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이지 않다면 스포츠가 아니다






















당신이 스포츠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것은 단순히 좋아하는 선수가 있거나 박진감이 넘쳐서만은 아니다. 그럼 도대체 왜 스포츠라면 사족을 못 쓰는 것일까? 이는 스포츠가 매혹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스포츠를 매혹으로 만드는 일곱 가지 요소.
스포츠를 보고 있으면 단 1초도 눈을 뗄 수 없는 순간이 있다. 옆에서 누가 난리를 치며 떠들어도, 당신이 먹고 있던 밥을 빼앗아가도 정말이지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정신이 팔려 있는 그런 순간 말이다. 이는 마치 꿈에 그리던 여자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했을 때와 같다. 눈은 튀어나올 듯 똥그래지고 심장은 쿵쾅거리며 입으로는 연신 ‘우와’라는 감탄사만 내뱉을 뿐이다. 그만큼 스포츠에 홀딱 반해버리는 순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스포츠를 ‘남의 마음을 사로잡아 호린다’는 뜻의 ‘매혹魅惑’이라고 표현한 것이다. 더욱 신기한 것은 당신이 어느 특정한 팀이나 선수를 열렬히 응원하고 있거나 기록경신 목격에 목숨을 걸고 있지 않아도 이런 현상은 발생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스포츠를 관람하는 관중들은 과연 무엇을 즐기는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스포츠가 미적인 관점에서 관중들에게 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선수들의 아름다운 육체와 그들의 숙련된 솜씨 그리고 그들이 펼치는 아름다운 플레이가 모두 스포츠를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대상으로 만드는 요소들이다. 우리는 이 요소들을 총 일곱 가지(육체, 고통, 우아함, 도구, 형식, 타이밍, 대리만족)로 정리했다. 하지만 모든 스포츠가 이 요소들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스포츠 종류마다 선수의 수와 진행방식 등이 모두 다른 것처럼 각각의 스포츠는 서로 다른 매혹의 요소를 가지고 있다. 가령 권투가 육체와 고통이라는 요소를 주로 가지고 있다면 체조가 가지는 요소는 우아함이 8할을 넘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어떤 스포츠가 어떻게 우리를 ‘꼬시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그저 더 재미있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마구 촉진하는 멋진 장면을 목격하고 싶을 뿐이다.

가만 보면 스포츠가 주는 이러한 미적인 쾌감도 의외성을 띨 때 더욱 만족감을 주는 것 같다. 터프한 스포츠와 부드럽고 우아한 스포츠가 모두 각자의 이미지에 맞는 장면만을 보여준다면 재미는 있을지언정 매혹으로 다가오지는 못할 것이다. 강렬하고 남성적인 스포츠에서 연출되는 우아한 장면, 남자선수 못지않은 터프함을 보여주는 여자선수. 우리는 이러한 시점에서 스포츠를 매혹으로 느낀다. 이처럼 스포츠는 우리에게 환희이자 희열이자 매혹이다. 지금까지 언급한 매혹의 요소를 눈으로 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 이것이 바로 스포츠를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감동, 이게 바로 진정한 스포츠다.PHOTOGRAPHS 

1 육체 운동으로 잘 발달된 육체는 그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게다가 완벽하게 발달된 신체를 이용해 운동을 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신도 모르는 순간 그들을 동경의 대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단순히 ‘나 몸 만들었어요. 멋있죠?’라고 대놓고 자랑하는 게 아니라 스포츠를 통해 자연스럽게 발달된 몸을 보여주기 때문에 그들은 더욱 멋져 보이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자랑스러운 대한의 건아 박태환을 떠올려보라. 우리는 그의 믿을 수 없는 스피드에 열광했지만 그 이전에 누구나 그의 수영으로 다져진 매끈한 몸매를 보면서 감탄했을 것이다. 스포츠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몸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저 터질 듯한 근육을 만들기 위해 무조건 벤치프레스만 해댄 몸이 아니란 말이다.

