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학교성적? 전문성? 입사면접 대부분은 시간낭비”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책 낸 구글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 라즐로 복 인터뷰

세계 최초의 ‘자기 복제 재능 머신’.

인텔의 최고경영자(CEO) 폴 오텔리니는 이렇게 불렀다. 이 ‘머신’같은 회사를 두고 매년 세계 도처에서 지원자가 100만~300만명 몰려든다. 합격률은 0.25%. 그런 난관을 뚫고 들어오는 신입 사원이 1년에만 5000명이다. 웬만한 기업 전체 직원 규모다. 이만한 신규 인력을 받아들이면서도 이 회사는 연 6% 생산성 향상률을 이어간다.

세계 최대 IT 기업 구글 이야기다. 그 ‘인재 경영’의 꼭짓점에서 10년째 지휘봉을 젓는 이가 있다. 라즐로 복(Laszlo Bock·43) 인사 담당 수석 부사장이다. GE의 인사 담당 부사장과 맥킨지의 컨설턴트를 거친 그가 2006년 구글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구글러'(구글 직원)는 6000명이었다. 지금은 5만5000명이 넘는다. 그가 합류한 후 구글은 경제 전문지(誌) ‘포천’이 선정한 ‘일하기 좋은 기업’에 6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그 비결을 그가 직접 책 한 권에 담아 냈다.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 출간한 책의 한글판 제목은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알에이치코리아). 그는 이 책이 “해마다 10만명 넘는 방문자가 전 세계 구글 사무실로 찾아와 비결을 묻는 데 내놓는 답”이라고 했다. 그는 40개국 70여 곳에 이르는 구글 지사를 총괄한다. 그의 바쁜 일정을 조율한 끝에 지난달 20일 영국 런던 버킹엄팰리스가(街)에 있는 구글 오피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인재 채용과 관리 비결을 물었다.

5만5000명이 넘는 구글의 인사를 총괄하는 라즐로 복 부사장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공산독재 치하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이민자다. 그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발휘되는 놀라운 힘을 믿는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비용을 아끼지 말고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5만5000명이 넘는 구글의 인사를 총괄하는 라즐로 복 부사장은 루마니아의 차우셰스쿠 공산독재 치하에서 미국으로 탈출한 이민자다. 그는 “자유가 주어졌을 때 발휘되는 놀라운 힘을 믿는다”면서 그러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을 채용하는 데 비용을 아끼지 말고 절대 타협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 런던=전병근 기자

인재 채용은 달팽이처럼 느리게

―직원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쓰는 돈을 채용 단계에 집중하라고 했더군요.

“구글은 인력 예산 대부분을 신입 직원 선발에 할당합니다. 평균적인 사람을 교육으로 탁월하게 키우기는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바뀌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교육보다 업무 유형이나 맥락을 바꾼 결과입니다. 채용을 잘하면 교육 훈련 비용이 훨씬 덜 들어갑니다. 구글은 훈련 부서가 따로 없습니다. 직원들이 배우고 싶으면 알아서 조직해서 배웁니다. 회사는 그것을 지원할 뿐입니다.”

―누구나 최고 인재를 뽑고 싶어하지만 결국엔 적정선에서 타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요?

“절대 타협해서는 안 됩니다. 적합한 인재를 뽑으려면 채용 과정이 달팽이처럼 느려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시간 비용이 들 수 있습니다. 그걸 못 참고 ‘2류(mediocre)’를 뽑으면 다른 직원들 사기마저 뺏게 됩니다. 결국 그 사람만 잘못 뽑은 게 아니라 회사 전체에 해악을 초래할 수 있지요. 한번 제대로 채용하고 나면 다음부터는 생각보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후보자들이 찾아들게 되기 때문입니다.”

―구글이니까 지원자가 몰리는 것 아닌가요?

“구글은 사정이 좋지 않은 창업 초기에도 원칙을 고수했습니다. 연봉도 업계에서 가장 낮아 설득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습니다. 창업자들이 근본적으로 다르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후 차츰 이곳에 같이 일할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하고는 인재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좋은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요?

