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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그룹, 국제상사 M&A와 프로스펙스의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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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나이키 눌렀다고?
브랜드 빼고 다 바꿨다

《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한국엔 소위 ‘신발 재벌’이란 게 있었다. 토종 운동화 브랜드 ‘프로스펙스’로 유명한 국제상사(현 LS네트웍스)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1949년 부산진시장 한편에서 고무신 공장으로 출발한 이 회사는 1962년 국내 최초로 농구화를 수출했고 1986년 아시아경기, 1988년 서울올림픽 공식 후원 업체로 선정되는 등 비약적 성장을 거듭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 여파로 모기업인 한일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국제상사 역시 쇠락의 길을 걸었다.


1999년 1월부터 시작해 무려 8년여간 법정관리를 거치면서 프로스펙스는 중년층이나 기억하는 ‘한물간’ 브랜드로 퇴색했다. 한때 나이키 아디다스 등 글로벌 브랜드를 제압하고 국내 운동화업계 1위 자리를 지켰던 프리미엄 이미지는 사라졌다. 국제상사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새 주인을 찾으면서부터다. 2007년 LS그룹 계열사인 E1(옛 LG칼텍스가스)에 인수돼 이듬해 LS네트웍스로 간판을 바꿔 단 후 이 회사는 부활의 날갯짓을 하고 있다. 강력한 구조조정을 거치며 제조 기업에서 브랜드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해 ‘스포츠 워킹화’라는 신(新)시장을 개척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는 서울대 경영대의 경영자 교육과정인 CFO전략과정과 공동으로 국제상사 인수합병(M&A)과 프로스펙스 W의 성공 요인을 집중 분석했다. DBR 69호(2010년 11월 15일자)에 실린 기사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다. 》

○구조조정 통해 비효율 제거

국제상사가 법정관리에서 벗어나 새 주인을 찾기까지는 8년여의 세월이 걸렸다. 회사가 부실해서가 아니었다. 경영권 인수를 둘러싸고 제3자
매각 방식을 추진했던 국제상사와 구주 인수를 통해 국제상사를 인수하려고 했던 이랜드 간 지루한 법정 공방이 4년여 동안 지속됐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국제상사는 제3자 유상증자 형태의 매각으로 2007년 1월 E1에 인수됐다. 인수금액은 총 8550억9500만 원(4049억9500만 원은
 회사채 인수금, 4501억 원은 신주 유상증자 대금). L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후 2007년까지 추진해 온 일련의 M&A 가운데 가장 규모가 컸다. 당시 E1은 LS그룹 전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대표 브랜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전사적 전략에 따라 국제상사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국제상사 인수 후 E1은 적자 사업부 아티스(중저가 아동 캐릭터 신발 브랜드)를 인적 분할하고 신발 생산을 담당했던 김해공장을 폐쇄하는 등 강력한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국제상사 인수 당시 직원은 약 600명이었지만 2008년 초 구조조정이 끝난 후에는 320명가량으로 줄어들었다. 사명도 2008년 1월 아티스를 분할하면서 LS네트웍스로 변경했다.

○외부 전문가 영입해 조직 쇄신

원래 프로스펙스는 나이키 등과 어깨를 겨루던 프리미엄 브랜드였다. 하지만 몇 년간 법정관리가 지속되면서 지방 변두리 지역에서 연중 세일을 하는 3류 브랜드로 전락했다. 안경한 경영지원본부장은 “한마디로 브랜드에 대한 개념 자체가 전무했다”며 “전사적으로 브랜드 콘셉트를 어떻게 설정하고 이를 어떻게 구현할지 전략적 방향성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LS네트웍스는 2008년 8월 전사 브랜드 전략을 책임질 마케팅전략본부를 신설하고 그 산하에 브랜드전략팀과 통합마케팅팀을
 만들었다. 특히 신설된 마케팅전략본부의 수장으로는 광고업계 베테랑인 박재범 전무를 전격 영입했다. 안 본부장은 “브랜드 광고 마케팅 유통 등 사업부문별로 전문가들을 적극적으로 영입했다”며 “현재 420여 명의 직원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경력 직원만 100여 명”이라고 귀띔했다.

○하위 브랜드 전략

LS네트웍스는 1등 업체 나이키와 정면 대결하겠다는 허황된 욕심을 버렸다. 흘러간 과거의 영광에 집착해 나이키와 정면 대결을 펼친다는 건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냉정하게 직시했다. 사람들의 기억 속에 희미해진 지 오래인 프로스펙스를 단번에 부활시키겠다는 야무진 욕심도 버렸다. 그렇게 하기엔 이미 프로스펙스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노후화된 상황이었다.

