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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라진 온 국민 묶은 ‘명량’ 앞에서 묻자 “우리 팀원 5명은 나를 믿고 따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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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 HR,자기계발

현재 우리나라에는 스스로의 정체성을국민이라 여기는 노년층과시민으로 느끼는 중년층, ‘소비자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젊은 세대가 뒤엉켜 있다. 우리는 모두 이 시대와 세대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심하며 살고 있다. 영화명량열풍은 이런 고심의 바다 위에 일자진처럼 다시 등장한다. 이순신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훌쩍 뛰어넘는다. ‘명량이라는 영화를 보고 위대한 정치 지도자나 리더의 출현을 기다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어느 조직에서든 리더 역할을 한다. 기업 내에서 서너 명의 팀을 꾸린 팀장도 분명 리더다. 세계적인 기업 구글에서는팀장의 중요성에 집중해 다양한 평가를 시도하고 있을 정도다. 자신과 끝까지 함께할 참모와 동료들이 있는지, 자신을 롤모델로 삼을 정도로 사람들이 자신을 믿고 있는지 모두가 자문해 볼 때다.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이순신 흥행돌풍

이순신은 죽어서도 강하다.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수많은 관람객을 몰고 다닌다. 영화명량은 역사상 최단기간에 누적 관객 수 1위를 갈아 치웠다. 이순신을 다룬 소설 <칼의 노래>는 진작 100만 부를 넘겼다가명량개봉 이후 다시 주문량이 크게 늘고 있다. 2005년 방영된 TV 드라마불멸의 이순신은 그해 방송대상 최우수작품상, PD들이 뽑은 드라마 작품상, 방송위원회 대상을 휩쓸었다.

 

‘명량’의 흥행 이유를 이순신의 리더십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1000만을 넘긴 영화 중에는변호인광해처럼 역사적 리더를 다룬 작품이 많다. 한국 사회는 공적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가 낮다. 정부 시스템이나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이다. 시스템에 대한 불신은 팽배한데 믿을 만한 리더는 보이지 않는다. 리더를 자칭하는 사람들은 넘쳐나는데 진정한 리더는 보기 어렵다.

 

‘명량’의 흥행에는 남성과 중장년의 역할이 크다. 예매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명량 20 20%, 30 29%, 40대 이상이 48%를 차지했고, 특히 남성 관객들의 비중이 높았다. 전체 예매량에서 남성 관객의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40(13.2%), 30(12.3%), 20(11.1%) 순으로 연령이 높을수록 더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40대 이상 관객들은이순신이 주인공이란 점을 관람 이유 1순위로 꼽았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417년 전의 명량해전에서 무엇을 얻고 싶은 것일까?

 

그림 1 영화명량포스터

 

 

우리 시대의 자화상

우리는 새로운 공화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컨설턴트 박성민의 진단이다. 1950∼60년대는 전쟁을 겪으면서 생존과 가난을 극복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1970∼80년대는 부당한 국가 권력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일궜다. 1990∼2000년대는 진보가 주도했지만 경제에 대해서는 신임을 얻지 못해 CEO 출신으로 경제 해결을 시도했다. 2010년대 시장과 국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자 정의란 무엇이고 국가란 무엇인지 근본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가 새로운 공화시대라 규정한 배경이다.

 

박성민 컨설턴트가 진단한 세대의식은 연령대별로 뚜렷한 정체성을 보인다. 60대 이상의 정체성은국민이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는 자부심이 있다. 국가에 대한 권리보다는 의무를 중시하며 희생을 감수한 세대다. 40∼50대는 시민의 시대를 열었다. ‘우리가 대한민국을 바꿨다는 의식을 갖고 있다. 권리와 의무를 동등하게 여기고, 권위주의를 거부하며, 국가가 해야 할 것과 국민이 해야 할 바를 구분한 세대다. 20∼30대는 가난, 독재, 억압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소비의 시대를 살고 있다.

