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직원 잘못 일깨우려면? 충고보다 질문이 좋다

직장인 A씨는 동료들에 대한 불만이 항상 많다. 자기만큼 능력이 있지도 않은 사람들이 왜 열심히 일하지도 않느냐는 것. 여느때처럼 부장 앞에서 동료들에 대한 불평을 늘어놓고 있었다.

한참을 듣던 부장이 긴 한숨과 함께 하는 말. “넌 정말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다. 회사에 최고의 동료를 요구하는 게 당연하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회사에 있는 사람 중에서 누가 당신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는 사람일까?”

A씨는 처음엔 당황했지만 생각해보니 자신이 다른 동료들을 이끌어가려는 노력을 하기보다는 그들의 잘못을 부각시키는 데만 집중했다는 것을 자각했다. 부장의 말은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꾸짖는 말은 아니었지만 A씨가 오랫동안 무엇을 잘못 생각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게 하는 유도질문이었다.

리더들의 눈엔 항상 부하들의 잘못이 눈에 띈다. 윗사람의 마음으로 항상 무언가를 지적하고 바로잡아주고 싶다. 그러나 부하들의 귀엔 다 잔소리로 들릴 뿐이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20·30대 직장인 404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결과 자신이 상사 입장에 있을 때는 62.5%가 부하 직원들과 소통이 잘 되고 있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왔으나 부하 직원 입장에 있을 때는 62%가 소통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왔다.

이렇게 리더들의 진의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자기가 말하고 싶은 바를 직접적으로 전달하기 때문이다. 리더들은 흔히 부하들이 잘못 알고 있거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게 있으면 단도직입적으로 지적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직원들은 자기가 무엇을 잘못 생각하는지, 무얼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하고 리더가 시키면 일단 시늉만 하는 경우가 많아 일시적인 효과만 남는다.

그래서 의사소통의 고수들은 지름길 대신 우회로를 택한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잘못된 고정관념을 일깨우는 게 훨씬 효과가 있다고 믿어서다. 마치 ‘산파법’을 통해 스스로 무지를 깨닫게 하도록 한 소크라테스처럼. 산파법은 소크라테스가 사용한 교수법으로 상대방이 가진 막연하고 불확실한 지식을 대화를 통해 바른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들의 편견과 무지를 알게 하는 대화는 불편한 것일 수 있다. 자기의 약점과 편견을 남에게 들키는 것은 유쾌할 수가 없다. 그러나 리더들은 피하면 안 된다. 직원들이 잘못된 생각의 틀에 갇혀 있을 때 결국 조직의 성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마르시아 레이놀즈 박사는 매경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우리의 뇌는 은연중 고정된 프레임에 지배를 받아 관성적으로 일을 처리한다. 리더의 역할은 대화를 통해 이를 깨고 새로운 시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도와 조직의 혁신을 촉진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다음은 레이놀즈 박사와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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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가 부하 직원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게 하는 불편한 질문을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사람들은 마음속 낡은 프레임을 통해 세상과 자신의 행동을 보고 관성적으로 사고를 한다. 문제는 이것이 잘못되었을 때 쉽게 깨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의 발전을 위해서나 조직의 성공을 위해서나 직원들의 잘못된 프레임을 깨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대화 도중 질문을 통해 그 프레임의 허구를 건드리는 순간을 제시하는 것이다.

불편한 대화는 여행과 같다. 오래 묵은 관성적 사고에 도전하기 위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이다. 리더는 부하 직원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건드리는 걸 두려워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질문을 통해 잘못된 프레임을 깨는 불편한 대화는 어떻게 변화를 이끌어내는가.

▷대화를 통해 부하 직원이 어떤 잘못된 생각과 아집에 갇혀 있는지를 스스로 발견하게 하면 된다. 그 순간 자동적으로 뇌의 작용이 활발해지며 아드레날린이 배출된다. 뉴런에서 일종의 스파클링이 일어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순간 쉽게 수긍하기보다는 화를 내거나 곤란한 웃음으로 넘어가려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리더와 그간 신뢰를 구축한 부하 직원들이라면 결국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통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오래된 프레임이 깨지면 그간의 기억과 데이터가 재해석되고 새로운 시각으로 사람과 업무를 대할 수 있다. 즉 두뇌 속에서 사고의 오류를 드러내고 시각을 확대하며 프레임을 교체하는 일련의 과정이 불편한 대화가 노리는 효과다.

