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화학 + 하이라이트브랜즈

“요즘 뜨는 패션 브랜드 업체 대표라면 대명화학 안 만나 본 사람 없을걸요?”

스트리트패션 브랜드를 운영하는 A대표 전언이다. A대표는 “매출이 갑자기 급증한다거나 시장에서 반응이 뜨거운 브랜드라면 으레 얼마 안 돼 대명화학에 투자를 받았거나 아예 인수되는 분위기다. 투자하러 온 회사 관계자가 단순히 패션만 하는 게 아니라 물류, 제조, 마케팅까지 계열사가 일원화돼 있다고 설명할 때 상당히 놀랐다”고 말했다.

이름은 화학회사. 알고 보면 패션 알짜 기업만 보유하고 있는, 업계 우스갯소리로 ‘패션 재벌’ 회사가 대명화학이다.

▶대명화학 어떤 회사

▷회계사 출신 권오일 회장이 창업

‘매출액 1조1489억원, 영업이익 1078억원. 자본금 676억원. 2000년 3월 7일 설립 후 2015년 중 상호를 주식회사 케이아이지에서 주식회사 대명화학으로 변경. 소재지는 경북 문경.’

그나마 금감원 전자공시 자료에서 찾아볼 수 있는 대명화학 관련 자료다.

창업자는 권오일 회장으로 회계사 출신으로 알려져 있다. 판교 사무실에 있다는 것 외에 직원들도 그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는 후문이다. ‘은둔 경영’을 한다지만 M&A 대상 회사가 떠오르면 직접 현장에 가서 확인하고 때에 따라서는 상대방과 담판을 벌일 정도로 실무에 밝다는 얘기도 돈다.

대명화학은 독특한 회사다. 관계사 면면만 보면 무슨 일을 하는 회사인지, 다들 어떤 연관성을 가진 회사인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패션플러스, 모다아울렛, 코웰패션만 놓고 보면 패션유통회사 같다. 그런데 부동산 개발사 에코송산, 마스턴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도 대명화학 소속이다. 전자사업도 한다. 코웰패션 전신인 필코전자가 필름콘덴서, 고정저항기 등을 생산하는데 코웰패션과 합병 후에도 코웰패션 전자사업부라는 명목 하에 이 사업을 그대로 진행하고 있다. 또 다른 계열 상장사 모다이노칩은 세라믹 소재를 기반으로 한 전자기기 부품 제조 외에도 자회사로 모다아울렛을 보유하고, 도심 외곽형 아울렛을 운영하는 유통사업도 병행한다.

▶종잡을 수 없는 계열사

▷알고 보면 ‘볼트온’ 투자

언뜻 패션, 유통, 부동산, 금융, 전자산업 등이 혼재하는 회사 같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이런 그림을 그리는지 알 수 있다. 창업자 권오일 회장의 ‘볼트온’ 경영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볼트온’이란 보유 회사와 시너지 효과가 있을 법한 회사를 추가로 인수해 시장점유율을 늘리거나 업계 생태계 내에서 위상을 공고히 하며 회사 가치를 극대화하는 투자 기법이다.

회계 전문가 권 회장은 일찌감치 숫자에 주목했다. 일단 영업이익이 나는 회사 아니면 잠재력이 큰 회사, 혹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지만 자산 가치가 높은 회사를 가려내는 눈이 탁월하다는 게 주변인 전언이다. 이들 회사를 인수한 후 연관 회사를 사들이다 보니 지금의 진용을 갖췄다는 분석이다.

회사 전직 임원 B씨는 “패션 산업은 트렌드에 민감하고 재고 관리도 어려워 펀드 등 금융회사가 잘 안 건드리는 영역인데 그래서 역발상으로 경쟁이 적다 보니 권회장이 숫자 경영 기법을 전수하면 승산이 있겠다는 확신 아래 지금껏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명화학이 투자한 회사는 300여개, 이 중 100여개는 성공적으로 투자 자금 회수(엑시트)를 하는 등 성과가 났다.

