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 인터넷 세상에선 유머·공감이 필수

 

 

인터넷/모바일에서는 그 어떤 콘텐츠든지공유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최현석 셰프가 등장한 캐논 카메라 유튜브 동영상 광고는 큰 성공을 거뒀다. 인터넷/모바일 각종 커뮤니티와 SNS에서 반향을 이끌어낸 일명최현석 광고를 만든 인터넷 전문 광고대행사 비콘커뮤니케이션의 김정현 대표(실장)와 전삼 국장은 현 시대 광고 마케팅을 고민하는 기업인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1) 모든 인터넷 콘텐츠에는재미(유머)/감동/공감/섹시코드 중 반드시 하나는 포함돼 있어야 한다. 광고라도 그렇다.

2) 소비자들은 사실구매여행이 아닌합리화 여행을 한다. 브랜드 가치를 강화하고 활용하는인식 싸움을 하라.

3) ‘지금 어느 SNS, 어떤 플랫폼이 대세인지를 묻지 말고내 고객이 어디에 주로 있는지부터 질문하라.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이민정(중앙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캐논 7500 광고

QR코드

 

2015 63일 이후 며칠간 각종 대형 커뮤니티의 유머게시판과 SNS에는 많은 이들이 동영상 한편을 올렸다. 동영상을 본 사람들은 이를 자신의 SNS, 혹은 자신이 주로 활동하는 카페와 인터넷 커뮤니티로 다시 퍼다 날랐다. 대부분 제목을약 빨고 만든 광고라 달았다. ‘약을 빤다라는 건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표현으로무슨 특별한 약을 먹었는지, 상상도 못했던 기발한 아이디어나 스킬로 인터넷에서 재미난 콘텐츠를 만들어낸다라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많은 커뮤니티에서는 게시판에광고영상이 올라오면 비판이 나오거나, 외면 받거나, 혹은 아예 관리자에 의해 삭제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버젓이인터넷 유머 콘텐츠로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졌다는 건 놀라운 일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그 광고는 TV 전파는 전혀 타지 않았고, 오직 인터넷/모바일용으로만 만들어졌으며, 유튜브에 올라가 있기만 할 뿐 의도적으로 제조업체나 광고대행사 측에서 유포한 적도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유튜브에 동영상이 올라간 건 제품이 정식 출시되기 일주일 전이었다. 영상을 올린 지 약 한 달 만인 76일 현재 조회 수 약 175만여 회, ‘좋아요클릭 수가 약 3000회다.

 

캐논의 신형 보급기 DSLR 카메라 750D 광고 얘기다.

 

광고 모델은 2015년 그 어떤 연예인보다하다는 일명허셰프(허세셰프)’, 최현석 셰프였다. 광고는 총 네 편이 연결돼 있는 형태다. (QR코드)

1편에는 굉장히 진지하게 요리에 임하는 최 셰프를 누군가가 카메라로 열심히 찍는 듯한 상황이 연출된다. 하지만 곧 그 모든 장면이 와이파이 기능을 이용한 셀프 촬영이었음이 드러난다. 마지막 장면은 SNS에 특정 주제 글을 올릴 때 사용하는 ‘#(해시태그)’를 활용해 완성된다. 나머지 세 편 모두 같은 방식이다. 2편에는 딸과 강아지똘이를 데리고 놀러나갔다가 강아지가 그냥 도망 가버리는 장면이 나오고 ‘#똘이를 찾습니다등의 해시태크를 활용해 마무리되며, 3편은 어둠속에서 나타난 곰을 촬영하다가 잡아먹히고허셰프(1972-2015)’라는 문구로 죽음을 암시하며 역시 몇 가지 상징적인 단어가 해시태그를 달고 나오는 것으로 끝난다. 마지막 에피소드인 버섯편에서는 또 한번 독버섯을 먹고 죽는 것으로 끝난다.