LS네트웍스는 다음 두 가지 방향성에 따라 브랜드 전략 목표를 세웠다. 첫째는 전문 스포츠 이미지를 강조하는 나이키와의 차별화를 위해 좀
더 대중적인 생활 스포츠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둘째는 프로스펙스의 브랜드 유산을 이어가면서도 참신성을 줄 수 있는 하위 브랜드(sub-brand)를 만들어 성공시킴으로써 모(母)브랜드 이미지를 점진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이었다.

▼ “걷기 편하다” 입소문 타고 W신발 출시 1년만에 매출 2.5배로 ▼

명확한 목표를 세운 후 LS네트웍스는 생활체육 분야 대표 제품으로 키울 신발 시장 탐색에 나섰다. 이때 발견한 게 바로 ‘스포츠 워킹화’다. 자체 시장 조사를 한 결과 20세 이상 성인 가운데 정기적으로 하는 운동으로 ‘걷기’를 꼽는 비율이 전체의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35%의 인구가 신는 신발은 70%가 러닝화였다. 나머지 30%는 캐주얼화나 마사이 같은 브랜드의 걸음 교정용 신발을 신고 걷고 있었다.

상당수 소비자가 운동을 위해 ‘걷고’ 있는데도 많은 업체는 계속해서 ‘러닝화’만 찍어내고 있었던 것. 고객들의 잠재 욕구를 간파한 LS네트웍스는 러닝화 고객들을 워킹화로 갈아 신게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다.

○ 30도 깎인 발뒤꿈치의 스포츠 워킹화

워킹화 개발을 위해 LS네트웍스는 걷기와 뛰기의 운동 역학 차이부터 분석했다. 운동역학상 뛸 때는 발뒤꿈치 전체로 착지하지만, 걸을 때에는
발뒤꿈치 모서리가 가장 먼저 땅에 닿는다. 발을 땅에 디디는 시간도 걷기(평균 약 0.6초)가 뛰기(평균 약 0.2초)보다 세 배 이상 길다. 차연수 브랜드전략팀 부장은 “운동역학상의 차이 때문에 러닝화를 신고 오래 걸으면 피로해질 수 있다”며 “워킹화의 핵심은 오래 걸어도 발이 아프지 않게 발뒤꿈치의 충격을 줄여주면서 발목이 잘 움직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LS네트웍스는 신발 발뒤꿈치 부분을 30도 각도로 깎았다.


2009년 9월 1일 스포츠 워킹화 브랜드 ‘프로스펙스 W’가 세상에 나왔다. 모브랜드인 프로스펙스와 연속성을 추구하면서 참신한 이미지를
덧입히기 위해 걷기(walking)를 뜻하는 영어단어의 첫 글자를 따서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특히 LS네트웍스는 W를 출시하면서 혁신적 시도를 감행했다. 무려 44가지에 이르는 신제품을 한꺼번에 내놓은 것. 강도 높게 걷기를 원하는 워킹 마니아용 신발 ‘W 파워’, 올레길처럼 비포장 야외도로에서 걷기에 좋은 ‘W 트레일’ 등 기능별 라인을 5개로 나눈 후 라인마다 성별, 색상, 소재 등에 따라 6∼10가지 디자인의 제품을 선보였다. 차 부장은 “통상 신발 신제품을 출시할 때 내놓는 디자인은 대개 5∼6가지에 불과하다”며 “프로스펙스처럼 44가지를 한꺼번에 내놓은 시도는 1949년 창사 이래 최초”라고 소개했다.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주문량이 밀려 발주 후 입고까지 한 달 넘게 걸리면서 고객들이 항의하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판매 가격 단가가 11만∼13만 원에 이르는 고가 신발로 정찰 판매를 고수했는데도 주문은 계속됐다. W 출시 후 약 석 달 만에 W 판매량은 40만 켤레에 육박했다. 프로스펙스 W의 성공은 LS네트웍스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회사 전체 매출액의 40% 안팎에 해당하는 프로스펙스 신발 부문 매출액은, W 출시 전인 2008년 759억 원에서 W 출시 후인 2009년 914억 원, 2010년 1285억 원(예상) 등으로 해마다 성장하고 있다. 안 본부장은 “작년에 프로스펙스 W 신발로 209억 원의 매출액을 올렸다”며 “올해는 그 두 배가 넘는 521억 원의 매출액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대 교수 skkwak@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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