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용품 라이벌… 4년 운명 건 마케팅 전략

■ 스포츠 용품 라이벌… 4년 운명 건 마케팅 전략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가 시상대에 오르고, 국가가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감격의 순간. 스포츠의류 업체 관계자들의 눈은 선수 유니폼에 쏠리고 서로 입을 모아 묻는다. “나이키야, 아디다스야?”

선수들만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을 두고 뛰는 것은 아니다. 세계 매출 1, 2위를 다투는 숙명의 라이벌 기업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4년마다 열리는 여름올림픽에서 사활을 건 경기를 벌인다. 누가 더 혁신적인 제품을 선보일지, 누가 후원하는 선수가 우승을 할지, 결과적으로 누가 더 매출을 늘렸는지가 승부의 관건이다. 세계 3위 푸마와 중국의 리닝, 한국의 휠라 등도 승부에 뛰어들고 있지만 아디다스와 나이키의 경쟁에는 비교 대상도 안된다.

더욱이 아디다스와 나이키는 올림픽 최고의 ‘광고판’으로 꼽히는 자메이카의 우사인 볼트 후원 자격을 푸마에 빼앗겼기 때문에 다른 이슈를 만들어 불황 속에서도 매출 성장을 이루겠다는 야심을 내비치고 있다.

스포츠 의류업체 관계자는 “올림픽은 자동차로 치면 ‘콘셉트카 전시회’나 다름없다”며 “첨단 성능과 디자인으로 얼마나 이슈가 됐는지가 향후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 스포츠 공룡의 마케팅 전쟁

8일 앞으로 다가온 런던 올림픽 후원 경쟁에서는 아디다스가 한발 앞선 상태다. 아디다스는 런던 올림픽의 공식 후원사로 전 세계 선수 3000명에게 자사 옷을 입힐 예정이며 독일, 프랑스 등 11개 나라의 국가별 올림픽위원회를 후원하고 있다. 자원봉사자와 성화 봉송자에게 제공할 의류만 100만 벌이 넘는다. 선수들은 시상대에서 반드시 국가 올림픽위원회 의류 후원사의 옷을 입어야 한다.

반면 경기 중에 선수들은 ‘대한축구협회’ 같은 국가 종목별 협회 후원사 옷을 입어야 한다. 나이키는 인기종목 공략에 강하다. 카메라에 잘 잡히는 육상, 축구, 농구협회를 나라마다 후원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는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의 축구와 태권도를 후원한다. 스타 선수가 집결해 있는 미국과 중국 육상팀도 나이키가 맡고 있다. 특히 올해 스파이더맨을 떠올리게 하는 ‘히어로’ 스타일을 선보여 화제다.

때로는 공식 후원사가 아니지만 후원사인 것처럼 보이는 마케팅 기법인 ‘앰부시 마케팅’으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한다. 나이키는 런던 올림픽 후원사가 아니어서 관련 로고와 배너를 경기장에 광고할 수 없지만 런던 주경기장 근처에 나이키 스토어를 만들었다.

김도균 경희대 체육대학원 교수는 “공식 후원에 힘을 쏟던 아디다스도 최근에는 나이키처럼 스타선수를 잡는 데 열중하고 있다”며 “스타 한 명이 가져올 임팩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회사의 경쟁이 올림픽이 열리기 전부터 누구를 잡느냐로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 올림픽 치르면 주가가 오른다

나이키는 최근 1분기(1∼3월) 순이익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해 미국 증권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보다 유로2012 축구와 런던 올림픽으로 마케팅비가 전년 대비 23%나 급증한 것이 원인으로 꼽혔다. 마케팅비로 회사 실적에 부담을 주면서까지 올림픽을 포기할 수 없는 것은 이를 통해 그만큼 매출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회사 버클레이는 지난 다섯 번의 올림픽 때마다 나이키의 주가가 S&P500 지수 대비 평균 24.5% 높았다고 분석했다.

아디다스 영국은 런던 올림픽위원회 후원에 역대 최대의 후원 비용을 썼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으로 시장 1위가 됐듯 이번 올림픽 후원으로 영국 시장에서 나이키를 제치고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 회사는 ‘무게’와 ‘친환경’을 내세워 침체된 스포츠용품 시장을 공략할 예정이다. 아디다스가 스프린트화로 선보일 ‘아디제로 프라임 SP’의 무게는 99g으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때보다 62% 가벼워졌다. 아디다스 측은 “신발 무게 100g을 줄이면 선수의 경기력이 1% 상승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주장한다. 나이키는 초경량 축구화 ‘GS’를 선보일 예정이다. 약 160g으로 피마자씨와 콩 등 천연재료에 재활용 소재를 이용해 만들어 화제가 됐다. 아디다스도 150만 개가 넘는 플라스틱 병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선수들과 자원봉사자들을 위한 의류와 모자 등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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