 

그런데 광고를 잘 들여다보면 각 에피소드마다 사실 강조되는 제품의기능이 있다. 1편에서는 와이파이를 통한 휴대폰 연동 등의 첨단기능이, 2편에서는 움직임이 빠른 강아지를 추적하는 뛰어난포커싱기능이, 3편에서는 빛이 적어도 잘 찍히는 성능이, 그리고 마지막 편에서는 캐논 카메라 특유의 아름다운 색감이 잘 드러난다. 기능 설명과 속성 광고를 지루하지 않게 잘 버무린 셈이다.

 

시종일관 재미를 제공하면서도기능에 대한 설명까지 놓치지 않은 이 광고를 기획한 두 광고인을 DBR이 만났다. 인터넷 광고 전문 기획사 비콘커뮤니케이션의 김정현 실장(대표 겸 어카운트 디렉터)와 전삼 국장(어카운트 디렉터)이 그 주인공이다.

 

 

 

 

 

  

 

캐논 750D 광고 주요 장면

대중매체 한번 타지 않고도 큰 화제를 모았다.

영상의 인기를 실감하는지.

인기의 이유는 또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삼 국장(이하 전): 당연히 실감한다. 영상을 올린 지 거의 하루 만에 유튜브의 실시간 인기 영상 TOP에 올랐고, 3일 만에 80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으며, 엄청난 양의 댓글 등이 달렸다. 곧바로 언론에 소개도 됐다. 직접 대중매체를 통해 영상을 내보내지 않았지만 언론사에서 화제가 되니 알아서 광고해준 셈이 됐다. 아직 제품에 대한 구체적인 인지도 조사까지 할 단계는 아니지만 벌써 캐논 카메라 매장에 와서최현석 카메라를 언급하며 구입의사를 밝히는 소비자들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한 포털 사이트에서 실시간으로 나오는 검색순위에서 영상 출시 3일도 되지 않아 DSLR/미러리스 카테고리 내 4위에 올라서기도 했다.

 

 

 

전삼 국장은 고려대 정보통계학과를 졸업한 뒤 동아오츠가, 헬로우 아시아, 엠포스를 거쳐 비콘커뮤니케이션에 입사했다. 알리안츠생명, 삼성저자 애니콜, KBO, MCM, 제이에스티나 등의 유수 브랜드와 제품 인터넷 광고를 기획했고, 최근 김정현 실장과 함께 캐논 750D 광고를 만들었다.

 

김정현 실장(이하 김): 총 네 개의 에피소드, 네 개의 영상인데 자연스럽게 유튜브상에서 하나의 영상으로 연결된 형태다. 이 네 편을 관통하는 하나의 코드가 있는데 그게 속칭병맛코드. 거기에 성공요인이 있는 것 같다. ‘병맛 코드가 뭐나면, 흔히 말하는 ‘B급 문화’ ‘B급 코드와 비슷한 건데 역발상과 반전이 섞여 있지만 뭔가 고급스럽지 않은 그런 코드다. SNL코리아의 개그코드, 싸이강남스타일의 노랫말과 춤 등이 다 이에 해당한다. ‘반전이 있는, 고급스럽지 않지만 재밌는 것, 혹은 고급스러운 이미지의 누군가가 망가지고 조롱당하는 느낌등이 다 이에 해당된다. 절대진지해지면 안 되는 코드다. 이번 광고에 그 느낌을 관통시켜보려고 노력했는데 통했다는 생각이 든다.

 

최현석이라는고급 레스토랑요리사를

모델로 썼는데, 그것과는 어떻게 연결되나.

 