2 고통 고통이 스포츠를 매혹으로 만드는 요소라니 사뭇 종교적으로 느껴지지 않는가.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매혹의 요소 고통은 고통 자체를 즐기는 것이 아니고 이 때문에 스포츠가 더욱 흥미롭고 드라마틱해진다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다. 권투나 이종격투기(이종격투기를 스포츠의 범주에 넣어야 할지 아직도 모르겠지만)를 보면 인간이 인간에게 받을 수 있는 최고의 고통이 눈앞에 펼쳐진다. 물론 이렇게 사투를 벌이고 있는 두 선수를 보는 것 자체도 빼놓을 수 없는 매혹이지만 이보다 더 우리의 눈과 마음을 잡아끄는 것은 고통 받고 있는 선수의 선전 혹은 역전승이다. 이럴 때야말로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요 진정한 매혹이 되는 것이다. 7전8기의 신화를 이룬 권투선수 홍수환이 잘 보여주지 않았는가. 이제 왜 고통이 스포츠를 드라마틱하게 만드는지 알겠지? “이게 스포츠지!” “이 맛에 스포츠 보지!” 이런 말들은 다 선수들이 느끼는 고통이 있기에, 그리고 그것을 넘어서는 치열한 승부가 있기에 생겨난 말이 아닌가 싶다.

3 우아 우아한 스포츠는 많다. 체조가 그렇고 피겨스케이팅이 그러하며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이 또한 그렇다. 모두 우리의 눈을 즐겁게 하는 참 아름다운 스포츠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원래 우아한 스포츠에서 우아한 장면이 등장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이는 강렬한 매혹의 요소가 될 수 없는 것이다. 당연히 우아한 장면이 전혀 연출될 것 같지 않은 스포츠에서 그런 장면이 보일 때, 이것이 우리를 사로잡는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우아하다는 의미는 그 동작이나 장면 자체가 고상하고 기품있다는 1차적 의미는 아닐 것이다. 선수에게 우아하기까지 하다고 칭찬하는 것은 다른 선수들이 이르지 못한 경지에 닿았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할 것이다. 농구의 신이라고 할 수 있는 마이클 조던의 플레이를 보면서 느꼈고, 계속해서 세계 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 장대높이뛰기의 여제 옐레나 이신바예바를 보면서 느끼고 있는 바로 그 느낌이다.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할 수가 있지? 정말 아름답기까지 하네’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때 스포츠는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큼 우아한 것이다.

4 도구 스포츠를 보다 보면 도대체 얼마나 오래, 어떻게 훈련을 했길래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단순히 몸을 사용하는 스포츠를 보면서도 느끼지만 그보다는 도구를 사용하는 스포츠를 보면서 더 많이 느끼는 것 같다. 사람의 몸은 충분히 자기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있지 않은가? 물론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도구를 마치 자기 몸의 일부인 것처럼 다루는 선수를 보면 혀를 내두르게 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최강의 자리를 내놓지 않고 있는 양궁을 보면서 느꼈을 것이다. 현란하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 정확성만큼은 관중을 놀라게 하기 충분하다. 스포츠에서 도구가 매력으로 다가오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도구를 통해 인간 능력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 결국에는 똑같이 누가 먼저 결승선에 들어오는지 그 순위를 가리는 경기이지만 육상과 사이클 그리고 카레이싱은 그 느낌이 판이하게 다르다. 더 정확하게,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바로 도구들이 만족시켜주는 것이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BMX 결승전을 보고 확실히 느꼈을 것이다. 도구를 사용하는 스포츠가 얼마나 매혹적인가를 말이다. 도구가 있고 인간이 그것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스포츠는 더욱 재미있어지는 것임을 말이다.

