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그냥 "나쁘다"라는 비판은 나쁘다… 문제를 못 보는 것이...

[Weekly BIZ] 그냥 “나쁘다”라는 비판은 나쁘다… 문제를 못 보는 것이 진짜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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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팀 하포드 “실패를 연구하고 직설적으로 비판하라”

미국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최근 가혹한 조직 문화로 구설에 올랐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지난 8월 아마존의 기업 문화를 집중 보도했는데, 아마존이 회사 성장을 위해 직원들을 극한 상황에 몰아넣고 있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특히 피도 눈물도 없는 비판 문화가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회의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끌어내기 위해 직원들끼리 비판을 부추겨, 회의가 끝나면 책상에 얼굴을 감싸고 울먹이는 직원들이 숱하다는 것이다.

경제학자이면서 파이낸셜타임스(FT)의 시니어 칼럼니스트인 팀 하포드(Harford·42·사진)의 생각은 좀 달랐다.

“아마존의 기업 문화가 완전히 잘못됐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서 완벽한 해답이 존재하기는 어렵습니다. 오류와 실패를 바로잡고 계속해서 환경에 적응해 갈 수 있는 개인과 조직만이 결국 살아남을 것입니다.”

팀 하포드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단어는 ‘실패’와 ‘비판’이었다. 하포드는 어려운 경제이론을 적절한 비유와 실제 사례를 들어 알기 쉽게 설명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경제학 콘서트’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경제학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실패를 들여다보고 비판을 통해 문제점을 바로잡는 것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포드는 지난 2008년에 발발한 글로벌 금융위기를 실패의 큰 사례로 꼽았다. 실패 가능성을 점검하지 않은 금융시스템이 세계 경제에 큰 재앙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도 유로존의 실패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시스템이기 때문에, 해결이 어렵다고 봤다. 그는 “수많은 경제 주체들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에, 실패가 일어나지 않도록, 확산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다수 사람들은 실패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꺼리고, 비판을 주저한다. 하포드는 “실패를 외면하고 비판을 멀리할수록 경제적 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성공하는 것만큼이나 실패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패를 피하는 것도 성공 전략

―실패를 통해 배울 것이 많다는 이야기는 사실 전혀 새롭지 않습니다만.

“인정합니다. 그런데 실패를 배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여전히 잘 모르고 있습니다. 서점에 가면 애플, 아마존, 테슬라처럼 성공한 기업에 관한 책들이 잘 팔립니다. 그런데 실패에 관한 책은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특정 개인이나 기업이 크게 성공하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성공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 못지않게, 실패의 확률을 줄이는 것도 성공의 한 전략인 셈입니다.”

―실패를 연구한다면, 정말 실패를 피할 수 있을까요?

“최근 ‘저널 오브 마케팅 리서치’에 실린 논문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경영학 교수들로 구성된 연구집단은 100개가 넘는 체인점을 가진 편의점 기업으로부터 고객 데이터를 수집했습니다. 이 자료는 10만명 이상의 고객이 1만개의 신제품에 대해 1000만건 이상 거래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 편의점에 있었던 상품의 40%는 3년 후 더 이상 가게에 진열되지 않는 ‘실패작’이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실패작을 사는 사람들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실패작으로 분류되는 상품을 구매했습니다. 가령 요구르트 냄새가 나는 샴푸를 산 사람이, 후추향이 나는 세안액을 같이 산다는 것입니다.”

―실패하는 상품만 고르는 소비자가 있다는 얘기군요. 대다수 기업들은 오히려 유행에 민감하고 해당 상품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에게 주목하지 않나요?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를 전문적인 용어로 선도 사용자(lead user)라고 부르죠.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에릭 폰 히펠 교수는 기업은 소비자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선도 사용자들을 살펴보고, 그들이 원하는 것을 알아낸 뒤 신상품의 상업성을 평가해 대량 생산할 것을 주장했습니다. 물론 이 말도 맞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상품이 망할 것을 예측하는 능력을 가진 소비자들을 연구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장사가 안 되는 상품을 알아보는 것도 능력 아닌가요(웃음). 망할 상품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니까요.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공개석상에서 실패하는 것보다는 조용한 사무실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여러모로 손실이 적습니다.”

Corbis/토픽
Corbis/토픽

비판의 기술, 더 직설적으로 말해라

―실패를 바로잡으려면 비판이 필요합니다.

