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왕` 야후재팬 뛰어넘은 온라인 쇼핑몰

초보자 맞춤형 친절한 사이트…시너지 낼 기업만 골라 M&A…

Best Practice – 日최대 인터넷기업 ‘라쿠텐’

인터넷 생소한 1990년대…발품 팔며 고객 찾아가 컴퓨터 사용법부터 설명
2009년 매출 2982억엔…검색 50% 장악 야후 추월
현지기업과 제휴 통해 대만·중국 등 9개국 진출

“나보고 시스템을 개발하라고? 불가능해.” “아니, 전문가가 아니라서 더 쉽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상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한번 만들어 보라고.”

1997년의 어느 날, 30대 초반의 청년 두명이 논쟁을 벌였다. 미키타니 히로시와 혼조 신노스케. 두 사람은 온라인 쇼핑몰 창업을 하기로 했지만 프로그램을 만들 사람을 구할 돈이 없었다. 미키타니는 혼조에게 달랑 책을 몇 권 사주고는 개발하라고 다그쳤다. 혼조가 대학 때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어본 적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혼조는 무리라고 생각했지만 떠밀려 도전에 나섰다. 미키타니의 생각은 적중했다. 비(非)전문가였던 혼조는 프로그램 개발자 관점이 아니라 이용자 관점에서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일본 최대의 인터넷 기업이 탄생했다. 미키타니와 혼조는 인터넷 1위기업 야후재팬을 누른 라쿠텐의 창업자들이었다. 미키타니는 현재 라쿠텐의 최고경영자(CEO)다.

○쉬운 프로그램과 발품으로

혼조는 아마추어만도 못한 프로그래머였다.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하고 받은 1주일간의 교육이 준비의 전부였다. 이 약점은 오히려 강점이 됐다. 그가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쉬운 시스템을 만들 수밖에 없던 이유다. 혼조가 개발한 시스템은 인터넷 초보자도 금방 온라인 장터에서 매장을 개설하고 제품을 팔 수 있을 정도로 쉬웠다. 라쿠텐이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하는 밑거름이 됐다. 라쿠텐은 회사 설립 10여년 만에 하루 매출 25억8500만엔(357억원), 입점 점포 수 3만7173개, 회원 수 6900만명의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쉽지만은 않았다. 시스템을 갖추고 나니 영업이 문제였다. 1990년대 후반엔 온라인 쇼핑몰은커녕 인터넷을 제대로 이용할 줄 아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 미키타니는 전 사원을 영업에 투입하기로 했다. 고작 6명이었지만 일본 전국을 나눠 직접 방문하기 시작했다. 고된 일이었으나 발품 이외에 길이 없었다.

고객이 될 만한 사람을 찾아가 상품을 등록하고 판매하는 방법을 알려줬다.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컴퓨터와 인터넷 사용법부터 온라인 쇼핑몰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까지 설명했다. 친절한 서비스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가입 점포가 하나둘씩 늘었다.

이용료도 대폭 낮췄다. 라쿠텐은 초기 가입비 없이 인터넷 상인들로부터 월 이용료 5만엔만 받았다. 당시 시세 기준으로는 파격적이었다. 경쟁사들은 10만~100만엔의 가입비를 받고 주문 건수와 판매금액에 따라 수수료를 더 챙겼기 때문이다.

라쿠텐은 가입자들에 대한 지속적인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초기에 친절한 서비스를 기반으로 고객 기반을 넓힌 라쿠텐은 이를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으로 발전시켰다. ‘라쿠텐대학’을 개설한 것. 라쿠텐대학에서 가입자들은 추가로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의 성공 비결을 공유하는 장소로도 활용됐다.


○‘제왕’ 야후를 넘다

2009년 라쿠텐은 매출에서 일본 ‘인터넷 제왕’ 야후재팬을 넘어섰다. 야후재팬은 일본 검색시장의 50% 이상을 장악하고 있었다. 영원한 1위가 될 듯한 기세였지만 왕좌를 내줘야만 했다. 라쿠텐이 일본 인터넷 역사를 새로 쓴 순간이다.

전세가 역전된 2009년 라쿠텐과 야후재팬의 매출은 각각 2982억엔, 2798억엔이었다. 2010년에 격차는 더욱 크게 벌어졌다. 라쿠텐 3461억엔, 야후재팬 2924억엔이었다. 전문가들은 이 차이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라쿠텐이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라쿠텐은 야후재팬을 넘어서기 위해 인수·합병(M&A) 전략을 활용했다. 미키타니는 2000년 기업 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확보했다. 그리고 기다렸다. 얼마 뒤 닷컴 거품이 붕괴됐다. 그는 상장으로 확보한 자금을 M&A에 투입했다. 거품 붕괴로 괜찮은 기업들이 대거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 싼 값에 좋은 기업들을 사들일 수 있었다. 미키타니는 그러나 무분별한 확장은 경계했다.

인수 대상 선정의 기준은 라쿠텐그룹이 제공하는 서비스 질을 높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인터넷 포털 인포시크재팬이 대표적 예다. 인포시크재팬은 월트디즈니의 자회사였다. 그러나 일본 시장에서는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미키타니는 인포시크의 검색 기술을 접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2000년 12월 90억엔에 인포시크를 인수했다. 인포시크 인수를 통해 라쿠텐은 검색은 물론 블로그 등 커뮤니티 서비스도 강화할 수 있었다.

2003년 9월엔 일본 최대 여행 예약 사이트 다비노마도구치를 운영하는 마이트립넷도 인수했다. 당시 다비노마도구치는 회원 수 238만명, 등록된 숙박업체만 1만1673개에 달했다. 다비노마도구치는 라쿠텐이 야후재팬을 추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M&A를 통해 라쿠텐은 여행 증권 카드 등에 진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했다.

○세계시장을 향해

라쿠텐은 해외에 진출할 때는 제휴 전략을 활용했다. 일본에서 제왕의 자리에 오른 라쿠텐은 첫 해외진출 국가로 대만을 택했다. 2007년 11월 대만 최대 유통기업 프레지던트와 제휴, 대만 온라인 쇼핑몰을 열었다. 2010년에는 세계 최대 인터넷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진출을 위해 중국 최대 검색 서비스업체인 바이두와 제휴했다. 라쿠텐의 전자상거래 기술력과 운영 노하우, 바이두의 중국 시장 영향력과 마케팅 능력을 조합해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기로 한 것. 라쿠텐은 아시아뿐 아니라 유럽 북미 남미 등지의 9개국에 진출해 있다.

미키타니는 아마존과 차별화된 방식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해 나갈 계획이다. 대규모 창고와 물류 시스템을 갖추고 값싼 물건을 대량 공급하는 미국 기업들과 달리 상품의 다양성 및 고객들과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에 초점을 두고 부가가치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해외에서 인수하거나 제휴한 기업들의 문화를 최대한 존중하는 것도 라쿠텐의 철학이다. 미키타니는 “아마존 구글 등 미국 기업들은 해외 기업을 인수하면 자신들의 문화로 색깔을 바꿔나가지만, 라쿠텐은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서로의 강점을 살려 융합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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