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능력자`로 채운 드림팀은 늘 성공? NO !

비틀스의 팬 중엔 어떻게 드러머 링고 스타가 비틀스의 멤버로 끝까지 남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이 많다. 비틀스는 불세출의 음악 천재였던 존 레넌, 폴 매카트니는 물론 뛰어난 기타리스트인 조지 해리슨 같은 쟁쟁한 멤버로 이뤄진 밴드였다. 이들과 비교하면 링고 스타는 음악적 재능이 부족한 멤버였다는 평가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링고 스타의 존재는 모두가 너무나 뛰어난 재능을 뽐내는 비틀스 안에서 꼭 필요한 존재였다. 재능이 특출했던 만큼 성격과 개성도 강하고, 자기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멤버들 때문에 비틀스는 항상 위태위태했던 팀이었다.

부족한 재능을 보완하는 밝은 성격과 사교성으로 링고 스타는 비틀스 멤버들 간 불화를 잘 봉합했다. 게다가 그는 자기의 능력을 내세울 필요가 없었기 때문에 멤버 모두에게서 사랑받은 유일한 멤버가 됐다. 남들이 보기엔 마냥 부족해 보였지만 사람들은 그가 없었다면 비틀스의 명곡들도 없었을 것이라 보기도 한다.

뛰어난 재능과 업무 능력을 갖춘 사람들로만 모인 팀은 성과도 당연히 뛰어날 것이란 생각은 일반적이다. 인적 자원이 조직의 성패를 좌우하는 지금, 당연히 리더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일단 똑똑한 사람은 다 자기 밑에 모아놓고 싶어 한다. 그러다 보니 조직 내 중요한 업무를 맡은 부서일수록 일명 ‘드림팀’이 만들어진다.

그러나 너무 많은 재능이 오히려 성과를 떨어뜨리는 경우도 많다. 특히 로더릭 스왑 인시아드 교수는 팀원끼리 서로 도와야 하는 과제를 수행할 경우엔 더하다고 지적한다. 너무 많은 재능은 재능이 아니란 얘기다.

팀원 간의 화합이 있어야 완벽한 화음을 만들어낼 수 있는 비틀스 같은 밴드라면 너무 많은 재능이 오히려 화가 될 수 있다. 자기가 더 잘났다고 멤버들 간 경쟁하는 유능한 사람보다 링고 스타처럼 팀원 간 화합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 필요한 이유다.

스왑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가진 인터뷰를 통해 “멤버들 간의 업무가 협력이 필요 없는 별개의 것이 아니라면 재능의 총합과 팀 내 생산성이 반드시 정비례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일정 수준 이상의 재능은 팀의 생산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스왑 교수와의 일문일답.

―인재들이 많이 모인다고 해서 팀 내 성과가 그만큼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확실히 능력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으면 팀 내 성과가 올라간다. 그러나 그건 어느 정도까지일 뿐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멤버들 간의 일이 상호보완적인 업무일 경우, 즉 협력과 소통이 필요한 경우라면 일정 수준까지는 능력과 팀 성과가 정비례하다가 그다음부터는 하락하는 것으로 나왔다.

우리가 한 실험은 축구팀을 대상으로 했다. 알다시피 축구는 개인 플레이 못지않게 팀원 간의 협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스포츠다. 2010년 국제축구연맹(FIFA) 올스타전에 참여한 선수의 비율이 팀 내에서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그 팀이 2010~2014년 A매치에서 올린 성적의 변화를 봤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올스타에 해당하는 선수들이 팀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올라갈수록 승리 기록은 올라갔다. 그러나 그 비율이 70% 정도가 되자 떨어지기 시작하는 걸로 나왔다. 올스타전 참여 선수만으로 채운 팀은 올스타전 참여 선수 비율이 40% 정도에 불과한 팀과 성적에선 별 차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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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가 무엇인가.

▷팀 내 협력은 스타 플레이어들의 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저하되기 때문이다. 비슷한 실험을 NBA 팀을 두고도 해봤다. 농구 역시 팀원 간 호흡이 맞아야 하는 스포츠로, 축구와 마찬가지로 협력이 꼭 필요하다.