게다가 코웰패션 투자는 신의 한 수였다. 이순섭 회장이 창업한 코웰패션의 성장 잠재력에 주목한 권 회장은 자신이 갖고 있던 필코전자를 코웰패션에 합병하면서 지배주주가 됐다. 자금을 확보한 코웰패션은 2017년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약 4000억원, 영업이익 761억원의 호실적을 기록했다. 게다가 눈길 끄는 부분은 코웰패션을 앞세워 가능성 있는 패션 기업을 추가로 인수하고 있는 점이다. 올해 골프 업체 씨에프디에이를 인수, 골프웨어 시장에 진출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밖에도 코스메틱 업체 코트리 지분 62%를 최근 사들였는가 하면 핸드백 브랜드 ‘옘스코르(HIEMS COR)’를 전개하는 엑서머스에 지분 80%를 투자하기도 했다. 최근 1년 새 ‘분크’ ‘헬레나앤크리스티’ 등 잠재력 있는 브랜드 인수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최근 관심사는

▷물류, 부동산 개발로 눈 돌려

최근 권 회장은 부동산 투자에도 적극적이다. 엠디자산개발구리, 에코송산, 로지스밸리 등을 앞세워 다양한 부동산 개발을 계획 중이다. 특히 로지스밸리는 물류창고 등 패션유통과 연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계열사로 주목받는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자로는 지자체에서 수도권 일대 신규 물류창고 사업 허가를 내주지 않는다. 고용을 수반하는 제조업체가 자사 창고를 짓는 것을 반기는 추세다. 대명화학은 자격 요건이 되는 만큼 신규 수익원으로 개발하려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온라인 유통 생태계 구축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간호섭 홍익대 교수는 “패션 브랜드는 물론 아울렛, 물류까지 최근 계속 투자하는 것으로 봐서 대명화학은 단순 판매를 넘어 온라인 쇼핑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인터뷰 | 이준권 하이라이트브랜즈 대표

대명화학 M&A 원칙…재무제표보다 사람에 투자

하이라이트브랜즈. 대명화학의 ‘대명’을 영문화한 주력 계열사 중 한 곳이다. 올해 2월에는 코닥어패럴을 출시, 1년도 안 돼 매출 100억원을 올린 저력 있는 회사다. 이준권 대표에게 하이라이트브랜즈 그리고 대명화학의 경영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Q.코닥어패럴이 무섭게 뜨고 있는데.

A 2월 출시 당시만 해도 올해 매출 목표를 80억원으로 세웠으나, 10월 말 기준으로 벌써 목표치 20%를 초과 달성했다. 남은 기간 달성할 목표를 누계 160억원으로 수정했다. 매장 증설도 순항 중이다. 급성장 비결에는 20대부터 40대까지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른다는 점이 있다. 130년 역사 코닥의 강력한 브랜드 파워가 20~30대 MZ세대에게는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고 브랜드에 익숙한 40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며 입고 싶은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Q.그밖에 어떤 사업을 하고 있나.

A 내년 상반기에는 추가로 이탈리아 브랜드인 디아도라(diadora)와 미국 카메라 브랜드인 폴라로이드 2개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디아도라의 경우, 의류는 2021년도 상반기에 자사몰과 에스마켓 편집매장을, 하반기부터 오프라인 비즈니스로 확장할 예정이다. 폴라로이드는 영 타깃을 핵심 소비자로 하는 만큼 온라인 판매 채널으로만 초점을 맞췄다.

Q.대명화학을 대주주로 알고 있는데 대명화학의 패션 사업 철학, M&A 원칙을 소개해달라.

A 어떤 브랜드에 투자하느냐 못지않게 운영할 사람의 진정성과 신뢰감, 능력을 핵심 가치로 본다. 결국 옷을 잘 팔리게 하는 것은 운영하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이다. 재무제표 같은 단순 지표에 얽매이지 않고 가능성을 열어 놓고 판단한다. 식구가 되면 철저한 수평적 파트너십으로 동행하는 것이 바로 대명화학의 패션 사업에 대한 투자철학이다. 한편, 거시적 관점에서 투자한 기업 간의 시너지 유발이 가능하도록 네트워킹(연결)하는 것도 기본 원칙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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