엇인지는 현장 직원들이 가장 잘 알고 있다”며 “작고 사소해 보이는 직원들 아이디어지만 이들이 모이면 실적이 개선되고 혁신이 일어나며 때로는 돌파구가 생겨난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성과 향상의 대부분은 현장·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이뤄진다고 했다. 근거가 뭔가.

▶현장 직원들은 고객과 마주치고 프로세스를 직접 운영한다. 경영진이 알아채기 힘든 많은 문제점은 물론 기회도 잘 포착할 수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하면 업무를 더 효율적으로 할지,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을지, 생산성을 높이고 고객 경험의 질을 높일지,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을지 많은 아이디어를 갖고 있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상향식 아이디어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조직에선 성과 개선 잠재력의 80%가 상향식 아이디어에서 나온다. 예를 들어 코카콜라 스웨덴에서는 2008년부터 3년간 상향식 아이디어 실행 시스템과 식스시그마 두 가지를 놓고 비용절감 효과를 비교한 적이 있다. 결과는 현장 아이디어 실행 시스템을 통한 비용절감액이 경영진 주도 식스시그마에 비해 5배나 많았다.

―(현장 직원)아이디어 주도 조직을 만드는 게 선택이 아니라 거의 필수라고 주장하는 것 같다.

▶그렇다. 조직 성과 개선의 80%가 현장 아이디어에서 나온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고성과 아이디어 시스템(High―performing idea system·아이디어 주도 조직과 유사 개념)’을 갖추지 못한 조직은 잠재력의 20%만 발휘하는 셈이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들은 매년 생산성 향상률은 평균 2% 아래에 불과하지만 우리가 연구하거나 컨설팅을 했던 아이디어 주도 조직은 연 12~17% 지속적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기사의 1번째 이미지
―아이디어 주도 조직과 그렇지 못한 조직의 차이는 뭔가.

▶결국은 성과에서 명확한 차이가 드러난다. 아이디어 흐름이 자유롭고 현장 아이디어가 즉각 반영돼 실행되는 조직은 그렇지 못한 조직과 실적 수준이 확 갈린다. 당연히 전자의 경우 직원들은 더 높은 행복감을 느끼고 일을 즐기며 더 적극적으로 일한다. 미국의 출판 기업 보드룸(Boardroom)은 경영학 구루 피터 드러커의 도움으로 아이디어 시스템을 구축하고 실행에 옮겼다. 6년도 채 안돼 직원들이 제안하고 실행에 옮긴 아이디어들이 1인당 연간 100건이 넘었다. 같은 기간 직원 인당 판매액은 업종 평균의 7배에 달했다.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가 지나치게 사소한 것들이 많은 게 사실 아닌가. 획기적 혁신은 스티브 잡스 같은 1인 내지 소수의 천재적 경영자들 머리에서 나온다는 의견도 있다.

▶오스트리아 학파의 거두이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에 따르면 관리자와 리더들은 ‘총체적 정보(aggregate information)’를 주로 다루고 이를 처리하는 데 능하다. 조직이 나아갈 큰 방향을 잡고 전략을 세우고 목표를 세우는 데 유용한 지식이다. 하지만 이 지식은 정작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그다지 쓸모가 없다. 다양한 분야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들은 수많은 디테일한 일을 해내면서 지식을 얻고 구체적이고 풍부한 아이디어를 갖게 된다. 조직의 전략적 목표를 실제 달성해내는 것은 일반 직원들이다.

큰 아이디어(전략적 목표, 혁신 등)는 수많은 작은 아이디어들에 의해 비로소 작동이 되는 법이다. 작고 사소하다고 해서 현장 의견과 아이디어를 무시하는 조직은 큰 아이디어를 성공시키기 힘들다.

―수많은 아이디어 중에서 부적절한 것들은 걸러내면서 직원들이 조직에 실제 득이 되는 아이디어들에 집중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CEO나 경영진이 세워놓은 전략적 목표를 현장 직원들이 정확히 공유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회사의 목표를 일선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형태로 표현하고 좀 더 구체화해 전달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물류창고 회사 CEO가 세운 목표가 ‘높은 생산성’이라고 했을 때 이를 현장 직원들에게 전달할 땐 ‘직원당 매주 출하량’식으로 이해하기 쉽고 구체적으로 지수화해 제시하는 식이다. 이렇게 되면 직원들의 아이디어와 경영진이 원하는 아이디어 간 불일치를 줄일 수 있다.

