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박스 성공비결 “창고없애기”

아트박스(대표 조석현)의 성장세가 무섭다. 문구 팬시로 시작해 이제는 디자인 리테일숍으로 진화해 지난해 575억원을 달성한 이 회사는 올해 750억원을 향해 달려간다. ‘유지’만 해도 최상이라는 최근 패션계의 움직임과 달리 30% 이상의 신장을 목표로 하는 이 회사의 비밀 병기는 무엇일까. 지속적인 카테고리 확장으로 이제는 본격적인 리테일 비즈니스 기업으로 터닝한 아트박스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소비자의 의식 속에 아트박스는 아기자기한 팬시 숍으로 기억되지만 실제 매장에 가보면 넓고 깊게 진화한 다양한 상품군에 놀란다. 직영매장을 확대하며 264㎡는 거뜬하게 구성하고 아트박스 부산 광복점은 561㎡ 매장을 700가지 카테고리로 알차게 채웠다. 그리고 이 매장 안에는 연간 1만6000SKU가 자동주문관리시스템으로 돌아가고 있다.

과거의 아트박스가 제조 중심으로 수익을 확보해갔다면 2009년 자동주문시스템을 완성한 뒤 완전히 유통 체제로 전환, 제조와 유통을 결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팬시와도 어울리고 라이프스타일숍, 디자인숍에 속해도 어색함이 없다. 이렇게 많은 상품을 한 매장에 담고 또 그 숍하나가 체계적으로 돌아가기까지 아트박스는 직영점 확대에 뛰어들며 본격적으로 시스템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프랜차이즈 사업을 주로 하던 아트박스는 직영점 비즈니스를 준비하며 조석현 대표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밑 바탕을 그렸다. 대리점이 아닌 본사가 컨트롤 하는 매장이다 보니 소비자와 만나는 접점이 가까워졌고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그 순간에 즉각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했다.

조석현 아트박스 대표는 “직영점을 확대하기 전까지 아트박스가 제조 중심 마인드였다면 만 4년전 자동주문 시스템을 완성하며 리테일 체제로 돌아섰다. 우리는 리테일형 기업이지만 제조와 유통에 무게중심은 똑같이 두고 있다. 알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듯 수익률을 확보하고 상품을 적재적소에 공급하기 위해 제조와 유통을 원할하게 핸들링하는 능력은 필수다”고 전했다.

“매장을 직접 운영한다는 건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소비자 피드백을 바로 받을 수 있다는 미시적인 관점을 넘어 내 매장의 크고 작은 변수는 모두 계산해야 된다는 것이다. 손님이 들어오는 동선부터 상품이 진열대는 과정, 창고 안의 재고까지 정확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아트박스)

직영점을 확대하며 아트박스가 가장 먼저 내세운 지령은 ‘창고를 없애라’는 것이었다.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창고는 그 안에 잠자고 있는 재고가 많다는 말이고 관리자도 가늠 할 수 없는 형태로 사방으로 흩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즉 관리시스템이 부재한 채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창고는 비효율을 양성할 뿐이다. 창고를 없앤 매장은 자동주문시스템을 통해 재고관리가 이뤄지게 조정했다.

“한 매장은 인테리어만 바꿔줬을 뿐인데 매출이 두 배로 올랐다. 그 매장에서 히트 상품이 나왔기 때문일까? 그것은 아니다. 과거에도 제품은 좋았으나 표현하는 방법이 잘못됐던 것이다. 우리는 수 만가지 상품을 취급하기 때문에 모든 제품이 보석으로 보여질 순 없다. 하지만 매장을 직접 핸들링 하다 보면 숨어있는 보석을 발견하기 마련이고 이 보석을 어떻게 빛낼까 생각하게 된다. 그 시작을 창고를 없애는데서부터 시작했다”며 현장중심 사고를 강조했다. 두 달에 한번씩은 주요 점포 점장에게 취급 위시리스트를 받아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도 체크하고 있는데 현장반응을 최우선으로 하는 만큼 다양한 소비자의 목소리를 최대한 수용하기 위해서다.

“아트박스는 수 백 평대 매장이 아닌 목 좋은 1층 매장을 확보해 지하, 2층, 3층을 공략할 계획이다. 앞서 말한 창고처럼 지하, 2,3층은 잠자고 있는 공간이다. 200, 300평 규모의 대형 매장을 확보하는 대신 70평 규모의 매장을 2~3개층으로 확보해 복층 매장으로 구성할 것. 물론 그 매장에는 소비자를 2층, 또는 지하로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도심 안에 복층으로 구성된 매장은 유통 코스트를 줄이고 상품 적중률을 다시한번 점검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소비자가 계단을 오르내리면서도 찾는 매장을 만들기 위해 상품, 진열 방식을 바꿔야 하기 때문이다.

복층 매장과 함께 아트박스가 그리는 신유통 비즈니스는 바로 무인 시스템이다. 판관비를 줄이고 체계화된 시스템 모델로 가장 이상적인 도심형신유통 비즈니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현재 준비에 들어간 무인 판매 시스템은 가시적인 성과를 볼 수 있을 때까지 시행 착오를 거듭하며 새로운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아트박스에게 무인 시스템은 리테일 비즈니스에 시동을 걸기 위한 도전이자 우리가 한 단계 진화하기 위해 반드시 밟아야 할 스텝이라 생각한다. 이런 과학적인 시스템을 바탕으로 아트박스의 모태였던 ‘펀’한 감성을 파는 문화코드는 계속해서 지켜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매장을 찾는 소비자들 중 몇 분은 매장 앞에 놓여있는 노트류를 보고 ‘아직도 여기는 노트만 파나?’라고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소비자의 시각에서 충분히 이해하지만 그게 우리의 문화다. 진짜 판매가 일어나는 기능성 노트는 매장 안쪽에 배치돼 있다. 그럼에도 우리가 팔리지 않는 노트류를 전진 배치하는 이유는 그게 우리의 문화코드이기 때문이다. 아트박스에 향수를 느끼고 새롭게 매장을 찾는 손님이 향유 할 수 있는 감성코드를 매장 전체에 흐르게 하고 싶다. 이 역시도 리테일형 기업이 간과해선 안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문구 팬시 공급라인이 무너진 가운데 유일하게 팬시로 시작해 숍으로 살아남은(?) 아트박스. ‘최적의 상품을 적재적소에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기본 전체로 시스템 투자에도 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품」을 통해서 브랜드 인큐베이팅도 시도하고 있다. 제조에서 출발해 이제는 어엿한 리테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가고 있는 아트박스를 통해 새로운 유통 해법을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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