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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야구를 좋아하는 이유 : 끊임없는 선택 – 에스콰이어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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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선택의 싸움이다. 경기 내내 선택과 선택이 무수히 이어진다. 그 첫 테이프를 끊는 사람은 감독이다. 어떤 선수를 어떤 포지션에, 타순 어디에 기용할지 선택하는 것으로 경기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감독의 선택은 9회가 끝날 때까지 계속 된다. 공격과 수비에서 어떤 작전을 구사해야 할지, 언제 투수나 타자를 교체해야 할지, 교체한다면 누구를 마운드에 올릴지 선택하고 결정해야 한다. 박빙의 아슬아슬한 승부이든, 한쪽이 크게 기운 승부이든, 선택이 이어진다는 점은 변함없다.

 

선수도 다를 바 없다. 투수와 포수는 경기 초반에 어떤 공 배합으로 던질지 선택한 뒤 마운드에 올라야 하며, 심판이 플레이볼을 선언하면 첫 번째 공을 어떤 구질로 어느 쪽에 던질지 선택해야 한다. 선발 투수가 맞닥뜨리는 선택의 기로는 던지는 공의 개수만큼이거나 그보다 더 많다. 견제구를 던져야 하는 상황이 생기기도 하고, 이따금씩은 투수 플레이트에서 발을 떼어내 한숨 돌려야 하는 순간도 찾아오기 때문이다.

 

야수도 못지않다. 포수의 미트를 보고 투수가 어떤 공을 던질지 예상한 다음 그에 따라 베이스라인에 더 붙거나 또는 떨어져야 한다. 타자는 타자대로 투수가 던진 공을 힘차게 풀스윙할지 특갖다 맞힐지 선택해야 하며, 주자로 나갔을 때는 도루를 할지 말지, 타자가 쳤을 때 뛸지 말지 선택해야 한다.

 

물론 다른 스포츠에서도 선택은 필수다. 농구에서는 수비 진형을 어떻게 짜야 할지 언제 슛을 할지 선택해야 하며, 축구에서도 드리블할지 패스할지 결정해야 한다. 어떤 스포츠든 선택해야 하는 순간의 횟수는 야구보다 적지 않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야구가 다른 구기 스포츠에 비해 어떻게 선택할지 결정할 시간이 꽤 많다는 점이다. 야구 아닌 다른 구기 스포으에서 선수들은 거의 찰나의 순간에 무엇을 선택할지 결정해야 한다. 우물거릴 시간이 없다. 수비수가 선택을 망설인다면 공격수는 어느새 벼락처럼 슛을 날릴 것이며, 공격수가 주춤한다면 수비수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전략이나 전술보다는 개인의 기량이 한층 더 강조되며, 선택을 결정하는 마인드보다는 평소 연습이 훨씬 더 중요하다. 찰나의 순간에 슛인지 패스인지 결정하는 것은 머리보다는 몸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다르다. 투수와 포수는 공 하나와 다음 하나를 던지는 그 간격만큼 고민할 수 있다. 다른 구기 종목에 비하면 선택에 꽤 많은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다. 투수뿐만이 아니다. 그 시간 동안 타자도 고민하며 심지어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도 궁리한다. 관중석 곳곳에서 이런 외침이 터져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직구는 안 돼. 변화구를 던져. 바깥쪽으로!”

 

구기 종목이면서도 바둑이나 장기 같은 멘탈 스포츠처럼 선택할 시간이 두둑하게 주어진다는 점, 이것이 야구의 특징이다. 야구만큼 ‘생각할 시간’을 안겨주는 구기 스포츠는(딱딱한 뭔가로 공을 친다는 점에서) 비슷한 종목인 크리켓이나 골프 정도다.

 

그런 만큼 야구는 ‘딜레마의 게임’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앞길이 괴수의 앞발처럼 양 갈래로 갈라진 그 선택의 기로에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정답을 찾기란 너무나도 어렵다. 야구라는 경기 곳곳에, 스타디움 구석구석에 이 딜레마라는 괴물은 몸을 웅크린 채 시뻘건 혀를 날름거린다. 7회말 동점 상황에서 1사 주자 만루라는 위기를 맞았을 떄, 상대 팀 4번 타자가 친 공이 외야 파울 지역으로 떴다. 공을 쫓아가는 외야수는 발은 빠르지만 어깨는 시원찮다. 그럴 때 파울플라이를 잡아야 할까, 잡지 말아야 할까? 잡으면 아웃 카운트는 하나 늘겠지만 잡는 순간 3루 주자가 홈에 쇄도해 1점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 잡지 않으면? 점수는 동점 그대로여도 자칫 상대 주심 타자들에게 큰 것이라도 허용하는 날에는 대량 실점으로 연결돼 역전의 기회를 영영 날려버릴 수도 있다.

