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 없이 바쁘기만 한 임원들… 주기적인 조직재편이 특효약

이성용 베인앤컴퍼니 서울사무소 대표

‘삼국지’는 주인공 유비와 조조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이들과 관련된 장수와 신하들의 얘기가 더 흥미진진하다. 유비와 조조는 이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 힘을 쏟는다. 결국 최고의 인재를 얻은 쪽이 최후의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구도이다. 유비와 조조가 기업 CEO라면, 장수와 신하는 임원에 비유된다. 기업 경쟁력을 보여주는 지수로 가격 경쟁력, 브랜드 위상, 선호도 등이 있지만, 그 활동 주체인 임원들의 경쟁력이 한층 중요해지고 있다.

베인앤컴퍼니 조사에 따르면, 1만여 한국 기업 중 67% 이상이 임원들의 팀워크에 문제가 있다. 이유는 한국 임원들이 줄서기·눈치보기와 같은 ‘수직적 능력’은 뛰어나지만 동료와 협업하는 수평적 능력을 위한 훈련이 부족한 데다, 대다수 기업들이 팀워크 교육보다 자기계발에 집중해서다. 임원 문제에는 4가지 증상과 처방전이 있다.

첫째 ‘행복한 저성과 임원들’이다. 지금 업무성과에 만족하지만 정작 배는 산으로 가는 경우다. 임원들이 기업의 성과 개선보다 자기 자리보전에 관심이 더 많은 것이다. 1990년대 코닥은 세계 최고 카메라업체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회사는 디지털 카메라 출시에 실패해 최근 파산했다. CEO가 디지털 카메라 개발을 요구했고, 임원들은 디지털 카메라가 대세가 될 것임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임원 가운데 누구도 이 문제를 적극 제기하지 못했다. 필름 카메라 담당 임원들의 영향력이 워낙 막강했던 데다, 조직문화 변화를 원치 않았던 탓이다. 이들은 행복한 임원이었으나 결과는 참담했다. 이 증상을 고치려면 업계의 선진사례를 벤치마킹하고 1위 기업으로 우뚝 서겠다는 열정을 조직 전반에 심어야 한다. 조직 전체 공통의 비전과 목표를 조직 전 구성원에게 효과적으로 전파해야 한다.

둘째 ‘생산성은 낮으면서 바쁜 임원들’이다. 임원 활동에는 20:40:20:20이라는 룰이 있다. 20%는 일상적 손실(수다, 개인활동 등), 40%는 정상적 일상업무(보고서 작성, 기업회의 등), 20%는 생산적 업무, 나머지 20%는 가치파괴 업무다. 문제는 마지막 20%다. 생산성은 낮지만 조직을 괜히 바쁘게 만드는 임원들은 조직에 손실을 입힌다. 1980년대 말 GM은 6.5년 간격으로 신차를 출시했는데, 경쟁사인 도요타는 이 기간이 4년이었다. 자신의 권한을 지키려는 GM의 임원들이 장본인이었다. 이들은 불필요한 내부 보고서나 자질구레한 절차를 설정해 부하 직원들이 따를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GM이 이런 형식적 절차를 제거하자, 신차 출시 주기는 40%나 단축됐다.

임원 생산성을 높이는 특효약은 3~5년 주기의 대대적인 조직재편이다. 이를 위해 많은 선도기업들은 ‘비즈니스 프로세스 리엔지니어링'(BPR)을 활용한다. 전체 사업부문을 간소화해 현재 비즈니스 니즈(needs)에 맞게 최적화하는 작업이다. 비즈니스 니즈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면서 BPR 실행 주기는 단축되고, 실행 빈도는 증가한다.

셋째 ‘개인은 똑똑하지만 뭉치면 바보가 되는 임원들’이다. 조직의 의사결정시 합의를 보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임원들은 중도 포기하거나 타협하기 십상이다. 그 결과 비즈니스 활동이 하향 평준화된다. 세계 유수의 문서관리 기업으로 HP보다 인쇄기술 관련 특허를 더 많이 갖고 있었던 제록스가 그랬다. 제록스의 R&D 부서는 가정용 프린터 투자를 진행했지만, 열정과 역량이 미약했던 개발 담당 임원들은 가정용 프린터 기술 사업화를 원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록스는 가정용 프린터 기술을 HP에 매각했고, 이 기술을 바탕으로 히트제품을 탄생시킨 HP는 그 후 5년 만에 제록스를 추월했다. 이 증상을 고치는 데는 전방위 동료평가(peer review)가 유용하다. 전방위 동료평가를 2~3번 반복 진행해 보면 조직에 가치를 창출하는 인재와 그렇지 않은 인재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넷째 ‘조직 문제에 골몰하는 내향성 임원들’이다. 이들은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조직을 관리하지 않고 조직원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자기 부서의 조직 내 위상은 어떤지에 골몰한다. 이런 기업은 현장에서 달성한 실적보다 뛰어난 보고서에 후한 점수를 주는 조직문화를 갖는 경우가 많다. 루 거스너가 CEO를 맡기 전인 1990년대 IBM의 경우, 전체 임원 중 고객접점에 역점을 두는 사람은 25% 미만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비핵심 기능을 담당하고 있었다. 거스너는 조직 직제를 간소화하고 핵심 임원을 이동 배치해 고객과 접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임원들에게는 내부 문제가 아닌 사업 관련 사안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토록 했다. 10년에 걸친 IBM의 조직혁신 노력은 놀라운 성과로 이어져 IBM은 세계 최대 IT 서비스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결론적으로 임원들이 팀워크를 통해 높은 성과를 내는 관건은 공통의 목표를 공유하고 신뢰와 책임감을 구축하는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전사(全社)적 목표를 향한 전문가적인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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