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종교가 된 브랜드의 비밀, 感을 건드렸다

해마다 노벨의학상 수상 후보로 거론되는 한 뇌과학자의 오른쪽 어깨에는 한 입 베어 먹은 흔적이 선명한 사과 문신이 새겨져 있다. 애플 로고다. 그는 “오래전부터 문신을 하고 있었고, 애플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마이크로소프트 로고를 문신으로 새기는 사람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애플에는 마치 종교의 ‘신도’를 방불케 하는 일부 충성 고객이 존재한다. 설령 제품이 비싸고 하드웨어 성능이 부족하더라도 모든 분야에서 애플 제품만을 원하는 소비자가 있다. 스마트폰과 컴퓨터뿐 아니라 좀더 비싸더라도 이어폰과 마우스, USB 등 부속품도 애플의 제품으로 맞추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다. 나이, 사는 곳, 직업이 다르더라도 애플에 대한 열정 하나로 커뮤니티를 구성하기도 한다. 스티브 잡스의 사망 소식에 전 세계 애플 팬들은 각자의 SNS에 ‘RIP 잡스'(Rest In Peace·평화롭게 잠들기를)를 올리는 등 애도 물결을 이어갔다.

‘쇼핑학’의 창시자인 마틴 린드스트롬(Lindstrom)은 “성공하는 브랜드는 종교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할리 데이비슨, 애플, 헬로키티, 디즈니, 레고 등 이름만으로 소비자를 설레게 하는 브랜드를 구매하는 고객들은 단순 소비자라기보다는 철저한 신자에 가깝다”며 “어떤 땐 이성적 사고를 마비시키기까지 하는 브랜드의 브랜딩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Cover Story] 쇼핑학 창시자 마틴 린드스트롬
▲ Getty Images/멀티비츠

린드스트롬은 브랜딩 전문가다. 덴마크인인 그는 미국 광고대행사 BBDO의 유럽과 아시아 지사를 설립해 최고경영자(CEO)로 일했으며, 30대에 브리티시텔레콤과 룩스마트에서 글로벌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지냈다. 현재 컨설팅사 ‘린드스트롬 컴퍼니’의 CEO다. 디즈니, 펩시, 필립스, 메르세데스 벤츠, 켈로그 등 글로벌 대기업이 그의 주요 고객이다. 그는 2009년 타임지가 ‘영향력 있는 100명’으로 선정했고, 올해 런던에서 열린 ‘싱커스 50’ 행사에서 18위를 차지했다. 그의 저서 ‘오감 브랜딩’은 월스트리트저널지(紙)에서 ‘최고의 마케팅 도서 10’에 선정됐고, ‘쇼핑학’은 뉴욕타임스 등에서 ‘올해의 책’으로 뽑혔다.

린드스트롬은 “브랜드를 종교화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를 구축하는 요소를 쪼개서 각각 일관된 특성을 부여해야 한다”며 “많은 기업가가 로고가 브랜딩의 핵심이라고 착각하지만, 로고는 아주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고를 가렸을 때 어떤 브랜드인지 알 수 없다면 실패한 브랜딩이다. 눈을 감고서도 코카콜라 병을 잡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키세스 초콜릿 모양만 보고도 맛을 기억해 낸다. 이렇게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기 위해 롤스로이스와 캐딜락은 신차에서 고유의 향이 나게끔 제작하고, 메르세데스 벤츠에는 아예 새 차 냄새를 연구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로고 제거하고 브랜드 가치 고민해보라

―브랜드와 종교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하셨습니다.

“브랜딩은 이성이 아니라 감성입니다. 머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소비를 이끌어내는 게 바로 브랜딩이죠. 최근 소비자는 무언가를 믿고 따르고, 의지하고 싶은 심리가 커졌습니다. 경기 침체, 전쟁, 노령화, 범죄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시대이기 때문에 안정성에 대한 욕구가 늘어난 것이 배경입니다. 이것을 잘 이용한 브랜드 중 하나가 바로 일본 산리오사(社)의 캐릭터 헬로키티입니다. 산리오는 30년 넘게 수십억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헬로키티는 오염되지 않은 천사다. 신이 태초에 만든 창조물이다. 헬로키티의 세상은 점점 더 번창할 것이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헬로키티 고객들은 제품의 질과 관계없이 헬로키티가 그려진 칫솔, 치약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사들입니다. 많은 소비자는 헬로키티가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를 넘어서 친구, 나를 나타내는 존재, 숭배 대상이라고 말합니다.”