 

너무나도 어려운 문제다. 트윈스의 이병규 선수는 이와 비슷한 상황에서 공을 잡지 않았다가 역전패의 단초를 제공하고 만 적이 있따. 하지만 그렇다고 이병규 선수를 비난하는 것은 지나치게 야멸치다.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을 한 것이기 때문이다.

 

비슷한 예는 수도 없다. 9회말 홈팀의 마지막 공격. 원정팀은 1점이라는 아슬아슬한 차이로 앞서고 있다. 이때 1루수와 3루수는 장타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베이스라인에 가깝게 붙는 것이 상식처럼 돼있다. 하지만 1루수와 2루수 사이, 유격수와 3루수 사이를 평소보다 더 넓ㄱ게 벌려놓는 게 과연 현명한 선택일까? 장타 막으려다가 단타를 내주면서 더 큰 위기를 맞지는 않을까?

 

지금이 2011년 시즌이라고 치자. 홈팀이 경기 중반 1점 차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1사 2, 3루라는 아주 좋은 찬스를 맞았다고 치자. 당신이 만약 홈팀 롯데의 3번 타자 손아섭이라면 그 순간이 생지옥일지 모른다. 볼카운트는 스트라이크 하나에 볼 세개. 흔히 배팅 찬스라고 말들 하지만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다음 타자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잘 치는 4번 타자 이대호라는 사실이다. 당신은 투수가 다섯 번째로 던지는 그 공을 쳐야 할까, 말아야 할까?

 

원 스트라이크 스리 볼이라 치기 좋은 스트라이크가 직구로 날아올 가능성이 아주 많다. 3번 타자를 거르고 만루 상황에서 4번 타자 이대호와 상대하고 싶어 할 투수는 많지 않을테니까. 이대호는 홈런을 밥 먹듯 치는 것으로 모자라 타격 7관왕과 9게임 연속 홈런이라는 불세출의 기록까지 가진 한국 야구 역사상 최강의 슬러거. 만루 위기에 이대호가 타석으로 들어서는 상황은 투수들에게 악몽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당신은 쳐야하나? 1루가 비어 있으므로 병살 가능성은 희박하고, 외야로 공을 날리기만 한다면 타점 하나는 어렵지 않게 불어날 것이다. 안타나 홈런이 돼서 역전이라도 되는 날이면 그날 밤의 영웅은 바로 당신, 손아섭이다.

 

하지만 그 점을 투수가 역이용해 스플리터나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변화구를 던진다면? 괜히 볼에 헛스윙하고는 볼카운트만 불리해질 수도 있다. 게대가 그랬을 경우 팬들의 원성이 빗발칠 것이다. 공만 잘 골랐으면 1사 만루 찬스에서 ‘이대혼데, 이대혼데’하는 야유성 응원가를 부를텐데’ 그것도 모르고’ 이른바 ‘영웅 스윙’으로 허공을 가른 당신에게 엄청난 비난이 쏟아질 것이다. 그런 짓을 두 번만 했다가는 아마도 ‘영생의 경지’에 이를만큼 욕을 얻어먹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좋다. 거기까지는 좋ㅇ다. 원스리가 투 스리가 됐을 뿐 아직 아웃 된 것은 아니니까. 상대팀 투수 정재훈의 포크볼이 워낙 예리하게 떨어지는 바람에 헛스윙해서 풀카운트가 됐을 때, 진짜 딜레마느 ㄴ바로 그 순간 등장한다. ‘쳐야되나 말아야 되나. 정재훈은 다시 프코볼을 던질까 아니면 직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으로 올까? 이대호와의 승부는 버거우므로 스트라이크가 올 가능성이 많다. 하지만 내가 그걸 알고 있다느 사실을 상대도 안다. 그러므로 프크볼을 던져 헛스윙을 유도하려 할 수도 있다. 이미 한번 재미보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치지 말아야 하나…. 그러다가 직구가 스트라이크 존 한가운데로 들어오면?’ 날라오는 공을 척 보기만 하면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 알 수만 잇다면 이런 고민들이 단번에 해결되겠지만 그 선구안 좋다 던 양준혁 선수조차 “현역 시절 정재훈의 포크볼을 간파하기가 가장 힘들었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 순간 타석에 들어서는 손아섭의 머릿속은 아마도 태풍 카트리나가 휘몰아치는 뉴올리언스보다 더 엉망진창이었을 것이다.

