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의 99.97%는 실패한다

 

신규사업, 기존방식에 집착하지 마라
편집자주
과거의 실패는 미래의 성공을 위한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성공에 대한 연구에 비해 실패에 대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미약합니다. 삼성경제연구소 SERI 포럼에서 실패 경영 관련 포럼을 운영하고 있는 심형석 교수가 실패 경영에 대한 통찰을 제시합니다.
피터 드러커는 현재 리더의 위치에 있는 기업이 30년 후에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한다면 살아남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핵심기술은 진부화되고 시장은 성숙해지며 기업이 속해
있는 산업은 언제 쇠퇴할지 모르는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 추진력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신규사업을 모색해야 한다.
PC산업이 레드오션화할 것으로 예측한 애플은 아이팟으로 성장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제조업체이던 GE와 IBM도 서비스 회사로 탈바꿈해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았다.

하지만 신규사업이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

1)실제로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가빈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1970∼1980년대 미국 기업의 신규사업 중 60%가
실행 6년 안에 실패했다.
2)또 다른 연구에 의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하다. 3000개의 아이디어 중 신상품 개발에 착수하는 건 9개, 실제
제품화는 4개에 불과하고 그중 단 하나만이 성공에 이른다고 한다. 아이디어 단계부터 고려하면 무려 99.97%의 실패
확률이다.
3)

1)

신규사업의
실패를 판별하는 기준이 필요한데 AC닐슨(ACNielsen Corp.)은 신제품 출시 후 12개월 동안 소매점 취급률이 20% 이상 증가한 뒤
1년간 꾸준히 상승할 때를 성공, 출시 후 1년은 증가세를 보이나 이 기간을 넘으면서 감소세로 돌아설 때를 불안정, 출시한 후 24개월 이내에
상품이 사라지거나 저성장하는 경우를 실패로 평가했다.

2) David A. Garvin, ‘What Every CEO should know
about creating new business’, Harvard Business Review, 2004.7-8
3) Stevens, G. A. & Burlery, J.,
‘3,000 Raw Ideas = 1 Commercial Success!’, Research-Technology Management 5-6,
1997
 
신규사업 실패요인

신규사업의 실패요인으로 꼽을 수 있는
첫 번째는 기존사업 방식에 대한 아집이다. 기존에 성공했던 방식에 대한 자신감이 새로운 운영방식이 필요한 신규사업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게 되는
예다.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의 저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성공한 기업의 최대 장점은 최악의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기업이 잘할 수 있는 일을 너무 열심히 함으로써 실패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기존사업 방식에 대한 아집의 가장 큰
문제점은 내부조직의 방해일 때가 많다. 특히 신규사업이 기존 제품과 경합관계에 있을 경우 그 저항은 더욱 거세진다. 2차 전지4)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이 20년 동안 부동의 1위를 지켜온 일본기업들을 추월하고 있다. 일본 IT 전문 시장조사기관인 IIT(Institute of
Information Technology)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2차 전지 산업에서 한국의 시장점유율은 38.5%로 일본을 추월할
것으로 전망됐다. 리튬이온전지를 처음 개발한 것은 일본회사들이었으나 이들은 무겁지만 안전한 기존 제품(니켈수소전지)으로도 충분히 수익을 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를 주저했다. 선제투자와 속도전으로 상징되는 한국의 역전공식이 TV, 반도체에 이어 2차 전지 산업에서도 통했다고 볼
수 있다. LG화학은 2011년 4월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준공하면서 세계 최대규모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됐다.
신규사업의 실패요인 중 두 번째로
많이 언급되는 것은 시너지에 대한 집착이다. 많은 기업들이 신규사업을 그 자체의 사업성만 놓고 평가하기보다 기존사업과의 시너지 효과를 전제로
평가하거나 사업을 전개해나가는 오류를 범한다. 미국의 컬럼비아 영화사를 34억 달러에 인수한 소니가 시너지에 집착한 신규사업 방식으로 어려움을
겪은 전형적인 사례다. 종합 엔터테인먼트사를 목표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시너지를 내고자 했던 소니의 의도는 컬럼비아사를 인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1994년 제작한 26개 영화 중 17개가 실패해 1억5000만 달러의 적자가 발생했다. 불법 복제를 우려한 소프트웨어
사업부의 비협조로 본업인 하드웨어 산업마저 부진을 겪게 됐다. 결국 신규사업에 필요한 역량에 대한 인식 부족과 운영상의 자신감 결여로 실패를
초래했다.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사역량에 대한 과도한 자신감 또한 신규사업의 실패요인으로 자주 지적된다. 앞에서 살펴본 두 번째
요인과는 상반되는 개념으로 자사의 핵심역량과 관련이 없는 신규사업에 진출하면서 “남들은 못하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보인다. 신규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모아지면 이러한 편향된 생각은 강박관념으로 작용해 회사가 원하는 정보만을 찾게 된다. 대표적인 예가
엔론의 파산사건이다. 엔론은 초기에는 천연가스 송유관과 전력시설을 보유한 아주 단순한 사업모델을 가진 에너지 기업이었다. 미국의 에너지 산업
규제가 풀리던 1990년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는데 에너지 중개사업이었다. 전력이 부족한 회사와 일시적으로 전력이 남는 회사를 중개하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었는데 이러한 현물거래를 넘어 선물과 옵션 같은 파생상품까지로 사업영역을 확대했고 에너지 부문에서도 가스 등의 분야를 점차
추가해나갔다. 이후 에너지가 아닌 다른 분야로까지 확대해 핵심사업과 관련이 없는 34개의 다양한 분야로까지 사업을 확장했다. 인터넷 버블이
붕괴된 이후 이러한 비핵심 사업에서 손실이 커지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분식회계에까지 손대게 되고 결국 파산에 이르고
말았다.

