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베이스’라는 말에 대해 좀 더 설명해달라.
일단 이번 광고는 길이가 1편의 경우
1분30초가 넘어간다. 그런데 이걸 1분으로 겨우겨우 줄여서 여러 케이블 TV 채널에서 틀었다. 물론 예전의 정형화된 30초,
15초 광고가 아니다보니 ‘광고시간 자체를 이어서’
많이 사야 했다. 광고 횟수를 줄이고 한 번에 길게 틀 수 있도록 예산을
배분했다. 기존 15초 광고 열 번 나갈 걸 두 번만
나가더라도 기억에 남게 하자는 취지였다.
물론 내부 반발도 있었다. “15초 광고가 있어야만 방송국
광고시간대, 그것도 ‘좋은’
시간대를 잡을 수 있다”는 게 핵심 논리였다.
하지만 요새 ‘본방 사수’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되나. 구매력 있는 2040세대가 정말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방영하는 시간대에 TV 앞에 많이들 앉아 있나?
‘15초 룰’ 틀에 갇혀 버리는 순간, 또
다른 노력과 비용이 발생한다. TV와 같은 전통매체 이상으로 중요해진 온라인 바이럴을 별도로 구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콘텐츠 질과 메시지 일관성을 담보하기 어려워진다.
광고
방영 횟수가 많아야 소비자 인지도가 높아졌던 시절은 이미 지났다. 60초짜리로 최대한 길게 만들고
초반에 몇 번 길게 틀고 웹이나 모바일을 통해 ‘공유’하게
만들면 경쟁사보다 비용을 절반만 쓰고도 실제 인지지표는 올릴 수 있다. 이는 몇 차례 실험을 통해
확인한 결과다. ‘디지털 베이스’라는 말은 이러한 ‘관점의 전환’과 깊게 연결돼 있다.
유튜브를
비롯한 웹과 모바일 플랫폼에서 공유될 수 있는 콘텐츠, 시간 제약이 없기에 다소 길어질 수는 있지만
충분히 재미있고, 사람들이 ‘굳이’ 찾아서 볼 만한 ‘아주 짧은 영화 한 편’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다. 그걸 줄여서 TV에 내보내는 방식이어야지, TV 광고를 위해 15초, 30초 제약을 염두에 두고 만들면 스스로 한계에 갇힐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상파
방송 등에서의 광고 노출을 늘리는 것의 중요성은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공감이 간다.
물론 그렇게 되면 객관적인 측정은 점차 어려워지긴 한다. 그런데 성과나
실적의 측정이 쉽고 편하다고 해서 계속 예전의 방식을 고수하는 건 난센스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지난해(2015년) 우리 회사에서 내내 틀었던 ‘퓨전 사극’ 형식의 광고가 있다. 단순히 TV
광고만 한 게 아니라 아주 대대적인 프로모션과 캠페인이 이뤄졌다. 근데 혹시 기억나는 거
있나? 아마 없을 거다. 15초, 30초로 딱딱 끊어서 열심히 내보낸 광고인 데도 그렇다.
지금 SK텔레콤 하면 떠오르는 것,
엄청나게 성공을 거둔 것은 돈 거의 안 들인, 아이돌 그룹 멤버 설현의 ‘데칼(코마니)’이다. 실제 인물 크기의 사진 간판을 매장 앞에 세워뒀는데 정말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이 밤에 몰래 집어가고 그랬으니까.
‘설현’이라는 모델만 뜬 걸까?
아니다. SKT 매장에 대한 인지도가 올라갔고,
어디에 존재하는 건지 사람들이 더 잘 알게 됐다. 그리고 더 중요하게는 SKT가 ‘트렌디하다’는
느낌을 제대로 만들어줬다. 경쟁사들이 모델만 다른 연예인으로 섭외해서 지금은 다 따라한다.
