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 MBA] 현사업은 신기루다, 언제든 버릴 준비를 하라

리타 건터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교수의 `저성장 극복 전략`
지금 잘나가는 사업에 인력·예산
집중한다고? 그건 가장 위험한 결정 그 사업도 결국 사라지니까
 
 
“올해도 기필코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합시다.” 대기업 A사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시무식에서 이 같은 포부를 밝혔다. A기업은 지난해 2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하는 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A기업이 올해까지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A기업이 3년 연속 두 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국내에도 `제로성장`의 그림자가
드리우면서 두 자릿수 성장은커녕 현상 유지도 힘들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행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GDP)이 2.8% 수준일
것으로 전망했다. 당초 예상했던 3.2%에서 0.4%포인트 낮춘 수치다. 기업 입장에서는 올해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 대비 2.8% 이상만
성장한다면 선방한 셈이 된다. 그러나 2.8%도 결코 호락호락한 숫자는 아니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전략경영 교수는 시가총액이 10억달러(1조900억원)가 넘는 전 세계 대기업을 대상으로 2009년까지 5년간 매출 성장률을 조사해봤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연평균 경제성장률(6%)보다 1%포인트 낮은 5%를 기준으로 5년간 매년 5% 이상 매출이 증가한 기업이
얼마나 되는지 살펴봤다. 전체 4793곳 기업 중 겨우 8%에 불과했다. 매출과 함께 순이익도 매년 5% 이상 증가한 기업 비율은 단 4%였다.

조사 기간을 10년으로 늘렸더니 더욱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매년 순이익이 5% 이상 성장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단 10곳,
순이익과 매출이 함께 5% 이상 늘어난 기업은 겨우 5곳이었다. 세계 경제 성장률보다 더 낮은 수치의 매출과 순이익 증가를 10년 연속 달성한
곳이 전 세계적으로 다섯 손가락에 꼽을 만큼 적었던 것이다.

이처럼 기업의 지속 성장이 불가능에 가까운 까닭은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영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진입 장벽은 낮아졌고 경쟁은 훨씬 치열해졌다. 기업들이 신사업 창조에 성공하더라도 경쟁우위(competitive
advantage)를 유지하는 기간도 점점 짧아졌다.

휴대폰 산업이 대표적이다. 노키아는 2011년까지 14년간 전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한 애플에 경쟁우위를 빼앗기면서 시장에서 추락했다.

애플도 후발주자인 삼성전자가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 공략하면서 2011년 스마트폰 시장 1위 자리를 4년 만에 빼앗겼다. 이제
화웨이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과 애플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세계 50대 경영 구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맥그래스
교수는 매일경제 MBA팀과 인터뷰하면서 “역사적으로 기업전략은 경쟁우위를 지속적으로 얼마나 오래 가져갈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기업들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꾸준히 개발해야 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경쟁우위를 연단위가 아닌 월별 나아가 주단위로 유지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규모가 크고 기존 비즈니스 모델이 확고할수록 혁신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에 게을러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저성장 시대에는 기존 경영진이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결과가 예측 가능한 현 사업에만 몰두할 가능성이 높다고 맥그래스 교수는
지적했다.

맥그래스 교수는 “기업들의 가장 큰 문제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란 덫에 갇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을 위한
자원조차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현 비즈니스 모델을 최대한 오래 활용하려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공통적인
문제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맥그래스 교수와의 일문일답.

-지난해 한국 10대 기업의 투자액은 계획보다
4.8%나 못 미쳤다. 불확실성으로 투자를 주저하게 된다.

▶기업은 혁신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경쟁우위는 없어지고 기업을 뒷받침할 사업도 사라진다. 가장 큰 문제는 리스크를 따질 때 혁신적인 새로운 비즈니스와 지금 존재하는 비즈니스를
비교하려 든다는 점이다. 아직 해보지 않은 사업을 현 사업과 비교하면 당연히 리스크가 높다는 잘못된 기준만 남는다. 그러나 현 사업은 결국
사라지기 마련이다. 새로운 사업에 투자하지 않고 현 사업을 유지하겠다는 생각이 훨씬 위험하다.

