虛實만 알면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

승자는 적의 허를 친다
마이클 잭슨 따라해서는 미국시장서 성공 못 해 가수 싸이의 말춤 성공은 그들이 없는 것 내민
덕역량은 집중, 적은 분산
사자가 들소떼 흩어놓고 약자만 골라 공격하듯 명장들은 我專敵分 고수

송병락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

“많은 병서 가운데 ‘손자병법’을 능가하는 것이 없고, 그 13편 가운데 6편 ‘허실편’을 능가하는 것이 없다. 허실만 알면 이기지 못할 싸움이 없다.”당태종 이세민의 말이다. 과연 허실 전략이란 무엇인가?

‘손빈병법’의 저자인 손빈의 예를 보자. 그는 동기생 방연의 모함으로 두 다리의 경골을 잘리는 빈형(��賓刑)을 받았다. 방연이 위나라 군 책임자가 되기 위해 손빈을 모함했기 때문이다. 제나라로 탈출한 손빈은 그곳의 군사(軍師)가 돼 방연과 마릉전투를 벌인다. 이 전투에서 손빈은 거짓으로 후퇴하면서 밥 짓는 아궁이 수를 매일 크게 줄여 방연으로 하여금 도망병 수가 급증한다고 믿게 했다. 이에 속은 방연은 경무장 기병만으로 손빈군을 맹추격했다. 손빈은 해질 무렵 방연이 마릉에 도착할 것을 예상하고 군사를 매복시켰다가 방연이 협곡에 도착하자 집중 공격을 퍼부었다. 참패한 방연은 자살했다.

여기서 보듯 상대보다 역량이 약하면 허(虛), 강하면 실(實)이다. 손빈처럼 싸울 시점과 장소를 미리 알면 실이요, 방연처럼 모르면 허이다. 손빈의 군대가 신참병으로 구성됐더라도 매복을 하고, 방연의 군대는 아무리 정예병이라도 매복을 당한다면 신참병은 ‘실’이고, 정예부대는 ‘허’가 된다. 아무리 많은 군사, 무기, 전투 경험도 허실 전략 앞에서는 헛것이 될 수 있다.

60전 전승을 한 전설의 검객인 미야모토 무사시가 일본 최고 사무라이인 사사키 고지로와 결투할 때이다. 이 둘의 실력은 막상막하였다. 무사시는 이 결투에서 해를 등지고 서서 고지로를 햇빛에 눈부시게 만들었다. 또 일부러 결투시간에 늦어 그를 지치고 짜증 나게해 고지로의 역량을 허로 만들었다. 허실 전략을 안 무사시는 살았고, 모른 고지로는 죽었다.

손빈의 큰 승리든 무사시의 작은 승리든 승자는 적을 끌고 다니지 끌려 다니면 안 된다(致人而不致於人). 즉, 주도권을 잡아야 승자가 된다. 그래야 적을 혼란시켜 허를 드러내게 하고, 실을 허로 만들 수도 있다.

승자는 적의 허를 치지만, 패자는 적의 실을 친다. 전략전문가인 마크 맥닐리는 제1차 세계대전 때 참전국 군대 대부분이 적의 허가 아니라 실을 찾아 공격했기 때문에 막대한 인명피해를 보았다고 했다. 기업 경쟁에서도 마찬가지다. 한때 대형 컴퓨터의 최강자 IBM은 PC에는 약했다. IBM의 실은 대형컴퓨터, 허는 PC였다. 애플은 IBM의 허를 공격하여 승자가 되고, 제록스는 실을 공략해 손해를 보았다.

일러스트=정인성 기자 1008is@chosun.com

한국 펜싱 선수들이 체구가 큰 서구 선수들에게 승리한 것도 허를 찾아 공격했기 때문이다. 마이클 잭슨의 춤, 노래를 따라 해서는 결코 앞설 수 없지만 미국에 없는 말춤과 노래로 싸이는 대승을 거뒀다. ‘물이 항상 높은 곳을 피하고 낮은 곳을 찾아 흐르듯, 승자는 항상 적의 실을 피하고 허를 찾아 공격한다'(손자병법). 어떤 적도 허가 있기 마련이다. 이를 찾거나 크게 키워 적을 계란처럼 만든 다음 바위로 치듯 승리하는 게 허실 전략의 정수(精髓)이다.

손자는 이를 위해 “나는 (역량을) 집중하고 적은 분산(我專敵分)되게 하라”고 ‘손자병법’에서 썼다. 예컨대 병력이 10으로 같고, 전투 가능한 지점이 10곳일 때 적이 이를 다 방어하게 만들면 1씩 분산된다. 그러면 나는 10을 집중해서 차례로 적을 격파할 수 있는 것이다. 중국 내전 당시 장제스는 도시 점령에 치중해 병력을 많은 도시에 분산했으나, 마오쩌둥은 전략적으로 도시를 포기해 언제든지 집중 공격을 할 수 있었다. 사자도 들소무리를 분산시킨 다음 그중 약자를 골라 집중공격한다. 명장들은 ‘아전적분’의 고수(高手)들이다.

승자는 유연해야 한다. 손자는 “흐르는 물은 고정된 형태가 없고 지형에 따라 계속 변하듯 전쟁에도 고정된 형세가 없다”(水無常形 兵無常勢)고 했다. 물과 같은 무형(無形)이 수많은 유형을 이긴다. 전쟁에는 하나의 정답이 없다. 기업 조직과 경영에도 동일하다.

전략 경영의 대가인 리처드 다베니는 초(超)경쟁의 특성을 승부가 순식간에 결정되고, 승자독식이며, 법은 국가 챔피언 기업을 육성하는 방향으로 바뀐다는 것 세 가지로 규정했다. 초경쟁을 하는 기업을 과거에 만든 법에 맞게 고칠 게 아니라, 법을 챔피언 기업에 맞게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기업 조직, 경영, 자본주의에는 모두 실과 허가 있다. 100% 허만 혹은 100% 실만 있을 수는 없다. 허실 전략의 교훈은 개인, 기업, 국가 할 것 없이 강점을 키우다 보면 약점도 강점으로 바뀌지만 약점을 고치는 데 치중하다 보면 강점도 약점으로 바뀐다는 것이다. 부모가 아이를 기를 때도 나쁜 점을 찾아 처벌에 매달리다 보면 아이를 망치기 십상이다. 환경이 급변하는 지금은 특히 ‘허실 전략’의 시대이다. 개인, 기업, 정부 모두 허실 전략으로 크고 작은 승리를 계속 만들었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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