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스포츠 마케팅의 제왕 NFL

[Cover Story] 스포츠 마케팅의 제왕 N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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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축구 대박 비결은 동반성장] 1950년대까진 큰 구단 위주 승자독식 구조
중계료 균등 배분·연봉상한제 도입으로 약체 팀 일으켜 세우자 파이 엄청나게 커져

소속된 32개 구단의 지난해 총 자산가치(327억2800만달러·약 37조5000억원)는 GDP기준 세계 92위인 바레인(264억달러·30조원)을 압도한다. 한 개 구단의 평균 자산가치는 1조1700억여원. 결승전 관람을 위해 매년 평균 1억명 넘게 TV 앞이나 경기장에 모여든다. 32개 구단 모두 영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50개 스포츠 구단’ 명단에 올라 있다. 이곳은 어디일까?

정답은 미국 미식축구리그(NFL·National Football League)이다. NFL은 지난해 순수익만 100억달러(11조원)를 낸 세계 최대 스포츠 리그로, 가장 성공한 스포츠 비즈니스의 정수(精髓)를 보여주는 결정판이다.

Getty images

1922년 창립 후 40년 가까이 NFL은 뉴욕 자이언츠, 시카고 베어스처럼 대도시를 연고지로 가진 ‘빅마켓(big market)’ 소속 구단들의 독무대였다. 그래서 1950년대까지 53개 팀이 문을 닫고 매년 존폐위기에 몰렸었다.

기사회생의 실마리는 1962년, 뉴욕 자이언츠의 형제 구단주인 웰링턴과 잭 마라(Mara)가 NFL 리그 총수익을 모든 구단과 공평하게 나누자(revenue sharing)는 아이디어를 내면서 마련됐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난 지금, NFL은 모든 구단이 부자가 되는 이변을 일궈냈다.

NFL 사무국은 실제로 각 구단이 거둔 연간 TV 중계료 수익금 전액과 구단별 티켓 총수입의 40%를 전부 거둬들인 다음 32개 구단에 똑같이 배분한다. 각 구단의 연간 수익 가운데 60%는 NFL이 나눠준 돈이다. 모든 팀에 ‘동등한 경쟁 여건’을 보장하는 ‘동반성장형’ 리그인 셈이다.

“NFL의 성공은 스몰 마켓(중소기업)의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빅 마켓(대기업)마저 깨진다는 각성 덕분에 가능했어요. 자기 떡만 키우면 단기적으로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동반 몰락한다는 교훈을 실천한 것입니다.”(강준호·서울대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대학원 교수)

NFL의 혁신은 웬만한 글로벌 기업들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미국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역(逆)드래프트제(전년도 꼴찌팀이 신인 드래프트 1순위를 갖는 것·1935년 도입)와 연봉상한제(salary cap·1994년) 같은 반(反)자본주의적 제도까지 과감하게 적용한다. 다른 미국 프로 스포츠에 유례가 없는 이런 규칙으로 전력 상향 평준화→한층 긴박감 넘치는 경기→인기 상승이라는 ‘선순환 구조’를 낳았다.

대중 스포츠이면서 희소성으로 승부를 건 전략도 독특한 마케팅 포인트다. NBA와 MLB는 최장 7번의 결승전을 치르는 반면, NFL은 단판 승부제다. 정규시즌도 16경기만 치뤄 MLB(총 162경기)의 10% 수준이다. 모든 게임은 결승전을 방불케 한다. NFL의 입장권 평균 가격(76달러)이 프로야구(MLB·26달러)보다 3배 이상 비싸지만 게임당 평균 관중 수는 NFL(3만3000명)이 MLB(1만5000명)보다 배 이상 많다. 5개 남짓한 제품군으로 지난해 매출 144조원에 29조원의 순이익을 낸 애플을 연상시킨다.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학 교수 10명(미국 ‘비즈니스위크’誌 2007년 선정)’중 한 명인 로저 마틴(Martin) 캐나다 토론토대 경영대학장은 저서 ‘게임 바로잡기(fixing the game)’에서 “NFL은 가치를 극대화하고 끊임없이 게임을 혁신해 경기의 질을 높였다. 탐욕에 찌든 현대 기업들은 NFL의 성공 비결을 반드시 배워야 한다”고 했다.

