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상사 말보다 의중 읽어야…그게 실력

모든 회사원은 참모다. 한 사람 예외가 있다. 회사의 오너다. 오너만이 보스다. 오너 한 사람을 제외한 모든 회사원은 누군가의 참모다.

직원들의 신망이 두텁고 실적도 좋은 임원이 있다. 실적이 좋으니 오너는 당연히 그 임원을 좋아한다. 본인 역시 기세등등하다. 하지만 오너는 해당 임원을 무한정 좋아하진 않는다. 한도가 있다. 성과에 대한 칭송이 자신의 광채를 가리지 않는 수준까지다. 오너 눈 밖으로 밀어내야 할 임원이 있는가. 방법은 간단하다. 오너 앞에서 그 임원을 과도하게, 그것도 되풀이해서 ‘칭송’하면 된다. 칭찬이 아니라 칭송이다. 오너가 처음 한 번은 고개를 끄덕이지만, 다음에는 고개를 갸우뚱하고, 그다음에는 고개를 돌려버린다. 해당 임원은 이유도 모른 채 한직으로 밀려난다.

보스는 답을 주는 사람이다. 조직 구성원들의 물음에 대답해 주는 사람이다. 따라서 오너의 의중을 잘 읽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을 잘하는 사람이 조직에서 성공한다. 특급 참모란 의중을 잘 파악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사원이나 대리에게 오너는 너무 멀리 있지 않은가. 그렇지 않다. 오너의 대리인들이 가까이에 있다. 바로 위에 있는 부장, 이사가 그들이다. 그들을 통해 정점에 있는 오너의 의중을 파악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내용(text)보다 맥락(context)이 더 중요하다. 중간 참모들은 이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오너가 사장들을 모아놓고 회의를 했다. 사장이 회사로 돌아와 부서장들을 모아놓고 회의 결과를 얘기한다. 부서장들 역시 사장에게 들은 얘기를 부서원들에게 전달한다.

그런데 여기서 전달되는 얘기를 들여다보면 ‘배경 설명’이 있고 ‘결론’이 있다. 어떤 사장은 결론을 9분 얘기하고, 배경을 1분만 얘기한다. 다른 사장은 배경 설명에 9분을 할애하고 결론은 1분간 말한다. 전자는 설득이 아니라 설명이다. 아니, 지시에 가깝다. 의도와 이유를 밝힘으로써 배경을 공유한 후자가 오너의 의중을 잘 전달한, 좋은 참모다.

삽화

의중은 실제로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좋다. 그래야 보인다.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절대 보이지 않는 게 의중이기 때문이다.

의중과 관련해 우리는 니즈(needs·필요한 것, 결핍, 필요조건)와 원츠(wants·원하는 것, 욕구, 충분조건)를 구분해야 한다. 뜻은 비슷하지만, 두 단어 사이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니즈는 겉으로 드러나지만, 원츠는 꼭꼭 숨겨져 있다. 자기 술잔이 비었을 때, 술을 달라고 말하는 것은 니즈에 해당한다. 자기 술잔이 빈 것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고, 상대에게 한잔하라고 권하는 것은 원츠를 표현한 것이다. ‘내 잔이 빈 것 좀 봐 달라’는 것이니까.

니즈와 원츠를 상사의 의중에 대비시켜 보자. 니즈는 상사라면 모름지기 누구나 가져봄직한 바람, 희망 같은 것이다. 내세우는 입장이다. 이것은 이미 드러나 있다. 이에 반해 원츠는 내가 모시고 있는 상사만의 바람, 욕망이다. 숨겨진 관심사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바로 이 원츠가 상사의 의중이다.

의중 파악은 상사를 인정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상사 안에는 고양이도 살고 개도 산다. 개는 기분 나쁠 때 으르렁댄다. 고양이는 털 안에서 가만히 발톱만 세운다. 같은 상황에서도 어떨 때는 웃고, 어떨 땐 짜증내는 게 상사다. 밉더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윈드서핑 즐기듯 상사의 변덕과 놀아야 한다. 그래야 같이 살 수 있다.

다음으로, 관심을 갖고 살펴봐야 한다. 신경을 곧추세워 읽어야 한다. 나아가 24시간 안테나를 세우고 있어야 한다. 상사 생각이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상사의 최근 관심사가 무엇인지 읽는 데 푹 빠져 살아야 한다. 그것도 세입자처럼 살아선 안 된다. 집주인처럼 살아야 한다. 그러면 보인다. 맥이 짚어진다. 판을 읽는 능력이 생긴다. 그것이 실력이다. 삼성 같은 조직에서 회장 비서 출신이 출세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나아가 상사의 관점에 따라 그때그때 맞춰 살아야 한다. 별수 없다. 화성에 가면 화성인으로, 금성에 갈 때에는 금성인 문법으로 살아야 한다. 결과가 중요한 때는 결과를 챙기고, 공감이 필요한 때는 정서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아주 가끔은 상사로 빙의되어 상사의 아바타가 되기도 해야 한다. 자괴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하루는 화성인, 또 다른 하루는 금성인으로 커밍아웃하며 사는 게 직장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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