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식 부기

우리는 어머니가 가계부를 앞에 놓고 이상하게 금액이 맞지 않는다며 연신 계산기를 두드리는 장면을 한번쯤은 목격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래도 집안의 생활비 지출 내역 정도는 어머니가 몇 번 더 확인하면 왜 금액에 차이가 나는지 쉽게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매일 매일 수천 건의 거래를 수행하는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와 같은 대기업들의 경우 거래 내역을 기록한 장부와 금액이 맞지 않을 경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까?

이에 대한 해답은 바로 복식부기에 있다. 복식부기는 일정한 기준에 따라 자금의 변동 내역을 구분하여 기록하는 장부기장 방법을 말한다.

복식부기와 구별되는 단식부기와 비교하여 설명하자면,단식부기는 단순히 거래가 발생한 순서에 따라서 일렬로 거래 내역을 기록하는 방법을 말한다.

만약 매일매일 지출한 용돈 내역을 다이어리에 기록해 본 경험이 있다면,그것이 바로 단식부기라고 이해해도 큰 무리가 없을 것이다.

다시 말해,용돈을 어떤 용도로 지출했는지 별도의 원칙에 의해 구분하여 기록하지 않고 먼저 지출된 금액을 먼저 기록하는 장부기장 방법이 단식부기다. 이에 반해 복식부기는 장부를 반으로 나누어,자금 변동의 특성에 따라 양쪽에 구분하여 기록하는 방법이다.

여기서 반으로 나누어진 장부를 왼쪽은 차변,오른쪽은 대변이라고 하는데,차변에는 자금의 사용내역을 기록하고,대변에는 자금의 조달 방법과 수입을 기록한다.

즉,용돈을 어머니가 주셨는지,아니면 아르바이트로 벌었는지와 같은 용돈 조달 방법은 대변에 기록하고,조달된 용돈을 가지고 어떻게 사용했는지와 같은 용돈 사용 내역은 차변에 기록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거래 내역을 차변과 대변에 구분하여 기록하는 일을 분개라 하는데 분개를 수행하는 절차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업이 수행한 거래 내용이 장부상에 기록해야 할 사항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모든 거래 내역이 장부상에 기록되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약 해당 거래가 장부상에 기록해야 할 사항이라면,해당 거래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 거래인지를 확인하여 해당 거래의 특성과 유형을 나타내 주는 명칭을 부여해야 한다.

이때 거래의 성격과 유형을 나타내 주는 명칭들을 계정과목이라 하는데 크게 자산계정,부채계정,자본계정,수익계정,비용계정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계정과목을 결정한다는 의미는 동물학자들이 동물의 이름을 정할 때 긴코원숭이 날다람쥐와 같이 해당 동물의 특성이나 생김새를 바로 추측할 수 있도록 이름을 정한 것처럼 계정과목 역시 해당 거래가 기업에 어떤 영향을 주는 거래인지 계정과목만 보고도 바로 알 수 있도록 이름을 정해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계정과목을 결정하고 나면,해당 계정과목을 장부의 왼쪽인 차변에 기입할 것인지,아니면 오른쪽인 대변에 기입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여러 종류의 거래들을 크게 8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였는데 이를 거래의 8요소라 한다.

①자산의 증가 ②자산의 감소 ③부채의 증가 ④부채의 감소 ⑤자본의 증가 ⑥자본의 감소 ⑦비용의 발생(증가) ⑧수익의 발생(증가) 등이 바로 그것이다.

이들 거래의 8요소를 살펴보면 계정과목은 자산,부채,자본,비용,수익 다섯 가지로 구분되어 있고,거래의 방향성은 증가와 감소 두 가지로 구분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분개할 위치는 해당 계정과목과 거래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진다.

먼저 자산과 비용에 해당하는 계정과목의 경우 증가액은 차변에 기록하고,감소액은 대변에 기록한다.