신규사업 실패, 왜 분석하지 않나?
기업들은 실패했던 신규사업의 사례를
정기적으로 분석하고 그 교훈을 전사적으로 공유하고 학습하는 실패경영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신규사업 성공의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 실제로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신규사업 프로젝트를 사후적으로 점검하는 기업의 경우 성공확률을 30∼50%는 향상시킬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은 신규사업의
실패로부터 교훈과 시사점을 얻고자 하는 노력과 의지가 부족하다. 그 이유는 첫째, 실패로부터 학습하는 실패경영의 방법 자체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즉 신규사업 실패에 대한 학습 프로세스나 열린 조직문화가 구축돼 있지 않아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두
번째는 실패의 근본원인을 찾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신규사업 실패의 원인이 너무 복잡해 그 원인을 명확히 밝혀내는 게 불가능하므로
굳이 학습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실패를 분석하는 일 자체가 의미 없다고 본다. 마치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으로 실패한
사업을 검토하는 것 자체를 낭비라고 여긴다.
기업들의 이러한 생각은 동일한 실패를
반복해 매년 막대한 비용을 신규사업을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낭비하게 만든다. 이러한 낭비는 단순히 신규사업의 실패에만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이나
발전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신규사업의 실패로부터 교훈과 시사점을 얻을 수 있도록 실패경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4)
충전이 되는
전지. 한 번 쓰고 버리는 전지는 ‘1차 전지’라고 한다. 2차 전지는 전지의 극(極)을 어떤 재료로 쓰느냐에 따라 리튬이온전지·니켈수소전지
등으로 종류가 나뉜다.

신규사업 리스크 관리

신규사업 리스크 관리의 본질은 경영의
트렌드 변화를 경쟁기업보다 앞서 발견해 이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 내부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는 대개 정확한 데 반해 고객,
시장, 그리고 경쟁사와 관련된 자료는 정확하지 않을 때가 많다. 따라서 외부의 자료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신규사업의 리스크 관리는
정확성보다는 적시성이 앞서야 할 것이다.

먼저 신규사업을 기획하는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신규사업이 얼마만큼의 시장성(marketability)이
있느냐 여부를 면밀히 판단해야 한다. 앞에서 살펴본 신규사업 실패 요인도 기술적인 요인보다는 경제성이나 시장의 수용성에 대한 문제가
대부분이었다. 소니의 VCR 신기술인 베타맥스의 경우에도 VHS보다 기술적으로는 우위에 있었지만 가격이 비싸고 사용자가 품질의 우수성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미 다양한 콘텐츠가 개발돼 있는 VHS와의 호환 문제가 발생해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따라서 뛰어난 기술과 충분한 자원을
가지고 시작하는 신규사업이라 하더라도 리스크 발생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사전에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

