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홍성태 교수의 마케팅 레슨] 모방하라, 그리고 따라잡아라

혁신기업이 무조건 1등 아니다… 기술개발 늦어도 역전기회는 많아

홍성태 교수

창의성이 세간의 관심사다 보니 혁신제품을 만드는 기업(innovator)은 용감한 개척자로 인식되고, 모방제품을 만드는 기업(imitator)은 치사한 아류처럼 다뤄지곤 한다. 게다가 위조품이나 해적판 등 불법 모방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더하여 모방은 드러내서는 안 되는 전략으로 인식된다.

그러나 시장에 참여하기 위해 반드시 새로운 발명품을 들고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케팅에서의 창의성은 누가 먼저 만들었느냐가 아니라 누가 먼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느냐로 판가름난다. 모방제품이 혁신제품을 앞선 사례는 수도 없이 많은데 모방으로 시장을 주도하려면 다음의 전략을 시도해볼 수 있다.

우선 마케팅의 생존 공식은 기술에서 앞서가는 게 아니라 시장의 동향을 감지하고 신속히 반응(S&R·sense and response)하는 능력임을 알아야 한다. 혁신기업은 기술 위주다 보니 시장에서의 경험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소비자 위주의 마케팅 의식을 가지고 뒤쫓는다면 혁신기업을 앞지르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35㎜카메라는 기술지향적인 독일 기업들인 라이카(Leica)나 콘탁스(Contax)가 선발주자였지만, 이들은 소비자 욕구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 반면 캐논(Canon)이나 니콘 (Nikon) 등 일본 기업들은 독일의 앞선 기술을 모방해 사용자 친화적인 제품으로 개선하고 가격을 낮춰 시장을 장악했다.

MP3의 선두주자는 아이리버(iriver)였지만 마케팅 기반이 불안정하고 제품의 일관성도 약했다. 반면 새로운 디자인과 편리한 사용감으로 무장한 아이팟(iPod)이 혁신기업의 제품을 무력화시키며 시장을 장악했다.

둘째,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도 효과적인 모방전략의 한 형태다. 혁신기업의 제품은 아직 완전하지 못한 상태로 출시되는 경우가 많다. 모방제품이 기술을 가다듬어 소비자들에게 제품 자체가 더 우수하다고 인정받는다면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다.

게임기 시장의 혁신기업인 매그나복스(Mag navox)와 아타리(Atari)의 제품은 단조로워 아이들의 도전 의식을 자극하지 못해 시장이 성장을 멈추고 있었다. 모방기업인 닌텐도(Ninte ndo)는 다양하고 흥미있는 게임들로 시장을 부활시키게 된다.

드해빌랜드(de Havilland)는 코멧-I(CometⅠ)으로 상업용 제트 비행기의 세상을 열었으나 너무 서둘러 출시해 몇 차례 추락사고가 났다. 보잉(Boeing)은 후발기업이었지만 더 강력하고 더 안전한 제트기로 승리했다.

셋째는 기존의 유통 파워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포나(Fonar)는 자기공명촬영기(MRI)를 발명하여 기술력으로 의료기 시장을 주도해보려 하였으나 모방기업인 GE가 강력한 유통파워로 시장을 역전시켰다.

단층 촬영기(CAT Scanner)는 음반회사인 EMI에서 처음 개발했지만 의료기 산업에 경험이 없어 주춤하고 있었다. 이때 화이자(Pfizer)와 GE 등 모방기업이 특허권 분쟁을 각오하고 마케팅 능력과 유통망으로 밀어붙여 시장을 장악하였다.

넷째는 시장을 새로이 정의하는 것이다. 일회용 기저귀를 처음 개발한 것은 세척제품 제조사인 척스(Chux)였다. 그들은 여행자나 부유층을 대상으로 신제품을 팔아 나름대로 재미를 보고 있었다. 뒤늦게 시장에 참여한 P&G는 일반인들이 평소에 자주 쓰는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보다 저렴한 가격의 팸퍼스(Pampers)를 출시했다. 흡수력도 개선된 모방제품으로 인해 수요가 급속히 확대됐고, P&G는 더 커진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다섯째, 혁신기업은 새로운 ‘제품’을 홍보하느라 많은 시간과 자원을 소모하게 되지만 후발 모방기업은 ‘브랜드’를 알리며 손쉽게 시장에 끼어들 수 있다. 푸드 프로세서(food proce ssor)의 효시인 쿠진아트(Cuisinart)는 신제품을 개발한 후 소비자에게 사용법을 교육시키느라 동분서주했다. 후발주자인 블랙 앤 데커(Black & Decker)는 유사한 기능에 가격을 낮추며 슬그머니 시장에 침투해 시장을 양분했다.

기술개발에 한발 늦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 기술의 첨병은 아닐지라도 기술의 변화를 호시탐탐 살피다 보면 역전의 기회는 많다.

모방을 부끄러워하고 무조건 새로운 아이디어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은 재고돼야 한다. 다만 껍질만 흉내내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개선된 모방을 도모하라.

새로운 기술의 개발도 중요하지만 시장에서의 승부는 소비자의 관점에서 어떠한 새로운 용도를 첨가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새로운 고객을 창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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