‘세계 스포츠 마케팅의 제왕(帝王)’으로 불리는 NFL 번영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Weekly BIZ는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NFL 사무국에서 마이클 스톡스 부총재를 만났다.

미국 뉴욕시 파크애비뉴에 있는 NFL 사무국 본사 로비는 휘황찬란했다. 명품 보석기업 티파니(Tiffany&co)가 매년 두 개만 만드는 수퍼볼(Super bowl·미식축구 결승전) 우승 트로피와, 우승팀의 이름과 함께 수십~수백개의 1~4캐럿짜리 다이아몬드가 촘촘히 박힌 우승반지들이 조명 아래 번쩍이며 진열돼 있었다. 반지 한 개 단가는 5000달러(약 570만원)지만 경매에선 최고 1억원을 호가한다. 세계 최상의 스포츠 집단인 NFL이 쌓아놓은 부(富)와 명성을 보여주는 현장이다.

“NFL은 구단끼리의 피상적인 계약관계를 끝내면서 강한 활력을 갖게 됐어요. 약한 구단과 강한 구단들이 장기 협력 관계를 쌓으니 모두 더 큰돈을 벌게 됐습니다.”

사무국에 13년째 일하고 있는 마이클 스톡스(Stokes) NFL부총재는 2007년 중국 베이징(北京)에 NFL지부를 세우고 주요 도시 대학가를 중심으로 미식축구 열풍을 일으켜 수백만 명의 중국인이 수퍼볼을 시청하게 만든 마케팅 전문가이다. 그가 공개한 성공비결은 간단하면서 신선했다. ▲동등한 경쟁 여건이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든다 ▲품질 관리를 위해 끊임없이 혁신한다 ▲신뢰할 수 있는 리더십을 구축한다 ▲희소성의 원칙으로 게임의 몰입도를 더 높인다!

마이클 스톡스 부총재가 뉴욕 NFL 본사 로비에 진열된 수퍼볼 우승 트로피를 가리키며 NFL의 경영방식과 철학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스톡스 부총재는 “NFL은 시즌이 시작할 때 어떤 팀도 우승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할 정도로 전력이 비등비등하다”며 “게임의 성패(成敗)는 선수역량뿐만 아니라 게임전략에도 상당히 좌우된다”고 말했다. / 뉴욕=이신영 기자

◇균형된 재정 여건 아래 무자비한 ‘실력주의’

―NFL의 첫 째 성공비결을 꼽는다면?

“당연히 수익 공유제(revenue sharing)이다. 모두를 위해 하나가 되고, 하나는 모두를 위해 존재한다(All for one, one for all)는 정신에 기초한 이 제도의 장점은 여럿이다. 첫째, 어느 구단도 경영난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구단 가운데 연간 1~2팀만 약간 적자를 내는 수준이다. 둘째, 우승 희망에 대한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구단에 대한 자부심도 생긴다. 단 한 번도 결승전에 진출해본 적 없는 팀들도 항상 경기 입장률이 90%를 넘는다. NFL은 NBA처럼 3년 연속 우승한 팀이 없다. 2005년부턴 한 차례 우승하면 다음 해엔 반드시 우승팀이 바뀐다.”

―구단들이 이로 인해 자체 마케팅이나 수익 증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매년 총수익의 60%는 보장해주지만 나머지 40%는 스스로 머리를 굴려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MLB나 유럽의 축구리그의 경우, 구단이 지역방송국을 운영해 상당한 수익을 만든다. 하지만 NFL은 구단이 자체적으로 지역방송국을 운영하지 않는다. 그래서 창의력이 중요하다. 워싱턴 DC 레드스킨스가 은행과 제휴해 ‘관중 전용 신용카드’를 만들어 관중 한 사람당 게임 소비금액을 평균 9달러에서 15달러로 높인 게 대표적인 성공 사례이다.”

―이 시스템이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승자독식 구조가 부활해 팬들이 ‘우리 팀은 영영 우승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된다. 또 1등만 살아남고 나머지 팀은 1등을 빛내주기 위해 존재하는 들러리로 전락한다.”

―수익 공유제가 현대 자본주의와 기업에 주는 메시지는?

“이 제도는 시즌 시작 전에 구단주들이 모여 게임에 똑같은 금액의 베팅금액을 걸어둔 다음, 일정 기간이 지난 후 이자가 쌓인 베팅금을 똑같이 나눠 가져가는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분쟁 없는 지속성장이 가능하다. 기회가 날 때마다 1달러, 2달러 차익을 노리는 기업들의 단기투자는 장기적으로는 불안만 안겨준다고 생각한다.”