―다른 사람과의 대화 없이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렵나.

▷불편한 대화가 일으키는 뉴런의 스파클링이 자생적으로 일어나는 경우는 별로 없다. 외부 자극이 있어야 한다. 스스로 생각의 오류를 깰 수 없고 자신의 내면을 완전히 탐구할 수도 없다. 두뇌에 강력하게 박힌 프레임이 사물을 받아들이는 감각을 무디게 하기 때문이다.하지만 상호 호혜적인 관계에 있는 사람이 방어적 프레임을 깰 만한 강력한 질문을 하면 이젠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지고 그 효과는 오래간다. 긍정적인 대립과 성실한 피드백, 그리고 프레임을 깨트리는 질문들이 두뇌 작용을 활발히 촉진해 인식과 행동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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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대화는 생각의 사각지대를 포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생각의 사각지대가 어딘지 밝혀내려면 어디에서 그들의 논리가 막히는지를 물어보면 된다. 그런 질문을 받은 두뇌는 놀라고 사고의 프로세스가 변하기 시작할 것이다. 이 놀람은 ‘아하 모먼트(Aha moment)’라고도 불린다.

그러니 리더는 대화 중 수시로 질문을 해야 한다. 직원들을 발전시키는 길은 충고에 많은 시간을 쓰는 게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리더가 무엇을 알고 있는게 아니라 부하들이 무엇을 알고 있느냐다.

―사람들은 자신의 생각을 잘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떻게 그들 사고의 오류를 스스로 깨닫게 할 수 있나.

▷불편한 대화를 통해 사람들이 잠깐 멈춰 그들의 생각에 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보고 행동하게 만든다. 또 심리적 프레임에 문제를 제기하고 은연중에 마음속에 남아 있던 두려움과 욕망을 직시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냉정한 결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남들에게 따뜻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이중 심리 같은 것을 말이다. 이렇게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을 통해 그들의 생각과 행동을 바꾸게 만들 수 있다.

―불편한 질문은 주로 어떤 경우에 유용한가.

▷불편한 대화는 똑똑한 부하 직원이 커뮤니케이션이나 인간관계 문제에 부닥쳤을 때 쓸모가 많다. 사람 심리에 관해선 제3자가 보면 쉽게 알아차릴 수 있는 문제도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자기가 관계 맺고 의사소통을 하는 방법이 완전히 몸에 익어서다. 이럴 때는 직접적인 충고보다는 질문을 통해 미흡한 점을 스스로 알아차리게 하는 게 좋다. 감정에 상처를 주지 않고도 긍정적인 변화를 오래가도록 유도할 수 있는 방식이다.

―불편한 대화를 시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리더가 특히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새로운 생각을 하도록 하는 압박과 직원들을 배려하는 케어. 이 두 가지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균형을 지켜야 한다. 압박이 너무 심하면 직원들이 처음부터 반발한다. 그러니 사람들이 바뀌어야 한다고 대놓고 얘기하고 싶은 욕망을 숨겨라. 반면 케어만 하다보면 직원들의 각성이 잘 일어나지 않을 수 있다. 반성을 유도할 수 있는 은근하면서도 명쾌한 질문을 해야 상대방의 두뇌에선 새로운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

―만일 부하 직원이 상사를 싫어한다면 어떻게 하나. 아예 상사와 대화를 하는 것도 피하는 직원들이 있다.

▷상호간의 믿음은 불편한 대화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전제 조건이다. 그러니 리더가 직원들의 마음을 열려면 무엇보다 자기가 직원들과 신뢰를 쌓았는지를 돌아봐야 할 것이다.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 상사가 불편한 대화를 시도한다면 그 의도가 자기를 위한 것이 아닌 상사의 치적을 쌓기 위한 것이라 오해할 수 있다. 당연히 그들은 상사의 질문을 자기 발전의 계기로 삼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리더가 그들을 제멋대로 괴롭힌다는 생각만 굳힐 뿐이다. 리더는 직원이 답을 찾고 성장하는 걸 돕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고 스스로 확신할 수 있을 때 대화를 시도해야 한다. 대화는 사람을 교정하는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하는 게 아니다. 부하 직원은 수단이 아닌 리더의 존재 이유다. 이 점을 잊는 리더의 불편한 대화는 서로에게 앙금만 남길 뿐이다.

