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는 왜 ‘스알못’ CEO를 택했나…이베이·페이팔 거친 IT 결제 전문가

 

 

존 도나호 서비스나우 최고경영자(CEO)
조직·서비스·디지털 혁신 '해결사' 등판

베인앤드컴퍼니 20년간 근무
10대 때 맥주 트럭운전 보조
거친 운전자들의 세계 경험
"다양성·조직원에 대한 신뢰가
성공 리더의 기본 자질" 강조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jh9947@hankyung.com

일러스트=전희성 기자 ljh9947@hankyung.com

나이키가 존 도나호 서비스나우 최고경영자(CEO)를 신임 CEO로 낙점했다. 예상 밖의 일이었다. 스포츠웨어와 전혀 관계가 없는 온라인 소매·결제 분야 전문가가 나이키 수장이 됐기 때문이다.


그는 클라우드 기반 정보기술(IT) 서비스 업체 서비스나우 CEO이자 세계 최대 전자결제시스템 업체 페이팔홀딩스 의사회 의장이다. 이 전에는 전자상거래업체 이베이의 CEO를 맡았다. “13년간 나이키를 이끈 마크 파커 현 CEO가 물러나는 것도 놀랍지만 더 놀라운 건 후임자가 도나호 CEO라는 것”(USA투데이)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나이키가 그를 영입하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는 연봉을 보면 가늠할 수 있다. 나이키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그의 연봉은 기본급과 성과급을 더해 1850만달러(214억달러)다. 파커 현 CEO의 올해 연봉(1390만달러)을 앞지른다. 별도로 4500만달러(약 530억원)의 주식 및 현금 보너스도 받는다. 내년 1월 임기를 시작한다.

10대 때 맥주 옮기며 리더십 교훈 얻어
 

나이키는 왜 '스알못' CEO를 택했나…이베이·페이팔 거친 IT 결제 전문가

 

도나호 CEO는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의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아일랜드계 회계사였다. 그는 미 다트머스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 입사해 20년간 일했다. 처음엔 컨설턴트로 시작해 1999년 CEO 자리까지 올랐다. 2008년 이베이로 자리를 옮겨 2015년까지 CEO를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화려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정작 리더십 교훈은 10대 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얻었다고 한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해인 1978년 한 맥주 유통회사의 운전 보조원으로 일했다. 트럭 운전사들을 도와 맥주 상자를 트럭에 싣는 일이었다. 그는 “18살인데 새벽 7시부터 맥주를 마실 수 있다는 건 최고의 직업이라고 생각했다”고 농담을 곁들이며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아르바이트를 통해 두 가지 리더십 교훈을 얻었다. 첫째는 다양성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가 겪은 트럭 운전사들의 세계는 험난했다. 도나호 CEO는 “트럭 운전사를 보조하면서 여러 유형의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야 했다”며 “그들이 나와 같기를 바라기보다는 다양성과 그들의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도나호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 경험은 자신과 다르게 보인다고 함부로 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그는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이 사람의 좋은 자질은 무엇이고 내가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를 스스로 묻는다”고 했다. 이어 “이것은 내가 리더로서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도구”라며 “사람들로부터 장점을 찾으려고 노력하다 보면 사람들이 나를 따른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게 된다”고 했다.


“사전 신뢰가 성공의 바탕”


두 번째 리더십 교훈은 신뢰였다. 트럭 보조원으로 일할 당시 그는 운전 미숙으로 충돌 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창고 출입구가 망가져 수천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 트럭 운전사는 10대였던 그의 실수를 감싸고 창고 책임자와 논의해 부담을 넘기지 않았다.


도나호 CEO는 “당시 트럭 운전사와 창고 책임자가 ‘크게 걱정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신뢰라는 큰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럭 운전자가 보여준 신뢰는 놀라운 것이었다”며 “남은 기간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도나호 CEO가 ‘사전 신뢰(presume trust)’라고 부르는 리더십 원칙이 여기서 나왔다. 그가 베인앤드컴퍼니, 이베이 등에서 회사를 이끌 때 항상 강조하던 부분이다. 그는 “우리는 사람을 먼저 신뢰해야 한다”며 “모두 같은 팀이라는 이해를 하고 동료들에게 접근하는 게 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동료를 미리 신뢰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궁극적으로 모든 사람을 더 성공하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나이키, 디지털 혁신 성공할까


나이키는 도나호 CEO를 통해 디지털 혁신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나이키는 빅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는 전문 기업 ‘셀렉터’를 인수하는 등 디지털 혁신에 방점을 두고 있다.


스타벅스의 성공 사례를 참고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스타벅스는 2016년 케빈 존슨 CEO를 임명했다. 존슨 CEO는 마이크로소프트, 주니퍼네트웍스 등에서 일한 IT 전문가였다. 존슨 CEO는 스타벅스의 앱(응용프로그램), 모바일 주문, 배송 서비스 등을 새롭게 바꿔 큰 성공을 거뒀다. 존슨 CEO의 취임 이후 스타벅스 주가는 40% 이상 올랐다.


USA투데이는 “나이키는 더 많은 고객에게 더 빨리 다가가려는 방법으로 디지털을 열망하고 있다”며 “도나호 CEO의 영입은 디지털 상거래, 경영 전문성 등을 보완해 나이키의 디지털 전환을 가속화하려는 것”이라고 전했다.


나이키는 올 들어 주가가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할 정도로 탄탄한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문제가 없지는 않다. 도나호 CEO는 조직적으로 후원 육상 선수들의 도핑을 도왔다는 ‘도핑 스캔들’로 얼룩진 나이키의 이미지를 쇄신해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았다. 남녀 직원 간 성차별 문제, 임신한 여자 선수 차별 등에서 불거진 경직된 조직 문화도 개선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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