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JTBC 마라톤 풀코스 도전 실패기

풀코스 마라톤은 매력적이다. 매력적이니 1만 5천명의 러너들이 서울 도심을 달리고 있었겠지!!!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요즘 시대에 몇시간을 두발로 달려야 되는 마라톤이 적합한 문화일까? 그러나 이것을 비웃듯 20~30대 젊은 러너들이 주로를 더 많이 채워주고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수혜를 받은 것일 수도 있다. 그리고 일상에서 느끼기 힘든 성취감을 운동을 통해 얻게된 것도 있을 것이다. 풀코스 마라톤은 한두달 준비해서 완주할 수 있는 가벼운 것은 아니다. 최소한 3개월, 매달 200KM 이상의 누적거리를 부상없이 유지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일년 중 프로젝트로 도전하는 러너들도 많다.

나도 몇년 만에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했는지 모른다. 수년 전에는 퇴근 후 매일 10K를 뛰는 것이 낙이었다. 스마트폰을 볼 수 없고, 타인이 나를 방해하지 않는 순수하게 나에게만 집중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매력적이어서 달렸다.

그러다 강력한 허리 통증으로 인해 아침 침대에서 내려와 발을 딛자마자 쓰러졌다. 병원에 가보니 퇴행성 경추와 요추 협착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70대 노인의 협착증이었다. 알고보니 집안 남성들의 유전처럼 내려오던 병이었다. 할아버지도 요추 협착증으로 인해 장애판정을 받으셔서 말년에 하체 마비로 고생하셨다. 그래서 의사로부터 러닝 금지를 통보받았다. 그렇게 수년이 지나갔다.

다시 러닝을 하고 싶었다. 아니 다시 트라이애슬론 대회를 나가고 싶었다. 올림픽코스는 짧아서 느릿느릿 할 수없어서 아이언맨 코스를 나가기로 올해 결심했다. 그래서 허리 부담없이 러닝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며 몸으로 실험해보기 시작했다.

자세를 조금 바꾸고 속도를 KM당 7분대로 뛰니 통증이 별로 없었다. 거리를 늘려나가니 20K까지도 뛸 수 있게 됐다. 그러다보니 풀코스 마라톤 도전도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아프면 바로 멈추기로 하고 풀코스에 도전했다. 연습량이 부족했지만 주 40KM를 뛰려고 노력했다.

대회 날 비가 많이 왔다. LSD를 해보지 않아 연습 겸 우천 핑계로 30K를 목표로 뛰어보기로 했다. 7분대로 뛰니 한번도 쉬지 않고 쭉 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신지 않던 두꺼운 양말을 신었고, 비까지 많이 와서 양쪽 엄지 발가락에 피멍이 들었다. 그래서 30K를 앞두고 포기했다. 두번째 풀코스 마라톤 DNF였다. 첫번째 DNF는 일병 휴가를 나와서 처음 도전했던 풀코스 마라톤 때였다. 그때도 30K에서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느린 속도였지만 한번도 걷지 않고 30K를 뛴 것에 만족했다. 얼마나 느리게 뛰었으면 다음 날 근육통도 없었다. 너무 느리게 뛴 것이다. 나이가 드니 조금이라도 통증이 오면 바로 멈춘다.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라 그로인해 미래에 올 부상에 대한 위험 관리가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풀코스에 재도전 하기로 목표를 잡고 이번에 뛰면서 느낀 그 상쾌함과 즐거움을 계속 유지해보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편안하게 훈련해가면 내년 아이언맨 코스도 6시간에 편안하게 풀코스를 뛸 수 있을 것 같았다.

수년 만에 풀코스를 뛰면서 느낀 것도 있었다.

  1. 20~30대 젊은 여성 고객층이 급격히 많아졌다.
  2. 예전 다음 러너스클럽 분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3. 풀코스 실력들이 매우 좋아져서 첫 도전자들의 기록들을 보고 깜짝 놀랐다.
  4. 체계적인 훈련과 장비, 복장들로 접근하는 것이 보기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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