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IZ] “서류 오탈자 같은 사소한 실수 지적 대신 어려운 과제 던져줘 성취감 갖게 하라”

리처드 니스벳 미시간대 교수가 말하는 ‘교육 키워드’ 네가지

많은 기업이 유능한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공을 들이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가 쉽지 않다. 사실 똑똑한 사람을 찾아내고 길러내는 방법에 대해서는 명쾌한 해답이 없다.

참고할 만한 이야기는 없을까.

리처드 니스벳(Nisbett·74) 미시간대 교수
/오종찬 기자

리처드 니스벳(Nisbett·74) 미시간대 교수는 ‘지적 능력’에 대해서 오랫동안 연구해온 사회심리학 분야 권위자다. 그의 이름을 들어보지 못했더라도 ‘소, 닭, 풀의 세 가지 단어를 놓고 관계 있는 것끼리 묶으라고 할 때 미국인은 같은 동물인 소와 닭을 연결하는 비율이 높은 반면, 아시아인은 관계를 중요시해 소와 소의 먹이인 풀을 연결하는 비율이 높다’는 그의 연구와 ‘생각의 지도’라는 책 이름은 기억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지난달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ALC)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그를 만났다.

최근 ‘무엇이 지능을 깨우는가’라는 책을 낸 그의 주된 관심사는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가였지만, 그는 조직에 필요한 인재를 찾아내고 길러내는 것도 큰 맥락에서 비슷한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부자가 되는 등 사회적 성취는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유리하지만, 이런 지적 능력은 유전되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좌우된다고 본다. 그는 지적 능력 향상에는 ‘노력’과 ‘절제심’ 등이 필요하며 이런 것을 중요시하는 환경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으로 지적 능력이 높은 사람을 만드는 것이 경제적인 지위향상에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니스벳 교수에게서 지적 능력을 판단하고 개발하는 데 중요한 ‘교육의 키워드’ 4가지를 들어봤다.

1 실용적 지능

현대 사회에서 필요한 지능은 ‘실용적 지능(pragmatic intelligence)’입니다. 이런 지능은 IQ와는 다르고, 그를 측정하는 별도의 방법도 필요합니다.

실생활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은 사실 정해진 해답이 없습니다. 예를 들어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파티에 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여러 사람이 집세를 나누어 낼 때 어떻게 나누는 것이 공평할까’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바로 실용적 지능입니다. 대부분 채용 담당자는 사람들이 필기시험에서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만 하면, 그 이상을 바라는 것 같지 않습니다. 이 같은 방법으로는 지적 능력이 있는 인재를 찾거나 육성할 수 없습니다. 실용적 지능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을 살피라고 권하고 싶군요. 도덕성, 자제력, 끈기, 책임감, 의사소통 능력, 팀워크, 변화에 대한 적응력 같은 능력을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2 5C의 법칙

지적 능력 향상을 위해서는 유능한 교육 담당자를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들의 교육이라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게 중요하겠죠.

우선 무능한 교육 담당자가 저지르는 실수를 알아볼까요. 무능한 교육 담당자는 자신이 잘못을 고쳐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수를 지적하고, 추상적인 표현으로 어떤 규칙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죠.

반면 유능한 교육 담당자는 서류의 오·탈자 같은 사소한 오류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실수를 통해 배우는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절대로 목표 수준을 낮춰 자존심을 세워주려 하지 않습니다. 반대로 어려운 과제에 도전하도록 유도합니다.

유능한 교육 담당자를 찾으려면 ‘5C’ 법칙을 따르세요. 유능한 교육 담당자는 수업을 받으면서도 사람들이 스스로 수업을 주도(control)하도록 합니다. 적절한 난이도의 과제(challenge)로 사람들의 성취감을 자극하고, 과제를 해결한 후에 자신감(confidence)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합니다. 호기심(curiosity)을 가질 수 있도록 유도 질문을 던지는 것도 필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문제의 맥락(context)을 파악해, 실생활과 연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줘야 합니다. 어떤 문제라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바로 유능한 교육 담당자가 할 수 있는 일입니다.

3 칭찬법

교육을 할 때는 지적 ‘능력’을 칭찬하지 마세요. 특히 어린아이를 키울 때 지적 능력을 칭찬하면 대다수 아이는 어려운 과제를 회피하고 본인이 잘할 수 있는 쉬운 과제를 선택합니다. 자신이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주는 데 집착하게 됩니다. 이는 지적 능력 개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노력하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할 때, ‘과정’을 칭찬하세요.

아이들에게 스스로 무엇인가를 하려는 의지를 심어줄 필요가 있습니다. 알파벳과 숫자를 가르치는 대신 놀이를 가르치라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놀이에 참여하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다양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능력을 찾아야 합니다. 이것이 제가 말하는 지적 능력 향상에 더 도움이 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교육의 효과가 크고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더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를 유치원에서 영어나 수학을 가르치라는 이야기로 들어서는 곤란합니다. 영어나 수학을 일찍 공부한다고 해서 지적 능력이 크게 향상된다는 증거는 없습니다.

4 대화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은 지적 호기심과 성취도 발달에 영향을 미칩니다. 대화를 통해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세요.

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듯, 가정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전문직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더 똑똑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왜 그럴까요. 연구 결과 전문직 부모는 노동 계층의 부모보다 자녀에게 말을 더 많이 겁니다. 부모의 경험과 정서를 자세히 설명하고, 자녀의 필요와 요구, 관심사에 대해 질문을 합니다. 전문직 부모는 식사 자리에서 아이와 대화를 나눴고, 논의 중인 문제에 아이를 참여하게 했으며, 아이들에게 많은 어휘를 들려줬습니다.

반면 노동 계층의 부모는 자녀에게 말을 별로 걸지 않았고, 말하는 내용 또한 대개 ‘요구’ 형태를 띠고 있었습니다. 이는 아이의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지 못합니다. 식사 자리에서는 아이를 아예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어떤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가 더 똑똑할까요. 부모와 많은 대화를 나눈 아이들의 지적 능력이 당연히 더 뛰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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