―광적인 신념을 종교적이라고 합니다만 종교적 요소를 가진 브랜드의 조건은 뭐가 있을까요?

첫째로 독특한 소속감으로, 구속력 있는 커뮤니티 의식이 조성돼 있다는 점입니다. 팬들끼리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공유하면서 구성원 간의 관계가 강해지고 강한 소속감이 일어납니다. 예컨대, 레고는 전 세계에 다양한 연령 집단으로 만들어진 레고 커뮤니티가 약 5000개 있습니다. 레고를 좋아하는 75세 할아버지라 하더라도 레고 커뮤니티에서 환영받을 수 있죠. 둘째는 목표 의식이 있는 비전입니다. 애플은 ‘복잡한 것을 단순하게’만드는 비전을 가지고 있습니다. 누구라도 쉽게 이용할 수 있는 기기를 만드는 것이 목표죠. 셋째는 리더나 숭배 대상이 존재해야 합니다. 천재 스티브 잡스, 동심으로 돌아가서 환상을 경험하게 하는 미키마우스 등 믿음을 투영할 수 있는 인물이나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다만 실제로 그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앞으로 미래 브랜딩의 키워드는 총체적(holistic) 판매가 될 것입니다. 감성과 철학, 상징성, 소비자의 개입 등 다방면의 요소가 활용돼야 합니다. 브랜딩의 역사는 1950년대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을 판매하는 것에서 시작했습니다. 이후 감성적(emotional) 판매로 진화해, 코카콜라와 펩시의 경쟁이 시작됐죠. 1980년대부터는 회사의 이미지가 중요한 조직적(organizational) 판매가 시작됐고, 나이키라면 무조건 믿고 사는 소비 패턴이 생겼습니다. 이후 해리포터와 포켓몬스터 등 브랜드가 치약과 벽지 등에서 사용되는 브랜드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최근 두드러지는 브랜딩 기법은 소비자의 개별 취향을 고려한 자신(me) 판매입니다. 아디다스에서는 신발의 외피, 안감뿐 아니라 디자인 패턴까지 직접 고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한층 더 진화한 단계가 바로 브랜드 진화의 6번째인 총체적 판매입니다. 브랜딩의 모든 부분이 하나의 가치를 형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시각·청각·후각 등의 감각까지 활용해야 합니다.”

[Cover Story] 쇼핑학 창시자 마틴 린드스트롬

감각이 브랜드를 만든다

롤스로이스는 1965년에 독특한 냄새를 재현하는 데 수천만 달러를 들였다. 이전의 롤스로이스 인테리어는 나무, 가죽, 삼베, 울 같은 천연물질의 냄새가 났는데 현대 제조 기술에서 천연물질을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서 과거의 냄새가 나지 않게 됐다. 지금의 롤스로이스는 공장에서 출시되기 전 클래식 롤스로이스의 냄새를 자동차 좌석 안쪽에 인위적으로 삽입한다. 포드 역시 2000년 이후부터는 회사만의 브랜드화된 향을 사용한다. 캐딜락의 가죽 의자에 가공 처리되는 향은 ‘뉘앙스’라는 이름까지 갖고 있다.

―브랜드를 어떻게 각인시켜야 할까요?

[Cover Story] 쇼핑학 창시자 마틴 린드스트롬

“다양한 감각에 호소해 브랜드 기반을 확장해야 합니다. 식품을 판다고 했을 때 맛과 시각에 주력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 것이 후각이죠. 수퍼마켓에서 갓 구운 빵을 진열해 빵 냄새를 퍼트리는 것이 한 예입니다. 하지만 브랜드로서 더 가치를 지니고 싶다면 더 다양한 감각을 자극해야 합니다. 예컨대 켈로그의 콘플레이크를 먹을 때 나는 바삭거리는 소리와 촉감은 연구실에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제조법에 특허를 냈습니다. 이 바삭거리는 식감은 켈로그의 상징이 됐고, 소비자들은 유리병에 담긴 콘플레이크를 보면 타사에서 만든 제품이라고 해도 켈로그를 떠올립니다. 시각과 미각을 넘어서 청각과 촉감을 포함해 4가지 감각을 통합시킨 것이죠.

