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7분의 1 값 휴대폰·저가 소형차… 20억 ‘볼륨 존’ 시장은 혁신 戰場

네슬레의 현지화 전략-현지 가정서 공동생활하며 소비 습관 세밀하게 관찰… 70개국 판매 초콜릿바… 국가별로 맛·당도 달리해
中 화웨이의 스마트폰-안드로이드 OS 탑재한 100달러 미만 저가폰… 케냐 점유율 45% 달성… 美시장까지 공략 나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경제 규모가 5년 후인 2017년에 일본 경제의 두 배로 커질 것이라고 최근 전망했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세계경제에서 아시아권의 비중이 현재 20%대에서 2050년에 50%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이런 사실은 향후 세계경제의 주축이 신흥국으로 넘어가며, 여기서 성장 기회를 잡으려면 ‘볼륨 존’ 공략이 절실함을 일깨워준다.

‘볼륨 존’ 공략은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에까지 안정적인 생존을 위한 필수 경영 과제이다. 이유는 두 가지이다. 먼저 볼륨 존에서 유행하는 제품은 대다수 영역에서 제품과 기술의 향방을 결정짓는 ‘글로벌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볼륨 존은 저가(低價)이면서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수요를 만족시켜야 하기 때문에 가장 치열한 혁신 전장(戰場)이 되고 있다. ‘볼륨 존’을 기반으로 신기술과 신제품을 개발한 기업이 선행 기업을 도태시키는 ‘코스트 파괴적 혁신’은 물론 이 지역의 제품·서비스가 선진국으로 역수출되는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볼륨 존 전략’의 세부 방법론을 짚어본다.

네슬레의 인기 초콜릿 과자‘킷캣’. / 블룸버그

◇’뼛속까지 현지화’로 자기만의 ‘승리 방정식’ 만들어야

세계 최대 식품 기업인 네슬레 본사의 부사장은 동남아를 포함한 신흥국 현지의 저소득층 가정을 정기적으로 찾아가 단기간 공동생활을 한다. 스위스 본사의 마케팅 담당자는 현지 소비 계층 가정에서 며칠간 공동 생활하며 현장 소비 습관을 세밀하게 관찰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전 세계에 8000개 넘는 브랜드가 있는 네슬레에는 10개국 이상에서 등록한 브랜드가 80개 남짓하다. 그나마 선진 시장과 신흥 시장에서 공통으로 내놓고 있는 네스카페와 킷캣(KitKat·초콜릿 바) 등 10개 글로벌 전략 브랜드도 대부분 맛·포장은 물론 원료 구입과 공법(工法)까지 현지별로 각양각색이다. 세계 70개국 이상에서 판매 중인 ‘키트카트’의 맛과 당도(糖度) 역시 국가마다 다르다. 이는 1990년대 초반부터 신흥국 시장을 겨냥한 ‘PPP(Popularity Positioned Product) 제품 전략’의 일환이다.

네슬레는 이 전략에 따라 베이징(중국·2008년)·아비장(코트디부아르·2009년)·산티아고(칠레·2010년) 등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14개 지역별 연구개발(R&D) 센터와 제품 기술 센터(Product Technology Center)를 운영하며 맞춤형 공략을 하고 있다. 네슬레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6% 넘게 늘었고 중국 등 신흥 시장의 올해 매출 증가율은 40%대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2’행사장에서 중국 화웨이의 직원이 신제품 스마트폰인‘어샌드(Ascend) D’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블룸버그

◇저비용 고품질의 ‘혁신자’만 살아남는다

볼륨 존 시장에서는 단순 원가 절감식 생산으로는 버틸 수 없고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을 목표로 기술·제품 체계의 혁신 능력을 갖춘 ‘혁신자(innovator)’로서 역량 발휘가 필수적이다.

중국 통신 기기 제조 기업인 화웨이(華爲)와 ZTE가 대표적이다. 두 회사는 중산층이 폭증하는 중국을 겨냥해 저가 스마트폰 개발에 집중했는데, 화웨이가 만든 스마트폰 IDEOS는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탑재하고 대당 가격이 100달러를 밑돌아 경쟁사 제품 7분의 1 정도로 저렴하다. 2010년 케냐에서 선보인 이 제품은 1년여 만에 케냐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45%대를 기록했다. 화웨이는 작년 11월부터 미국 AT&T를 통해 미국 시장에서 Impulse라는 저가 스마트폰 판매를 시작했다.

ZTE는 종업원 7만명 가운데 아프리카에서만 1만명을 고용하며 총매출의 20% 정도를 아프리카 시장에서 올리고 있다.

일본 닛산 차가 태국에서 2010년 시판한 저가 소형 자동차인 ‘마치(March)’도 성공적인 혁신 케이스이다. 닛산은 ‘마치’ 개발팀 10명에 태국과 인도인 엔지니어를 포함했고 1개월 정도 인도에서 시장 조사를 실시했다. 또 차량의 전체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일본제 강판 대신 인도에서도 조달할 수 있는 철강재를 써 가격 부담을 낮췄다. 신형 ‘마치’는 출시 후 2주 만에 당초 월 판매 목표(4000대)의 3배가 넘는 1만2147만대가 팔렸고 일본으로 역수입까지 되고 있다.

◇한국 기업, ‘선점’과 ‘성장 프런티어’ 확장 절실

볼륨 존 시장에서 우위를 확보하려면 경쟁 기업들보다 한 발 앞서 가는 게 급선무이다. 특히 신흥국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중소 도시에도 일찍 진출해 기반을 확보·선점(先占)하는 게 유리하다. 그런 점에서 2000년대 초·중반까지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은 긍정적이었다.

하지만 일본 기업들이 최근 대반격에 나서면서 상황은 달라지고 있다. 인도 시장에는 2005년부터 일본이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매년 수차례 파견하며 투자 진출을 늘려 2006년 267개사이던 인도 진출 일본 기업은 작년 말 812개로 급증했다. 최근 12년간 일본의 인도 누적 투자액은 121억달러로 한국(8억8000만달러)보다 14배 많다. 인도 시장을 통째로 일본에 넘겨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제조 기업들이 후발 신흥국에서 성과를 내며 볼륨 존 시장을 평정해가는 것도 부담이다. 한국 기업들은 기존 신흥국 거점의 경영 노하우와 기반을 적극 활용하면서 후발 신흥국의 오지(奧地)나 미개척 시장으로 성장 프런티어를 계속 확장해야 한다.

☞ 볼륨 존(Volume Zone)

가계당 연간 가처분소득이 5000~3만5000달러인 중간소비 계층, 즉 ‘대중소비 시장’을 일컫는다. 브릭스(BRICs)와 동남아·아프리카·중남미 등 신흥지역에 급속도로 확대돼 2005년 16억명에서 올해 20억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신흥국 중상층과 선진국 저소득층이 주로 해당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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