 

우리는국민’ ‘시민’ ‘소비자가 한데 부대끼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세대별로, 이념별로 찢어져 좀처럼 상대방을 잘 인정하지 않는다. 대한민국의 정치를 보면 특정 정당을 무조건 지지하는 35%와 그 정당을 무조건 반대하는 30%, 그 중간에서 선택적으로 지지를 바꾸는 35%가 대권을 좌우한다. 대통령은 지지율 50% 언저리에서 아슬아슬하게 당선된다. 모두가 승복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려면 75%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주장의 배경이다.1)

 

우리는 다시 우리의 시대와 세대와 자신의 위치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 가정에서, 일터에서, 사회에서 저마다 다양한 문제들과 대면하며 살아가고 있다. 영화명량열풍은 이런 고심의 바다 위에 일자진처럼 다시 등장한다. 이순신은 진보 대 보수라는 이념의 스펙트럼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민·시민·소비자라고 구분한 세대별 정체성의 칸막이도 뛰어넘는다. 자판기와 에스프레소 커피 사이를 갈라놓은 문화적 취향도 뛰어넘는다. 이순신은 이 시대에 75%의 지지를 뛰어넘는 극소수의 리더일 것이다.

 

1) 박성민, 정치의 몰락, 민음사, 2012, PP. 93∼132


현실 속의 리더십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30∼40대 직장인을 대상으로직장 상사의 리더십에 대해 물었다. 흥미로운 대목은카리스마에 대한 평가다. 직장 상사에게 필요한 리더십의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46.6%팀원과의 수평적 소통관계를 꼽았다. 이어효율적인 업무 추진력’(39.3%), ‘팀원을 이끄는 강력한 카리스마’(12.6%)가 뒤를 이었다. 상사 리더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역량 두 가지였다. 카리스마가 리더십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위태로운 처지다.

 

30∼40대 직장인의 상사관은 이중적이다. 86.8%직장 상사 때문에 이직을 고민한 경험이 있다’. 반면직장 상사를 롤모델로 삼고 싶다는 응답은 76.4%로 나타났다. 한발 더 나아가 응답자의 71.3%직장상사가 새로운 비즈니스를 준비하면서 함께 가길 원할 때 따라가겠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자기 때문에 이직을 고심하고 있는 부하직원들로 둘러싸인 상사는믿을 만한 부하직원이없다며 우울해 한다. 자신을 믿고 어디든 따라가겠다는 부하직원들로 둘러싸인 상사는 행복감과 자존감을 확인하며 일한다. 누군가는 부하들을 내쫓기 바쁘고, 다른 누구는 함께 이루기 위해 바쁘다.

 

사진 1 구글 인사담당 수석 부사장 라슬로 벅

사진: Western CUNA 경영대학

 

구글은 전사적으로 리더십에 관한 빅데이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구글 창업 이래 임직원을 채용할 때 확보한 모든 데이터와 역대 성과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초점은 어떤 매니저와 일할 때 가장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 내는지였다. 구글 인사담당 부사장 라슬로 벅(Laszlo Bock)에 의하면 구글 직원들은 평균 6명이 한 팀으로 일하며 매니저 한 명이 팀을 총괄한다. 구글 리더십 빅데이터 프로젝트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팀원들이 행복감을 느낄 때 가장 높은 업무성과가 확보된다는 점이다.

 

팀원들의 행복감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존재는 팀장이었다. 구글은 회사 내부에좋은 매니저나쁜 매니저가 있다고 밝혔다. 리더십에 대해 팀원들이 가장 크게 반응하는 요인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예측가능성과 공정함이다. 구글은 매년 두 차례 팀원들에게 평가질문 12∼18개로 팀장을 평가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가장 중요하게 물어보는 질문이 있다. ‘당신은 지금의 매니저와 일할 때 행복합니까?’ 매니저들이 긴장하는 이유다. 구글 인사부서의 분석에 의하면 팀원들에게 불행감을 안겨주는 리더는 일관성 없고 불공정한 팀장들이다. 구글 최고인사책임자의 역할은나쁜 매니저는 없애고좋은 매니저를 늘리는 것이란다.2)

 

세상이 힘들고 일이 어려워도 훌륭한 리더를 만나면 우리는 그 와중에도 행복감과 보람을 느낀다. 아무리 좋은 연봉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주어져도 불공정하고 예측불허의 상사를 만나면 회사를 떠나고 싶어진다. 인생을 걸고 서로 믿고 따르는 특별한 관계는 위대한 역사적 인물에게만 발견되는 것이 아니다. 축구감독과 선수 사이, 작은 식당 주인과 종업원, 짧은 기간 동안 가동되는 태스크포스팀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특별한 시대, 특별한 인물, 특별한 조건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어쩌면 우리의 일상, 자잘한 업무 속에서도 발견되고 구현되고 있다. 우리 모두는 훌륭하고 좋은 리더에 목마르기 때문이다.