: 최현석 셰프라는 모델이었기에 통했다고 생각한다. 방송에서의 이미지를허세로 잡고 있는데, 이 광고에서는 허세부리다가 망신당하고 심지어 죽기까지 하는 반전과어이없음’ ‘맥락 없음이 재미를 주는 핵심 요소다. 이를 소화하기에는허세 콘셉트로 재미를 보여주는그러나 사실은 실력 있는 고급 레스토랑 요리사로서의 진중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모두 가진 최현석 셰프가 가장 적당하다고 생각했다. 온라인상에서 브랜드 콘텐츠가 성공하려면 네 가지 중 하나는 반드시 갖고 있어야 한다. 웃기거나, 섹시하거나, 감동적이거나, 혹은 완벽히 공감할 수 있거나. 최소한 이 넷 중 하나를 제대로 충족해야만 그나마 소비자가 눈길을 주고 공유하는 시대다. ‘적당하게 대충하는 순간 인터넷/모바일 콘텐츠는 완전히 망한다. 적당함은 여기에선돈 낭비와 같은 의미다. 모바일시대 인터넷 콘텐츠는 공유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다 보니 방금 말한 네 개의 필수 코드 중에서유머를 선택했고 거기에 약간의 공감을 넣었다. 누구나 SNS에서 허세 떨고, 그러다 망신도 당해보고, 흔히 말하는이불 킥(창피한 일을 저지르고 밤에 갑자기 생각나서 이불을 발로 걷어차는 행위를 의미)’을 하니까 확실히공감코드도 들어간 셈이다. 쉽게 말해 확실히 웃겼고 어느 정도 공감시켰다.

 

물론 유머를 위해 인터넷 특유의 B급 문화를 활용하면서도캐논이라는 고급 카메라 브랜드 이미지는 유지시킬 수 있어야 했다. 어떻게 만들어온 브랜드 이미지인데, 그걸 망칠 순 없지 않나. 그런 면에서 어쨌든 실력을 인정받는 고급 레스토랑 셰프인 최현석은 모델로서 가장 적절했다고 본다.

 

 

항상 진지하고 고급스러운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노력하는 캐논에서 이런 광고가 나와 놀랐다.

 

: 우리 역시 캐논에서 이번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걸 보고 놀랐다. 우선 광고주(캐논)도 현재 인터넷/모바일 시대 유저들의 사고와 행태, 그 변화를 잘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이건 우리가 광고한 제품이 30젊은 아빠를 주 타깃으로 한 기종이었기 때문에 또한 가능했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우리가 광고한 그 750D를 사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인터넷 B급 문화를 창조해 낸디지털 네이티브 1세대. 만약 캐논의 전문가용 카메라 광고였다면 예전처럼 아주 진지하고 고급스럽게 만들었어야 했을 거다. 그리고 지난번 같은 등급 모델 광고도내 가족을 위한 아빠의 첫 DSLR’ 콘셉트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이제 이런 방식(B급 유머코드)의 커뮤니케이션을 불편해하지 않고 마냥 재밌어하는 세대가 아빠가 된 것이다. 그런데 이 광고가 마냥 웃기기만 한 것도 아니다. 첫 에피소드에는첨단 기능에 대한 설명이 녹여져 있고, 2편에는 강아지와 함께 뛰노는 딸의 움직임을 다 잡아내는 포커싱 성능을 보여주며, 3편에는 어두운 장소에서도 잘 찍히는 성능, 4편에서는 캐논 특유의 예쁜 색감을 다 알려주고 표현했다. 광고를 만들 때재미’ ‘감동’ ‘공감’ ‘섹시등 필수적인 코드만 생각하고, 그것부터 잡아놓고 접근하면 그건 또 실패한다.

필수적인 성공 코드가 들어 있어도

실패할 수 있다는 말인가?

 

: 당연하다. 인터넷에서 광고를 하고자 하는 많은 광고주들, 인터넷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 종종 범하는 실수다. 광고는 제품을 알리는 일이다. 유머든, 섹시든, 공감이든 그건 양념이어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광고하고자 하는 기능은 무엇인가혹은이번에 만들어내고자 하는 브랜드 콘셉트는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고민에서 당연히 먼저 출발해야 한다. 간혹인터넷과 모바일에선 재미있기만 하면 바이럴에 성공한다고 믿고무조건 재밌게, 클릭 수 높일 수 있게’ 광고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광고주들도 있다. 그땐 우리가 먼저 설득한다. 물론 재미나 섹시, 공감이나 감동 등에만 초점을 맞춰 연구하면 분명 클릭 수는 더 많아지고 더 많이 회자되기는 한다. 그런데 소비자에게 남는 게 없다. 그럼 그건 실패한 광고다. 예전에 어떤욕설 광고가 크게 유행한 적이 있다. 물론 욕설이 난무하다보니인터넷 한정판광고였고, 사실 크게 화제도 되고 재미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도 그게 무슨 광고였는지 기억을 못한다. 실패한 광고다. 너무나 감동적이어서 사람들이 울고 공유하는 광고가 하나 있다고 치자. 감동만 남고 제품이나 브랜드가 기억에 안 남으면 그것도 결국 실패한 광고다. 항상 직원들에게, 크리에이터들에게 내가 강조하는 게 그래서의미라는 단어다. ‘이 제품이, 이 서비스가, 이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지금 어떤 의미가 있지라고 자문을 해보고 거기에서 출발하자는 거다.

