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동료와 뭔 우정이냐고?···친할수록 일 더 잘한다

친구가 지인보다 낫다는 건 일상생활에선 당연한 명제다. 그러면 직장에선 어떨까. 펜실베니아대와 미네소타대의 공동연구진은 친구 관계가 조직에 미치는 성과를 알아내기 위해 재미난 실험을 했다. 일단 학생들에게 친구가 누군지 물어서 친한 사람끼리 그룹을 여러 개 구성하도록 하고, 그보다는 약간 친밀도가 낮은 (서로 그냥 일면식만 있는) 지인들로도 그룹을 여러 개 만들었다. 그리고 이 그룹들에게 사고의 협력이 요구되는 의사결정 과제 하나와 반복 노동이 필요한 모델링 과제를 하나씩 줬다.

결과는 어땠을까? 성격이 다른 두 과제 모두 친한 친구들로 구성된 그룹이 훨씬 더 잘 하는 것으로 나왔다. 친한 사람들끼리 모여놓으면 서로 잡담이나 하니 과제 수행은 둘째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일단 친구 그룹은 시작부터 과제에 몰입하는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적극적으로 소통을 하고 서로 격려를 해줬다. 실수가 있을 땐 비판이나 피드백도 아끼지 않았다. 협력이 필요한 과제나 단순 과제에서나 그들은 최선을 다하려 했다.

반면 친밀도가 낮은 지인들끼리 구성된 그룹은 반대였다. 사적 관계가 배제돼 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일할 수 있을 줄 알았더니 그냥 이들은 혼자서 일하고 정말 필요할 때만 서로를 찾았다. 서로 대화하는 데 불편함을 느껴서 누가 뭘 잘못하더라도 뻔히 보고만 있었다. 흔히 말하는 사일로 효과(silos effect;조직 장벽과 부서 이기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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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직장에서 친밀한 인간 관계보다는 프로페셔널리즘을 숭상한다. 그렇기 때문에 직장동료를 친구로 생각하지말고 그냥 사무적으로 대하라는 충고도 가끔씩 받는다. 그러나 하루 중 가족들보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직장 내 사람들과 경직적이고 차가운 관계만 갖는 것은 개인적으로 불행이다. 이는 곧 조직 성과 측면에서도 불행일 수밖에 없다. 조직 구성원들의 행복감은 동기부여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적관리 컨설팅회사 이그나이트80의 창립자인 론 프리드먼은 매경 MBA팀과의 인터뷰에서 “일하기 좋은 직장의 조건 중 하나는 구성원이 회사 동료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냐는 것이다. 친한 사람이 많은 곳일수록 회사에 대한 로열티와 업무몰입도는 높아지고 적극적인 피드백이 늘어난다”고 말했다. 다음은 론 프리드먼과의 일문일답.

-직장 생활에서 우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단순히 친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 직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얻기 때문만은 아니다. 직장 내 인간관계가 끈끈한 곳에선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더 올라가고 더 나은 평가를 받기 위해 노력한다. 직장에 친한 사람들이 많다면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이고 동료집단 사이의 압력(peer pressure)에 의해서 업무에 더 집중할 것이다.

그리고 직장내에서 좋은 인간 관계는 이직률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또 오랫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는 직원 수도 늘리는 역할을 한다. 이제 ‘회사에 대한’ 로열티는 진부하다. 한 직장에만 충성하며 계속 일하려는 사람은 줄어들고 좋은 이직만 있으면 당장 옮긴다. 그렇기 때문에 직원들에게 로열티를 요구하려면 ‘같이 일하는 사람들에 대한’ 로열티 밖에 기댈 곳이 없다. 의지할만한 동료나 선후배가 많은 곳이라면 더 많은 월급을 주는 직장이 오퍼를 해도 직원들이 잘 안 옮기려 할 것이다.

-동료집단 간 압력이라고 하면 경쟁을 말하는 것이 아닌가. 오히려 친할수록 압력보다는 여유를 느끼게 되지 않을까.

▶동료 집단 간 압력이라고 하면 보통 부정적인 뉘앙스로 받아들여지지만 이는 나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은 원래 자기 발전을 추구하고 서로에게 가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친할수록 상대방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싶어하고 더 열심히 일하게 될 것이다. 경영자의 입장이라면 동료집단의 영향을 그냥 제거하기보다는 긍정적인 모델을 만들어서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직장 동료들간의 우정을 더 많이 싹트게 하기 위해서 관리자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나.

▶일단 우정이 어떤 조건에서 발현되는지를 알아봐야 한다. 심리학적으로 우정은 유유상종에서 출발하기 쉽다. 친밀함은 유사함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유사함이란 외적 모습에서의 유사함도 있지만 경험적 측면에서의 유사함이 있다. 물론 같은 나이, 같은 성별라면 친해지기 더욱 쉽겠지만 외적 조건에선 닮은 점이 없어도 친해질 수 있다. 비슷한 경력이나 가정생활을 가지고 있어 여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우정이 싹튼다. 관리자들은 이 유사함을 최대화하도록 하면 된다.

그리고 일단 물리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야 한다. 가까이 있으면서 자주 마주치고 얘기를 많이 할수록 친해지는 건 상식이다. 그러니 자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드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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