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MET창시자 잘트먼 “무의식을 깨워라”

같은 음료수라도 북극곰과 등장하면 차게 느껴지고 코알라와 함께하면 따뜻하게 느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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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이후 가장 강력한 정성 마케팅 조사 도구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잘트먼 기법(ZMET)이다. 소비자에게 그림과 사진을 보여주고 연상을 유도하는 `은유추출기법`인 ZMET는 인간 사고 중 95%는 무의식에서 발생한다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매일경제신문 MBA팀이 정성 마케팅을 취재하기 위해 만나고 인터뷰한 모든 석학들이 꼭 한 번은 ZMET에 대해 언급하는 것도 이 기법이 가진 강력한 힘 때문이다. 이 기법을 만들어낸 제럴드 잘트먼 하버드대 교수는 매경 MBA팀과 단독 인터뷰하면서 “설문조사 같은 정량적 방법이나 포커스그룹 인터뷰 같은 낡은 정성 마케팅 기법으로는 기업이 원하는 답을 이끌어낼 뿐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낼 수 없다”고 강조했다.

ZMET는 소비자 마음은 기업만 모르는 게 아니고 소비자 자신도 모른다는 가정에서 출발한다. 소화제라는 간단한 약을 팔기 위해 소비자들이 소화제에 대해 갖는 연상작용을 설명하는 부분은 바로 ZMET의 정수를 보여준다. 잘트먼 교수는 “소화제에 대한 은유추출기법 조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은 어떤 것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대가를 의미하는 지폐를 가져오기도 하고 `절제`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했다”며 “여기에 저울까지 등장하는 걸 보면서 `소화제`는 `균형`과 연동된 개념이라는 게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잘트먼 교수는 95% 무의식으로 이뤄지는 `마음 시장`을 공략하지 못하면 기업 마케팅은 성공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소비자 무의식을 일깨우는 대표적인 사례는 음료 마케팅이다.

ZMET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음료가 북극곰과 함께 등장하면 시원한 음료를 연상하고 코알라와 함께 등장하면 따뜻한 음료를 떠올린다. 코카콜라 광고가 시원함을 강조하기 위해 북극곰과 함께 등장하는 이유다.

잘트먼 교수는 “이런 식으로 소비자 무의식 속에 있는 은유와 이미지를 파악해 공략하는, 즉 `마음 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잊혀가던 상품도 부활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잘트먼 교수는 “소비자들이 어떤 서비스나 상품 혹은 기업에 대한 이미지를 떠올릴 때는 반드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이미지가 있다”며 “이를 토대로 `공유 개념도`를 그리면 정성 마케팅은 성공가도에 들어선다”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 동부에 있는 한 금융서비스 기업을 예로 들었다. 이 기업은 `고소득 고객들 긍지를 존중한다`는 자신들 마케팅 전략이 얼마나 고객들에게 전달됐는지 파악하기 위해 ZMET 기법으로 추출된 개념들을 모아 `공유 개념도`를 그렸다. 고객들은 이 회사에 대해 `정직` `보호 제공` 등 단어를 떠올렸다. 무엇이 떠오르냐는 질문에 에베레스트산 그림을 선택한 사례가 많았다. 정직과 보호를 상징하는 이미지들을 택한 것은 긍정적이었지만 에베레스트산 이미지에서는 `너무 높고 튼튼해서 등산객 사정에 신경 쓰지 않는`, 즉 고객 요구에 반응하지 않는 회사 이미지를 상징했다.

이렇게 도출된 공유 개념도를 토대로 금융회사는 자체 약점을 보완해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고승연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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