그런데 이거 측정할 수 있나? 누가 봐도 명백한 ‘효과’와
‘성과’가 있지만 수치로 집어내기 어렵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예산집행을 주저한다. 이러한,
돈도 얼마 안 드는 새로운 실험들에 대해서조차 다들 꺼리게 된다. 이걸 깰 수 있어야
한다.

남상일 본부장은 1999년 제일기획에 입사한 뒤
2014년 6월까지 광고기획팀장을 지냈다.
2013년 7월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겨
마케팅커뮤니케이션실 IMC 상무를 거쳐 현재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본부장으로 재직 중이다. 2014년 ‘잘생겼다’
캠페인을 시작으로 현재 ‘생활플랫폼’
광고마케팅 전반을 지휘하고 있다. 대한민국광고대상에서
2007년과 2008년 연속으로 대상(Grand
Prix)을 수상했으며, 2014년 그가 기획한
‘Mobile Orchestra’가 부산국제광고제에서 Brand Star 부문 Silver Star 등 4관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광고
내용 자체 얘기로 넘어가보자. 어떻게 아이디어가 나오게 됐나?
IoT는 예전에는 주로 ‘미래의 편리한 생활환경’과 혁신적 신기술이 만들어내는 뭔가
환상적인 모습을 그려주면서 메시지를 전달해왔다. 꽤 오랜 시간 사람들이 그런 메시지를
접해왔다. 문제는 IoT 기술이 진짜 현실화돼서, 특히 보일러, 전등 등 각 기기가 개별적으로 원격조종되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로 통합돼서, 굳이 내가 뭔가를 조작하지 않아도 나의 생활패턴에 맞춰 알아서 바뀌는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이제는 진짜로 ‘실생활의 변화’
‘실생활에서의 효용’을 말해줘야만 하는 때가 됐다.
물론 이 기술을 가장 먼저 받아들이고 생활 속에서 구현하고 경험할 세대는 신혼부부이거나 결혼한 지
10여 년 만에 가전제품을 완전히 교체하는 사람들일 거다. 기존 가전에서도 상당 부분
구현할 수 있지만 뭔가 전반적으로 다 바꾸는 김에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해볼까’라고 생각하는 거다. IoT는 기본적으로 라이프스타일 변화이기
때문에 일종의 계기가 필요하다.
그렇기에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고민을 하는 사람들에게 ‘편리한 생활, 기술이
만드는 행복’을 아무리 전달해봐야 먹힐 리 없다. 그런데
문제는 IoT 기술 구현 메커니즘, 구체적으로 무엇이
어떻게 달라지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 사생활 감시나 침해의 문제는 어떻게 막을 수 있는지 등을
광고에서 다 설명할 수가 없다는 점이다. 첨단 기술 용어가 마구 튀어나오기 쉽고, 30분 정도 앉아서 차분히 설명을 들어야 완벽하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광고인, 마케터는 뭘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삶은 환상적이지 않다. 생활 속의 소소한
에피소드를 그려내야 공감이 갈 것이고 기술의 메커니즘과 구현방식에 대한 이해가 빨라질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봤던 정말 재미있는 ‘살벌하지만 유쾌한 부부싸움 영화’인 ‘Mr. & Mrs. Smith’를 떠올렸다. 부부가 티격태격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하는 것만큼 공감 가는 일상이 또 어디에 있을까. 타깃 소비자층하고도 맞고 여러모로 ‘딱이다’ 싶었다.
그렇게
콘셉트를 잡고 ‘부부싸움’과
‘골탕 먹이기’를 IoT 기술 구현에
끼워넣었는데, 정말 소재가 무궁무진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정말 IoT 홈이라는 게 일상의 모든 부분에
관여하는 것이구나’를 깨닫게 됐다.