“우리도 초창기엔 출신 학교, 성적 같은 기록을 봤지만 지금은 아닙니다. 졸업 후 2~3년이 지나면 학교 성적은 직무 성과와 별 상관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최근 졸업자만 성적표를 요구합니다. 그 대신 우리는 종합 인지 능력과 문제 해결 능력, 리더십 능력을 봅니다. 어떤 문제 상황에서 리더로서 역량을 발휘하는지가 중요합니다. 또 그 사람의 ‘구글다움(googleyness)’ 여부를 봅니다. 우리와 비슷한지, 즐길 줄 알고, 양심적인지(conscientious), 지적으로 겸손한지 등을 살핍니다. 가장 비중이 낮은 게 업무 전문성입니다. 같은 과제를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사람은 구글에서도 답습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창조 여지가 별로 없다는 얘기입니다. 열린 마음으로 무엇이든 배우려는 호기심 많은 사람이 대체로 가장 정확한 답을 찾아냅니다.”

―그런 자질을 어떻게 알 수 있나요?

“과거엔 시내 주유소가 얼마나 되는지 추론해 보라는 것 같은 퀴즈가 유행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런 질문은 별 도움이 안 된다고 봅니다. 그 대신 따분해 보일지 모르는 기본 질문을 합니다. 당신이 그동안 해결한 문제가 무엇인지 예를 들어보고 과정을 설명해 보라고 합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그 결과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등을 묻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여러 번 반복해서 다면적 평가가 이뤄지도록 합니다.”

면접 대부분은 시간 낭비… 육감은 버려라

―면접관 대부분이 시간을 낭비한다고도 했는데요?

“사람들은 저마다 사람 보는 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느낌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과학적 분석 결과를 보면 아닙니다. 면접은 첫 5분에 호불호(好不好)가 결정되고 나머지 시간은 그것을 확인하는 데 쓴다는 연구 결과도 있지요. 다들 인터뷰 직후에는 ‘이 사람 정말 대단해’ 하면서 뽑지만 5~6년 지나서 보세요. 좋은 사람, 나쁜 사람, 어중간한 사람이 뒤섞여 있습니다. 뽑고 나서는 확인도 점검도 하지 않습니다. 그게 반복됩니다. 우리는 데이터를 토대로 객관적이고 다층적인 심사를 제도화했습니다.”

―뽑은 후엔 최대한 자유를 주라고 했습니다. 조직의 기율과는 어떻게 조화시키나요?

“일반적으로 직원들에게 좀 더 많은 자유를 주는 게 좋습니다. 그런 환경에서 내재적인 동기 부여가 강화되면 사람들은 자율적이 되고 스스로 유능하다는 느낌을 갖게 됩니다. 구글은 이를 위해 목표 설정 시스템이라는 것을 뒀습니다. 래리 페이지(공동 창업자이자 현 CEO)는 회사의 목표를 설정하고 누구나 알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각 부서와 개인은 거기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합니다. 가령 판매 부서라면 분기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 달성을 위해 일합니다. 엔지니어는 거기에 맞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도달 여부를 점검합니다. 누군가 뒤에서 지켜보면서 이것저것 지시해서 하는 게 아닙니다. 모든 사람이 설정된 목표에 맞는 일을 찾아서 하게 하는 것입니다. 거기에 어긋날 경우에는 조직 분위기상 압력을 느끼게 돼 있습니다. 또 업무 수행 관리(performance management) 시스템이 있습니다. 이것은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춰 성과를 개선하는 것입니다. 평가를 하고 그것에 대해 대화를 합니다. 업무를 바꿔주기도 합니다. 그래도 안 되면 내보내는 수밖에 없지요. 이때 성과에 대한 평가와 직원의 역량 개발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슨 뜻이지요?

“부하 직원 중에 직무 수행에 관한 대화를 하기만 하면 다투게 되는 직원이 있었어요. 이 직원은 늘 자신의 직무 평가를 문제 삼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직무에 대한 피드백과 자기 개발 대화를 나눠서 하는 방법을 실험해 봤습니다. 그러자 그는 피드백에 대해 훨씬 더 열린 마음이 됐습니다. 보상을 위한 성과를 평가하는 대화를 할 때는 결과만 갖고 이야기해야지 과정을 말해서는 안 됩니다. 반면, 업무 역량 개발 관련 대화는 일상적으로 하는 게 좋습니다. 이때는 ‘어떻게 하면 당신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하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직원은 방어적이 되고 학습 기회가 막힙니다.”

사내 정치 하지 말고 데이터로 말하라

―사내에서 “정치(politics)하지 말고 자료를 사용하라”고 썼습니다. 무슨 뜻인가요?