 

동상에서 일상으로

이순신은 눈물이 많았다. 장면을미년(1592) 정월 초하루촛불을 밝히고 혼자 앉아 나랏일에 대해 생각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눈물이 흐른다. 장면을미년 7월 초하루인종의 제삿날이라 공무를 보지 않고 홀로 다락에 기대어 있었다. 내일은 부친의 생신이신데 슬픔과 그리움을 가슴에 품고 생각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떨어졌다. 또한 나라의 형세를 생각해보니 위태로운 것이 아침이슬과 같다. 안으로는 정책을 결정할 만한 동량 같은 인재가 없고 밖으로는 나라를 바로잡을 주춧돌 같은 인물이 없으니 (중략) 마음이 어지러워서 종일토록 뒤척거렸다.

 

장면③ 정유년(1597) 9 11홀로 배 위에 앉았으니 어머님을 그리워하는 생각에 눈물이 흘렀다. 천지 사이에 나 같은 자가 또 어디 있겠는가? 장면정유년 10 14-(아들의 전사 소식을 듣고) 나도 모르게 간담이 떨어져 목놓아 통곡하였다. 하늘이 어찌 이처럼 어질지 못한 것인가? 간담이 불에 타고 찢어지는 듯하다. (중략) 내 아들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이제 내가 세상에 살아 있은들 끝내 누구를 의지할 것인가? 너를 따라 죽어서 지하에서 같이 지내고 싶지만 네 형, 네 누이, 네 어미도 의지할 곳이 없으니, 아직은 참고 연명한다마는 마음이 죽고 형상만 남은 채 울부짖을 따름이다. 하룻밤을 지내기가 1년과 같다.

 

그간 이순신 장군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광화문의 거대한 동상이다. (사진 2) 동상 속의 이순신은 무거운 갑옷을 입고, 커다란 칼을 차고, 근엄한 표정으로 세상을 굽어보고 있다. 비장한 항우, 과묵한 관우, 비상한 제갈량의 모습이 뒤섞여 있다. 민음사가 발행한

<난중일기(2010)>에는 곳곳에 눈물 그렁그렁한 이순신이 등장한다. <난중일기>에는 시대적 책무와 개인적 실존 사이에 놓인 한 인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순신은 혼자 있을 때 울었다. 그는 주로 다락이나 골방에서 울었다. 전쟁을 수행 중인 해군 사령관이지만 골방에 들어가 엉엉 울곤 했다. 그를 울게 만드는 사람은 아버지, 어머니, 아들, 부하, 그리고 백성들이었다.

 

사진 2 광화문 이순신 동상

출처: Flickr 제공자 Bojana Cerek

 

2) In Head-Hunting, Big Data May Not Be Such a Big Deal, New York Times, 2013.06.19

 

운명의 출정전야(出征前夜)

골방이 눈물의 공간이라면 명량은 운명의 공간이다. 명량해전 하루 전날 작전회의는 삼엄하고 비장했다. 칠천량 해전에서 궤멸하다시피 한 조선수군에게 남은 12척의 전선으로 330척의 적선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이순신 휘하에 배치된 병사였다면 도망가지 않고 다음날 벌어질 싸움을 준비했을까? 질문조차 쉽지 않은데 대답이 나오겠는가?

 

명량해전은 1597 916(양력 1025)에 치른 전투다. 하루 전 <난중일기>를 보자. “915일 맑다. 수가 적은 수군으로써 명량을 등지고 진을 칠 수 없다. 그래서 진을 우수영 앞바다로 옮겼다. 여러 장수들을 불러 모아 약속하면서 이르되, 병법에 반드시 죽고자 하면 살고, 살려고만 하면 죽는다고 했으며, 또 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사람이라도 두렵게 한다고 했음은 지금 우리를 두고 한 말이다. 너희 여러 장수들은 살려는 생각은 하지 마라. 조금이라도 명령을 어기면 군법으로 다스릴 것이다라고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명량해전에 대한 이순신의 전략이 이미 준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량을 등지고싸우지 않겠다는 대목과한 사람이 길목을 지키면 천 사람이라도 두렵게만들 수 있다는 장면이다. <지도 1>은 국립해양연구원이 제공하는 해양공간정보시스템(KOOFS)의 조류정보서비스에서 확보했다. KOOFS는 대한민국 주요 해역의 조류속도를 10분 단위로 파악할 수 있고 확대 축소가 자유롭다. 이 지도는 명량해전이 치러진 양력 1025일에 맞춰 가장 최근 정보를 취합한 것이다. 1597 10 25일 명량의 조류를 짐작해볼 수 있다.