2편을
만들 때에는 ‘지난 번에 싸웠으니 이번엔 시댁이나 시누이한테 공동 대응하면서 화해하는 모습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근데 솔직히 그런 일이
얼마나 있나? 그래서 나를 포함한 모든 유부남들이 공감할
‘와이프가 집에 없을 때의 자유’를 중심으로 짜봤다. 광고에서 남자 모델이 하는 모든
행동들, 즉 속옷만 입고 널브러지기, 음식 대충 시켜
먹으면서 TV 보기, 간만에 친구들 만나 술 마시기 등은
내가 와이프가 잠시 여행이나 출장을 간다면 하고 싶은 것들이다. 남자들이라면 다들 공감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래봤자 결국 IoT 시대에는
‘마눌님 손바닥 안’이라는 걸 일깨워주기도 하면서
‘남자가 뛰어봤자 결국 와이프한테 안 된다’는 이 시대의 정서와 딱 맞기도 했다. 아마 나중에는 여성 입장에서도 다룰 수 있을 것 같다.
첨단
기술기업, ICT 기업에서 ‘소소한 일상’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기술 관련 사업부서에서 광고안을 보고 걱정을 많이 하긴 했다.
그분들도 ‘공감은 가는데, 2편 같은 경우
남편이 꼼짝도 못하고 부인한테 감시당한다는 게 핵심 메시지인데, 과연 그러면 이 플랫폼을 사려
할까?’라는 문제의식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어마어마하게
무서운 ‘빅 브라더 세상’을 그려낸 게 아니지
않나. 다들 그렇게 사는 평범한 모습, 지지고 볶는 일상이
그려졌고, 그것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남녀 할 것 없이 우리 플랫폼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럼 광고는 성공한 것 아닌가. 다른 IT
광고들, IoT 관련 광고들을 보면 말 그대로
‘산으로 가는’ 내용이 많다. ‘우리 미래가
이렇게 휘황찬란하다’며 온갖 긍정적인 요소만 보여주고 부정적인 것은 싹 뺀다. 그러면 사람들은 다 안다. 사람들은
‘전체적인 경험의 유쾌함’을 중시하는 것이지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없다’를 세세하게
따지면서 제품이나 서비스 구매를 판단하지 않는다. 오히려 누가 생각해도 있을 법한 부정적인 요소를
억지로 제거하면 그게 더 티 난다. 그냥 ‘와, 재밌다. 다른 부부도 다 똑같이 사는 거지 뭐…’ 하고 보다가 ‘어,
그런데 정말 생활이 편해지긴 하겠구나. 가사노동 부담이 엄청 줄겠구나’라는 걸 암암리에 깨닫게 하는 것, 구구절절 기술용어를 나열하는
것보다 그게 훨씬 중요한 일이다.
내가
늘 벽에 붙여놓고 생각이 막힐 때마다 보는 글귀가 있다. ‘어려운 걸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라는 문구다. 이노우에 히사시라는 일본의 유명 크리에이터이자
디렉터가 했던 말인데 아무리 어려운 기술용어가 튀어나오는 제품이나 서비스라도 이 문구를 붙들고 고민하고 답을 찾아가야만 메시지가 전달될 것이라
생각한다.
‘공감에
기반한 메시지’가 정답인 건 알지만 그걸 제대로 표현해내는 광고는 흔치 않다.
20년 전에 ‘유비쿼터스’니,
원격조종이니, 자동화니 얘기 나올 때에는 뭔가 딱히 실체를 그려주기가 쉽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지금 와서도 자꾸 그런 식의 광고, 억지
감동과 막연한 미래상 그리기가 자꾸 나오는 이유는 뭘까. 사실
‘일상 기반 공감코드’라는 게 요즘 들어서 갑자기 각광받는 건 아니다.
항상 통하던 방식이었다. 그런데 영리하게,
적절하게 공감코드를 찾아내지 못했던 게 문제였고, 때론 광고인들이나 마케터들이 용기가
없는 게 문제였다. 다소 웃기고 장난스러운, 일상의
소소함을 다루는 것이 비록 가벼워 보이는 측면은 있지만 메시지 전달에 효과적이고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보고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더 중요한 건 윗선에서 아래로 권한 위임을 하고, 믿고
아이디어를 받아줘야 한다는 거다.
