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기 좋은 직장을 만들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관리자는 직원을 지원하고 조언해주는 `훌륭한 코치`가 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아야 한다. 기업들은 보통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관리자로 뽑는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능한 사람이 프로그래머들의 관리자가 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매우 좋지 않은
방식이다. 관리자는 말 그대로 사람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행복한 직장을 꿈꾸던 한 IT기업은 `해피`의 조언을 받아들인
지 18개월 만에 매출과 직원 수가 전년 대비 2배로 늘었다. 새로운 시장 개척과 사상 최대 실적도 기록했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사람을 잘 다룰 줄 모르는 관리자들을 그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것이었다. 회사의 실적이 좋아져 직원이 행복해할까 아니면 직원이 행복해서
실적이 좋을까. 결론은 회사 실적이 좋지 않더라도 직원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그들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만들어줘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직원들이 회사 실적이 좋아지도록 도와주기 마련이다.
콘퍼런스에 참석해 관리자들에게 자주 묻는다. 당신의 회사는 직원들이
행복해지는데 초점을 두고 있느냐고. 100명 중 1명꼴로 그렇다고 답한다. 최근 그 1명을 만났다. 직원 8만여 명의 영국 유명 유통업체 존
루이스(John Lewis)의 회장이었다. 그는 “내 경영의 핵심은 직원들을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임원 회의 때
30분은 재무 등 숫자를 들여다보고 나머지 세 시간은 직원들과 사내 문화에 대해 논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것을 기업의 차별화 요인으로 생각했다.
영국에서 가장 좋은 기업 중 한 곳이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어떻게 직원들을 행복하게 해주나.
▶해피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매우 좋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할 수 있는 사정이 있다거나 아이들 학교 수업시간에만 일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도록 한다. 우리 직원들은 스스로 근무시간을 정해 자신이 일하고 싶을 때 일한다.
나는 직원들이 합리적으로 일하길
원한다. 내 역할 중 하나는 직원들이 오래 일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해피에선 업무 시간이 길어지면 이를 자신의 관리자에게 꼭 얘기해야
된다.
사람은 오래 일할수록 효율성이 떨어진다. 나는 직원들이 주당 40시간만 일하길 원한다. 너무 오래 일하는 직원이 있으면
멈추게 한다.
우리는 `사전승인(pre-approval)`이란 개념을 사용한다. 많은 조직에서 업무를 제대로 마무리 짓기는
힘들다. 관리자에게 일일이 단계별로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업무 시작 전에 아이디어를 승인해준다. 과거 회사
홈페이지를 개편할 때 내가 사사건건 관여한 적이 있다. 개편을 담당한 직원은 자신이 간섭을 받는다고 느꼈다. 이때 나는 비용 등 명확한
가이드라인만 주고 그 일에서 관심을 껐다. 홈페이지 개편이 완료될 때까지 절대 들여다보지 않았다. 그 직원을 믿고 업무를 통째로 맡겼다. 결국
우린 훌륭한 홈페이지를 얻었다. 경영이란 관리자 자신이 아닌 직원의 성취와 관련된 것이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것이 무슨
의민가.
▶나는 한때 직원들의 교육프로그램을 청강하면서 그들의 보완점을 일일이 체크했다. 그리고 피드백을 줬다. 그런데 직원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어떤 관리자들은 자신의 복제인간 같은 직원들을 만들려고 한다. 그는 자기 다음으로 두 번째로 뛰어난 직원을 만들어낼
뿐이다.
결국 난 직원들에게 교육 방식에 대한 원칙만 정해주기로 했다. “당신이 교육생들에게 질문을 통해 답을 들을 수 있는 것은
바로 설명해주지 말라”고. 사람들은 어느 정도의 원칙 안에서 더 혁신적이고 목표가 뚜렷해지기도 한다.
-해피는 모든 직원들이
서로의 연봉을 다 안다고 했다. 연봉을 공개하면 불만이 터져나올 수 있지 않나.
▶연봉 공개의 장점은 직원이 월급을 더 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누군가가 당신보다 5000파운드를 더 받는다고 치자. 당신은 그가 왜 그 연봉을 받는지 유심히
지켜보고 배울 것이다. 반면 연봉을 공개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그 어떤 직원이 보스랑 잘 아는 사이여서, 오래 다녔기 때문에 연봉을 더 받을
것이라고 추측과 오해를 하게 된다. 연봉이 공개되면 적합성과 공정성이 생긴다. 우리는 이것이 동기 부여에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연봉을
알게 되면 연봉 차이를 오히려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해피에서는 직원들이 직접 자신의 관리자를 뽑는다고 들었다. 자신을
놀도록 내버려두는 보스를 뽑을 것 같은데.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당신은 직원들이 원래 게으르고 일을 되도록 하지 않으려
한다고 믿을 수 있다. 반대로 당신은 직원들이 일에 대한 열망이 넘치고 훌륭하게 일을 해낸다고 믿을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직원들을 후자처럼
믿는다면 직원들은 자기계발을 도와줄 수 있는 관리자를 뽑을 것이다. 그 누구도 제자리 걸음을 하길 원치 않는다. 사람은 성취를 원하고 더욱
생산적이길 원한다. 우리는 직원들의 발전을 유도할 수 있는 관리자를 뽑도록 직원에게 권한다.
-직원을 어떻게 평가하나.
▶우리는 모든 직원들이 자신이 성취해야 할 목표를 꾸준히 만들어낸다고 믿는다. 직원들은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스스로 평가한다.
그들은 자신들을 평가해보기 위해 6개월 간격으로 관리자를 만난다. `해피 매니페스토`는 행복한 직장을 만드는 것과 동시에 자아성취에 대해 매우
엄격한 곳을 만드는 것이기도 하다. 만약 직원이 기대했던 수준에 미치지 않으면 회사를 떠나야 한다.
-해피가 직원을 뽑는 기준은.
▶우리는 아무 경험이 없던 16세 소녀를 뽑은 적이 있다. 7년 후 소녀는 회사의 재무관리자가 됐다. 수학 등 관련 학위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 직원은 이차방정식은 몰라도 고객들이 지불하는 수강료만 잘 챙기면 된다. 이는 해피 재무관리자에게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우리는 학위나 자격증을 보지 않고 태도를 본다. 이 직원이 얼마나 긍정적이고 다른 직원들을 잘 도울지, 낙관적인지와 일을 열심히 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본다.
-기업이 어려움에 빠지면 일하기 좋은 직장 환경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수 있는데.
▶해피도 2001년
힘든시기를 겪었다. 행복한 직장은 힘들 때 더 고통받을 수 있다. 우리는 힘들 때일수록 사내 문화를 더욱 굳건히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우리는
직원들을 한데 모아 회사 재정상태가 어떤지 솔직하게 얘기했다. 그리고 어떻게 비용을 아낄 수 있을지 논의했다. 직원들은 그 자리에서 수십만
파운드를 절약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결국 우리는 그해 아무도 회사에서 나갈 필요가 없었다. 비용 절감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기업이
어려울수록 사람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충분한 자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깨달았다.
-자신의 직장을 일하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부터 해야 하나.
▶우선 직원들에게 무엇이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냐고 물어봐야 한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일거리를 주고 매번
경과를 보고하라고 하는 대신 “이미 승인됐으니 당신이 알아서 하라”고 말하라. 관리자를 훌륭한 코치로 재교육하라. 관리자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직원들에게 조언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