 

화이티 허조그 감독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다. ” 한 사람을 멋들어지게 속여 넘기는 길은, 당신이 생각한 것을 상대가 어떤 식으로 알아냈으면 좋겠는지 하는 것을 당신이 실제로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걸 그가 알아내리라고 당신이 생각한다는 것을 그가 알아낼 것임을 당신이 알아냈다고 그가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1973년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을 시작으로 LA에인절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사령탑을 거쳐 19990년 은퇴할 때까지 18년 동안 1281승을 기록한 명감독에게도 딜레마의 순간에 정답을 찾기는 그토록 어려웠다. 야구 경기가 시작되면 허조그는, 앞선 저 복잡한 말을 이해하려 머리를 이리 쓰고 저리 쓰는 당신만큼, 선택의 기로에서 골치를 썩였을 게 틀림없다. 남자들은 모험을 즐기고, 선택의 결과를 향유하려 한다. 남자들의 몸속에는 자신의 몸과 마음이 그렇게 하도록 만드는 DNA가 심어져 있다.

 

뇌 신경외과 전문의 아베 사토시 박사가 감수하고 과학 전문 작가 다카하시 고이치가 쓴 <남자의 심리>는 남자들이 왜 승부를 즐기는지 그 이유에 관해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경마나 슬롯머신, 마작 등 도박을 좋아하는 사람은 남자가 압도적으로 많은데, 여기에도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관게돼 있따. 테스토스테론이 많으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경향이 커지고 그에 따라 이길지 질지 모르는 승부에 빠지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다. 또 승부에서 이겼을 때는 도파민이 분비돼 뇌에 쾌감을 준다. 그 조마조마하고 두근두근한 쾌감은 중독성이 있어 위험을 두려워하지 않고 계속해서 승부하게 만든다.”

 

<트랜스포머:패자의 역습>에는 이와 관련한 흥미로운 장면이 등장한다. 위기를 앞두고 샘과 미카엘라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는 남녀의 차이를 단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잘될 거야.” “혹시 잘못되면 어쩌지?” “아무 걱정하지 마. 잘될 거야.” 어떤게 샘의 말이고 또 어떤 게 미카엘라의 말일까? 생각할 것도 없이 잘될 거라는 쪽이 샘이고, 위로받는 쪽이 미카엘라다.

 

야구장은 바로 그런 모험과 선택이 펼쳐지는 거대한 공간이다. 움직임과 멈춤이 수시로 반복되는 그곳. 선수들이 움직일 때면 탄성과 후회가 겹치는 곳, 선수들이 멈춰 있을 때면 야구의 신 베이스볼리우스가 빨간 약과 파란 약을 들이밀며 선택을 강요하는 곳, 다시 움직이면 그 선택의 옳고 그름이 금세 판명 나는 곳, 그래서 다시 탄성과 후회가 겹치는 곳. 이런 야구라는 게임을 어떻게 남자가 좋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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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야구를 좋아하는 까닭 : 해방의 공간

이제 야구장 관중석을 메우는 관중의 절반은 여자다. 2011년 시즌 여성 비율은 전국적으로 39.2 퍼센트였다. 스포츠 마케팅 전문 여론조사 기관 SMS를 통해 2011년 12월 10일 잠실구장(서울), 문학구장(인천), 대구구장(대구), 사직구장(부산), 무등구장(광주) 등 전국 다섯 곳에서 무작위로 고교생 이상 관람객 1,054명을 조사한 결과, 여성 관객의 비율이 39.2% 였다는 것이다.

 

이처럼 많은 여성 관중이 야구장을 찾는 까닭은 사회의 삼엄한 눈길의 속박을 벗어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 놓고 열광할 수 있고, 고함을 지를 수도 있고, 마음 놓고 춤을 출 수도 있다. 심지어 야구라는 그 게임은 미국 팝스타의 공연보다 훨씬 더 자주 열린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느 때라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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