신규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단계에서 리스크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사업화 단계에서는 본격적으로 투자가 진행되고 운영, 제조 등의 분야에서 진전이 있으면서 다양한 리스크가
발생하게 된다. 신규사업은 기존사업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운영, 제조, 유통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시행착오와 예상치 못한 문제가 돌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충분한 자원 확보와 함께 여유 있는 납기 시간을 설정해 두는 게 리스크를 예방하는 데 중요하다. 에어버스는 A-380의
개발 이후 조립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해 납기가 2년이나 지연됐고 결국 48억 유로의 지연보상금을 지급했다. 꿈의 항공기로 여겨졌던
에어버스 A-380은 2명의 CEO를 퇴진시켰으며 거액의 보상금 지급과 함께 제조업체로서의 신뢰를 상실하게 만들었다. 달콤했던 꿈은 악몽으로
변하고 말았다.
신규사업이 성공한 듯 보이는 시기에도
리스크 관리의 끈을 놓쳐서는 안 된다. 신규사업은 초기에 안정되지 못한 부분이 많아 언제든 실패의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다. 신규사업이
안정화됐는지를 판단할 때는 기존의 사업에 적용하는 기준보다 더 엄격하고 세부적인 기준을 가지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 대다수의 회사들이 신규사업을
수행할 때 매출이나 성장률을 가지고 의사결정을 한다. 하지만 이러한 정형화된 숫자들이 가지는 내부 역량에 국한된 근시안적 시각을 버리고
신규사업이 새로운 트렌드를 창출할 수 있는가에 대한 면밀한 판단이 요구된다. 애플의 아이팟이나 이마트가 각각 기존의 매킨토시나 슈퍼마켓과 유사한
시장을 만들었다면 지금과 같은 성공을 기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애플은 모바일라이프라는 트렌드를 대중 속에 뿌리내리게 만들었으며, 이마트는
가족 단위의 쇼핑문화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켰다는 점이 큰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시장 트렌드를 만듦으로써 초기의 불안한 성공을
틈새시장(niche market)을 뛰어넘는 대중화된 시장(mass market)으로까지 연결시킬 수 있었다.
신규사업, 폐기학습부터 시작하라
유서 깊은 절의 노스님이 지혜롭기로
소문이 나자 한 명문대 교수가 그 명성을 듣고 시험하기 위해 찾았다고 한다. 겨우 면담 기회가 주어져 자리에 앉자 노스님은 말없이 교수의 찻잔에
차를 따랐다. 그런데 잔이 가득 차서 차가 넘쳐나도 계속 차를 붓자 이에 놀란 교수가 “스님, 차가 넘칩니다”라며 노스님을 만류했다. 노스님은
차 따르는 것을 멈추고 교수에게 “그대의 마음이 넘쳐흐르는 찻잔과 같아서 다른 사람이 어떤 좋은 말을 들려줘도 그대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어떤 새로운 것을 학습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알고 있던 것을 버려야 한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 이렇게 버리는
과정을 폐기학습(unlearning)이라고 한다.
게리 하멜과 C.K. 프라할라드는
조직이 기존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새것을 배우는 학습만이 아니라 낡은 것을 버리는 폐기학습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5)피터 드러커 역시 새로운 것에 대한
학습은 변화의 반쪽에 불과할 뿐이며 폐기학습은 항상 정기적으로 시기를 정해 실시해야 비로소 과거의 굴레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면서 ‘계획된
폐기(planned abandonment)’를 주장했다.
6)
신규사업을 가로막는 실패 요인은
외부보다는 내부의 문제일 경우가 많다. 특히 과거의 타성과 경험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이 대부분이다. 신규사업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 사업의 본질을 파악함과 동시에 기존의 성공방식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심형석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교수
hsshim@ysu.ac.kr

5) Gary Hamel·C.K. Prahalad, ‘Competing for the
Future’, Harvard Business Press, 1994.8
6) Peter F. Drucker·Peter M. Senge, ‘A
Conversation With Peter Drucker & Peter M. Senge : Leading in a time of
change, what it will take to lead tomorrow, Viewer’s Workbook’, WILEY,
2001.1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핀란드 알토대에서 경영학 석사, 부산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영산대 부동산·금융학과 학과장 및 동 대학
부동산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으며 2009년 11월부터 실패 경영과 관련한 온라인 포럼(www.seri.org/forum/bizfail)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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