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한번 입어보세요" 잠깐이라도 갖게 되면 애착이 생긴다

별도의 수고가 들지 않도록 고안한 실험이라 거래비용은 거의 무시해도 될 상황이었다. 셋째 그룹에는 두 가지 물건 중에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도록 했다. 실험 결과, 첫째 그룹의 89%는 머그컵을 선호했다. 즉 초콜릿 바와 교환하지 않았다. 둘째 그룹에서는 90%가 초콜릿 바를 선택했다. 이들도 머그컵과 교환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이 결과는 언뜻 보기에 머그컵과 초콜릿에 대한 평가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머그컵과 초콜릿 바 중 좋아하는 쪽을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한 셋째 그룹에서 거의 5대5의 비율로 둘을 선택한 것을 보더라도 이 사실은 충분히 뒷받침된다. 그런데 초콜릿보다 머그컵을 선호하는 사람이 첫째 그룹에서 89%, 둘째 그룹에서 90%로 크게 차이가 난다는 사실은 보유효과가 강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보유효과는 시장의 압력이 있거나 학습에 의해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카너먼, 크네시, 세일러는 참가자 700명으로 구성한 대규모 시장거래 실험을 통해 보유효과 범위가 넓고 강한 현상이며 순수 시장에서도 발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사람은 소유한 물건에 애착을 느낀다

필자는 책에 집착한다. 같은 책이라도 새 책을 가지고 와서 필자의 책과 바꾸자고 해도 바꿀 생각이 없다. 책깨나 읽는 사람이라면 비슷할 것이다. 이왕이면 깨끗한 새 책이 좋을 텐데도 말이다. 타던 승용차를 중고차 시장에 내놓을 때 팔려는 사람은 사려는 사람보다 항상 비싼 가격을 제시한다. 소유의식이 낳은 결과다. 왜 이런 비이성적인 현상이 나타날까? 여기에 대해 <상식 밖의 경제학>을 쓴 댄 애리얼리(Dan Ariely)는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이미 소유하고 있는 것에 대한 깊은 애착이다. 책을 바꾼다는 것은 단순히 책만 바꾸는 것이 아니라 책을 읽으며 느꼈던 감동까지 바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책을 읽으며 했던 생각, 밑줄, 메모가 모두 사라지는 것이다. 

둘째, 새로운 것을 얻는 것보다 소유물을 잃는 것에 더 집착하는 습성이다. 새 책을 얻는 것은 기쁜 일이지만 이미 소유한 책을 잃어버리는 것을 상쇄할 만큼 그 기쁨이 크지 않은 것이다. 이미 머그컵이나 초콜릿 바를 선택한 학생들이 서로 교환하지 않으려고 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로 설명할 수 있다.

셋째, 상대도 우리가 보는 관점에서 거래를 바라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타던 승용차를 판매할 때 파는 사람은 사는 사람도 자신과 동일한 잣대로 차를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유효과의 특성 중 한 가지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을수록 소유의식이 강해진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이케아(Ikea) 효과’라고도 한다. 완제품보다는 수고를 기울여 직접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선호하는 이유를 설명할 때 이 개념을 사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직접 조립한 가구에 좀 더 강한 애착을 느낀다. 시간과 노력을 쏟아 직접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이케아 효과는 인간이 크기·기능·상태 등 여러 기준을 따지고 물건을 선택해야 할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일종의 인지부조화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람은 본래 두 가지 이상 서로 다른 것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때 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이때 인지부조화가 작동하면서 합리적인 선택보다는 본능에 따른 결정을 하게 된다. 개인적인 노력이 담긴 물건에 실제보다 더 큰 가치를 부여해서 상태가 양호한 책상 대신 직접 조립한 책상에 더 깊은 애착을 느끼는 것이다.