소리를 이용한 또 다른 사례가 있습니다. 인텔 광고의 브랜드 구축 캠페인마다 나오는 짧고 독특한 소리인 ‘인텔 인사이드’음은 컴퓨터 외부에서는 알 수 없는 인텔 칩의 존재를 알렸습니다. 연구 결과 파도 소리 같은 효과음은 인텔 로고보다 더 인상적으로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자리 잡았습니다.

촉각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요? 촉감을 잘 활용한 브랜드 중 하나가 가전 회사 뱅앤드올룹슨입니다. 뱅앤드올룹슨은 TV와 라디오, 전등 등 방의 모든 것을 조절할 수 있는 리모컨을 개발했는데 일부러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볍게 만드는 게 더 고급 기술이지만, 소비자들은 전자제품이 너무 가벼울 때 제품이 허술하거나 잘 고장날 거라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실제로 가전제품의 촉감 테스트를 하면, 뱅앤드올룹슨의 만족도가 상당히 높게 나타납니다.

맛은 음식과 음료 산업을 제외하고는 어울리기 어려운 감각인데, 콜게이트는 예외적으로 자사에서 만들어낸 독특한 치약 맛으로 특허를 냈습니다.

시각은 대부분의 브랜드가 이미 상당히 활용하는 감각이지만, 더 효과적으로 시각을 활용하려 한다면 코카콜라의 사례를 본받아야 합니다. 코카콜라는 빨간색과 흰색이라는 아주 명확한 컬러 감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산타클로스의 이미지를 활용했죠. 195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산타는 전통적으로 녹색 옷을 입었습니다. 하지만 코카콜라 광고에 산타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모두에게 붉은색과 흰색으로 각인됐죠. 시각적으로 최고의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감각 브랜딩을 해야 하나요?

“브랜드의 로고를 떼어내고, 여러 조각으로 나눠보세요. 다양하고 세세한 조각일수록 좋습니다. 전통, 철학, 정체성, 컬러, 제품 모양, 이름, 비전, 카피 문구, 소리, 냄새, 제품 소재, CEO의 캐릭터 등으로 브랜드를 해체한 뒤, 각각 어떤 특징이 있는지 살펴보십시오.

단순히 홍보자료를 배포하는 것이 브랜딩이 아니에요. 기업체 브로슈어를 만드는 것은 최악입니다. 임원실 테이블 벽에 걸린 미소 띤 정장 차림의 인물 사진, 기업 본사의 건물 사진, 그리고 CEO의 상투적인 얼굴 사진은 브랜딩과 관계가 없습니다. 브랜드 구축과 상관없는 홍보는 전부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후각과 청각 같은 요소는 바로 활용하기 어렵습니다. 우선 브랜드의 대표색부터 만들어보세요. 많은 소비자들이 빨간색과 하얀색을 보면 코카콜라, 케첩 브랜드 하인즈 등을 떠올릴 정도로 브랜드의 색은 중요합니다. 보석회사 티파니의 경우 고유 색상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브랜딩을 구축한 사례죠. 1987년 이후 티파니는 한결같이 같은 색상의 포장을 합니다. 이 색은 ‘로빈 에그 블루’라고 부르는데, 매장의 인테리어뿐 아니라 카탈로그, 광고, 쇼핑백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여성은 이 색을 ‘티파니 색’으로 부르고, 비슷한 색상을 봤을 때 티파니를 떠올리죠.

그리고 브랜드를 대표하는 제품 모양을 만드세요. 특정 모양이 그 브랜드를 암시하는데도, 모양은 브랜드 구성 요소 중에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 샤넬 넘버5의 병 모양을 생각해보세요. 병 모양을 손으로 그린 것만 봐도 브랜드가 연상됩니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만의 언어를 만드세요. 어떤 특정 단어만 들으면 그 브랜드가 생각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연구 결과 미국 소비자의 70%는 ‘바삭바삭’ 소리를 들었을 때 켈로그를 떠올립니다. 또 60%는 ‘남자다움’이라는 단어를 면도기 질레트와 동일시합니다. 특히 디즈니는 언어를 잘 활용합니다. 많은 사람이 환상, 행복, 마법, 꿈, 미소라는 단어에 디즈니를 연결짓습니다. 이 단어들은 디즈니 안에서 반복적으로 활용됩니다. 디즈니 놀이동산을 방문하면 수많은 캐릭터가 다가와 ‘마법 같은 하루가 되세요’라고 말합니다. 이런 브랜드의 언어는 무의식 속에 잠재돼 있기 때문에 드러나지 않지만 강력한 인식 요소로 작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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