“사람들은 조직 안에서 일이 돌아가는 방식과 관련해 온갖 종류의 가정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추측의 대부분은 표본 편향(sample bias)에 근거합니다. 그럴 경우 우리는 모든 관련 자료를 보여줍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들어 잘못된 ‘신화’를 깨고, 관련 사실을 전 직원이 볼 수 있게 합니다. 그 외에도 우리는 모든 의사 결정이 자료를 토대로 이뤄지도록 노력합니다. 그럴 경우 의견 다툼으로 시간을 낭비하지 않아도 되니까요. 구글은 두 번 이상 하는 행동은 사실상 모두 측정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사업도 대부분 소집단을 대상으로 먼저 검증 과정을 거칩니다. 회사 규모가 커지면서 누릴 수 있는 장점은 직원을 더 행복하게 만들 실험을 수백 가지나 해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조직 문화를 강조했습니다. 무엇이 비결인가요?

“첫째, 의미 있는 사명(使命)입니다. 구글은 단순합니다. 세상의 정보를 조직해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이 사명은 끝없이 계속된다는 점에서 독특합니다. 정보는 언제나 넘쳐나게 돼 있고 그것을 더 유용하게 만들 방법도 늘 과제로 남을 것이기 때문이지요. 이것이 끝없는 혁신과 탐구의 동기가 됩니다.

둘째는 투명성입니다. 구글은 신입 사원도 회사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사내 인트라넷에는 직원별 주간 활동 현황이 다 나와 있습니다. 간혹 유출 사고가 있어도 모든 것을 공유할 때 얻는 이익이 훨씬 더 크기 때문에 우리는 공유 쪽을 택했습니다.

셋째, 발언권(voice)입니다.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회사가 작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매주(출장 때 제외) 전 직원이 참석하는 TGIF(금요일 본사 찰리스 카페에 임직원이 모여 대화하는 시간) 미팅에 나와 회사 현안을 이야기하고 30분간 문답을 주고받습니다. 어떤 질문이든지 경청하고 답합니다. 창업자가 자기 말을 직접 듣고 거기에 바탕을 둔 조치가 나오는 것은 놀라운 경험입니다. 직원들이 우수하면 그들의 말에도 귀 기울이게 돼 있습니다. 5만5000명한테서 나오는 의견이니, 그중 일부는 틀림없이 어느 한 사람 생각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다시 처음 이야기로 돌아가는 셈인데, 채용을 잘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쏟아지게 마련입니다.”

[구글 조직문화 가꾸는 별별 제도들]

일러스트

산소(Oxygen) 프로젝트

관리자를 조직의 신선한 산소처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관리자는 권력을 모으고 휘두르는 경향이 있다. 공식적인 권위를 줄이면 팀원들의 혁신 여지는 그만큼 커진다. 관리자는 명령과 통제의 유혹에 맞서 싸워야 한다. 통제 권한을 조금씩 포기할 때마다 자신은 추가로 확보된 시간을 새 과업에 쏟을 수 있고 팀은 한 걸음 더 멀리 나아갈 기회가 생긴다. 직원들에게 모든 걸 투명하게 털어놓고, 주인 의식을 갖고 팀이나 부서 혹은 회사의 어떤 틀을 만들어 가도록 권한을 부여하라.

구글 가이스트(geist)

직원을 대상으로 회사의 틀과 사업을 결정하는 데 의견을 묻는 설문 조사. 해마다 약 100개 문항을 제시해 의견을 묻는다. 각 질문에는 ‘강력 찬성’부터 ‘강력 반대’까지 다섯 개 선택지가 있다. 자유롭게 의견을 진술하는 주관식 문항도 있다. 설문 결과, 가장 긴급한 것들을 토대로 해마다 30~50%를 바꾼다. 나머지는 그대로 두어 나중에 회사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지 추적할 수 있게도 한다. 참여율은 전체 직원의 약 90%에 이를 정도로 높다. 조사 결과는 좋든 나쁘든 한 달 안에 전 직원에게 알린다.

gThanks

직원들이 동료를 칭찬할 수 있게 만든 홈페이지. 고마움을 표시할 사람 이름을 치고 ‘칭찬하기’를 누른 다음, 내용을 입력하는 것으로 감사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이 칭찬은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게 공개적으로 게시되며 구글의 SNS인 구글 플러스를 통해 공유할 수도 있다. 동료 보너스 제도도 있다. 어떤 직원이든 회사 돈으로 다른 직원에게 현금 175달러의 상여금을 줄 수 있다. 어떤 별도의 결재 과정도 없다. 실제 비용은 크게 들이지 않으면서 서로 격려하고 칭찬하는 사내 문화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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