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인구는 계속 줄고있고 버블붕괴후 합리적 소비행태
백화점 매출·생산성 떨어지는데 전문점·온라인소매점까지 위협
쇼핑에 재미·엔터테인먼트 추가 고객뇌리에 명확한 콘셉트 심어야
최창희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 대표
가장 보수적인 소매업 중 하나였던 일본 백화점을 변모시킨 원인은 무엇일까. 일반적으론 버블 붕괴로 인한 경기 침체에서 원인을 찾는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서서히 진행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시장 자체 축소와 소비 행태 변화다. 일본 인구는 2006년 정점을 찍은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다. 작년엔 전년 대비 약 28만명 감소했는데, 이는 매일 800여 명씩 인구가 줄고 있다는 뜻이다. 일본은 또한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중 24%를 차지하는 초고령 사회다. 또 다른 원인은 지속적인 저성장으로 변화한 개개인 소비 행태에 있다. 버블 붕괴 이후엔 불필요한 곳에는 소비하지 않고 자기 취미와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합리적이고 개성적인 소비로 옮겨가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백화점은 고도성장기 사업모델을 쉽게 바꾸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한 번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백화점 전체 매출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매출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도 점포 투자가 계속돼 단위면적당 생산성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성과 다양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발 빠르게 대응한 전문점과 온라인소매점에 고객을 빼앗기기에 이르렀다.
백화점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는 대대적인 업계 재편과 전략적 변화를 요구했다. 먼저 거대 백화점들 간 통폐합이 이뤄졌다. 2007년 당시 업계 2위 다이마루와 9위 마쓰자카야가 `J 프런트 리테일링`으로, 8위 한큐백화점과 한신백화점이 `H2O 리테일링`으로 통합됐다. 이어 업계 3ㆍ4위인 미쓰코시와 이세탄백화점이 `미쓰코시 이세탄 홀딩스`로 합쳐졌다.새롭게 출범한 통합 회사들은 각자 처한 위치에 맞는 철저한 차별화 전략을 내세웠다.
한국 역시 지속적인 고성장 시대에서 성숙된 경제구조로 바뀌어 가고 있는 변곡점에 처해 있다. 저성장 시대를 이겨내기 위해 일본 백화점 사례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먼저 확장된 경쟁의 지평을 인식하고 다른 업태와 무한경쟁에 돌입하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백화점의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더 이상 경쟁사 백화점만이 아니다. 다양하고 새로운 오프라인 소매업태는 물론 온라인 소매업 출현과 성장은 백화점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이 전체 소매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기준 9%로 낮은 편이지만, 모바일과 결합해 계속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두 번째로 경쟁에 대한 인식 변화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상권에 대한 인식 변화다. 상권을 주어진 것으로 받아들이지 말고 주변 지역 상권까지 흡수ㆍ통합해 광역화하거나 동일 상권 안에서 타깃 고객층을 재설정해 새로운 상권을 창출해내야만 한다.
마지막으로 개별 입지별로 고객 기반을 명확하게 정하고 뚜렷하게 공략해야 한다. 이 전략은 실제 고객이 차별점을 인지함으로써 완성된다. 타깃으로 정한 고객이 찾아오고 싶은 장소를 제공해 집객하고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제품을 적극 제안하는 전략이다. 고객 뇌리에 극장, `뮤지엄`처럼 탈일상적이면서 명확한 콘셉트는 백화점만이 줄 수 있는 본원적인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것임에 다름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