소니의 워크맨 사업을 보자. 워크맨
사업을 잘 운용하던 소니 입장에선 이론적으로 이 사업을 잘 유지하는 것이 정답이었다. 워크맨에서 MP3로 사업 모델을 바꾸는 데 돈을 투입하는
것은 손해라고 생각했다. 최대한 워크맨 사업을 활용하고 새로운 비즈니스에 자원을 투자하지 않아 실패했다.

-당신이 만들어낸
`발견이 이끄는 기획(Discovery-Driven PlanningㆍDDP)` 개념은.

▶DDP는 기업이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연속적인 사업계획을 세우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진행 중인 사업에는 명확한 정보가 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은 그렇지 않다.
DDP는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때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되면 이를 통해 계획을 다시 디자인하는 기획 방식이다. DDP가 기존 연 단위 기획
방식과 가장 차별되는 점은 새롭게 배운 정보를 체크포인트마다 반영한 뒤 계획을 다시 수립한다는 점이다.

-당신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2000~2009년 총 10년간 매년 5% 이상 순이익을 올린 시가총액 10억달러 이상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곳밖에 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인도 인포시스ㆍHDFC은행과 일본 야후재팬, 스페인 ACS와 인드라시스테마스(Indra
Sistemas), 미국 코그니잔트(Cognizant)ㆍ팩트셋리서치시스템스(FactSet Research
Systems)ㆍ아트모스에너지(Atmos Energy), 중국 칭다오맥주, 슬로베니아 크르카그룹(Krka Group)이 `뛰어난
성장기업들(Growth Outliers)`이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두 가지 가치를 잘 조합해 냈다. 바로 안정성(Stability)과
역동성(Dynamism)이다.

뛰어난 성장기업들은 리더십과 전략, 직원훈련과 고객관계 면에서 뛰어난 안정성을 보유하고 있다.
인포시스는 30년째 똑같은 리더십 팀을 유지하면서 안정적인 경영진을 보유하고 있다. 직원들의 안정적인 경력 관리를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인포시스 글로벌 에듀케이션센터는 하루에 1만5000명을 동시에 교육할 수 있다. 인포시스의 고객 유지율은 95%에 육박한다.

한편으론 대단한 역동성도 갖고 있다. 인포시스는 자신들 예산을 분기별로 짠다. 예산 집행 단위를 줄여서 새로운 사업에 자원을
재할당하는 데 매우 적극적이다. 또한 안정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는 동안에도 새로운 변화를 시도한다. 자신들의 시장과 고객, 접근법을 환경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매우 빨리 바꿀 줄 안다. 아주 작은 변화도 당연한 듯 받아들인다. 일반적인 기업들은 경영진이 바뀌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라며
호들갑을 떠는 것과 대조적이다.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들은 어떻게 전략을 세워야 하나.

▶안정적인
리더십이 중요하다. 그리고 절대 전략의 큰 틀을 흔들어서는 안 된다. 불확실성이 클수록 최종적으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봐야 한다.
반대로 어떤 시장에서 경쟁할 것이고, 어떤 제품을 내놓을 것인지 등 변동성이 큰 사항을 따지는 것은 전략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은 모든 기업이 알고 있다. 그러나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인수ㆍ합병(M&A) 등 각종 전략을
어떤 식으로 짜야 하나.