 

 

이 광고에서 그럼 처음부터 염두에 뒀던의미

무엇이었나?

 

 

 

김정현 비콘커뮤니케이션 실장(대표)은 단국대 산업공학과를 졸업하고 1998년부터 인터넷 광고 업무에 뛰어들었다. SMC 애드넷, 엠포스를 거쳐 현재 비콘커뮤니케이션에서 일하고 있다. 그동안 캐논, 삼성전자, 르노삼성자동차, 삼성화재, 삼성카드, 래미안, 용평리조트, 한화 아쿠아 플래닛 등 국내외 굴지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 인터넷 광고를 기획해왔다.

 

: 우선 신제품 광고니까 아까 말했듯이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기능을 전달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게 첫 번째였다. 감성, 공감, 감동이 녹아 있는 아이폰 광고를 잘 보면 기능 설명은 다하고 있다. 우리 광고는 감성과 감동 대신에 유머를 코드로 쓰지만 기능 설명은 다 넣으려고 했던 거다. 그런데 여기에서 한발 더 나가야 했다. 캐논은카메라의 상징과 같은 브랜드다. 특히 최근에는 놀랍도록 향상된 스마트폰 카메라가 전통적인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인터넷에서 우리가 전개했던 약간은 B급 코드의 재미있는 광고든, TV나 럭셔리 잡지에 나오는 광고든 반드시이 시대에 정통 고급 카메라가 갖는 의미역시 전달해야 한다. 재미를 추구했다고 해서, 인터넷병맛 코드라고 해서 그걸 빼놓으면 당연히 실패한 광고가 되기 때문이다. 총 네 편의 영상 중 마지막에 보면결국 카메라, 결국 캐논이라는 내레이션이 나온다. 그게 바로 우리가, 광고주가 소비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던큰 의미였다. 우리가 전달하는 그 의미는 소비자들에게도 당연히 어떤 의미로 다가와야 한다. 아무리 스마트폰 카메라가 좋아져도 결국 중요한 장면과 추억은 좋은 카메라로 담고 남겨야 한다는 거다. 750D 광고는 인터넷에서만 하고 TV를 비롯한 4대 매체에서는 다른 광고대행사가 캐논의 미러리스 카메라1) EOS M3를 여배우 강소라 씨를 내세워 광고하고 있는데, 거기에서의 핵심 메시지는결국 사진, 결국 캐논이다. 연결해보면결국 사진, 결국 카메라, 결국 캐논이 된다. 이렇게 통합적인 전략하에서 메시지 전달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캐논 미러리스 TV CF: “결국 사진, 결국 캐논참고.)

 

 

 

Mini Box

캐논 미러리스 TV CF: “결국 사진, 결국 캐논

현재 TV를 비롯한 4대 매체에서는 소니사가 장악하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와의 경쟁을 위해 캐논 역시 자사 미러리스 카메라를 주력으로 내세워 광고를 진행하고 있다. 배우 강소라에게 친구가왜 많은 미러리스 카메라 중 하필 EOS M3라는 캐논 제품을 선택했느냐고 묻는데, 강소라는 이에사진이라고 짤막하게 답한다. 수많은 기능들이 조금씩 나열되고 보여지지만 큰 그림에서는그 어떤 기능보다 중요한 건 결국 사진이고 그건 결국 캐논이라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이 광고를 만든 대형 광고대행사 오리콤에 따르면, 이는 미러리스 경쟁사를 의식한 측면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오히려 스마트폰 내장 카메라에 만족하고 있는, 아니면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에게 다시 한번좋은 카메라의 중요성과 의미를 전달하는 데에 목적이 있다. 인터뷰 본문에서 김정현 실장과 전삼 국장이 말하는의미의 개념과 일맥상통한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미러리스 카메라 등이 나오면서

경쟁구도가 복잡해지고 있다.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가.

