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심리학] 부하의 `아는 척` 어떻게 걸러낼까

모르는 것을 “모른다” 하도록 구체적 질문과 대안 제시해야…단, 자존심에 상처줘선 안돼

 

어떤 이슈에 대해 잘 모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마치 의견을 갖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고 심지어 그것을 말하는 일도 종종 발생한다. 오죽하면 미국의
저명한 정치심리학자 러셀 뉴먼(Russell Neuman)은 대부분의 친숙한 주요 이슈에 대해서도 5명 중 4명(80%)꼴로 안정적이고 일관적인
견해를 지니고 있지 않다고 말했을까.

즉 주변에서 자주 듣는 정치ㆍ경제 용어는 그 친숙도 자체는 높지만 사람들이 그 내용을 거의
모르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냐”고 물으면서 `그렇다` `아니다` `모른다`고 3가지
보기를 제시하면 대부분 `그렇다`나 `아니다`를 선택한다. 그러나 설문 직후 응답자에게 관련 이슈의 핵심 측면을 물으면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의견이 있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은 분명한 거짓이다. 이를 심리학자들은 거짓 또는 가짜 의견(pseudo
opinion)이라고 한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다음의 두 가지 경우를 더 비교해 보자. 심리학자 슈먼과 프레셔는
1980년대 초 사람들에게 “귀하는 중동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평화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 결과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모른다`는 답변이 각각 17%, 60%, 23%로 나타났다. 하지만 질문과 보기를 약간만 손봐도 결과가
판이하게 달라진다. “귀하는 중동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평화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주장에 대한 의견이 있냐”고 물은 뒤 “그 주장에
동의하냐”고 되물으면 `동의한다` `동의하지 않는다` `의견 없다`는 응답이 각각 10%, 45%, 45%로 나온다. 실로 대단한 차이다.
질문을 살짝만 바꿨는데도 반수에 달하는 사람들이 더 솔직하게 `의견 없다`는 답을 선택한 것이다.

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이는 응답자들에게 일종의 심리적 퇴로를 만들어줌으로써 더 솔직한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택의 보기를 `모른다`로 하면 사람들은
이를 선택하려 하지 않는다. 질문에 `모른다`고 대답하기가 영 마뜩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의견 없다`란 대답은 보다 수월하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보다 `정중하게 물어보라(ask gently)`고 충고한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덜 불편해하면서 자신의
`모름`을 밝힐 수 있고 따라서 거짓 의견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물어보기(ask specifically)`도
중요하다. 단순히 `그렇다` `아니다` `모른다`로 사람들의 생각을 용이하게 묶어내려 하기보다 여러 단계나 대안을 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견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 보다 더 정확하게 대답할 수 있게 해주란 말이다. 이 두 가지를 지키지 않으면 사람들은 거짓 의견을 어쩔 수
없이 말할 가능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런 거짓 의견을 걸러내지 못하고 `의견 없음`의 의견을 지니고 있는 사람들 수를 파악하지 못한다면
조직은 매우 엉뚱한 방향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사람들의 의중을 잘못 읽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리더는 의견을 물어볼 때도 폴로어(follower)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 정확한 의견을 파악하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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