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고객과 화끈하게 놀자 55조원 기업이 됐다… 개발·마케팅·AS 참여하는 ‘미펀’

리완창 샤오미 공동창업자에게 듣는 급성장 비결

중국의 샤오미(小米)가 스마트폰을 내놓은 지 1년이 지난 2012년, 유머가 하나 등장했다. 3명이 북극을 갔다가 조난을 당했다. 그들이 갖고 있는 건 스마트폰뿐이었다. 애플·삼성전자·샤오미의 휴대전화를 각기 들고 있었다. 그런데 2명은 얼어 죽고 한 명만 살아남았다. 생존한 사람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답은 샤오미 제품을 들고 있던 조난객. 휴대전화에서 열이 많이 발산돼 추위로 언 몸을 녹일 수 있었다는 게 이유다. 샤오미를 바라보는 당시 중국 소비자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 샤오미가 지난해 말 11억달러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평가받은 기업 가치는 460억달러(약 54조6250억원)에 달했다. “샤오미 기업 가치는 세계 비(非)상장 정보기술(IT) 기업 가운데 미국의 자동차 공유 서비스업체 우버(510억달러) 다음으로 높다”(미국 경제전문지 포천)는 얘기를 듣는다. 창업 첫해인 2010년 말 2억5000만달러를 기록했던 기업 가치가 5년여 만에 184배 수준으로 올라섰다.

급등하는 샤오미 기업 가치

기업 가치 상승 뒤엔 탄탄한 실적이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2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지난 2분기에도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5.9%로 1위를 지켰다(영국 시장 조사기관 카날리스). 올해 목표는 해외 시장 포함, 1억 대 판매다. MIT테크놀로지리뷰가 최근 발표한 ‘2015 세계에서 가장 스마트한 50대 기업’에선 미국의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샤오미의 리완창(黎萬强·38) 공동창업자를 지난달 28일 만나 급성장 비결을 들어봤다. 샤오미 부총재로 안드로이드 기반의 독자 운영체제인 MIUI의 개발 책임자이자 샤오미 온라인 쇼핑몰인 샤오미닷컴을 만들고 총괄담당했던 그는 지난해 10월 장기 휴가를 냈다. 사진 마니아인 그는 베이징 진르(今日)미술관에서 휴가 중 찍은 풍경 사진을 전시 중이었고 인터뷰 장소도 이 미술관으로 잡았다. 올해 말 업무에 복귀하는 리 공동창업자는 샤오미의 성장 스토리를 담은 베스트셀러 ‘참여감(參與感)’의 저자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 사무용 소프트웨어업체 진산소프트웨어에 2000년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입사한 그는 당시 진산의 최고경영자(CEO)였던 레이쥔(雷軍) 샤오미 회장과의 인연을 계기로, 10년 뒤 레이쥔이 샤오미를 만들 때 공동창업자로 합류했다.

리완창 공동창업자
샤오미 제공

“요즘 젊은이들은 SNS를 통해 스스로를 드러내기 좋아하고 참여를 통해 성취감을 느낍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이 가치를 누릴 수 있게 비즈니스 모델을 짠 게 주효했지요.” 과거 고객은 주로 제품의 기능을 소비했지만 브랜드를 따져 소비하는 시대가 뒤를 이었고, 할인점의 부상으로 체험 소비가 부각됐으며, 이젠 사용자가 마케팅은 물론 제품 개발에까지 참여하는 식의 소비 시대가 됐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레이쥔 회장의 “태풍의 입구에 있으면 돼지도 날아오를 수 있다”는 말을 인용했다. 대세에 올라타라는 의미로 ‘참여감’이라는 새로운 시대 흐름에 올라탄 게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이 성공한 핵심요인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샤오미의 성공은 중국에 입소문을 통한 팬 마케팅을 유행시켰다는 평가를 받지만 수천만명에 이르는 미펀(米粉·샤오미 팬)들의 참여는 마케팅에 머물지 않는다. 미펀들의 연구개발, 브랜드 홍보 마케팅 등 전 과정에 대한 참여로 제품 단가를 크게 낮출 수 있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사를 통해서만 판매하는 전략도 단가 인하에 일조했다. 1999위안(약 37만원)의 저가에도 질 좋은 스마트폰을 내놓을 수 있게 된 이유다. 또 샤오미에 ‘대륙의 실수’라는 칭호를 붙이게 한 높은 가성비(價性比·가격 대비 성능)의 배경이기도 하다.
 