 

: 그래서 다시브랜드 가치를 강조하는 거다. 큰 의미에서 캐논이라는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다시금 인식시키자는 취지다. 스마트폰 카메라와 비교하면 여러 기술적인 문제로 캐논의 카메라가 우월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미러리스 카메라들은 사실 성능이나 각종 기능에서는 DSLR과 큰 차이가 없다. 물론 미러리스 시장 자체가 커지는 건 나쁜 게 아니다. 캐논도 미러리스 카메라를 만들고 이를 광고하고 있지 않나. 중요한 건 미러리스가 됐든, DSLR이 됐든카메라는 캐논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내는 거다. 지금까지 이어져온 캐논의 브랜드 파워를 활용하고 오히려 강화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뜻이다. 이는 우리가 광고하는 캐논 카메라뿐만 아니라 현재 고관여 제품, 첨단제품을 판매하는 모두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1위 업체가우리 제품과 브랜드는 뭐가 더 좋다는 식의 속성 싸움하고 있으면 그 자체로 지는 싸움이 된다. 그냥 소비자가 자연스럽게저 브랜드가 1이라고 느끼고 계속 인식할 수 있도록인식 싸움을 벌여야 한다. 추구하는 본질적인 가치를 계속 언급하는 게 중요하다. 대표 브랜드는 항상 그런 식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써야 한다. 이건 광고인들에게는 교과서 같은 말씀이다. 그런데 우리가 흥미롭게 생각하는 지점은, 인터넷에 정보가 넘쳐나고 정말 많은 성능 비교와 기능 분석에 대한 접근이 쉬울수록 이 부분이 더 중요해진다는 거다. ‘인식싸움을 위한 브랜드 가치 강화와 활용 말이다.

자연스레 소비자 전반 얘기로 넘어가는 것 같다.

현 시대의 똑똑한 소비자들에게 무의식적이고

감각적인인식이 왜 더 중요한 건가?

 

: 이타마르 시몬슨 미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 교수는이제 제품에 대한 정보를 거의 완전하게 얻을 수 있는완전정보시대로 가고 있다이를 바탕으로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꼭 필요하고 활용가치가 높은 제품만을 구입하게 됨으로써 브랜드의 영향력은 급락한다고 말했다. 나는 마케팅 최전선에 있는 광고인으로서 그 말에 동의하기가 어렵다. 시몬슨 교수가 말하는 건모바일인터넷 구매여행이라는 개념과 맞닿아 있다. 카메라, 자동차,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첨단제품은 흔히 말하는고관여 제품군인데 이럴수록 소비자들이 오랫동안 고민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를 구독하면서, 실제 구입시기가 되면 인터넷을 오랜 시간 뒤져서 기능을 보고 장단점을 파악하는 건 맞다. 분명 구매여행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엄청나게 다양한 제품라인업이 있다. 자동차도 그렇고, 카메라도 그렇고, 고가 스마트폰과 노트북 컴퓨터 전부 다 그렇다. 그러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어마어마한 정보를 접하고 받아들이지만 짧게는 한 주, 두 주, 길게는 한 달, 두 달 정보를 찾고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 한계가 온다. 그러면 그때 소비자는 뭘 할까? 사실은 이미 그구매여행이라는 걸 시작하는 시점에 대부분은 마음속에 특정 브랜드 몇 개를 마음에 두고 있다. 그리고 정보를 찾고 공부를 하는 중간단계쯤에 그 브랜드들이 제공하는 제품 라인업 중에 자신의 예산과 필요에 맞는 몇 가지를 이미 선택해 놓는다. 그리고 나서 하는 모든 정보 취득은 구매여행이 아니라합리화 여행이다. 나중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나는 충분히 알아봤고 공부했다라는 자기만족감을 만들고 그렇게 공부하고 비교 분석해서잘 선택했다라는 최종 합리화를 하기 위해서 전개하는 과정이다. 이미 구매할 제품 혹은 최소한 브랜드 정도는 이미 여행 시작 시점에 마음속에 임의적으로나마 존재했다는 거다. 그러니까 당연히브랜드의 강화와 활용’, 그리고인식 싸움은 더 중요해진다. 소비자들이 똑똑해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을 위해 시작하는 구매여행에서 정보는 이미 감당할 수준을 넘어서 있기 때문에, 처음 마음에 있던 그 브랜드, 초기에 마음을 빼앗겼던 특정 제품을 아주감성적으로 선택하고 만다. 이성으로 시작해 감성으로 끝나는 선택. 그게 지금 고관여 제품 소비자들이 보여주는 구매패턴이다. 그렇기 때문에더 많은 제품정보, 더 많은 성능 비교를 인터넷에 뿌려놓고 만족하고 있으면 안 된다. 브랜드 가치 상승과 인식을 위한큰 틀에서의 싸움부터 시작해야 한다.