그러니 부하들과 만나기 전에 일단 어떤 감정으로 대화를 이끌어가고 직원들이 어떠한 기분이 들게 할 것인지를 예상하고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대화 도중에 일관되게 그 감정을 이끌어가야 할 것이다. 부하 직원이 쌓아온 좋은 성과를 대화 도중에 언급하면서 그의 성공을 리더가 간절하게 바라고 있다고 일깨워주는 것이 좋다.

―리더 역시 잘못된 생각에 잡혀 있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불편한 대화를 시도해도 될까.

▷리더가 대화할 때 필요한 자세는 호기심이다. 그들의 편견을 놓아버리고 부하 직원들과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래야 그들을 발전을 막고 새로운 시각을 방해하는 것이 무엇인지가 보인다.

만일 리더가 자신의 문을 열지 않는다면 그는 아마 사람들을 부정적으로 볼 것이다. 불편한 대화는 성공할 수 없다.

열린 마음은 듣고 배우고 성장하는 것이다. 자신의 결함과 무지를 방어적으로 숨길 필요가 없다. 맬컴 글래드웰은 ‘블링크’라는 책에서 “우리는 무지를 인정하고 잘 모른다는 말을 더 잘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리더는 ‘난 잘 모른다. 우리 얘기 더 해보자’란 말을 하는 데 거리낌이 없어야 한다.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신감을 갖춘 리더가 직원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

―반대로 리더가 직원들을 믿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럴 경우는 어떻게 대화를 해야 하나.

▷그 질문은 ‘리더가 대화 상대를 믿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하냐’로 바꿀 수 있겠다. 나는 리더들에게 새로운 상황을 볼 때 그들의 판단을 잠깐 접어두고 질문을 하고 듣는 ‘초심자의 마음’을 가지도록 충고한다. 초심자의 마음엔 많은 가능성이 있지만 전문가의 마음가짐엔 남은 가능성이 거의 없다. 자기가 직원들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을 버리고 처음 직원을 대한다고 생각해라. 그러면 마음속에 쌓여 있던 불신이 어느 정도 걷히고 그 사람의 많은 가능성이 새롭게 보일 것이다.

■ 대화 잘 하려면 머리만 쓰지 말고 가슴과 육감을

리더가 직원들과 대화를 잘 하기 위해선 그들의 말을 머리로만 이해해선 안 된다. 겉으로 드러난 언어만 듣는다면 직원들의 마음속 생각이나 뉘앙스를 놓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마르시아 레이놀즈 박사는 제대로 된 대화를 위해서는 머리 두뇌(head brain), 가슴 두뇌(heart brain), 육감 두뇌(gut brain)를 모두 작동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머리로는 그들이 이야기하는 언어 그 자체를 듣는다. 그들이 어떤 믿음과 가정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며 어떻게 상황을 판단하는지 알 수 있다. 의사소통 능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이상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까진 잘 한다. 리더에겐 그 이상의 능력이 요구된다.

가슴으로는 부하 직원들이 말로는 드러내지 않지만 그들이 진짜 원하는 바를 듣는다. 그리고 그 소망이 성취되지 않았을 때 왜 화가 났는지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육감으로는 상대방이 정말로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들을 수 있다. 그들이 어떤 것에 애착을 가지고 있고, 놓지 않으려 하는지 말이다. 그 두려움을 리더는 해결해야 한다.

이따금 사람들은 미래에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지 곰곰이 생각해보기 전에 막연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그걸 왜 두려워하는지도 잘 모른다. 대화를 통해 결과가 생각만큼 나쁘지 않을 것이고, 보상이 기다린다는 걸 알려 용기를 가지게 하는 건 리더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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