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이야기를 담은 광고에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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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더 재미있다고 한다. 알아야 그곳이 보인다고 말한다. 여행할 때 으레 듣는 얘기다. ‘알고 보면’을 달리 말하면 ‘이야기를 알면’이 될 것이다. 어느 유럽 시골 작은 길에 난 나무다리가 아니라, 고흐가 건너고 생각했던 다리라고 하면 사진이라도 한 장 더 찍게 될 것이다. 멀어도 일부러 찾아서 가려고 할 것이고, 잠시 서서 그 다리에 대한 생각에 잠길 것이다. ‘이야기’는 그렇다.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것이 특별한 뭔가가 되게 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다. 우린 그 이야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 여행할 때도 그곳에 대한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한다.

광고란 게 어떻게 보면 ‘상품’에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작업이다. 이야기가 있어야 같은 휴대폰이라도 관심이 가는 휴대폰이 되고, 해보고 싶은 게임이 되고, 신어보고 싶은 스포츠화가 된다. 3년 전, 나이키는 올림픽에 맞춰 광고를 만들었다. 공식 스폰서가 아닌 그들은 멋진 스포츠 스타나 셀레브리티를 쓰지 않았다. 오히려 12살 된 과체중의 영국 소년을 등장시켰다. 스포츠 브랜드와는 상관없을 듯한, 운동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소년이다. 광고는 카메라 기법도 기교도 없다. 그저 길 끝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든 조깅을 하며 다가오는, 100㎏은 훌쩍 넘을 듯 보이는 소년을 보여줄 뿐이다. 멀리서 작게 보이던 소년은 힘겹게 조깅을 하며 카메라 쪽으로 점점 더 가까이 달려온다.

그럴수록 소년의 호흡도 거칠고 크게 들린다. 하지만 나이키는 ‘소년이 어서 운동해서 살을 빼야 한다’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위대하다. 위대함은 슈퍼스타에게만 있거나 소수에게 국한된 능력이 아니다. 누구나 자신 안에 감춰진 위대함을 꺼내고 보여줄 수 있다’고 하며, 소년을 오히려 격려하고 있다. 이 짧은 광고로 소년은 선풍적인 관심을 얻었고, 몇 년 후 살을 뺀 모습으로 토크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나이키는 ‘누구나 위대하다’고 얘기하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운동하는 소년의 이야기를 들려준 것이다.

작년 많은 상을 휩쓸며 재미를 줬던 배달의 민족. 그들의 ‘이야기 만드는 솜씨’는 대단하다. 이제는 버스정류장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경희에게 말을 거는’ 광고, 치킨이 아니라 췌킨이라고 말하는 광고는 배달의 민족의 재미있는 말솜씨다. 그 말솜씨는 올해도 빛을 발할 듯하다. 새롭게 ‘신의 배달’을 시작했다.

이야기의 시작이 매우 재미있다. 모델 재계약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류승룡. 결국은 맛집의 대동여지도를 만든다는 이야기. 그렇게 시작된 신의 배달, 짜장면 편. 류승룡의 이야기는 잘 만들어진 코미디 영화 같은 재미를 준다. 위트와 유머가 배달의 민족을 센스 있는 브랜드로 만들어주고 있다. 맛집까지 찾아준다는 얘기를 이렇게 맛깔나게 하고 있으니, 이야기의 효과는 클 듯하다.

이야기의 장점은 억지로 전달하지 않고, 이야기 속에 녹여 자연스럽게 풀어내니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거다. 어려운 기술을 일방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지 자연스럽게 이야기로 푸는 방법. 그래서 이 바이럴 광고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호응을 얻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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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이야기를 좋아하고 반응을 보인다. 모르는 사람이었던 누군가가 갑자기 스포츠 경기에서 1등을 하면, 그 사람이 그동안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운동을 했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를 접하게 되고 ‘아는 사람’이 되어 더 응원하게 된다. 단순한 사실만으로는 쉽게 사람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라면만 먹고 뛰었는데도 메달을 따면 사람들은 더 큰 박수를 보내고, 발톱이 빠져가며 연습을 한 발을 보며 발레리나의 팬이 되기도 한다. 모든 게 이야기가 끌어들인 힘이다. 옛날이야기를 들려준다고 하면 좋아하며 모여들던 어린 아이들처럼, 매 순간 SNS를 확인하고 기사를 읽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결국 ‘이야기’를 듣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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