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개인 힘들게하는 저금리… 더 큰 문제는 계속된다는 것

개인 힘들게하는 저금리… 더 큰 문제는 계속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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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돈 풀어 한숨 돌린 정부
싼값에 자금 조달했지만 부동산·주식 시장 과열

‘금융 억압(financial repression)’이란 말이 있다. 인위적으로 금리를 낮춘다는 뜻인데, 관점에 따라 의미가 전혀 달라진다. 돈을 저축하는 쪽인지 돈을 빌리는 쪽인지에 따라 그 차이가 크다.

개인 힘들게하는 저금리… 더 큰 문제는 계속된다는 것
Getty Images/멀티비츠

금융 억압 상황에서 돈을 빌리는 쪽은 대개 정부(국채 발행 등)다. 상당수 신흥국 정부가 금리를 낮춰 재정에 필요한 자금을 싸게 조달했다. 반면 예금 금리는 크게 낮아졌다.

지난 7년 동안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기준금리를 거의 제로 수준으로 내렸다. 이것이 금융 억압의 첫 번째 버전이다.

재보험사 스위스 리(Swiss RE)는 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유럽중앙은행(ECB), 영란은행의 저금리 정책이 지속 가능한 정책이 아니라고 봤다. 스위스 리는 보고서에서 “통화정책으로 돈을 풀어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고 경제 성장을 촉진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정부가 매우 적은 비용으로 빚을 낼 수 있게 된다”고 주장했다.

공격적인 양적 완화 정책이 8년 차에 접어들면서 자산 가격에는 거품이 끼기 시작했고, 경제적 불평등은 심화되고 있다. 소액 예금자의 희생 위에서 돈 많은 투자자는 주식을 통해 돈을 벌고 있다. 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물가 상승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아직 이르다. 다만 이미 많은 나라에서 부동산 시장과 주식 시장은 과열 상태다. 지난 2009년 이후, 미국 연준이 돈을 푸는 과정에서 미국의 대표 주가지수인 S&P 500 지수는 계속 급등했다. 주식 시장이 얼마나 활황인지는 주가수익비율(PER)이라는 지표로 알 수 있는데, 이 수치는 현재 사상 최고 수준까지 올라 있다. 스위스 리가 산출하는 금융 시장 과열 지수는 이미 금융 위기 이전인 2007년 수준을 회복한 상태다.

스위스 리는 보고서에서 “통화정책과 중앙은행의 자산 매입이 주가 상승을 이끌었고, 이로 인해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됐다”고 평가했다. 미국 내 소득 상위 1%는 주가 상승으로 얻은 부의 50%를 가져갔다. 반면 소득 하위 90%는 주가 상승으로 생긴 부의 12%만을 챙겼고, 소득 하위 20%는 거의 혜택을 보지 못했다.

중앙은행들은 당연히 이런 주장에 거부반응을 보인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제로 금리를 택하고 양적 완화를 실시한 목적이 재정 적자에 시달리는 미국 정부의 자금 조달을 쉽게 하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는 연준의 통화정책은 성장을 지속시키고 불황을 타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자산 가격에만 주목하는 것은 연준의 역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중앙은행들은 그들의 통화정책이 금융 시장 왜곡을 불러왔다는 점은 인정한다. 가령 보험사나 연기금과 같은 기관 투자자들은 (제로 금리 정책으로 인해) 매우 힘든 상황이다. 기관 투자자들은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데, 제로 금리로 인해 채권 수익은 크게 줄었다. 채권 투자자와 연금 가입자에게 돌아가는 수익도 줄었다. 개인이 은퇴 후 일정한 금액의 수입을 유지하려면, 과거보다 더 많은 돈을 저축해야 한다.

금융 시장이 왜곡돼 있으면 돈을 풀어도 제대로 된 경기 부양 효과가 나지 않는다. 미국 연준과 다른 중앙은행들은 통화 완화 정책을 쓰고 있지만 이것이 경제 성장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를 계기로 도입된 규제들도 금융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 가령 금융기관이 고위험 투자를 하려면 더 많은 자본을 쌓아두도록 했는데, 이 때문에 금융기관들은 국채를 더 보유하게 됐다. 이는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그만큼 생산적인 부문에 대출해 줄 여력이 줄어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부분 국가에서 투자는 아직 금융 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금리는 이른 시일 내 ‘정상적인’ 수준으로 돌아올 수 없다. 오히려 두 번째 버전의 ‘금융 억압’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설비 투자 부진은 계속되고, 경제적·사회적 긴장은 고조되며, 빈곤한 노후를 보내는 연금 세대가 등장할 것이다. 고령자들은 앞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내게 될 것이다.

장기 국채로 수익을 내던 ‘정상적인’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 자체가 비합리적인 것 같다. 원금을 안전하게 지키려면 오히려 정부와 중앙은행에 비용을 내야 할지도 모른다. 수익을 내려면 약간의 리스크는 짊어져야 한다.

투자는 과거 수준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최근 떠오르고 있는) 서비스 기반 경제에는 비용 부담이 큰 고정 자본이 그다지 필요하지 않다. 기업을 세우는 데 돈이 많이 필요했던 시절로 누가 돌아가고 싶겠는가? 앱은 아주 적은 돈으로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단순히 경기가 나빠서 개인들이 과도한 저축을 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 후 생을 보내야 하는 기간은 점점 더 길어지고, 은퇴자들은 점점 더 건강해지고 있다. 반면 정부나 기업이 지급하는 연금은 과거보다 훨씬 더 줄어들 것이다. 일할 수 있을 때 더 열심히 일하자는 분위기가 있다. 다른 말로 하면 (투자하기보다) 저축하는 것이 더 합리적인 선택이다.

은행, 자산운용사, 보험사 등 금융회사는 앞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을 겪을 것이다. 보험사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품을 만들어야 하고, 금융회사의 투자 포트폴리오 역시 바뀌어야 한다.

규제 당국 역시 고민을 할 시점이다. 규제 당국이 금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했던 조치들은 민간 투자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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