팀이 기록한 성적을 보면 잘하는 선수들이 많을수록 일정 수준까진 팀의 승수도 올라가다가 스타 플레이어가 너무 많으면 성적이 떨어지는 걸로 나왔다. 또한 협력 수준을 측정하는 인덱스라고 할 수 있는 게임당 어시스트 역시 스타 선수들의 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 감소하는 걸로 나온다. 잘하는 사람이 너무 많은 팀에선 적극적으로 패스를 해 상대방의 골을 도울 생각을 하기보다는 자기가 돋보이는 플레이를 한다는 뜻이다.

―뛰어난 사람들로만 구성된 팀에서 협력이 잘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나.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일단은 비슷비슷하게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하면 그 사이에서 위계질서 다툼이 있을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조직 내 높은 지위에 오르기 위해 경쟁한다면 공동의 목표와 협력보다는 개인의 성취에 더 몰두하게 되는 현상도 많다. 다른 팀원들의 성과를 폄하하는 일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연구에 따르면 승부욕이 강한(남성호르몬인 테스테스테론 수치가 높은) 사람들로 구성된 팀에선 서로 주도권을 가지려고 싸우기 때문에 팀 성과가 낮게 나오기도 했다. 보통 승부욕이 강한 사람들은 좋은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내부 경쟁이 팀의 성과를 떨어뜨린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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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들의 성격도 내부 경쟁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라고 하더라도 서로 돕는 걸 좋아하는 성격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팀 성과를 떨어뜨리는 경쟁은 하지 않을 것 같다.

▷그렇다. 선수들 중에서 협력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이렇게 ‘너무 많은 재능’의 부작용은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재능 있는 사람들이 팀 안에서 서로 돕고 또한 그렇게 해서 좋은 성과를 낸 경험이 쌓인다면 지위 경쟁 때문에 불필요하게 싸우는 일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능력이 특출난 사람들이 동시에 성격마저도 온화하고 화합 지향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때문에 능력자로만 채워진 팀에서는 불화가 있고 성과도 떨어지는 것이다.

―내부 경쟁이 있다보면 서로 능력을 키우려고 노력하는 효과도 있지 않을까. 긍정적인 동기부여책도 될 것 같다.

▷경쟁이 있어서 구성원들이 목적을 이루고자 자기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면 괜찮다. 직장에서도 그런 방식으로 일부러 구성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내부 경쟁은 협력이 필요한 업무가 나타날 때 조직 구성원들 간의 끈끈한 화합을 막는다. 계속 치열하게 자기들끼리 경쟁하던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가 나타났다고 갑자기 그간의 갈등을 봉합하고 팀을 위해서만 일한다고 보긴 어렵다. 이때도 자기 공을 더 돋보이게 하고자 싸울 뿐이다.

―그렇다면 팀 구성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가장 쉽고 간편한 방법은 덜 능력 있는 사람을 뽑는 것이다. 그러면 팀 내의 갈등이 일부 완화될 수 있다.

2012년 유러피안 챔피언십 이후 붕괴 위기의 네덜란드 대표팀을 책임지게 된 루이스 반 할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도 그 방법을 택했다. 그는 톱 탤런트 선수(유명 클럽과 계약된 선수들)들을 쳐내고 능력은 부족하더라도 멤버들을 잘 돕는다는 평판을 받는 선수를 기용했다. 그 이후엔 단 한 게임도 지지 않고 2014년 월드컵 결선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능력 있는 사람을 내보내는 결정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 이 방법은 우리가 가져올 수 있는 소중한 인력 자원을 낭비한다는 측면도 있다. 인재도 포기할 수 없고 협력도 키우고 싶다면 인력관리를 잘하는 방법밖에 없다. 명확히 위계서열을 주고 역할과 책임을 엄격히 부여하는 것이다. 그리고 팀원들 간에 협력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던진다면 협력은 늘어날 수 있다.

―위계질서가 잡힌 팀은 ‘너무 많은 인재’ 현상이 적게 일어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인재들이 몰려 있는 팀은 팀 내에 지위와 지배력을 얻기 위해 내부 사람들끼리 싸운다. 그런데 강력한 리더가 있고 위계질서가 명확한 팀들은 이런 지배력을 얻기 위해 싸울 필요가 없어진다. 자체적으로 내부 정리가 되기 때문이다. 유독 축구가 ‘완장’을 찬 주장에게 강한 권한을 주는 이유도 협력이 중요한 스포츠에서 위계질서를 통해 내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업무가 명확하게 나눠지는 것도 필요하다. 각자의 역할을 분명하게 지정하면 더 많은 역할이나 더 돋보이는 일을 맡기 위해 싸우는 경우도 줄어들 것이다.