반면 부채,자본,수익에 해당하는 계정과목의 경우 증가액은 대변에 기록하고 감소액은 차변에 기록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계정과목과 계정과목을 기재할 위치가 대변인지 차변인지 결정하고 난 뒤에 거래금액과 함께 기재하면 분개는 완료된다.

이제 구체적인 예를 통해서 분개가 실질적으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보자.

먼저 투자자가 기업에 300만원을 투자하였다고 가정하자.

이 거래로 인해 기업은 현금 300만원이라는 자산이 증가하게 된다.

더불어 주주가 투자한 금액은 기업의 자본이 증가했다는 의미 또한 가지고 있다.

따라서 자산인 현금 300만원의 증가는 차변에 그리고 자본 300만원의 증가는 대변에 분개해야 한다.

이렇게 투자된 현금 300만원 중 200만원을 가지고 기계를 구입했다면,기업 입장에서는 자산계정과목 중 현금 200만원이 감소하고 대신 기계라는 새로운 자산계정과목이 증가하게 된다.

따라서 기계라는 자산계정과목의 증가는 차변에 분개하고,현금이라는 자산계정과목의 감소는 대변에 분개된다.

이번에는 회사가 은행으로부터 100만원을 빌려왔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회사가 빌려온 100만원은 자산계정과목인 현금이 100만원 증가하고 부채계정인 은행부채가 100만원 증가한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자산계정과목의 증가인 현금 100만원은 차변에 분개하고,부채 증가에 해당하는 은행대출(차입금) 100만원은 대변에 분개해야 한다.

이제 기업이 100만원을 들여 상품을 만들어 이를 200만원에 외상으로 판매했다고 가정하자.

이 경우 외상 대금이 200만원 생기게 되었는데 이는 자산계정과목의 증가에 해당한다.

외상거래이기 때문에 지금은 판매대금을 받지 못했지만 결국에는 받을 돈이기 때문에 자산에 해당한다.

또한 제품 판매로 인해 발생한 것임으로 수익 200만원이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산계정과목의 증가인 외상대금 200만원은 차변에 분개하고,수익의 발생인 매출 200만원은 대변에 분개해야 한다.

그런데 200만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100만원을 들여 만든 제품이 판매된 것임으로 이에 대한 사항도 함께 분개해야 한다.

먼저 판매된 제품을 만들기 위해 들어간 자금은 거래의 8요소 중 비용의 발생에 해당하고,제품 판매로 기업이 보유하고 있던 제품 자산이 100만원 줄어든 것이다.

이들은 각각 비용의 발생과 자산계정과목 감소에 해당하므로 차변에 매출원가 100만원,대변에 상품 100만원을 분개해야 한다.

이와 같이 우리는 분개를 연습하는 과정에서 거래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특성인 거래의 이중성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다.

거래의 이중성이란 차변에 발생한 거래는 반드시 대변에도 같은 금액의 거래가 발생하여 이중으로 기입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모든 거래가 원인과 결과를 가지고 있다는 데 기인한다.

예를 들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이 늘었다면,이는 기업이 은행으로부터 현금을 빌려왔든지,아니면 제품 판매로 인한 것이다.

즉,기업의 현금이 증가라는 대변에 분개할 사항은 수익의 발생이나,부채의 증가인 대변의 분개사항과 함께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요컨대 분개란 거래가 가진 이중성에 근거하여 모든 회계거래를 차변과 대변으로 나누어 동일한 금액을 기록하는 것이다.

기록된 금액의 차변금액의 합계와 대변금액의 합계는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 데 이것을 대차평균의 원리라고 한다.

대차평균의 원리로 전 계정과목의 차변합계액과 대변합계액이 일치하는가를 확인하여 장부상의 누락이나 오류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복식부기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인 것이며,수많은 거래를 수행하는 대기업에서 장부상의 오류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결국 분개는 기업이 회계장부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먼저 수행하는 거래 기록 방법이라 할 수 있으며,따라서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옷을 제대로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분개가 제대로 되어야 유용한 회계자료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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