 

지도 1 명량해협 조류속도 변화지도 2013.10.25 13∼18

국립해양연구원 수치조류도

 

망원경과 현미경처럼 <지도1> <지도2>를 넘나들며 들여다보자. <지도 1>을 구성하는 첫 번째 지도는 그날 13시 조류의 방향과 속도를 보여준다. 명량을 중심으로 남동바다의 조류가 북서쪽으로 거세게 흘러간다. <지도 2>에서 왜군 330척 중 선발대가 명량해협 안으로 미끄러지듯 흘러 들어온다. 남아 있는 전선이 12척밖에 되질 않지만 상대는 이순신이다. 무턱대고 밀고 나갈 수는 없었으리라. 조류를 따라 속도를 조절하며 100여 왜선이 명량해협 안으로 들어왔다.

 

지도 2 명량해전 가상 인포그래픽스

 

 

<지도 1>에서 15시에 해당하는 지도를 보면 남동쪽에서 북서쪽으로 흐르던 조류는 현저히 속도가 줄어들었다. 왜군 330척의 출정항은 어란진으로 명량해협에서 30㎞ 떨어진 해남 땅끝마을 쪽이다. 새벽 일찍 출발해서 계속 명량으로 거대한 선단이 도열하며 진입했을 것이다. <지도 1>에서 북서쪽 조류가 명량을 지나 남동쪽으로 역류한 시간은 17시다. 명량해협은 300m 폭으로 위치에 따라 이미 16시를 전후로 역류가 시작됐을 것이고 <지도 2>의 일자진이 역공을 취하는 시점은 바로 서해쪽으로 흘러가던 물이 남해안 쪽으로 거세게 역류를 시작한 시점이었을 것이다.

 

이순신의 사람들

이순신의 업적은 홀로 이룬 것이 아니다. 이순신은 수많은 지휘관과 병사들과 운명을 함께했다. 가장 대표적으로 네 명의 장수만 살펴보자. 정운(鄭運)은 이순신의 2년 연상이자 군 선배였다. 그는 용맹스럽고 어떤 어려운 전투에도 물러섬 없이 선두에서 모범을 보였다. 전란 초기 이순신은 정운과 의기투합하며 함께 술도 자주 마시고 무기도 점검하며 운명을 같이했다. 정운은 이순신이 수군절도사로 임명되자내가 의귀(依歸)할 곳을 얻었다. 그를 위해 죽는다면 다행이겠다”며 기뻐한다. 둘은 서로 존경하고 의지했다. 부산포 해전에서 정운이 전사하자내 팔이 하나 잘려나가는구나라며 이순신은 통곡을 참지 못했다.

 

정걸(丁傑)은 이순신보다 31살이나 더 많은 노련한 해군제독이었다. 1572년 경상우도 수군절도사를 시작으로 전라좌도 수군절도사, 절충장군, 전라도 병마절도사, 전라우도 수군절도사 등 수군의 요직을 두루 역임한 뛰어난 장수였다. <난중일기>에는 정걸이 무려 29번이나 등장한다. 그만큼 이순신이 여러모로 전략과 군대 운영에 대해 자주 상의하고 지혜를 얻었던 참모였다. 정걸은 이순신이 담당한 해역인 전라도 바다에서 태어났고 전라좌수사를 먼저 지냈기 때문에 바다의 사정이나 지역 특징에 대해 다방면으로 정책자문을 했을 것이다.

 

1591년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 임명되자 거북선 연구를 하던 나대용(羅大用)이 여수 좌수영으로 이순신을 직접 찾아간다. 당시 조선의 주력함선은 판옥선이었다. 판옥선은 갑판이 열려 있어 전투요원들이 적에게 노출된다. 판옥선의 뚜껑을 덮고 총포를 발사하도록 설계한 것이 거북선이다. 뛰어난 엔지니어 나대용은 이순신에게 발탁돼 무기와 전선 제작에 참여했다. 전략전술에도 뛰어났던 나대용은 전투 중 총상을 입고 회복하지 못한 채 끝내 전사했다.

송희립(宋希立). “나의 죽음을 알리지 말라는 명령을 듣고 이순신의 갑옷으로 갈아입고 마지막까지 이순신을 가까이에서 보필한 장수다. 송희립을 제1참모로 여기는 것은 이순신의 옆에는 항상 그림자처럼 송희립이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송희립 없는 이순신은 늘 고독과 외로움에 지쳐 있는 장수였을지도 모른다.