▶리얼옵션(Real Option) 접근법을 따라야
한다. 즉 큰 투자 하나 대신 작은 투자를 여러 개 하면서 점진적으로 투자를 늘리는 전략을 펼쳐야 한다. 매력적인 반응이 나오지 않으면 투자를
멈추면 된다. 뛰어난 성장기업 중 하나인 인도 HDFC은행은 파트너사인 보다폰과 함께 인도 작은 마을 한 곳의 농부들을 대상으로 모바일뱅킹
서비스를 시범적으로 선보였다. 반응이 좋자 투자를 늘려 나갔다. 이런 방식으로 HDFC은행은 인도 농촌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

기업은 각자 서로 다른 불확실성과 투자 영역을 갖고 있다. 회사 자원 일부를 당신의 핵심 비즈니스와 차세대 핵심 비즈니스, 그리고
작은 규모의 실험적 투자지만 미래 기회를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영역에 골고루 투자해야 한다. 회사는 투자와 관련한 시기(Time
Horizon)를 항상 따져봐야 한다. 각기 다른 투자 분야에서 큰 투자보다 작은 투자를 통해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중소기업에는 작은 시도의 투자라도 실패한다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올 수 있는데.

▶중소기업은 집중이 매우
중요하다. 우선적으로 자금 흐름을 당장 필요한 곳에 집중해야 한다. 이후 틈새시장에 확신을 갖고 자원을 투입하기 시작해야 한다. 중소기업이
틈새를 잘 찾는다면 더 빠른 성장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지만 틈새를 잘 찾아 오랜 기간 지속 성장하는 기업도 많다. 미국
팩트셋리서치시스템스가 대표적이다. 그들은 재무정보 제공이라는 틈새를 재빨리 찾아냈다. 이 기업은 4000명에 불과한 직원으로 지속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혁신을 이루기 위해 CEO가 해야 할 일은.

▶지금 기업 리더들은 분기별 경영에는
매우 능하다. 그러나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를 경영할 줄 모른다. 우선 기업 어젠더를 살펴봐야 한다. 그리고 회사의 예산 메커니즘을 신사업에
재빨리 투입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IBM이 신사업 추진을 위해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y) 프로그램을
따로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저성장 시대에 경제성장률보다 더 높은 매출성장률을 기록하려면 매력적인 시장 발굴에 나서야 한다.
미국에서는 외식ㆍ의류ㆍ여행업계 성장률이 줄어드는 반면 통신업계 성장률은 증가하고 있다. 외식업계에 머물면 자연스레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게
된다.

-노키아도 뛰어난 성장기업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탁월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노키아는 대량생산
능력이 아주 탁월했다. 그들을 1시간에 휴대폰 몇백 만대를 찍어냈다. 나는 2003년 노키아에서 이미 지금 아이팟처럼 인터넷 기능을 갖춘 태블릿
기기들을 만져봤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 전략을 대량생산 휴대폰에 집중하면서 새로운 기회를 잡는 데 실패했다.

-애플 스마트폰
전략이 공격받고 있는데.

▶애플 전략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바뀌지 않았다.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시장을 개척해 엄청난 이익을 남겼다.
애플은 아이폰처럼 시장을 완전히 바꿔놓는 영역을 찾아내야만 한다. TV든 라디오든 다른 분야로 방향을 틀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 리타 건터 맥그래스는…

미국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전략경영 교수는 불확실한 경영 환경 속에서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한 전략과 혁신 연구에 매진해왔다. 미국 뉴욕시 등 정부기관의 IT 관리자로 일하며 회사 2곳을 창업하기도 했다. 1995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이안 맥밀란 펜실베이니아대 교수와 `발견이 이끄는 기획(Discovery Driven PlanningㆍDDP)`이란 개념을
발표하면서 세계 경영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파괴적 혁신`으로 유명한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하버드대 비즈니스스쿨 석좌교수 등 세계적인 경영학자들이 DDP 개념을 적극
인용하면서 명성을 쌓았다. 마이크로소프트, 노키아, 텍사스인스트루먼트, 피어슨 등 유수 기업들의 컨설팅을 맡기도 했다. 경영전문 사이트인
`싱커스50(Thinkers50)`이 2011년 선정한 `세계 50대 경영사상가` 랭킹에서 19위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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