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고양이와 냉장고의 공통점을 찾는 ‘소프트 싱킹’의 힘

해결책이 나오지 않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골방에 앉아서 고민을 한다. 그러다가 겨우 합리적인 대안을 찾았는데, 이번에는 상대방이 엉뚱하게 변덕을 부린다. 그러면 우리는 종종 논리적인 모순점을 나열하면서 상대를 비난하느라 열을 올리거나, 하릴없이 컴퓨터에 앉아 웹 서핑을 한다. 그러나 사실 이런 방법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같은 생각을 반복해보았자 머리만 아프다. 뭔가 차원이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

이럴 때는 미술관에 가보자. 미술 감상은 시공을 초월하는 천재들의 영감을 쉽게 충전받을 수 있는 길이다. 지난 여름 덕수궁 미술관에서 열렸던 “이것이 미국미술이다” 전시회는 낯익으면서도 동시에 낯설게 보이는 팝 아트(pop art)로 가득했다. 그중에서도 나에게는 클래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의 작품들이 강렬했다. 1966년작 “거대한 톱 – 부드러운 해석”은 서로 모순된 사물의 속성을 잘 어우르고 있었다. 단단한 톱에 부드러운 천을 씌웠는데, 금속 재질의 차가움과 날카로운 직선을 따뜻하고 여유로운 곡선에 대비하였다. 게다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소품을 거대하게 복제하니 모순된 두 가지 속성이 더 크게 비교되면서도 또 다른 차원에서 어우러지는 묘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인지과학적으로는 올덴버그의 작품이 주는 감동이 ‘소프트 싱킹(soft thinking)’과 ‘하드 싱킹(hard thinking)’의 조화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소프트 싱킹이란 부드럽고 직관적이며 멀리서 보는 사고방식이다. 하드 싱킹이란 직선적이고 논리적이며 수치로 측정할 수 있고 가까이에서 분석하는 사고방식이다. 하드 싱킹이 차이점을 꿰뚫는 관념이라면 소프트 싱킹은 전혀 다른 두 대상 간에도 교집합을 찾는 관점이다.

‘고양이’와 ‘냉장고’를 가지고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면, 하드 싱킹을 하는 사람은 당황한다. “고양이는 동물이고 냉장고는 기계인데, 동물은 생물이고 기계는 무생물이고, 이거 뭐가 공통점이야?” 하지만 소프트 싱킹을 하는 사람은 이렇게 대답한다. 둘 다 꼬리가 있고, 그 안에 생선을 넣을 수 있으며, 색깔이 다양하고, 수명은 15년 정도라고.

하드 싱킹이 흑백논리라면 소프트 싱킹은 무지갯빛 변주이다. 전자가 이성이라면, 후자는 감성이고, 전자가 좌뇌라면 후자는 우뇌이다. 소프트 싱킹은 은유적이고 확산적이며, 유머와 재미가 있다. 얼핏 모순돼 보이는 개념을 동시에 함축하기도 한다. 반면 하드 싱킹은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며 정확하지만, 시야가 좁고 상황이 달라지면 적용이 안 된다. 이 두 가지 방식은 톱과 천처럼 서로 대비되면서도 서로를 필요로 하며, 조화를 이룰 때 예술적인 감흥을 준다.

루트번스타인의 책 ‘생각의 탄생’을 보면, 역사 속에서 뛰어난 창조성을 발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사용한 발상법이 있다. ‘청각적 형상화’라는 것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음악을 듣고 그림을 본다. 하지만 창조적 천재들은 그림을 ‘듣고’ 음악을 ‘본다’. 파바로티는 피아노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보다 머릿속으로 음악을 ‘그리는’ 경우가 더 많다고 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패턴인식을 이용해 새로운 생각을 떠올리곤 했다. 그는 한 가지 형상에서 무한히 다양한 대상을 그려냈다. 그들은 마음의 눈으로 관찰하고, 머릿속으로 형상을 그리며, 모형을 만들고 유추하여 통합적 통찰을 얻었다.

일상생활이나 비즈니스에서도 이 두 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사용해야 한다. 아이디어가 싹을 틔우는 시기에는 소프트 싱킹이 유용하다.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존재를 만들려면, 과거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자유롭게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작은 단서에서 미래를 예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그 다음 실행단계에서는 하드 싱킹을 발휘해야 한다. 숫자로 측정하고, 논리적으로 실행 계획을 세우며, 솔루션을 정교하게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 싱킹만 하면 뜬구름만 잡느라 결실을 맺지 못하고, 하드 싱킹에만 치우치면 새로운 흐름을 읽지 못하고 굴러들어온 떡을 발로 차버린다.

벨이 발명한 전화는 역사적인 대박을 터뜨린 소프트 싱킹의 승리였지만, 거대한 전신회사였던 웨스턴 유니언의 몰락을 예고하는 하드 싱킹의 실패 사례이기도 하다. 1876년 3월 10일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과 그의 비서 왓슨은 전화를 이용해서 최초의 대화를 나눴다. 형편이 어려웠던 그들은 웨스턴 유니언의 중역들에게 발명품을 시연하고 특허권을 양도하려고 했다. 하지만 소프트 싱킹이 결핍된 웨스턴 유니언의 중역들은 전화기를 장난감 취급하고 벨의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20년이 채 지나기 전에 미국에는 500만대의 전화기가 보급되었고, 특허 번호 174455는 역사상 가장 값비싼 특허가 되었다.

오늘은 모두 사진작가가 되어 보면 어떨까? 현실을 찍되 기존의 틀을 넘어 각자의 프레임으로 자유로운 경계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훌쩍 일어나 천재들의 작품을 감상하러 다녀도 좋다. 위대한 것들은 규칙을 깨뜨리는 신선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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