마케터나
크리에이터의 용기나 조직문화 외에 마케터 자체가 빠지는 ‘마케터 함정’도 문제다. 본인이
‘너무 잘 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더 풀어
설명하면 ‘내가 이 회사에서 타깃 고객에 대한 연구도 가장 많이 했고,
이론도 가장 많이 알고, 실제 전략도 많이 짜봤다.
그리고
마케팅을 위해 공부했기 때문에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나는 정말 잘 안다’고 착각을 하는
것이다. 자기가 잘 알면 뭐하나. 대중들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하는데. 마케터가 만드는 메시지는 방금 처음 들어본 분야라도
1∼2분 안에 이해가 되는 수준이어야 한다. 문제의 정의, 용어의 개념부터 확실히 잡고 그걸 아까 말했던 ‘어려운 걸
쉽게, 쉬운 것을 깊게, 깊은 것을 유쾌하게’라는 글귀를 항상 떠올리면서 만들어야 그 마케터 함정을 피해갈 수 있다.

‘마케터
함정’에 대해 조금 더 얘기해달라.
마케터들이 실패하거나 크리에이터가 실수를 할 때를 가만히 보면 보통 이론을 잘 몰라서거나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론을
제대로 배우지 못해서인 경우는 거의 없다. 잘 안다.
너무너무 잘 안다. 그게 오히려 문제가 된다.
가만히 따져보자. 우리나라 기업의 마케터들은 흔히 말하는 학벌 좋고 머리 좋은
사람들이다. 똑똑하고 분석적이며, 치열하게
논리적으로 ‘각’이 딱 서있다.
문제는
대한민국 유수 기업의 마케팅 부서는 죄다 이런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거다.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보면, 즉 자신이 팔아야 하는 그 대상을 놓고 분석을 하고 논리적으로 장단점을 따지고 있다. 물론 필요한 일이지만 그것에만 매몰된다. 경쟁제품이랑 비교하고 꼭
그래야만 한다고 믿는다. 그렇게 장단점을 분석하면 ‘우리
제품은 이게 장점이다’라는 메시지는 뽑을 수 있다. 그런데
그게 소비자의 가치, 구매욕구와 무슨 상관인가? 마케팅에서 이뤄지는 커뮤니케이션은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나는 이게 이런 저런 문제가 있다는 얘길 들었지만, 그래도 사고 싶다’고 만드는 게 핵심이다.
그리고 크리에이터들, 광고 대행사들의 그 창의적인 사람들도 자주 빠지는
함정이라는 게 존재한다. ATL(Above the Line),
BTL(Below the Line)3)이라고 들어보셨을
거다. 이게 원래는 광고회사가 광고나 프로모션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수수료 체계 때문에
생긴 개념일 뿐 대단한 마케팅 용어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게 계속 굳어지니까 이게 마치 대단한 마케팅
용어, 광고 용어인 것처럼 쓰이게 됐다.
한
업계에서 ‘편의상’ 사용되던 용어가 갑자기 ‘학술용어’ 내지
‘업계의 상징’과 같은 용어가 되면서 ‘용어가
현상을 잡아먹는’ 상황이 됐다. ATL과 BTL 구분 자체가 의미 없어진 시대에도 여전히 그 프레임에서 사고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나 역시 꽤 오랜 시간 광고대행사에서 크리에이터로 살아왔는데,
그때도 문제가 있다고 느끼긴 했지만 나오고 나니 확실히 이 문제가 보였다. 이런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인위적인 구분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통합적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 관점이 도출될 수
있다.
3)
ATL은 TV, 신문, 라디오,
잡지와 같은 전통적인 매체를 활용하는 ‘일방향 커뮤니케이션’이고 BTL은 다양한 이벤트와 프로모션, 온라인 마케팅, 텔레마케팅 등
ATL을 제외한 것들이다.
