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점 이름 바꿨더니… 賣出 3배 늘었어요”

[“망해가던 가게가 살아났다” 현대카드가 뽑은 ‘자영업 솔루션’ 10가지]

누가 지나다니는지부터 살펴라 – 손님들에 친근한 분위기 만들어야
상호·간판은 ‘스토리’를 담아라 – 인상 못주는 이름 과감히 버려야
무리한 욕심을 버려라 – 작은 것부터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업종의 본질에 충실하라 – 밥집은 밥맛, 과일은 신선이 생명

“함박꽃, 저 물 한 잔만 먹고 가도 돼요?” “그럼, 그럼. 맛있는 주스 줄까?” 지난 17일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에 있는 7평(약 23㎡)짜리 ‘우리집 김밥’에 꼬마 손님 두 명이 들어와 태연하게 물을 마시고 나간다. ‘함박꽃’은 이 가게 사장인 최영인(59)씨가 자신에게 붙인 별명이다. 최 사장은 “아이들에게 엄마 같은 친근감을 주려고 별명으로 나를 소개한다”고 했다. “가게 주변에 놀이방이 많고 가게 앞에 어린이집 버스가 많이 서기 때문에 아이들이 유난히 많이 지나다녀요. 저런 꼬마들이 엄마 손 끌고 ‘함박꽃네서 김밥 먹자’고 얼마나 많이 오는데요.”

같은 자리에서 김밥 가게를 운영하다 늘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고 미소금융의 지원을 신청했던 최 사장은 현대카드의 사회공헌사업인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해 8월 가게 안팎을 완전히 바꾼 후 매출이 2배 넘게 늘었다고 했다. ‘드림실현 프로젝트’는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의 가게를 인테리어, 고객 서비스, 상호 등 모든 측면에서 바꿔주는 프로젝트로 5월이면 5년째를 맞는다. 떡집·분식집·세탁소·정육점·미용실 등 다양한 업종의 가게 9곳이 이 프로젝트의 도움을 받아 되살아났다. 집안 내부 사정으로 사업을 접은 한 곳을 제외하면 8개 가게 모두 매출이 2~3배씩 느는 등 성공 궤도에 안착했다. 본지는 자영업 가운데서도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도산도 많은 업종에서 작은 성공을 이룬 이 가게들의 비결을 들여다보았다.

◇’목’도 중요하지만 ‘누구’가 더 중요

최 사장의 ‘우리집 김밥’은 가게 앞을 지나다니는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동네 사랑방형’ 김밥 가게로 거듭났다.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면 어린이집 버스를 기다리는 엄마와 아이들이 가게에 들어와 스스럼없이 수다를 떨다가 나가곤 한다. 최 사장과 현대카드팀은 이 김밥집 주변에 ‘어린이’ 유동 인구가 많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가게의 콘셉트를 ‘집’으로 정했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서 떨어져 있는, 썩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위치지만 그 길을 누가 주로 지나다니는지를 파악해 세운 전략이었다. 프로젝트팀은 우선 상호를 ‘맛있는 김밥집’에서 정감 있는 ‘우리집 김밥’으로 바꾸고 가게 입구를 집의 지붕을 떠올리게 하는 삼각형 모양으로 바꿨다. 아늑한 분위기를 낼 수 있도록 흰색이던 벽은 연두색으로 바꾸고 여럿이 모여 앉아 대화하기 편하도록 10명이 둘러앉을 수 있는 넓은 목조 테이블을 놓았다.

서울 독산동 ‘착한정육점’의 김재곤 사장이 21일 매장에서 파는 고기를 품종별로 진열하고 있다. 이 가게는 소상공인 자립을 돕는 현대카드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통해 인테리어와 간판 등 디자인이 깔끔하게 바뀌고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매출도 3배 정도 늘었다. 인테리어를 바꾸기 전 어수선한 가게 모습(사진 위)과 확연히 비교된다.
서울 독산동 ‘착한정육점’의 김재곤 사장이 21일 매장에서 파는 고기를 품종별로 진열하고 있다. 이 가게는 소상공인 자립을 돕는 현대카드 ‘드림실현 프로젝트’를 통해 인테리어와 간판 등 디자인이 깔끔하게 바뀌고 분위기가 한결 나아졌다. 매출도 3배 정도 늘었다. 인테리어를 바꾸기 전 어수선한 가게 모습(사진 위)과 확연히 비교된다. /이덕훈 기자