 

 

소비자를 너무 수동적으로 보는 관점이 아닐까?

 

: 그건 아니다. ‘자기만족합리화라는 부분, 그리고 특정한 구매 선택을 만들어내는감성을 건드리면 소비자는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마케터이자 적극적인 광고인이 된다. 스스로 그 제품을 광고하는 사람들로 바뀐다. 몇 년 전까지경품걸고 진행하는체험형 마케팅이 굉장히 유행한 적이 있다. 그런데 그거 지금 아무도 안 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소비자들이 꽤 고가의 경품을 준다고 해도 웬만해선 참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본인이 스스로 만족하고 좋아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으면 자신의 SNS와 블로그 등을 통해 아주 자발적으로 홍보도 하고 문제점이나 단점이 나오면 기업에 적극적으로 의사표시를 한다. 그것도 큰 애정을 갖고 진심을 다해서 문제를 지적하고, 고쳐지면 이를 또 칭찬한다. 놀라운 사람들이다. 앞서 얘기한합리화 여행만족감(fan)()’으로 끝난다. 물론 이런 소비자들이 한번 배신감을 느끼면 그대로 그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기 때문에 엄청 잘해야 한다. 어쨌든 지속적으로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을 그들이 느끼고제품에 대한 만족감을 지속적으로 가질 수 있도록 브랜드 인식과 가치 제고를 계속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 최고의 적극성을 보여줄 수 있는 그 소비자들에게 끝없이동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얘기다. 또 그들에게 공유할 만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그들이 직접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라. 여기에는 당연히 바로 아까 말했던 네 가지 필수 성공요소, 감동/재미/섹시/공감 중 하나가 있어야 한다. 그 소스와 플랫폼 제공에 신경을 쓰라는 얘기다. 그러면 바로 그 소비자들이 최고의 크리에이터가 된다. 브랜드 스토리를 억지로 짜내지 말고, 잔잔하게 페이스북에 자사 브랜드나 제품과 얽힌 감동적인 사연, 재미있는 에피소드를 올리거나 공유하도록 하고, 어떤 소비자가 그러한 콘텐츠를 제공했을 때에는 이를 반드시 부각시켜줘야 한다.

 

아까자부심’ ‘만족감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잘 들여다보면 재밌는 게 있다. ‘’ ‘’. 두 끝 단어 한자어가 전부마음이고감성과 관련돼 있다. 이걸 건드리고 유지시키는 게 핵심이다. 감성마케팅이라고 하면 다들 어렵게 생각하는데, 이런 부분도 감성마케팅의 중요한 부분일 수 있다. 감동적인 음악을 깔고 감동적인 문구로 광고하는 게 감성마케팅의 전부는 아니다.