 

이순신의 주변에는 당대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들었다. 31년 연상의 아버지뻘 대선배를 자문역으로 삼아 지혜를 얻고, 대등한 역량을 가졌던 2년 선배 정운의 용맹을 얻었으며, 뛰어난 공학자 나대용의 자발적 참여와 한없이 충성스런 송희립을 항상 곁에 뒀다. 이순신의 어떤 면이 이들을 따르도록 했을까? 정운, 정걸, 나대용, 송희립이 그토록 함께하고 싶었던 이순신의 자질과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사진 3 세종대왕 광화문 동상

출처: Flickr 제공자 bolotin

 

알아보고 구하고 하나되는가?

세종에게도 리더십은 어려운 숙제였다. 그가 얼마나 이 문제에 대해 고민을 했는지 과거시험 문제로 출제했을 정도다. 세종 29(1447) 문과별시 문제를 직접 출제했다. “임금이 인재를 제대로 쓸 수 없는 경우가 세 가지 있다. 첫째, 임금이 인재를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다. 둘째, 인재를 알아도 쓰려는 마음이 절실하지 못한 경우다. 셋째, 인재와 뜻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다. 인재를 알아보지 못한 임금과 뜻이 통하지 않는 인재가 서로 만나는 것은 마치 맹인 두 사람이 만나는 것과 같다.”

 

지금 기준으로 A4 석 장 분량의 출제문에는 임금의 고뇌가 서려 있다. “인재의 종류는 대략 다음과 같다. 1) 총명하고 재주 있으나 탐욕스런 사람 2) 성실하고 지조 있으나 마음은 부드러운 사람 3) 일 처리를 잘하나 일벌이기를 좋아하는 사람 4) 어리석고 사려 없고 학문이 없으나 정직한 사람 5) 적을 물리칠 수 있는 위엄이 있으나 늘 자신을 단속하는 사람 6) 학문을 좋아하고 착하나 자기만 옳고 자기 재능만 믿는 사람 7) 자기 고집이 강하지만 아는 것이 없는 사람 8) 정직하고 지조 있고 청렴하나 재능이 없는 사람 9) 재물을 탐하고 여색을 밝히며 끊임없이 재물을 긁어 들이면서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사람 10) 온갖 일을 총괄하면서도 날마다 혁신하는 사람 11) 두려운 것이 없고 주관이 뚜렷한 사람 12) 바쁘게 일하지만 은총과 영예를 조심하는 사람 13) 거들먹거리고 큰소리치면서 혼자 유능한 체 하는 사람 14) 목숨도 아끼지 않고 나라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힘을 다하는 사람 등이다. 이처럼 인재의 종류는 다 말하기가 어렵다.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인재를 분별하는 방법은 무엇인가?”

 

세종은 답안지의 변별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는지 14가지 인재유형에 대해 일부러 상세히 서술하고 있다. 어떤 답안지가 장원급제 했을까? 강희맹이 낸 답이 으뜸에 올랐다. “세상에 완전한 재능을 갖춘 사람은 없지만 적합한 자리에 기용한다면 누구라도 재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다 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 일을 잘 처리하는 사람이 유능한 사람입니다. (중략) 단점을 버리고 장점을 취하면 탐욕스런 사람이나, 청렴한 사람이나 모두 부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점만 지적하고 허물만 적발한다면 현명하고 유능한 사람이라도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미 세종은 인재선발의 귀재라 불릴 만한 최고의 리더였다. 어쩌면 과거시험이라는 국가 공식 행사를 통해 리더십에 관한 공식적인 문제제기와 모범답안을 후세에 남기려 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세종의 리더십에 관한 관점에서 가장 놀라운 대목은 인재에 관한 문제의 초점을 상대방인 신하와 부하에게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임금인 자신이 인재를 알아보고, 절실히 구하고, 의견 차를 조정하려고 노력하는지 반문하고 있다.

 

이미 세종은 젊은 선비들의 빗발치는 반대 상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인재들을 발탁해 탁월한 업적을 남기도록 이끈 바 있다. 예를 들어, 끝까지 세종의 임금 즉위를 반대했던 황희는 양녕이 임금이 돼야 한다고 격렬하게 간언하다가 태종 이방원에 의해 귀양까지 갈 정도였다. 뿐만 아니라 사위의 뇌물사건, 본인의 간통사건 등에 연루돼 반대의견이 심각했다. 세종은 황희의 단점 너머 장점을 중시했다. “공을 세워 허물을 덮게 하라.” 세종의 결정은 궁지에 몰렸던 황희를 청백리 명재상으로 거듭나도록 이끌었다.3)