―최적의 인재 비율이 있는가.

▷일률적으로 최적의 인재 비율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험 결과만 보면 축구나 농구팀의 경우엔 톱 플레이어의 비율이 70%가 넘어가면 협력이 저하되고 팀 성과도 똑같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이 숫자를 다른 영역에도 그대로 적용하긴 곤란할 것이다. 톱 플레이어의 정의도 달라질 수 있고 업무 특성에 따라 필요한 협력 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실제 스포츠에서도 슈퍼스타들이 모인 팀들이 실망스러운 결과를 얻은 적이 있었나.

▷2010년 월드컵에서 프랑스 대표팀이나 2012년 유러피안 챔피언십에서 네덜란드 대표팀의 성과를 생각해 봐라. 정말 쟁쟁한 선수들의 집합이었지만 그냥 전력에 구멍이 있다고 예상된 팀들보다 더 나쁜 결과를 거뒀다. 아니면 2010~2011 NBA 시즌에서 마이애미 히트팀이 기록한 불명예도 그 예가 될 수 있겠다. 선수 개개인으로 보면 괜찮은 팀인데 전체적으로 보면 최적의 조합이 아니었던 셈이다. 축구나 농구같이 팀워크가 중요한 스포츠에서 명확한 역할분담이나 위계질서가 없으면 내부 경쟁이 생겨난다는 실제 사례였다.

―인재로만 채워지더라도 부작용이 없는 곳이 있다. 업무 성격에 따라 다르지 않을까.

▷그렇다. 구성원의 일이 서로 독립적이고 협력이 덜 요구된다면 역량이 뛰어난 사람들만 모아 팀을 만들더라도 성과는 떨어지지 않는다. 말 그대로 뛰어난 사람을 더 뽑으면 뽑을수록 팀 성과를 더 올릴 수 있는 정비례관계가 나타나는 것이다.

―협력이 덜 요구되는 업무라면 어떤 것을 의미하나.

▷스포츠 중에서 어시스트 의미가 별로 없는 야구가 독립적인 업무를 하는 영역이라 할 수 있다. 농구나 축구의 경우엔 나의 어시스트가 상대방의 영광으로 돌아가지만 야구의 경우엔 그런 경우가 덜하다. 내야수들끼리 공을 전달하더라도 그게 다른 팀원의 득점이 된다고 보긴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메이저리그에선 잘나가는 선수를 뽑아도 ‘너무 많은 인재의 부작용’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실험 결과로도 이런 통념이 뒷받침됐다. 일단 승수가 우위인 선수들을 톱 탤런트 선수라고 하고 이들의 비율이 팀의 승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를 봤다. 예상한 대로 톱 탤런트 선수가 많을수록 팀 성과는 계속 쭉 올라가는 선형(linear) 관계가 나왔다.

―다양성 측면에서도 톱 탤런트만으로 이뤄진 그룹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닌가. 뛰어난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배경이나 자질을 가지고 있을 테니 말이다.

▷톱 탤런트만을 가진 사람들을 뽑을 땐 다양성이 저해되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한 가지 부문에서 최고인 인재들은 그 분야의 스킬만을 숙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팀의 업무는 보완적인 자질을 필요로 하는 일들이 많다. 팀 멤버들이 보완적인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인재들로만 팀을 채워도 문제가 덜할 것이다. 그러나 다양성이 결여된 인재 집단이 보완적 자질을 갖추고 있다고 하기 어렵다. 오히려 서로 경합하는 자질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 집단을 연구한 실험에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다.

조직 내 화합을 위해서라면 동질적인 집단으로 구성하는 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많이 뽑아야 틀을 깨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집단 사고(group think)를 예방할 수 있다.

―잘하는 사람이 많은 집단 구성원이 자부심을 느껴 더 좋은 성과를 낼 수도 있지 않나. 만일 능력이 떨어진 사람이 팀에 섞여 있고 그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사기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들은 남을 돕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능력 있는 사람이라면 팀에 공헌을 하고 다른 팀원을 지원하는 일을 통해 자부심을 느낄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팀 내에서 좋은 평판을 얻고 지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더욱 기꺼이 자신의 재능을 베풀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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