 

1) DSLR, 미러리스 등 렌즈교환식 카메라의 다양한 종류와 기능에 대해서는 DBR 173 Case Study ‘후발자 우위, 협력, 현지화미러리스 카메라로 싸움의 판을 바꿨다를 참고할 것.

 

 

인터넷 광고는 다 좋은데, 타기팅이 좀 어렵지 않은가?

 

: 분명 그렇게 볼 수 있는 측면이 있다. 다시 750D 영상 얘기로 돌아가면, 차라리 30대 젊은 남성들이 많이 보는 TV 프로그램 전후에 광고를 붙이거나 그들이 주로 보는 잡지 등에 광고를 하는 게 직접적인 타깃층을 공략한다는 점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그런데구글 신이 최근 놀라운 일을 하고 계신다.(웃음) 구글 애드센스라고 아실 거다. 최현석 광고 한 편 봤다고 곧바로 맞춤형 광고가 따라다니진 않는다. 그 광고도 보고, 다른 사이트에서 구매여행 내지 검색을 조금씩 하는 순간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 소비자가 가는 사이트나 커뮤니티마다 그 사람에게는 750D 이벤트 광고, 각종 카메라 광고, 연관 제품 광고가 자꾸 등장하게 된다. 불특정 다수를 향해놀라운 파급력하나만 믿고 인터넷 광고의 효용성을 말하던 시대를 우리는 이미 넘어서기 시작한 셈이다.

주로 사용되는 플랫폼이나 매체가 자주 바뀌는 시대에

경영자들, 마케터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 매체가 너무 많아졌다. 이제 매체 하나하나를 생각하면서 광고마케팅을 진행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많은 광고주들이 자꾸요즘은 소셜이 대세라더라. 그러니 소셜마케팅을 진행해봐라혹은모바일이 대세니 모바일을 해야 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 그것들을 자꾸 따라가는 상황이 연출된다. 쫓아다니는 건 마케팅이 될 수 없다. 물론 소셜이 대세니까, 거기에 사람이 많이 모여 있으니까 그곳에서 광고하고 마케팅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 카페나 커뮤니티에는 사람이 없나? 거기에는 소비자가 없나? 오히려 특정한 목적을 공유하고 모인 사람들, 지금은 경영자들이 예전보다 덜 관심을 쏟는 사람들이 사실 더 확실한 타깃 고객이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순서를 바꿔야 한다. 요새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하면 안 된다. ‘우리 제품, 우리 서비스의 타깃 고객이 모여 있는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이 선행돼야 한다. 그리고 그 다음 더 큰 틀에서의 브랜드 이미지 광고를 위해서우리 브랜드를 어필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미디어는 무엇일까를 고민해야 한다. 이렇게 제품/서비스 광고냐, 브랜드 이미지 마케팅이냐 등을 각각 분리해서 세분화된 미디어와 플랫폼 공략법을 찾아야 한다. 인스타그램이 요새 페이스북을 넘어서는 대세 SNS라고 해서자 이제 모든 모바일/인터넷 광고 예산은 그쪽에서 쓰도록 하자라고 하는 건 문제가 있는 접근 방식이다. 굉장히 당연한 얘기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경영진, 임원분들이 이 부분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미디어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말고 큰 커뮤니케이션 전략, 광고 전략의 관점에서 한 수 한 수를 두듯 인터넷/모바일 마케팅을 진행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꼭 드리고 싶은 말이 있다. 절대지금 유행하는 방식과 코드를 답습하지 말라는 거다. ‘아버지의 의미를 되새기고 몰카 형식으로 감동을 주는 광고가 최근 유행했다. 그런데 유행이라고 해서 그냥 그걸 따라가면 금방차별성 없는광고가 된다. 선도자가 되면 모르겠는데, 아니 두 번째, 세 번째까지는 모르겠는데 그 다음부터는 소비자들이 지겨워한다. 유머, 섹시, 공감 코드 다 마찬가지다. 대세를 만들든가, 대세의 빠른 추격자가 되든가 해야지, 대세에 편승하면 그건 의미 없는 광고다. 인터넷/모바일 세계에서는 특히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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