“아마존 같은 기업 문화에 익숙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그래서 아마존에 대한 비난이 유독 거센 것 같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잘했어’, ‘훌륭해’와 같은 특별한 정보가 들어 있지 않은 칭찬을 받는 데 익숙합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정보가 담겨 있는 피드백을 자신에 대한 비난이라고 여기는 경향이 있습니다. 비판을 불편해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아마존의 어떤 직원은 인사를 앞두고 보스에게서 연간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업무를 처리하는 데 능숙하지 못하다는 피드백을 들었습니다. 보스는 직원의 부족한 점을 계속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직원이 해고 가능성을 생각하기 시작할 때, 보스가 ‘축하해, 승진했어’라고 말해서 해당 직원이 깜짝 놀랐다고 합니다. 해고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아마존 직원의 이야기가 의미하는 바가 있습니다. 앞에서 언급됐던 아마존 직원은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마치 해고의 근거처럼 느낀 것입니다.”

―비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문제네요.

“맞습니다. 회의 시간에도 비슷한 문제가 생깁니다.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이 싫어 솔직하게 말을 하지 못합니다. 누군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 자체를, 특정인에 대한 비난으로 여기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회의 자리에서 이견을 제시하지 않거나, 합리적인 결정을 미루는 경우가 자주 목격됩니다.”

―제대로 된 비판이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손해가 크다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가 하나 있습니다. 실제로 서로 호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있으면 합리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거나, 적시에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내용입니다.

1990년대 중반 브룩 해링턴(Harrington)이라는 사회학자가 미국 캘리포니아의 투자클럽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모여 투자 가능한 주식에 대해 연구하는 모임이었는데, 해링턴은 친구들끼리 모인 클럽과 사회적 유대가 없는 사람들이 모인 클럽 사이에 놀랄 만큼 뚜렷한 차이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로 모르는 사람으로 구성된 투자클럽이 훨씬 더 좋은 투자 결정을 했고, 높은 수익률을 올렸습니다. 안면이 없는 사람으로 구성된 클럽에서는 특정 주식 투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주식에 대한 연구 결과는 클럽 멤버끼리 공유됐고, 내용이 부실할 경우에는 서로 지적할 수 있었습니다. 마치 아마존 같았죠. 반면 친구들끼리 모인 클럽은 전혀 달랐습니다. 해당 클럽에 속한 사람들은 좋은 투자 결정을 하는 것보다 친구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더 중시했기 때문입니다.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기 위해 상대방을 비판하는 것은 종종 관계를 어색하게 만듭니다. 친구 그룹은 어색하고 불편한 상황이 싫어 어려운 결정을 뒤로 미뤘고, 결과적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곤 했습니다. 투자 성적도 상대적으로 저조했습니다.”

―어떤 비판이 좋은 비판인가요?

“비판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식 공유 강연회를 여는 비영리재단 테드(TED)를 통해 강연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날 유럽 지역의 테드 강연을 기획하는 브루노 기사니(Giussani)가 청중으로 와 있었습니다. 저는 혁신에 관한 내용을 강연했습니다. 강연이 끝난 후, 많은 청중들이 ‘좋은 강연이었다’ ‘정말 인상적이다’ ‘유용한 내용이었다’ 라는 칭찬을 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기분은 좋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피드백이었습니다. 그때 기사니씨가 오더니 강연에서 언급했던 사례들이 영국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만,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는 낯선 사례이니 연설할 때 그림이나 사진을 보여주는 것이 좋겠다는 조언을 했습니다. 정말 구체적인 지적이었습니다. 제가 실수를 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판에 구체적인 사실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그렇습니다. 기사니씨의 비판은 사실이 담겨 있었고, 요점이 명확했습니다. 제가 마음이 상할 일도 없었고, 오히려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포츠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아, 좋아’라고만 말해도 도움이 안 되고, ‘안 돼, 안 돼’라고만 말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됩니다. 스포츠 코치들은 매우 구체적으로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것을 고칠 것을 요구합니다. 그런데 직장에서는 어떻게 하나요? 보고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글쎄’라고 말하거나, ‘이것보다 더 잘할 수 있잖아’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비판은 도움이 되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상하게 합니다. 그리고 당사자에게 필요한 정보도 주지 못합니다.”

―비판을 할 때 또 주의할 점이 있다면요?

“감정이나 느낌을 담지 마세요. 조직을 관리하는 입장에서는 직원들을 달래고 격려해서, 불필요한 갈등이 일어나지 않는 편이 편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회의 시간은 화기애애하고, 직원에 대한 피드백은 좋은 미사여구로 채워지겠죠. 쓸모없는 것들입니다. ‘좋다’ ‘나쁘다’ ‘별로다’는 사실 비판의 요점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사실을 가리는 미사여구, 감정적인 단어를 모두 제외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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