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 키엘, 과점상태 백화점 화장품 시장 뚫은 비결.

비싼제품 싸게 사고싶은 마음 잡아
그동안 주인 없었던 中價 틈새시장 노려, 비싼 제품 진열하면서 저렴한
제품 주력
5년새 매출 60억원→1400억원 급성장

 

후발 주자가 시장에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그 시장이 독과점 시장인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 그렇다고 치열하게 경쟁이 이뤄지는 소비재 시장도
만만한 게 아니다. 기존 업체들이 구축해 놓은 브랜드의 아성을 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레알 그룹의 화장품 브랜드 키엘은 이러한 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한 사례로 꼽힌다. 키엘은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이 장악하고 있는 백화점 화장품 시장에
들어가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과점 상태의 시장은 필연적으로 비어 있는 세부 시장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이 고가 화장품 시장에 주력하는 동안
미샤와 페이스샵은 저가 화장품 시장을 장악했다. 키엘은 백화점 시장으로 들어가 그동안 `주인이 사실상 없었던` 중가 시장을 공략해 급성장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는 2006년에서 2011년까지 5년 동안 키엘의 매출액이 60억원에서 1400억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키엘은 로레알 그룹이라는 모기업의 후광이 있긴 했지만, 물량 공세를 퍼붓지 않았다. 오히려 아무런 TV 광고를 하지 않았고 백화점
입점도 39개에 그쳤다. 키엘의 사례는 대기업이 과점하고 있는 시장에서 중소ㆍ중견기업이 진입장벽을 역으로 활용해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 카테고리 롤(role) 부여

키엘은 1999년 가두전문점 형태로 국내 시장에 진입해 고가 정책을
유지했다. `비싸야 잘 팔린다`는 생각에 미국의 2배 가격으로 책정했으나 매출성과가 미약했다. 대신 고가 브랜드 이미지를 확보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는 비싸 보이는 제품을 싸게 사고 싶어한다”며 이를 `매출 향상의 딜레마`라고 표현한다. 고가 이미지 구축과 매출
향상이 동시에 달성되기 어렵다는 것을 지적한 것이다. 특히 하나의 제품으로 접근하면 이 딜레마를 풀기 어렵다. 하지만 카테고리로 접근하면 해결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키엘은 고가부터 중가 제품까지 제품군을 다양화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꿨다. 키엘의 수분크림 제품의 가격은
울트라 훼이셜 크림(3만9000원)에서 크리스트 마린 퍼밍 크림(8만2000원)까지 다양하다. 이 중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은 가장 저렴한
울트라 훼이셜 크림이다. 이 제품의 연간 판매개수는 40만개 이상으로 백화점 화장품 시장 전체에서 가장 많이 팔리고 있다. 패션매거진 `슈어`는
지난 2월 울트라 훼이셜 크림을 `뷰티 어워드 단일 제품 판매 개수 1위`로 선정했다.

컨설팅업체 삼일PwC의 김이식 상무는 “단순히 저렴한 제품만
내세웠다면 지금과 같은 실적을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싼 제품들을 같이 진열함으로써 고급 이미지를 유지했고, 매출은 주로 저렴한
제품을 통해 확보했다는 것이다. 키엘은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고가 제품군(이미지 제고 제품, Image Enhancer)`과 매출을
발생시키는 `중가 제품군(매출 향상제품, Cash Generator)`을 분리해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경쟁기업의 빈틈 노려

키엘은 2000년 로레알 그룹에 인수된 뒤 2003년부터 가두전문점을 폐점하고 백화점 채널 위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당시 백화점 채널을 장악하고 있던 과점 기업들은 고가 제품만 판매했다. 판매가 잘되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중가 제품을 내놔 기존 제품
매출을 깎아먹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키엘은 과점한 회사들이 제품간 시장잠식을 피하는 방향으로 영업채널을 운영한 결과 아무도
진입하지 않는 시장이 존재하고 있음을 이용했다. 미국 현지에서 판매하고 있는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한 것이다. 그 결과 백화점
화장품 판매 3위권으로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 스테디셀러 가격도 낮춰

키엘은 2007년 5월 스테디셀러였던
30개 제품 가격을 15% 인하했다.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얻은 이윤을 사회와 고객에게 환원한다는 취지였다.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 특정 기념일을
위한 단발성 가격 인하나 묶음 판매로 간접적인 가격 인하를 시도한 적은 있었으나 스테디셀러로 정상에 있는 30가지 제품을 영구 인하한 것은
처음이었다. 당시 갤러리아백화점 명품관에 입점한 지 4년 만에 백화점 화장품 코너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김이식
상무는 이를 그동안 비어 있었던 중가 시장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분석했다. 그는 “싼 제품을 싸게 판매하면 먹히지 않는다. 키엘은 160년
전통을 가진 데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자연주의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덧입혀져 고가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가격 인하가 더 많은 판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2008년 당시 키엘 사장이었던 패트릭 컬런버그는 “수분크림을 엔트리 레벨의 가격으로 책정하고 다른 제품을
샘플로 나눠줘 명품화장품을 쓰지 않았던 새로운 고객을 백화점 안으로 불러들였던 것이 한국 시장에서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입소문 마케팅 : 사지 않아도 샘플 제공

키엘은 미국 컬럼비아 약대를 졸업한 존 키엘이 1851년 미국 뉴욕의 웨스트빌리지
구역에서 설립한 약국에서 출발한 가족기업형 화장품 브랜드였다. 1961년부터 화장품 사업에 집중해오다 4대 창업주인 제이미 모스가 2000년
1억달러를 받고 로레알에 매각했다. 이때 제이미 모스는 연예인 광고 등을 지양하는 키엘의 철학을 유지하는 조건을 내걸었고, 로레알은 지금까지
이를 준수하고 있다. 유명 모델을 기용한 TV 광고에 의존하는 다른 로레알 브랜드와 달리 키엘은 아무런 광고도 하지 않고 있다.

패트릭 컬런버그 전 사장은 “유명 연예인과 TV광고에 의존하는 기존 명품들과 달리 키엘의 핵심 사업모델은 구입 전에 공짜 샘플을
줘서 입소문을 통해 브랜드를 알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명품브랜드들이 자사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에게 신제품 일부 품종의 샘플 1~2개를
나눠주는 데 그치지만, 키엘은 190여 종의 제품 대다수의 샘플을 갖추고 자사 제품을 사지 않는 고객에게도 샘플을 제공한다.

키엘의 화이트닝 에센스 신제품이 지난 2월 출시 한 달 만에 일부 백화점과 백화점 온라인몰에서 화장품 판매 수량 1위를 차지한
것도 입소문 마케팅의 위력을 말해준다. 이 제품 역시 광고를 하지 않았다. 대신 소비자들이 부르고 기억하기 쉽게 `투명 에센스`란 애칭을
붙였다. 이한메 올리버와이만 파트너는 “기능이 확실하다고 생각되는 제품은 굳이 광고를 하지 않더라도 입소문을 통해 잘 팔린다”고 설명했다.

[용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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