―좋은 아이디어를 낸 직원들에겐 보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뜻밖이겠지만 아이디어에 대해 직접적·금전적 보상을 하는 건 생산성 향상에 독(毒)이 되는 경우가 많다. 경영진이 “돈 몇 푼 주면 직원들이 알아서 아이디어를 쏟아내겠지”하고 앉아서 기다리는 건 완전한 오산이다. 사람들은 조직을 위해 많은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싶어한다. 일선 근무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아이디어도 가장 잘 알고 있다. 직원들은 자신이 낸 아이디어가 실행되며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보며 만족한다. 돈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 원해서, 내적인 동기에 의해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다.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내도록 독려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제안된 아이디어가 조직 내에서, 관리자와 경영진에 의해서 존중된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 금전 보상을 할 때도 아이디어 자체에 대한 즉각적 보상 대신 성과와 생산성 향상을 바탕으로 전 직원과 이를 공유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럼 아이디어 주도 조직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나.

▶여섯 가지 정도를 유념해야 한다. 1) 회사와 조직은 현장 직원 아이디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경영진은 직원 아이디어가 성과 향상의 가장 중요한 엔진임을 이해하고 이를 추구해야 한다.

2) 조직 고위층이 세운 목표가 일선 직원들에게 의미 있는 방식과 표현으로 이해되고 공유되게 해야 한다.

3) 현장 직원들이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실행할 수 있게끔 시간과 예산,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아이디어를 제안하고 이를 발전시키고 실행시키는 것을 가욋일이 아니라 하나의 업무로 만들어야 한다.

4) 조직 내에서 아이디어의 자유로운 흐름을 가로막는 장벽들을 없애야 한다. 관료주의, 통제와 순응만 강조하는 하향식 조직문화, 복잡하고 느린 보고체계, 지나치게 까다로운 구매시스템과 같은 잘못된 정책, 부서 간 장벽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5) 경영자뿐 아니라 모든 관리자들은 겸손함(humility)을 가져야 한다. 그들은 대개 명문대를 나왔고 높은 급여를 받는다. 고급 양복을 입고 다니고 전용 사무실에서 일하며 더 많은 권한을 행사한다. 이 때문에 자신들이 일선 직원보다 우월하고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고 착각하기 쉽고, 일선 직원 아이디어와 의견을 무시해버리기 십상이다. 현장 직원들이 자신보다 많은 분야에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겸손함을 가져야 한다.

6) 기업들은 새로운 버전의 고성과 아이디어 프로세스를 도입하고 아이디어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 외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이라고 보나.

▶1번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큰 틀에서 근본적으로 보자면 5번이다.

―최근 한국에선 기업 오너 일가의 오만함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서구 기업들보다 더 권위적이고 하향식 문화가 뿌리 깊은 한국 기업들에 해줄 수 있는 조언이 있나.

▶권력을 갖게 되면 오만해지고 자기중심적이 되며 다른 의견이나 아이디어에 귀를 닫게 되기 쉽다. 조직은 경직되고 아이디어 흐름이 가로막혀 결과적으로 생산성이 떨어지게 된다. 하향식 문화를 가진 조직은 생산성 향상 기회의 80%를 날린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경쟁자들은 아이디어 주도 조직으로 변신하고 있는데 구습을 바꾸지 않는다면 현대전에서 재래식 무기로 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 같은 조직문화의 한계를 정확히 인식하라고 조언해주고 싶다. 이미 많은 조직들이 아이디어 주도 조직으로 변화하고 있다.

―아이디어 주도 조직이 20년 내에 널리 퍼질 것이라 내다봤는데.

▶도요타, 보드룸, 미쉐린, 자라, 밀리켄 등 기업들의 성공비결이 뭐라 생각하나? 외부인들은 ‘훌륭한 리더십 덕분’이라고 쉽게 평가하겠지만 사실 이들 회사는 모두 아이디어 주도 조직들이란 데 주목하길 바란다. 점점 더 많은 리더들은 기존 하향식 조직문화의 한계를 깨닫고 상향식 아이디어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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