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 사람은 원래 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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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별달리 할일이 없었던 1학년 때부터 중앙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것이 낙이었다. 당시에는 컴퓨터도 없었고, 삐삐가 유일한 통신 수단이었다.

이유는 알수없지만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빠져 관련 책을 닥치는대로 읽었고, 이문열 소설도 재미나게 읽었다. 신영복 교수님의 책들도 재미나게 읽었다. 이십대는 그렇게 문학 서적들을 많이 읽으며 내가 직접 경험할 수 없었던 타인의 삶과 시대적으로 굵직했던 역사적 사건들을 간접 경험할 수 있었다.

삼십대가 되서부터는 문학과 수필을 읽지 않았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삶에 직접 도움이 되지 않는 ‘비효율’이라고 당시 나이에 단정짓고 자기계발서와 경제/경영/마케팅 서적들을 닥치는대로 읽었다. 그러면서 멀어진 소설과 수필들이었다.

사십대의 끝자락에서는 책들을 손에 잘 들지 않는다. 경제/경영/마케팅/자기계발서도 이젠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물론 인터넷과 유튜브 등 다른 형태로 읽을 거리들을 소비하고 있는 것도 이유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다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라는 기분좋은 뉴스를 접하고 작가의 소설을 손에 들게 되었고, 이틀만에 한권을 먼저 읽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라는 것만 알고있지 그녀의 고향이 어딘인지, 어떤 성장과정을 겪었는지는 전혀 몰랐다. 무지했고, 거기까지 관심을 두기에는 빠르게 돌아가는 하루가 짧기만 했다.

소년이온다가 광주 518 사건을 다룬 것인지도 모른채 첫장을 읽기 시작했다. 문학에 무지한 나로써는 이 책이 굳이 다른 책들과 다른 부분이 있는가 싶었다. 단지, 첫장을 손에 들고부터 줄거리 흐름이 잡히자 끝까지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518에 대한 내용은 영화나 소설 등을 통해 많이 만들어졌고, 아픔속에 사랑하는 이들을 잃은 얘기들도 많이 접했다. 늘 궁금한 것은 그렇게 잔인한 짓을 한 직접 관계자나 간접 관계자들도 수만이 될텐데 그들은 현시대에 어디서 어떻게 살고있는가이다. 힘없는 시민들을 지금도 빨갱이라고 하는 작자들을 보면 인간의 악함과 무지가 얼마나 무서운가를 새삼 느끼게된다.

현장에 총검을 들고 살인을 저지른 이들보다 더 잔인한 자들은 이것을 기획하고 명령을 내린자들이다. 권력을 위해 무고한 생명을 빨갱이로 거짓 선전 후 살인을 저지른 자들은 제대로 된 죗값을 받지못했다. 그걸본 후대의 권력자들이 어떻게 본인의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지 우리는 너무나 잘 보고 있다.

요즘 한국 사회를 보면서 안타까운 것은 보고 배울만한 ‘어른’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배우고자 하는 것은 ‘돈’을 어떻게 하면 많이 벌 것인가에 대한 것만 배운다는 것이다. 그걸 보면 마치 내가 돈을 많이 벌것처럼 착각하지만 지난 몇년 간의 광풍을 보면 막상 나의 지위는 크게 바뀐 것이 없음을 깨달을 것이다.

돈이 목적인 자들이 권력을 잡으면 어떤 행태를 보이는지는 지금 대통령과 김건희를 보면 잘 알수 있다. 사람에대한 진지한 고민, 사회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해보지 않은 자들은 권력을 잡으면 안된다. 이런 고민은 다양한 군상을 접해보며 그들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한데 대부분 권력자들은 중고등학교 때부터 엘리트 코스를 밟으며 제한된 집단만 경험하기 때문에 이런 고민을 할 기회가 없다.

이제 한국 사회도 성숙해져서 518 같은 끔찍한 일이 다시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변형된 형태로 여전히 권력에 의해 본인들의 자리를 지키려는 세력들의 도륙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 같다.

사람은 원래 악하다. 성악설을 믿는다. 나부터 남들이 보지 않으면 무단 횡단을 하고 쓰레기를 아무곳에나 버리려고 한다. 통제되지 않는 권력은 무조건 부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