급변하는
시대, 광고인과 마케터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소비자들의 변화부터 생각해보자. 내가 늘 하는 얘기인데 소비자는
생각보다 크게 변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똑같은 습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중요한 습성은 ‘광고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너무나 많은 광고와
홍보성 정보가 곳곳에서 튀어나오니까, ‘상업적 메시지’를
거부하는 정도가 예전보다 훨씬 심해졌다. 거부, 무시를
넘어 거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그럴수록 기업에서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더욱 힘들어진다. 이걸 돌파하는 건 결국 콘텐츠의 힘, 스토리의 힘이다.
나도 항상 해외 사이트를 돌아보고, 앞서가거나 참고할 만한 부분을
찾아본다. 그러면서 나 역시 한 명의 콘텐츠 수용자로서
‘스킵’ 하지 않는 광고들을 만나게 된다.
그러면 그 영상이나 스토리의 특별한 점을 생각해보게 된다. 끊임없이 이런 일을
반복하면서 ‘콘텐츠의 매력도’를 높일 방법을 계속 찾아야
한다. 그런 고민과 노력을 하는 동시에 소비자에게 다가가는 방식과 매체, 즉 ‘미디어가 무엇인가’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는 일단 ‘미디어’라는 단어를
들으면 돈을 지불하고 지면이나 시간을 사야 하는 올드미디어를 떠올리고, 그 다음에 광고비가 저렴한
인터넷을 떠올린다. 그리고 최근 SNS라는, 큰 비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미디어를 중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모든 사고방식이 ATL, BTL의
프레임을 크게 벗어난 것이 아니라는 게 문제다. 미디어는 수없이 많다.
SNS의 수가 많다는 뜻이 아니다. 각 업체는 자신만이 가진 훌륭한 미디어가
있다. 광고를 하고 마케팅 프로모션을 하는 내 입장에서는
‘티월드’ 매장, SKT의 4300개 매장이 미디어다.
거기에
체험공간을 넣어 ‘진실의 순간’을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우리의 메시지를 잘만 만들어 퍼뜨릴 수 있게 하면 매장이 곧 미디어가 된다. 이런 식으로 ‘미디어’라는 단어에서 몇 개의 매체를 떠올리는 게 아니라 그 기업이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 그리고 공간을 떠올려야 한다. 유튜브가 대세라고, SNS가 대세라고 여기고 거기에만 ‘올인’ 하면, 그저 예전의 지상파 방송국과 메이저 신문/잡지사가 갖고 있던 ‘권력’이 이동하는 것이 되고, 그렇게 새롭게 탄생한 권력에 맞춰주는
형태의 광고를 만들 수밖에 없다.
이상적이지만, 그래도 궁극적으로 기업이 추구해야 할 것은 스스로 브랜드
채널을 만들고, 자신이 가진 모든 미디어를 활용해 그 안에서 사람들이
‘매력적인 콘텐츠’를 보고 즐기고 놀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Unconventional Insight
1. 유효도달률, 시청률 1% 대비 단가 효율성 등의 지표는 때론 잊어버리는 게
낫다.
창의성 있는 콘텐츠 개발에 방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2. 마케터들이 ‘마케팅에 대해 잘 알고, 잘 안다고 생각할수록’ 마케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높은 학력, 뛰어난 이론적 지식, 분석틀로 무장한 채 ‘마케터 함정’에 빠지기 때문이다.
3. 광고업계의 일상화된 용어, ATL과 BTL은 사실 장부상 회계처리의 편의를 위해 사용하던
용어에 불과했다. 절대 학술적이고 이론적인 용어가 아니다.
실무적으로도 지금 시대에 전혀 의미가 없다.
4. 소비자
‘공감코드’에 반응하는 게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항상 반응해왔다. 그동안 크리에이터들의 용기와 창의성이 부족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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