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좋은 제품’보다 ‘좋아 보이는 제품’이 우선

동원데어리푸드는 2007년 커피 용량을 180mL에서 310mL로 늘리면서 카톤 팩에 프랑스 작가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을 그려 넣었다. 또 ‘진하고 부드러운 유럽풍’을 표방하며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여인’을 그린 ‘모카라떼’도 새롭게 개발했다. 이렇게 탄생한 프리미엄 브랜드 ‘덴마크’는 2008년 매출 750% 성장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외식 프랜차이즈인 ‘계절밥상’은 2013년 7월에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건강한 밥상’이란 콘셉트로 문 열어 외식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매장에는 콘셉트를 전달하는 도구로 식재료 사진을 걸어 놓았다. 명장이라는 농부가 직접 기른 마늘, 파, 우엉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나, 거둔 식재료를 클로즈업한 사진이다. 또 매장 앞에서는 농부가 기른 재료를 직접 파는 제철 장터가 매일 열린다. 이는 고객들에게 현지에서 생산되는 청정 식재료임을 강조하여 신뢰를 주기에 충분하다.

‘기대’는 ‘경험’을 좌우한다!

소비자는 맨 처음에 제품을 직접 써보고 사지 않는다. 제품 포장이나 겉모습만 보고 구매한다. 실제로 제품이 좋을지 어떨지 아직은 정확한 평가가 어렵기 때문에, ‘제품이 좋아보이도록 해주는’ 여러 단서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단서가 되는 것을 ‘품질 단서(quality cue)’ 또는 ‘품질 신호(quality signal)’라고 한다. 이를테면 공인 기관의 인증이라든가, 브랜드명, 가격, 원산지, 그리고 광고 문구 같은 것이다.

이런 것은 대부분 언어로 표현이 가능해 콘셉트의 일부를 이루고 있지만, 언어로 표현되지 않는 품질 단서도 있다. 제품 외형이나 디자인, 포장이 그것이다. 동원데어리푸드의 커피 포장에 등장한 명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계절밥상의 매장 입구에 개설된 제철 장터나 농부가 수확하는 모습이 담긴 매장 사진도 마찬가지다.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여인’(왼쪽부터)
마네의 ‘피리 부는 소년’, 모딜리아니의 ‘목이 긴 여인’(왼쪽부터)

우리가 콘셉트 개발 단계에서부터 품질 단서에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것이 소비자로 하여금 제품 품질을 적절히 기대하도록 유도할 뿐 아니라, 실제 사용 경험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캘리포니아 공대에서 실험을 했다. 피실험자들에게 똑같은 와인을 주는데, 한쪽 그룹에는 10달러짜리라고 알려주고, 다른 그룹에는 90달러짜리라고 알려준 뒤 뇌를 관찰했다. 그 결과, 90달러라고 알려준 그룹의 뇌 쾌락 부위가 10달러 그룹보다 더 많이 활성화되는 것을 발견했다. 똑같은 와인을 마셨는데도 더 비싼 와인이라는 기대치가 실제 뇌가 느끼는 쾌락의 경험을 한층 ‘업(up)’시켜 준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의 기대를 높여줄 수 있는 품질 단서는 어떤 것이 있을까? 기호학을 창시한 미국 철학자 퍼스(Peirce)의 기호 분류에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퍼스는 기호의 종류를 도상(icon), 지표(index), 그리고 상징(symbol)으로 구분했다.

도상은 주민등록증에 붙어 있는 사진처럼 있는 모습을 그대로 그린 것을 의미한다. 만약 덴마크 우유에 우유 마시는 장면을 그려 넣었다면 이는 ‘도상’ 기호에 해당한다.

지표란 어떤 사물을 간접적으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표지를 말한다. 예를 들어 연기는 먼 산에 불이 난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지표가 된다. 계절밥상의 식당 입구에 걸어 놓은 식재료 사진은 지표 기호에 해당한다.

마지막으로 상징은 대상과 기호 사이에 직접적 연관이 없지만, 둘을 임의로 결합해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말한다. 덴마크 우유 포장의 명화가 여기에 해당한다. 우유와 직접적 연관성이 없지만, 명화 그림을 통해 이 우유는 고급이라는 것을 나타내려는 것이다. 명화 대신 영화배우 그림을 넣어도 아무 상관이 없다. 우유 마시는 사진을 집어넣은 도상 기호는 이해하기는 쉽지만, 고급이라는 상징적 의미는 살릴 수가 없다. 기대를 끌어올릴 수 없는 것이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고, 좋아 ‘보이는’ 제품을 구매한다. 그리고 제품이 좋아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는 품질 단서를 활용한다. 여기에는 언어 표현 외에도 감각 기호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감각 기호는 도상, 지표, 상징을 사용할 수 있다. 이런 점을 기억하고 업무에 활용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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