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공부 잘하는 아이… 뇌 쓰는 법이 다르다

[O2/커버스토리]공부 잘하는 아이… 뇌 쓰는 법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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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상호야, 재수하느라 힘들어한다는 얘기 들었다. 좋아하던 게임도 끊고, 매일 너덧 시간만 자고 공부하는데도 성적이 잘 안 오른다며? 그냥 노는 것 같으면서도 성적이 잘 나오는 친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말도 전해 들었다.

부러우면 지는 거란 말이 있지만, 나라도 그런 친구가 부러울 것 같구나. 직장에도 그런 친구들이 있지. 별로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핵심을 콕 집어낸 보고서를 써내는 동료 말이다.

삼촌도 그런 것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야근을 밥 먹듯이 하는 와중에 ‘조금이라도 덜 고통스럽게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란 생각을 하기도 했단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왜 그런 방법이 없겠니? 이번에 삼촌이 너와 독자들을 위해 심리학과 뇌과학, 공부법 전문가들을 만나봤단다. 너와 나처럼 보통의 지능을 가진 사람들을 구원해 줄 비결이 분명히 있더구나.

○ 공부(일) 잘하는 사람의 시선 살펴보니

시중에는 여러 가지 공부법에 대한 책이 있단다. ‘공신(공부의 신)’이란 친구들이 쓴 것도 많지. 그런데 삼촌은 솔직히 그런 책을 읽어야 할지 망설여진단다. 워낙에 애초부터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이 쓴 것이고, 몇 시간을 자고 몇 시간을 쉬어야 할지 같은 개인적인 원칙들을 다 따라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다.

이번에 만나본 전문가들은 ‘기본기’에 대한 말씀을 많이 하시더구나. 그게 바로 생각의 기술이지. 생각의 기술을 바꾸면 가장 확실하게 효과를 볼 수 있다는구나. 지능을 바꾸기 어렵지만, 사고력은 훈련을 통해 충분히 높일 수가 있단다. (▶ ‘생각의 기술’ 기사 참조)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은 공부(일) 잘하는 사람들의 생각 기술을 배우면 되는 거야.

그렇다면 공부(일)를 잘하는 사람들은 생각을 어떻게 할까? 그걸 가장 쉽게 알 수 있는 방법은 눈의 움직임을 분석해 보는 것이란다. 너도 알다시피 눈은 마음의 창이야. 생각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지. 눈은 뇌가 시키는 대로 움직이거든. 눈의 움직임(시선)은 뇌의 작용을 반영하는 거야.

브레인앤리서치 연구팀이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험을 한 적이 있어. 업무 능력이 높은 사람들을 A그룹으로, 보통인 사람들을 B그룹으로 나눠 시선의 움직임을 관찰했지. 그 결과 다음과 같은 차이가 나타났단다.

①숲을 보느냐, 나무를 보느냐=A그룹 사람들은 먼저 글의 전체 구조를 파악한 뒤 세부사항을 살펴봤다. 이것을 ‘계층적 인식’이라고 한다. A그룹은 글의 제목과 요약 부분을 우선 파악한 뒤 본문을 읽었다. 반면 B그룹은 제목이나 요약을 보지 않고 바로 내용으로 들어갔다. 두 그룹은 이해도와 기억의 양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②시선의 순서와 비중=A그룹은 중요한 정보와 도표, 그래프 등을 우선적으로 살펴봤다. 도표나 그래프를 읽는 데 할애하는 시간도 많았다. B그룹은 단순히 글의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봤다. 그들의 시선은 어려운 단어나 문장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고, 글을 읽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빈도도 높았다. 특히 주어진 시간이 짧거나 어려운 정보가 주어졌을 때 B그룹의 이해도는 A그룹의 그것보다 훨씬 떨어졌다.

이런 결과는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고 한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은 먼저 영어 시험의 지문을 전체적으로 읽고(스캔·scan), 그 과정에서 숫자나 지명 같은 구체적인 정보의 위치는 대략적으로만 파악했어. 그러고는 문제에서 요구하는 정보를 찾았지.