5 형식 스포츠에 형식과 규칙이 없다면 경기장은 재래시장보다도 더 복잡하고 정신없을 것이다. 아무 제약이 없으니 선수들 모두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플레이만 주야장천 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포츠에는 형식이 있고 규칙이 필요한 것이다. ‘아, 시간이 1분만 더 있었으면…’ ‘이 규정만 없었어도 이길 수 있는 건데….’ 스포츠의 형식 때문에 우리는 항상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형식 때문에 이렇게 아쉬운 동시에 스포츠가 더 재미있어지는 것이다. 형식은 스포츠를 공정하게 만들고 어느 한 선수나 팀에 유리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물론 공정함을 빙자한 편파판정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나지만 말이다). 만약 이러한 규정이 없다면 가장 재미없어질 스포츠는 격투기가 아닌가 싶다. 바로 체급 때문이다. 체급별로 승부를 가린다는 규정이 없다면 덩치 크고 힘이 센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작고 약한 선수들을 이길 가능성이 당연히 높지 않은가?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기대감이나 박진감은 떨어지게 될 것이다. 형식이 스포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또 한 가지 이유는 바로 역전을 가능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예를 들어 프로복싱 경기가 지금처럼 한 라운드 3분, 총 12라운드라는 규정이 없이 계속해서 36분을 싸우게 하면 처음 기세를 잡은 선수가 그대로 이길 확률이 높아진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규정이 있기 때문에 수세에 몰렸던 선수도 체력을 회복하고 역전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에서의 형식은 우리를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는, 빼놓을 수 없는 매혹의 요소다.

6 적시 타이밍에 대해서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당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자, 눈을 감고 떠올려보라. NBA 결승전이 벌어지고 있는 경기장. 점수는 1점차 남은 시간은 1.5초다. 길게 패스한 공을 코비 브라이언트가 받자마자 링을 향해 슛을 날린다.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동안 경기장의 시계는 0을 가리키고 경기 끝을 알리는 부저가 울린다. “철썩!” 모두가 숨죽이고 있는 이 시간에 공이 그물을 통과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 손을 하늘 높이 치켜드는 코비. 역전이다. 코비는 기막힌 타이밍으로 우승을 거머쥔 것이다. 이제 눈을 떠라. 어떤가? 이게 바로 스포츠의 타이밍이다. 농구뿐 아니다. 복싱 경기에서 터져나오는 크로스카운터, 야구의 완벽한 타격과 수비 등은 모두 ‘기가 막힌’ 타이밍을 보여준다. 그래서 타이밍이라는 말은 사랑보다는 스포츠에 더 잘 어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

7 대리만족 스포츠가 미적 대상이라고 했지만 단순히 눈으로 보고 감탄하기만 한다면 스포츠가 이리 매혹적이거나 우리를 불타오르게 하지 않을 것이다. 스포츠를 보면 그 감동은 눈에서 머리로 그리고 결국에는 가슴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우리의 가슴은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자신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을 가진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이를 통해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느낌을, 마치 스스로가 경기장에서 플레이를 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느낌은 ‘나도 저렇게 멋진 모습으로 운동하고 싶다’는 생각이 된다. 경마를 보고 뛰고 싶어졌다는 한국마사회의 광고처럼 스포츠는 보는 이로 하여금 운동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 당신의 몸과 마음을 모두 움직일 수 있는 이것이야말로 진짜 스포츠이다. 아직도 대리만족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가? 이제는 직접 스포츠에 뛰어들어 온몸으로 스포츠를 느낄 시간이다.










스포츠 스타들, 스포츠를 말하다
중요한 건 날마다 절망을 이겨낼 수 있을 정도로 정신적으로 강해지고, 다음날 새로 시작할 힘을 잃지 않는 것이다. 한 경기 한 경기 미루는 거야 쉽지만 그저 조금 더 버틸 수 있을 뿐이다. – 농구선수 마이클 조던

* 혼신의 노력은 결코 배반당하지 않는다. 평범한 노력은 노력이 아니다.- 야구선수 이승엽

* 나는 항상 실수를 최소화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실수를 해도 후회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 실수를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실수한 것을 가지고 언제까지나 마음에 두고 연연해하는 일만큼은 하지 않으려 한다. – 프로 골퍼 타이거 우즈

* (타이거 우즈가 왜 더 좋은 성적을 내느냐?) 그는 나보다 더 많이 연습하기 때문입니다. – 프로 골퍼 최경주

* 나에게 최선을 다한다고 칭찬하지 말라. 그것은 모독이다. 그것은 기본적인 거니까.
– 야구선수 행크 아론

*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면, 너무 천천히 가고 있다는 뜻이다. -자동차 경주 챔피언 마리오 안드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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