◇스토리 담은 상호·간판은 기본 중의 기본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자영업을 결심한 김재곤(49)씨는 서울 독산동에 정육점을 연 2008년 ‘착한소 맛돼지’라는 상호를 만들어 달았다. ‘싼 소고기, 맛있는 돼지고기’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가게를 지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가게를 정육점이 아닌 고기 요리를 파는 식당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젝트팀은 상호를 ‘착한정육점’으로 바꿔 달았다. 김 사장은 “되돌아보면 상호부터 ‘정육점’이라는 정체성이 없었던 것 같다”고 했다. 프로젝트를 맡아 진행한 현대카드 송현주 과장은 “이전에 고전했던 가게 중 상당수가 ‘원조떡집’ ‘컴퓨터 세탁’같이 손님들에게 아무런 인상을 주지 못하는 상호와 간판을 달고 있었다. 가게 주인들과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눈 다음 가게 이름을 ‘떡가다기(‘떡 가득히’라는 뜻)’ ‘닥터버블’ 등으로 바꿔 단 결과 오가는 손님들의 눈을 훨씬 효율적으로 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영업 솔루션 10 정리 표

◇가게 이점 활용한 ‘플러스 알파’를 마련

수원시 망포동의 과일가게 ‘우리동네 햇살과일’은 사람이 많이 오가는 아파트 단지에 있지만 주변의 마트와 경쟁하느라 고전하고 있었다. 적자가 심해져 미소금융을 신청했던 홍용기(51) 사장은 프로젝트팀과 상의해 ‘싼값’이 아닌 ‘약간 비싸더라도 좋은 품질’로 승부하기로 하면서 전에 없던 생과일주스를 팔기 시작했다. 커피전문점 등에서 파는 생과일주스가 매우 비싼데도 건강을 많이 챙기는 요즘 트렌드 덕분에 잘 팔린다는 데 착안했다. 과일가게에서 생과일주스를 팔면 재료인 과일을 싸게 조달할 수 있고 과일가게에 쉽게 발을 들이지 않는 젊은이들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는 데 착안한 전략이었다.

‘우리집 김밥’은 잡다하던 메뉴를 김밥과 라면으로 간소화하면서 ‘셀프 꼬마김밥’을 새로 선보였다.
무언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린이들과 아이에게 체험 기회를 제공하고 싶어하는 엄마들을 동시에 공략하기 위한, 김밥집이 줄 수 있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더한 것이다.

◇본질을 치열하게 탐구하라

‘착한 정육점’ 김재곤 사장은 예전에 가게에서 값싼 수입산 소고기를 주로 팔았다. 또 가게 메뉴엔 유황돼지·훈제오리·갈비본살 같은 온갖 육류에 더해 영광굴비까지 판다고 어지럽게 붙여 놓았다. 그는 프로젝트 참가 후 소고기를 한우 중심으로 바꾸고 잡다한 문구를 모두 치웠다. 대신 ‘목심: 맛을 내는 엑기스가 많아 천천히 익히는 요리에 좋다’ 등의 문구를 적은 육류 부위 표를 예쁘게 만들어 달았다. 김 사장은 “정육점은 질 좋은 고기와 그 고기에 대한 친절한 설명이 가게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팔았던 것이 문제였던 것 같다. 가게를 완전히 바꾼 후 매출이 3배 정도 늘었다”고 말했다.

서울 동선동 분식점 ‘키다리 아저씨’의 장두엽(54) 사장은 소고기와 양파·버섯·계란 등이 들어간 ‘황제덮밥’ 등 재미있는 메뉴를 파는데 가게 벽에 ‘재료의 특징’을 알기 쉽게 적어 놓았다. ‘하루 2번(오전·오후) 시장을 봐서 늘 신선함을 유지합니다’ ‘MSG와는 멀며 음식의 맛을 내는 소스·육수 등을 직접 하루 한두 번 정성껏 만듭니다’ 등을 써두어 ‘건강한 음식’이라는 가게의 핵심 가치를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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