 

3) 박현모 <세종처럼소통과 헌신의 리더십> 미다스북스, 2013, pp. 157∼173


리더는 부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순신은 애초 문과 지망생이었다. 이순신의 사람됨을 알아본 무관 출신 장인 어른의 권유로 무과로 진로를 바꿨다. 공직자로서 그의 출발은 인상적이지 못했다. 이순신이 무과에 급제할 때 모두 29명이 뽑혔는데 이순신의 성적은 12등이었다. 같은 시험에서 서울 출신 문명신과 박종남이 각각 1등과 2등에 올랐다. 1∼3등은 종7, 4∼8등은 종8, 9등 이하는 종9품을 주었다.

 

시험성적이 우수했던 박종남은 훗날 이순신의 휘하에 종군했다. 선조 29년 지방현감을 맡았던 박종남은 업무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사헌부의 파직 요청으로 징계를 받게 된다. 환란을 만나 이순신은 나라를 구했지만 무과에 합격할 때 우수한 성적을 보인 인재들이 모두 뛰어난 결과를 증명한 것은 아니었다.4)

 

리더십은 지위나 특권이 아니라 책임이다. 뛰어난 리더는 늘 엄격하다. 일이 잘되지 않더라도 실패를 다른 사람의 잘못으로 돌리지 않는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부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사이비 리더는 부하를 겁낸다. 그들은 뛰어난 부하를 쫓아내는 데 바쁘다. 뛰어난 리더는 강력한 부하를 필요로 한다. 부하를 격려하고 전진시키며 자랑으로 여긴다. 부하의 실패에 최종적인 책임을 지기 때문에 부하의 성공을 위협으로 여기지 않고 자신의 성공으로 여긴다.

 

훌륭한 리더는 본인이 자만심이 강하건, 겸손하건, 열등감을 가지고 있건 주위에 유능하며 독립심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들로 가득하며, 부하를 격려하고 칭찬하며 승진을 시킨다. 뛰어난 리더는 자신이 퇴임하거나 죽을 때 조직이 붕괴하는 것이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또한 진정한 리더는 인간의 에너지와 비전을 창조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5)

 

리더는 다시 태어나는 사람

뛰어난 리더에게는 남다른 유전적 요소가 있을까? 한평생 리더십을 연구해온 워렌 베니스는리더는 타고난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고 믿는다. 리더는 저마다의 환경 속에서 저마다의 방식으로 계속해서 성장하고 평생을 통해 발전한다. 모든 사람이 리더십의 자질을 가지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리더는 우선 자신이 리더가 되고자 열망하는 경우에 성장이 시작된다.6)

 

세종은 왕이 될 목표 없이 공부하고 세상을 고민하다 위대한 왕으로 발전했다. 서른둘에 겨우 무과에 합격해 미미한 관직으로 시작한 이순신은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했다. 왕이 되거나 사령관이 되지는 않을지라도 우리는 리더십에 대해 하루하루 고민하며 살아간다. 세월호의 침몰하는 배에서 본능적으로 도망쳐 나온 선장과 본능적으로 학생들을 구출하다 목숨을 내던진 선생님과 어린 친구들을 보게 된다.

 

그저 그런 정치인은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훌륭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위해 노력한다. 그저 그런 사장은 자신이 뽑은 임직원 욕하느라 바쁘고, 훌륭한 사장은 장점들을 엮느라 바쁘다. 그저 그런 상사는 자신의 이익부터 챙기고, 훌륭한 상사는 회사와 부하직원의 미래부터 챙긴다. 그저 그런 리더는 가까운 사람부터 멀리 내쫓고, 훌륭한 리더는 먼 곳에서도 인재들이 찾아온다.

 

나라의 크기는 물리적 영토가 아니라 지도자의 크기에 비례한다. 박성민 컨설턴트에 의하면 현재 대한민국 리더십의 영토는 제주도 면적에 머물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순신 리더십은 죽어서도 적국이었던 나라에서조차 존경의 대상이 됐다. 이순신은 영화 속에 다시 나타나 나와 같이 그저 그런 삼류 리더에게 천자총통을 쏘며 정신을 뒤흔든다. 이순신은 죽어서조차 강하다.

 

4) 김헌식 <이순신의 일상에서 리더십을 읽다> 평민사, 2009, pp. 19∼38

5) 피터 드러커 <실천하는 경영자> 청림출판, 2005, p. 214

6) 워렌 베니스 <리더> 김영사, 2008, p. 54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과학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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