스톡스 부총재는 “몇몇 정부 기관에서도 ‘수익 공유제의 세부 운영방식을 직접 배우고 싶다’는 의사를 표시해 올 정도로 평판이 좋다”며 “NFL의 성공은 구단들 간의 재정을 균형 있게 맞춰주는 동시에 선수들에게 무자비할 정도의 실력주의(meritocracy)를 적용한 덕분이다”고 했다.

43번째(2009년) 수퍼볼 우승팀인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우승 반지.

◇차별화된 혁신·마케팅으로 품질 향상

―NFL만의 차별화된 마케팅이 있나?

“우리는 반드시 협상에서 상대가 거절하지 못할 여러 조건을 내걸고 반드시 이뤄낸다는 원칙을 갖고 임한다. 1950년대 초, TV 방송사들이 중계권 계약을 맺자고 접근해왔을 때, 우리는 ‘지금은 TV보다 라디오가 더 돈이 된다’며 거절했다. 일부 팀이 TV계약을 맺으려 안달했지만 그것도 금지했다. 그렇게 3~4년 시간을 끌다가 합의했다. 단 ‘비판이 섞인 해설 금지’ ‘싸움, 부상에 대한 언급 금지’를 조건을 붙여 관철시켰다. NFL은 될 때까지 기다리면서 완벽한 타이밍을 노린다.”

이런 치밀한 협상 전략을 발전시킨 결과, 2014년부터 경신되는 NFL TV중계권료만 1년에 총 49억5000만달러(약5조5500억원)로 폭증했다.

―여러 글로벌 기업을 스폰서로 유치하는 등 스폰서십도 세계 최고 수준인데.

“코카콜라, GE, 모토로라 등 여러 글로벌 기업이 우리의 공식 스폰서다. 그러나 우리는 큰 기업만 노리지 않는다. ‘역발상’적 시각으로 중소기업을 ‘스몰마켓’ 구단처럼 대우한다. 성장 가능성이 큰 작은 기업을 골라 돈을 같이 벌자는 취지다. 2005년에 스폰서십을 맺은 선수용 액세서리 제조업체인 ‘언더아모’가 있었다. 6년간 5000만달러를 받고 계약을 체결했는데, 당시 주식의 상당수를 싸게 양도받는 조건을 내걸었다. 그런데 언더아모가 우리 스폰서가 됐다는 사실만으로 며칠 만에 주가가 9% 올랐다. 우린 이런 식으로 윈·윈(win-win) 전략을 편다.”

―’연봉 상한제’는 자유경쟁을 추구하는 미국에서 예외적인 방식 아닌가.

“그렇지만 동시에 각 구단의 노력을 장려하기 때문에 매우 미국적이기도 하다. 연봉상한제가 적용하는 총연봉 상한금액은 매년 리그 전체의 수익금액에 따라 결정된다. 리그 수익이 계속 좋아지다 보니 1994년 3460만달러이던 총연봉 상한금액이 올해는 1억2006만달러로 네 배 가까이 뛰었다. 연봉상한제는 높은 연봉을 받지만 실력은 떨어지는 고참선수를 배제해 미래가 유망한 신인선수를 발굴하고 키우는 데 힘쓰는 효과가 있다. 또 구단이 효율적으로 예산을 관리할 수 있게 돼 재무적 위험에 충분히 대비하게 된다.”

NFL은 총연봉 상한금액의 일정 수준 이상은 그해 선수들에게 반드시 지급하도록 하는 연봉하한제(salary floor)도 운영 중이다. 2009년의 경우, 최소 총연봉 상한금액의 87.6%인 1억1210만달러를 지급해야 한다. 이를 통해 구단의 전횡(專橫)을 막고 선수들의 복지 보장과 활력 넘치는 신인 선수들을 영입해 도전적이면서 고품질의 게임을 유지한다.