하지만 공부를 잘 못하는 학생들은 지문 중에서 ‘국소적인 단어’나 자기가 아는 단어에만 집중을 했단다. 세부적인 것에 빠져 전체 스토리와 핵심을 잘 잡아내지 못했다는 뜻이야.

위의 두 가지 실험은 효과적인 생각의 기술 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알려주는 거야. 바로 인간의 뇌가 ‘전체적인 그림’을 먼저 파악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는 거지. 그렇지 않으면 정보를 제대로 처리하기가 힘들어.  

▼ 근육 만드는 운동처럼, 사고력도 훈련으로 키워져 ▼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설명서나 논문 같은 실용적인 글들은 대부분 두괄식으로 이뤄져 있어. 삼촌이 대학원에 다닐 때 한 교수님에게 많은 논문을 짧은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읽는 방법을 배운 적이 있단다. 일단 각 단락의 첫 번째나 두 번째 문장까지만 읽으면서, 전체 내용을 먼저 파악하는 게 핵심이야. 그 덕분에 수업 전에 10편 정도의 영어 논문을 여유 있게 읽고 들어갈 수 있었지.

삼촌이 보니 상호는 영어 공부를 할 때 책 본문을 전체적으로 한 번 읽어보지 않고, 처음부터 모르는 단어를 하나하나 찾으며 하더구나. 공부 방법을 좀 바꿔봐야 하지 않겠니?

○ 분류만 잘해도 공부법 절반 성공

흔히 머리가 좋다는 평을 듣는 사람들은 ‘전체→세부 파악’ 이외에도 많은 생각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미국 듀크대의 브레인이미징센터란 곳에서 재미있는 실험을 한 적이 있단다. 스콧 휴텔 박사란 분이 부자와 일반인의 뇌에 뚜렷한 기능적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지. 실험에서 일반인들은 평범한 뇌 활성을 보였어. 하지만 부자들의 뇌 활성은 전전두엽(정보를 계획하고 통제하는 고등 사고를 담당)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났다고 해. 이것은 부자들의 뇌가 단순한 인지보다는 정보를 처리하고 통제하는 ‘고등 사고’에 집중한다는 뜻이야. 삼촌이 만난 심리학자들도 공부(일)를 잘하는 사람들은 고등 사고를 많이 한다고 하시더구나.

고등 사고의 구체적인 방법에는 분류와 연계, 패턴화, 구조화(체계화·큰 그림 그리기), 시각화 같은 것이 있단다. 좀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은 간단한 거야. 정보를 분류하고, 관계가 있는 것끼리 연결해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하는 거란다.

서울대 신종호 교수님(심리학)은 이 중 핵심은 구조화라고 하시더구나. 한마디로 말해 공부(일) 잘하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경험(지식)을 체계적으로 잘 정리한다는 것이지. 나머지는 구조화를 하기 위한 도구이거나, 구조화를 잘하면 그냥 따라오는 것이란다. 자, 그럼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자.

①비슷한 것끼리 묶어라(분류와 패턴화)=‘1등처럼 공무하지 마!(신수정 저)’란 책을 보니 “우등생과 열등생의 차이는 분류 능력에서 생긴다”는 말이 있더구나. 분류만 잘해도 공부법의 절반 정도는 익힌 거나 마찬가지란 설명이 붙어 있었어. 분류는 지식을 체계화하는 첫걸음이자 기억을 돕는 최고의 도구거든.

그렇다면 분류는 어떻게 할까. 그냥 관련이 있는 것끼리 묶으면 돼. (그래픽 참고)

분류를 하는 것만으로도 복잡한 것이 놀랍도록 단순하게 변해. 그리고 분류는 사물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머릿속에 넣게 해주지. 이것은 인간이 머릿속에 한 번에 넣을 수 있는 이슈의 숫자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야. 머릿속 ‘서랍’의 숫자가 한정돼 있다면 이해가 쉬울까? 따라서 분류를 해 묶으면 그만큼 기억이 쉬워지는 거야. 공부 잘하는 친구들은 분류를 통해 기억의 양을 ‘압축’할 수가 있어. 컴퓨터의 압축 프로그램처럼 100MB짜리 정보를 40∼50MB로 줄이는 거지.