MIUI를 일주일마다 업데이트할 수 있는 것도 미펀들과의 협업으로 가능했다. 기술 주기가 빨라지는 인터넷 시대에는 빠른 업데이트가 경쟁력을 가른다. 샤오미에게 고객은 ‘왕’이라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매개로 함께 놀면서 성장하는 ‘친구’라는 설명이다. 지난 4월 열린 미펀들을 위한 축제인 미펀제(米粉節) 하루 동안 온라인에서 팔린 샤오미 폰이 204만 대에 달했다. 작년 미펀제 실적(130만대)을 경신했다. 돈이 아닌 참여감으로 샤오미와 관시(關係·관계)를 구축한 ‘미펀 군단’이 샤오미 성장의 동력인 것이다.
 
―샤오미가 2011년 스마트폰을 내놓을 때 중국 시장은 이미 경쟁자가 넘치는 레드오션이었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 뭔가요.
 
“‘인터넷 휴대폰 업체’라는 새로운 포지셔닝을 했습니다. 인터넷을 통해 고객이 입소문 마케팅은 물론 연구개발과 AS에까지 참여하도록 한 건 중국은 물론 세계에서도 처음일 겁니다. 연구개발의 경우 전통적인 기업에서는 폐쇄적인 환경에서 이뤄졌지만 샤오미의 고객은 엔지니어 역할까지 하는 겁니다. 광고는 기본적으로 하지 않았고요. 하드웨어에 대한 이익 추구가 아니라 서비스 수익을 높이는 한켠 시종일관 높은 가성비의 제품을 추구한 게 효과를 봤습니다. “
 
―입소문 마케팅은 다른 회사들도 하는 게 아닌가요.
 
“입소문을 확산시키는 과정에 3가지 전략을 사용했습니다. 우선 마니아를 타깃으로 단순하고 실용적인 상품 개발에 힘썼습니다. 복잡한 사용법이 요구되는 디자인은 피하고 인간의 본성에 적합한 설계를 추구했습니다. 제품이 1이라면 마케팅은 0입니다. 제품이 별로면 0이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습니다. 둘째 전략은 직원과 고객의 관계 강화입니다. 고객을 친구로, 팬으로 만들기 위해 우선 직원들이 샤오미 제품의 팬이 되도록 했습니다. 샤오미 휴대전화의 팬을 직원으로 채용하기도 했습니다. 직원의 업무는 사장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나 개인의 실적을 올리는 게 아니라 고객의 피드백을 처리하는 것으로 규정했습니다. 임직원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는 게 마지막 전략이었지요.
 
이 같은 3가지 전략을 구현하기 위해 3가지 전술을 구사했습니다. 우선 제품 개발과 AS, 브랜드 홍보 마케팅 전 과정을 개방해 고객이 참여할 길을 넓혔습니다. 둘째 전술은 단순·효율·흥미·진실이라는 원칙 아래 소통 방식을 디자인하는 겁니다. 작년 2월 한국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가 종영하던 날 도민준과 천송이가 만날지를 놓고 치맥을 공짜로 직원들에게 준다고 공지했었습니다. 이 사실을 회사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알리고 치맥 관련 휴대폰 케이스를 출시했더니 순식간에 팔렸습니다. 입소문 자체를 이슈로 만들어 확산시키는 것도 전술의 하나였습니다. 샤오미에선 이를 3·3원칙이라고 부릅니다.”

샤오미는 매년 창립기념일(4월6일)을 전후로 미펀제(米粉節, 샤오미 팬을 위한 축제)를 열어 미펀들의 참여감을 높이고 있다.
샤오미는 매년 창립기념일(4월6일)을 전후로 미펀제(米粉節, 샤오미 팬을 위한 축제)를 열어 미펀들의 참여감을 높이고 있다. / 샤오미 제공

―팬 마케팅을 어떻게 생각해냈나요. 벤치마킹한 기업이 있습니까.
 
“샤오미의 창업자 8명 중 저와 레이쥔을 포함해 절반 이상이 소프트웨어 업체 출신입니다. 소프트웨어는 원래 개발자와 사용자 간 교류가 비교적 많습니다. 이를 하드웨어 개발에 적용한 것입니다. 만일 우리 창업자 모두가 하드웨어 개발 출신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식의 고객과의 교류는 없었을 겁니다. 레이쥔 회장은 어떤 회사의 제품이 좋으면 그 회사의 친구도 좋아할 것이고, 이를 자연스레 적극 홍보할 것이라는 간단한 이치를 강조해왔습니다. ‘친구들이 좋아할 휴대폰을 만들자’가 샤오미의 기본적인 이념입니다.”
 
―하지만 서비스 등에 실망한 고객이 악성 댓글을 달기도 할 텐데요.
 
