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한국인 김창원’으로 뛰고 싶어요

2006~08년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부문 3연패, 2005~07년 중앙서울마라톤대회 마스터스부문 3연패 그리고 2009년 중앙서울마라톤 마스터스부문 우승, 2005~06년 경향서울마라톤 마스터스부문 2연패, 2시간 18분 39초 한국 아마추어 마라토너 최고기록 보유.

 

그는 한국 아마추어 마라톤계에서 ‘지존’으로 통한다. 2005년 이후 출전한 모든 대회에서 단 한번도 우승을 놓치지 않았다. 올초 발목을 다쳐 한동안 대회에 나가지 못하다가 다 나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시험삼아 지난달 1일 중앙서울마라톤대회에 나갔다가 또 우승을 했다. 국내 아마추어 마라토너 2위 기록과는 4분 이상 앞서 있다. 그래서 그가 출발선에 서면 다른 출전자들은 1등을 아예 포기하고 2등부터 목표를 잡는다. 하지만 그의 새해 목표는 더 좋은 기록을 세우는 것이 아니다. 그의 꿈은 한국인이 되는 것이다. 버진고 도나티엔(32·사진). 한국 아마추어 마라톤의 지존인 그는 ‘아직’ 한국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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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전 부룬디서 건너와 난민 인정받아
석달전 귀화신청…일하며 밤엔 대입준비

 

2003년 아프리카 부룬디의 부룬디국립대 경제학과 3학년생이던 그는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왔다. 하지만 그는 대회가 끝난 뒤 돌아가지 않고 난민 신청을 했다. 부룬디는 아프리카 동남부에 있는 나라로, 1962년 벨기에로부터 독립했으나 93년 종족 분쟁이 일어나면서 30여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도나티엔의 부모도 이때 숨졌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상황에서 경기도 안산의 카메라 렌즈 제조회사에 불법취업해 눈치로 일을 배웠고, 2005년 3월 경남 창원의 자동차부품업체인 현대위아로 옮겨 영업지원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2005년 6월 난민 인정을 받으면서 정식 취업도 했고,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에서 운영하는 한글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도 능통하게 구사하게 됐다.

 

한국에 와서 시작한 마라톤은 그의 유일한 취미생활이다. 매일 아침 출근하기 전에 1시간 동안 회사 숙소에서 창원대까지 왕복해서 달린다. 가르쳐주는 사람도 없고, 함께 달리는 동료도 없다. 밤에는 회사 숙소에서 혼자 공부를 한다. 한국에서 대학에 들어가 끝내지 못한 학업을 마저하려는 꿈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무역학을 전공해 한국과 부룬디의 연결고리를 만들 계획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한국인이 되었을 때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지난 9월15일 귀화 신청을 하고,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한국인이 되었을 때 사용하기 위해 ‘김창원’이라는 이름도 지어뒀고, 직장에서는 이미 김창원으로 불린다.

 

“혼자 운동하는 것이 힘들지만, 좋아하기 때문에 계속 뛰어요. 달릴 때만은 완전히 자유롭고 나의 모든 꿈이 이뤄질 것 같거든요.” ‘한국인 김창원’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망명 마라토너’ 도나티엔은 오늘도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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