패턴인식은 일견 무질서해 보이는 것에서 질서를 찾아내 분류, 체계화하는 일을 말해. 일을 잘하는 사람들은 복잡한 일 속에서 패턴을 발견해 일을 단순화할 수 있어. 패턴을 알아내면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미리 알 수 있거든.

②연결해 그림을 그려라(연계와 구조화)=앞서도 지적했듯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숲을 보는 능력이 필요해. 구조화는 쉽게 말해 숲, 즉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이야. 큰 그림을 그리는 능력은 공부나 일뿐만 아니라 삶의 다른 방면에서도 무척 유용해. 전체를 알아야 세부적인 것의 관계를 파악하고, 변화에 빨리 대응할 수가 있거든. 군대의 지휘관은 전쟁터를 전체적으로 보지 못하면 절대로 이길 수가 없어.

구조화를 하는 중요한 방법이 바로 연계야. 연계는 분류한 정보의 묶음들을 관련된 것끼리 엮는 것이야. 이렇게 하면 ‘큰 그림’을 만들 수가 있지.

③시각화: 시각화는 앞서 말한 두 가지를 쉽게 만들어주는 방법이야. 글(언어)로 된 정보를 그림(시각 정보)으로 바꾸는 것이지. 흔히 말하는 도표가 이에 해당해. 진짜 그림을 이용하는 것도 좋아. 도표는 각각의 구성요소가 어떤 관계에 있는지는 물론 전체 구조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해 줘. 이렇게 구조도를 그리면 전체에서 어떤 부분이 빠졌는지도 쉽게 알아낼 수 있지.

시각화는 기억을 도와주는 기능도 해. 인간은 추상적인 글이나 개념보다는 구체적인 그림을 훨씬 잘 기억하거든. 여러 가지 감각을 한꺼번에 이용하면 기억이 더 잘되기도 하고.

‘기억의 궁전’이란 것이 있어. 16세기의 예수회 신부 마테오 리치가 중국에 전한 분류와 시각화(연상)를 이용한 기억술이지. 머릿속에 거대한 상상의 궁전을 세우고, 각각의 방에 이름을 붙인 뒤 방마다 연관된 정보를 집어넣는 방식이야. 기억은 필요할 때마다 눈을 감고 꺼내보면 되지.

○ 노력은 기본이다

생각의 기술이 그다지 어렵지는 않지? 하지만 부단한 연습이 필요해. 두뇌도 근육과 비슷하거든. 문용린 서울대 교수님(교육학)께서는 이렇게 설명해 주시더구나.

“인간 근육의 본질은 이미 과학적으로 다 밝혀져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자기 팔뚝의 근육을 만들기는 어렵습니다. 직접 운동을 하는 수밖에 없지요. 주사 한 방 놓는다고 해서 근육이 만들어지는 건 아닙니다.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지요. 두뇌도 마찬가지입니다.”

구조화와 체계화에도 기술이 필요해. 중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려내는 능력이 없으면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될 수 있거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과 배경 지식이 추가로 필요해.

신수정 박사님께서는 “중상위권 이하의 학생들을 관찰하면 대체로 프로세싱(생각 기술)이 나쁜 데다 입력도 부족하다”고 하시더구나. 여기서 말하는 입력이란 실제로 공부에 들어가는 시간과 정보를 말해. 노력은 기본이란 것이지.

그리고 위에서 정리한 분류나 구조화, 시각화 같은 방법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한 것을 요약해 보면 큰 도움이 될 거야.

마지막으로 얼마 전에 취직한 너희 형한테도 술 그만 먹고 공부 좀 하라고 해라. 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공부는 평생 해야 하는 거야. 특히 취직한 후에는 업무에서 성과를 내야 하니까 더 치열하게 공부해야 해. 그리고 알고 보면 배움은 삶의 커다란 기쁨 중 하나란다. 배우지 않는 사람은 삶의 중요한 즐거움 중 하나를 포기하는 거야. 올해는 꼭 원하는 대학 들어가길 기대할게. ^^

문권모 기자 mike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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