세일즈에서 소유효과와 비슷한 효과를 내는 것은 접촉이다. 영업인이 취급하는 제품에 고객이 접촉을 하면 애착이 생기고 소유욕이 강해진다. 소유욕이 강해지면 구매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진다. 옷가게에서 옷을 한번 입어보라고 하는 것이나 화장품 영업인이 제품을 보여주고 고객이
발라보도록 하는 것, 백화점에 시식코너를 만들어 놓은 것 등이 접촉으로 소유욕을 높이려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소유효과를 활용해 세일즈 효과를 높이려면 물건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다. 고객 눈앞에서 물건을 쫙 펼쳐놓으면 고객의 구매욕구를 올리는 효과가 난다. 보여주고(시각), 만지게 하고(촉각), 냄새 맡게 하고(후각), 맛보게 하고(미각), 소리를 들려주는 것(청각)같이 오감을 이용한 세일즈가 고성과로 이어진다. 정수기를 한 달간 사용해 보고 구매 여부를 결정하라는 것이나 화장품 샘플을 사용해 보고 결정하라는 것, 자동차를 시승해보라고 하는 것 등이 소유효과를 활용하는 영업방식이다.

소유효과를 활용하는 것도 좋지만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필자가 직접 겪은 일이다. 무슨 영농조합이라는 데서 전화가 왔다. 산수유 엑기스를 판매한다며 남자에게 좋으니 일단 맛보고 먹을 만하면 주문하면 된다며 여러 번 사정을 했다. 그래서 샘플만 보내라고 했다. 그런데 이틀 후 도착한 것은 본 제품이었다. 왜 샘플이 아닌 본 제품을 보냈느냐고 따졌더니 구매의사가 없으면 택배로 반송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유효과를 활용한 영업방법은 맞지만 고객에게 거짓말을 했고, 번거롭게 했다. 오히려 역효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소유효과를 활용하는 방법 중 하나로 고객체험 행사가 있다. 고객들을 초청하거나 회사로 견학을 가서 제품을 직접 만져 보고 사용해보도록 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잘 활용한 영업인으로 백숙현 대우일렉트로닉스 특판 본부장을 들 수 있다. <한국의 영업왕 열전>1) 에 나오는 그녀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보자.

소유효과를 활용한 고객체험 행사

영업 입문 초기 한 달에 구두 세 켤레를 갈아 치울 정도로 열심히 뛰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백 본부장은 이후 고객을 발굴하고 이들의 충성도를 높이기 위한 자신만의 영업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중 하나가 ‘공장 방문’ 행사다. 이 행사에 참여한 고객들은 차를 타고 이동해 공장을 견학하고 점심을 먹은 후 돌아온다. 잠재 고객들은 공장에서 제품 제조 과정을 지켜보고 해당 제품을 직접 사용해 보는 체험을 하는데 이런 과정에서 소유효과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제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실제 사용해보니 기능이 어떤지 직접 보고 느끼면서 제품과 가까워진 듯한 기분에 젖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공장만 방문하도록 한 초기에는 그다지 성과가 나지 않았다. 소유효과가 발생해 제품에 애착을 느끼더라도 가전제품은 오늘내일 당장 바꿀 수 있는 제품이 아니고 가격도 낮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객이 제품을 교체할 시기에 들어갈 때까지 백 본부장을 기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백 본부장은 레크리에이션을 직접 배워 게임을 진행하며 고객과 친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전략을 짰다. 이렇게 하자 공장에 다녀온 사람들 중 가전제품을 바꿔야 할 때 연락을 해오는 사람이 점차 늘어났다. 200회가 넘는 공장 방문 행사는 백 본부장이 주부 판매사원인지, 공장 견학 안내원인지 헷갈릴 정도로 장기간 진행한 잠재고객 발굴 프로젝트였다.

사람들은 한번 소유하면 소유하지 않을 때보다 해당 물건이나 서비스를 더 소중하게 생각한다. 또한 한번 소유하면 잃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런 소유효과를 제대로 활용하려면 고객이 제품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게 하고 직접 눈으로 보게 하고 몸으로 체험해 보게 해야 한다. 자사 공장을 견학하게 하고 영업인과의 인간관계를 쌓도록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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