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사고는 행정의 책임이 명백하다

회사에서 단풍놀이를 가기로한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사고 요소는 관광버스 운행 중 또는 산행이나 저녁 음주 중 사고 등이다. 단풍놀이 실무자와 책임자는 이전 사례와 이번 특이 사례를 취합해서 준비를 한다. 혹 발생할지 모를 사고에 대비해서 사내 규정과 법적 규정까지 확인하며 기록을 남겨 준비하면 완벽하다.

예를들면 관광버스 운행 중 사고 발생은 운전기사나 정비와 관련된 것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당 버스 회사에 운전기사의 음주 여부와 준법 운전에 대한 요청과함께 타이어나 브레이크 등 정비에 대한 요청을 이메일 등으로 해두고 필요할 경우 확인서까지 받아둔다. 직원들에게는 산행시 안전을 위해 신발이나 복장 규정을 안내하고, 음주 시간에도 숙소 발코니나 계단 등에서 주의를 요하는 이메일을 발송한다.

왜 이렇게 준비하냐면 일단 사고 발생시 실무자와 해당 책임자는 대표에게 깨진다. 작게는 시말서 정도지만 크게는 퇴사를 당하거나 법적책임까지 질 수 있다. 그래서 보통 윗선이 어떤 포인트를 주의깊게 보는지 미리 확인하고, 기안을 올릴 때 질문 리스트를 준비해서 해당 건에 대해 철저하게 준비해놓는다. 똑똑한 실무자라면 윗선이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잘 하겠지만 보통은 귀찮아서 최종 의사 결정권자의 수준까지만 준비를 한다. 이런 준비가 형식적일 수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사고를 예방하는데 도움이 된다. 왜냐하면 중간 단계 구성원들에게 경각심을 주기 때문이다.

이번 이태원 사고는 행정력 부재로 인한 인재다. 매년 동일 시점에 많은 인원이 모이기에 동선과 시간대별 유동 인구가 잘 나와있을 것이다. 내가 행정의 중간 책임자였다면 구두로라도 이태원이나 홍대, 강남 등의 구청장에게 안전 대책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지시했을 것이다. 그냥 “안전 대책 준비를 철저히 하시오”라고 하는게 아니라 지난 3~5년간 시간대별 동선과 유동인구 표는 준비되어 있는지, 해당 지역에서 유사 사고 발생 건수는 어떠했는지, 사고 발생에 어떤 대비를 하는지, 비상체계는 준비되어 있는지 등 5분도 안되는 시간 안에 구체적인 질문 5~6개만 하면 된다.

실무자들은 윗선에서 구체적인 질문과 지시를 하면 움직이게 된다. 왜냐하면 위에서 질문하거나 지시했던 것을 점검하지 않았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바로 사직서를 쓰거나 법적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임자의 구체적인 실무 역량은 하부 조직을 움직이게 하는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사고경위와 책임소재를 파악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단풍 놀이를 갔는데 관광 버스의 차량 정비 불량으로 타이어가 터져 전복 사고가 나서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치자. 단풍 놀이를 가기로 결정한 회사의 책임일까? 아니면 실무자가 정비에 대한 요청을 계약시 관광버스 회사에게 했는데 이를 하지 않은 회사가 책임일까? 아니면 실무자가 출발 전 타이어까지 일일이 점검하지 않은 책임일까?

이번 이태원 사고는 행정의 책임이 명백하다고 본다. 특정 업체나 단체 주최의 행사가 아니라며 발뺌하는데 매년 동일 사고의 위험이 있었던 것을 인지하고 있었다면 해당 구청에서는 상인회 대표 등과 만나 질서 유지와 통제, 청소에 대한 대응을 주문할 수 있고, 주문한 부분에 대해 상인회에서 못하는 부분은 구청에서 행정 지원으로 해결해서 사고를 막아야 되는 것이다. 그걸 하는 것이 공무이고, 거기에 필요한 돈을 쓰라고 세금을 내는 것이다.

그리고 사고 발생시 현장을 방문하는 목적도 있다. 내가 지시했던 것이 정확하게 잘 이뤄졌는데도 사고가 발생했던 것인지, 아니면 사전에 보고받았던 또는 공유했던 시나리오 외 예상치 못한 이유로 발생한 사고여서 새로 배울 것이 있는지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하는 것이다. 그런 사전 과정이 없었다면 현장을 가봤자 눈에 보이는 것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언론을 통해 보여지는 현 행정부는 본인들의 무능함을 민낯으로 보여주며 국민들에게 ‘각자도생’하라는 메시지를 강렬하게 전달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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