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배운다 2등은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1등은 무엇을 만들지 고민한다

[허태균 교수의 ‘착각과 경영’] 2등은 어떻게 만들까 고민하고, 1등은 무엇을 만들지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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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왜 자기 회사 애플을 ‘인문 + 기술’이라 했나
제품에 대한 통찰력을 인문학서 얻는데 우리는 그게 너무 부족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허태균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요즘 삼성이나 LG에서 만드는 최신형 TV는 그 자체가 예술 작품이다. 보통 새까만 색상에 거의 보이지도 않는 테두리와 거짓말처럼 두께가 얇은 ‘수퍼 울트라 풀 HD… 어쩌고저쩌고’ 하는 TV를 배달 온 날 떡하니 벽에 걸어 놓으면 저절로 감동이 몰려온다. 몇 백만원이 투자됐으니 당연하다. 어느 각도에서 보건,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켜지지도 않은 TV를 보고 감탄하는 현상이 3일 이상 지속된다면 병원에 가봐야 한다. 보통 정상적인 사람들은 3일이 지나면 꺼진 TV를 보고 더 이상 감탄하지 않는다. TV가 켜졌을 때만 감탄한다.

바로 우리는 ‘물건’을 산 적이 없다는 얘기다. 우리는 그 물건이 가져다 줄 ‘경험’을 원하는 것이지, 물건 그 자체는 그 경험을 얻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TV는 방송 프로그램을 보며 웃고 우는 경험을 하기 위한 수단이고, 전화기는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수단이며, 자동차는 먼 곳을 가서 새로운 사람과 더 큰 세상을 만나기 위한 수단이고, 집은 따뜻하고 안전하고 편안해지기 위한 수단이다. 명품은 그것을 소유하는 기쁨과 자부심을 경험하게 하는 수단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그 궁극적 목적인 경험을 잊어버리고 물건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왜? 물건이 경험을 통제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인문학

사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의 경험은 물건에 종속되어왔다. 더 나은 물건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해 주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한국산, 일본산, 중국산 TV를 놓고 브랜드를 모두 가리더라도 화면만 보면 우리는 그것들을 구별할 수 있었다. 기술이 인간의 경험을 좌우하는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 사회는 기술에 열광하며 선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만 그런 것이 아니라 모든 나라가 그랬다. 그 결과가 어떻게 됐나? 이제는 기술이 너무 고도화되고 평준화돼 더 이상 기술에 따라 경험의 차이가 만들어지지 않는 세상이 되고 말았다. 이제는 브랜드를 가리면 어느 누구도 TV가 어느 나라 제품인지 알 수 없어졌다는 얘기다.

이런 기술의 한계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우리에게 처절하게 알려준 사람이 바로 스티브 잡스이다. 그가 내놓아 세상을 뒤집어 놓은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기술력 측면에서 본다면 결코 우리가 만들 수 없었던 제품이 아니었다. 우리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기술력이 있었다. 그렇기에 삼성전자와 LG가 그렇게 빨리 따라 만들 수 있었다.

문제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었다. 문제는 우리가 뭘 만들어야 하는지를 몰랐다는 데 있다. 어떻게 만드느냐 이전에 뭘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찰력이 우리에게 없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2등(fast follower)과 1등(first mover)의 차이다. 지난 몇 십 년간 우리는 남이 만들어서 잘되는 것을 따라 만들면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방법이 한계에 도달했다. 우리보다 훨씬 싸게 더 잘 따라 만드는 나라가 세상에 널렸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지금 창의성이니 융·복합이니 창조경제니 하는 용어들에 열광하게 되었다. 바로 퍼스트 무버(first mover)가 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논의들은 늘 그랬듯이 다시 기술로 회귀하고 있다. 정부 정책과 기업의 노력은 대부분 또다시 과학기술 개발과 확대에 집중되고 있다. 모든 정부 연구비는 과학기술에 더 집중되고 있다.

아직도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했단 얘기다. 우리의 문제는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를 모른다는 것이다. 그 해답은 바로 인간이 어떤 경험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 데 있다. 인간의 욕망과 본질을 파고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스티브 잡스는 자기 회사인 애플을 인문학과 기술의 결합이라고 묘사했다.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통찰력은 인문학에서 얻고, 그것을 어떻게 만들지를 기술로 구현한다는 설명이다.

많은 기업은 인문학을 교양 정도로 생각한다. 기업은 대부분 경영, 경제, 기술에 대한 교육을 한참 하다가, 가끔 머리나 식힐 겸 철학, 문학, 역사, 심리학 같은 인문학 강의를 끼워 넣는다. 하지만 인간의 본성과 경험에 대한 가장 직접적인 지식이 바로 철학과 심리학이고, 인간의 경험을 가장 효율적으로 창조하는 방법이 문학이라는 사실을 망각한다. 하얀 종이에 검은색 글씨만 적혀있는 시와 소설을 보고 사람들은 울고 웃는다. 기술로 창조한다고? 턱도 없는 소리다.

우리 사회가 지금 선진국에 비해 가장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기술력인가 인간에 대한 이해인가? 물건의 착각에서 벗어나 인간을 고민하는 것이 바로 창조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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