◇52년 동안 세 명의 총재, 안정된 리더십

스톡스 부총재는 “이런 경영시스템에 ‘리더십’ 요인을 빼놓을 수 없다”며 지난달 말, NFL 사무국이 NFL 90년 역사상 처음 내린 결정을 소개했다. 뉴올리언스 시민들에게 수퍼볼 우승(2010년)을 선사한 영웅적 존재인 션 페이튼(49) 감독의 업무를 1년간 징계시킨 건인데, 이는 페이튼 감독이 소속팀 선수들로 하여금 상대방 선수를 쓰러트리고 다치게 한 대가로 사비(私費)를 털어 보너스를 걸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뉴올리언스 시장과 현지 언론들의 선처 요구에도 불구하고, NFL 사무국은 그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NFL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상징하는 것 같다.

“우리는 역사상 한 번도 공식 결정을 번복해 본 적이 없다. 1960년부터 52년 동안 NFL 총재는 세 명뿐이다. 피트 로젤(1960~89), 폴 탈리아부(1989~2006), 로저 구델(2006~)이다. 같은 기간 총재가 7번이나 바뀌고 비(非)야구인 출신이 두 명이나 섞인 MLB와 다르다. NFL 총재들은 NFL의 생리(生理)를 깊숙하게 알아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유연하고 혁신적이다. 전국을 누비며 구단주들과 만나 신뢰를 쌓고 한번 추진한 정책은 끈질기게 밀어붙인다. 일례로 NFL은 재무 실적을 공시할 의무가 없지만 32개 구단주와는 시시콜콜한 재무상황까지 유리알처럼 모두 공유한다.”

―현 총재인 로저 구델은 어떤가.

“그의 신조인 ‘방패막을 더 단단하게 만들자(protect the shield)’ 그대로이다. 역대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 그는 1982년 NFL 인턴으로 들어와 30년간 NFL에서 일한 전문가이다. 정직성(integrity)을 가장 중시한다. 2007년부터 최근까지 10여명의 선수와 감독에게 정직(停職)이나 해임조치를 내렸다. 음주운전·도박·횡령·경기 조작 같은 문제를 강도 높게 수술했다.”

―일반 기업과 비교한다면?

“NFL 사무국은 1000여명의 임직원과 두 개의 계열사를 둔 중견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의 목적이 철저하게 게임에서 얼마나 팬들을 즐겁게 해주는지뿐이라는 게 다르다. 요즘 기업 이사회에서는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려는 낙하산 인사들이 많다. 주주 이익도 극대화해야 하지만 소비자들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적 스폰서 제휴
글로벌 기업들도 있지만 가능성 큰 중소기업도 선택 함께 돈 버는 구조 만들어

연봉 하한제 운영
총연봉 상한액의 일정 비율 반드시 그 해에 지급하게 해 구단 전횡 막고 선수 보호

흔들림 없는 리더십
52년 동안 총재는 세 명뿐 징계 등 원칙 철저히 고수 공식 결정 한번도 번복 안해

◇’대중’ 스포츠이지만 ‘희소성’으로 효과 극대화

―NFL은 경기 수가 너무 적은데.

“수익을 극대화하려면 늘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과잉의 역설(paradox of excess)을 가장 경계한다. MLB나 NBA는 캐나다에도 팀을 두고 있으나 NFL은 캐나다에 팀이 없다. 사실 해외에선 NBA나 MLB의 인지도가 훨씬 높다. NFL은 2000년에야 해외에 진출했다. 그게 우리의 방침이다. 지금도 LA를 포함한 미국 대도시들은 NFL 팀을 유치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그러나 NFL은 가장 중요한 가치에만 집중한다. 지나친 외형 확장은 구단가치를 떨어트리고 실패를 낳는다.”

―수퍼볼은 미국 전역의 대축제가 됐는데.

“수퍼볼은 올림픽을 벤치마킹했다. 수퍼볼을 결승전 진출팀의 연고지에서 치러 이들의 수익만 부풀려 주는 건 무의미하다. 어느 지역의 팬들도 모두 즐기는 세계적 축제를 만들기 위해 결승전 진출팀의 연고지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딱 한 차례만 치른다. 대신 다른 스포츠와 달리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반드시 게임을 치른다.”

>>마이클 스톡스(Stokes) 부총재는

▲출생: 1973년 미국 보스턴
▲학력: 미들버리대학·뉴욕주립대 MBA
▲경력: 글로벌 스포츠마케팅회사 ‘옥타곤’ 근무
2000~2007년 : NFL 해외 마케팅 전략 담당
2007년 : 중국 북경지부장(상무이사)
2010년~현재 : NFL 부총재(비즈니스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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