“인터넷 시대에는 화내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과거 대기업은 부정적인 보도에 대해 광고 등으로 통제를 시도했습니다. 인터넷의 등장으로 경영자가 예전처럼 부정적인 소식을 모두 차단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진실한 소식을 원할 뿐입니다. 샤오미의 경영 원칙 중 하나가 ‘규정보다 자재를 덜 쓰는 식의 꼼수를 부리지 말자’입니다.”
 
―샤오미를 두고 아이폰 짝퉁(모조품)이라고 폄하하는 시각이 있는데요.
 
“애플이 지금 시대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의 벤치마킹 대상이라는 건 절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스마트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해 세계에서 가장 좋은 체험을 고객에게 선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소니도 그랬듯이 벤치마킹 대상은 시대마다 바뀝니다. 애플도 추월당할 겁니다. 샤오미든 화웨이든 중국 기업들이 추월할 것으로 봅니다. 중국 기업 모두에 기회가 있습니다.”
 
―샤오미가 기술보다는 마케팅에만 신경 써 한계에 부닥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마케팅이 뛰어난 건 맞지만 사람들은 종종 샤오미의 기술력, 특히 소프트웨어 실력이 좋다는 사실을 놓치곤 합니다. 샤오미가 창업하고 가장 먼저 한 게 스마트폰 운영체제 MIUI 개발입니다. 처음엔 MIUI 개발에 참여한 마니아 고객이 100여 명이었지만 1년 뒤 50만 명으로 늘었습니다. 당시 샤오미폰이 없어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깔아서 테스트를 했지만, 미펀들은 돈 한 푼 안 받으면서도 열성적으로 참여했습니다. 초기 개발에 참여한 미펀들의 입소문 전파 능력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주변 사람들이 스마트폰 등을 살 때 먼저 물어보는 디지털 기기 마니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소문의 최대 원천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입니다. 샤오미는 소프트웨어 회사지 하드웨어 회사가 아닙니다.”
 
―성공한 IT 기업 가운데 몰락한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이 지속 가능할까요.
 
“샤오미는 이제 막 성공의 길에 들어선 기업입니다. 모든 기업은 큰 기업이 될 때 관료주의라는 문제에 직면합니다. 샤오미는 처음부터 구글처럼 중간관리층을 없애고 작은 팀으로 이뤄진 수평적인 조직 구조를 만들었고 앞으로 직원이 1만명(현재는 8000여명)이 되더라도 조직구조는 영원히 바뀌지 않을 겁니다. 더 많은 이익을 직원에게 주는 시스템도 만들었습니다. 입사를 하면 모든 직원이 주식을 받는 종업원 지주제를 시행 중입니다. 당신도 샤오미 입사를 추천해달라고 내게 부탁해보세요. 샤오미 주식을 받을 수 있어요(웃음). 옆의 직원이 게으르면 아마 욕을 하게 될 겁니다(웃음). 샤오미는 고객과 직원을 모두 존중합니다.”
 
―샤오미의 성공 모델이 해외에서도 통할까요. 한국에는 언제 진출할 생각입니까.
 
“샤오미는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공급하는 경쟁력으로 성공했습니다. 모든 나라의 사람들에게 통하는 이치입니다. 우선 인도와 브라질에 진출한 건 시장이 크기 때문입니다. 한국과 미국 등의 진출 시간표는 아직 없습니다. 샤오미는 성장이 빠르지만 아직 작은 회사여서 점진적으로 해외에 진출할 계획입니다.”
 
―특허 문제가 해외 진출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있는데요.
 
“오해가 있는데 화웨이 등 많은 업체가 스마트폰을 만든 건 몇 년이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샤오미는 특허출원도 꾸준히 하고 있고 특허를 매입하는 펀드에 투자하기도 했습니다. 샤오미는 창업할 때부터 특허 확보를 매우 중시해왔습니다. 특허 획득 속도가 아주 빠릅니다. 그래서 특허가 해외시장 진출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는 보지 않습니다.”
 
―한국의 젊은 창업가들에게 조언을 해주신다면.
 
“‘각도를 바꿔 보면 세계는 더 아름다울 수 있다’가 제 사진 전시회 주제입니다. 창업할 때 부(富)의 획득보다는 경험 획득을 더 중시했으면 합니다. 중년 이후엔 부가 중요해지지만 젊은 시절엔 실패하더라도 경험이 더 중요합니다. 제가 만난 미국의 한 벤처캐피털은 2~3차례 실패한 기업인에게만 투자한다고 합니다. 실패에서 배운다고 믿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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